얼마 전 생각이 바뀌기 이전까지 몇달 동안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클래식을 나는 무조건 할 예정인데,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북적이는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무조건 장점만 홍보해서 끌어들여야지~ 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격아분들의 글들을 자주 접하면서 제가 작년 가을부터 올해 6월까지 거의 8개월간을 격아를 해오던 경험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이 분들의 글은 주로 "클래식 호기심해 해보긴 할건데 그 불편함 견딜 수 있을까?" 라는 식이 대부분 주류였습니다. 무조건 유저수가 많은게 좋다는 생각으로 저는 장점을 홍보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래 생각을 해보니 제가 틀렸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더군요. 일단 격아와 클래식(오리)를 둘다 꽤 장기간 체험해본 사람으로서 이제 좀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격아는 굉장히 편리하다는 것, 그 본질이 무엇인가? 저는 일단 격아에서 120렙만 레벨점핑 없이 6개를 찍었고, 군단시절 키웠던 110렙도 5개나 있습니다. 즉, 군단과 격아를 훼인급으로 (뭐 레이드는 아주 하드하게 하지 못했지만) 했습니다.

 이제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격아시스템은 단기적 만족을 끝없이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저는 그걸 비판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게임 스타일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클래식은 장기적인 노력과 지연된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지요. 와우가 그동안 7번 정도의 확팩이 나왔는데,
 
 가장 단기보상 주기가 짧고 즉각적인것이 격아라면, 그 반대의 정점, 장기간의 꾸준한 노력과 지연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클래식입니다. 말하자면 전에 비유했듯이, 단당류가 집적된 사탕(격아)과 다당류로 이루어진 고구마나 잡곡밥(클래식) 수준의 차이가 납니다.

 이 단기 보상 혹은 즉각적 만족 (instant gratification)은 상당히 중독성이 강합니다. 이 중독성은 뇌세포나 구조마저 일정부분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저는 이를 비판하는게 아닙니다. 제가 하고자하는 말은 격아 시스템의 단기보상싸이클에 적응 (혹은 중독)된 분들은 클래식에서 성공적으로 60렙을 찍고 그 이후 컨텐츠를 이어갈 확률이 매우매우 아주아주 낮다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저는 격아 심지어 군단 시절에도 전역퀘 몰아서 10개정도하면 가방에 에픽템 3~4개와 골드가 풍성하게 들어오는 그런 스타일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런게 싫으면서 꾸역꾸역 와우, 블리자드라는 타이틀의 추억때문에 못 놓고 해왔던 것이죠. 근데 저같은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정예몹 하나 잡으면 에픽 아이템 주는 즉각적만족시스템에 훌륭하게 적응하셨죠. 그 분들은 이미 뇌회로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즉각적으로 보상이 쉽게 주어지지 않으면 불안감, 초조, 짜증, 분노가 일어나도록 이미 뇌가 변한 겁니다. 오리경험유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리지널을 아무리 경험했어도 단기적으로 쉽게 보상을 퍼주는 시스템에 뇌가 적응해버리면 그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매우 힘듭니다.

 자 이 분들(격아 유저분들)이 가령 클래식을 와서 장기간의 노력에 의한 렙업 장기간의 노력에 의한 레이드 파밍(드랍율, 인원수를 고려해보면 격아보다 최소 3배 이상 오래걸립니다. 레이드당 파밍속도가)을 견딜 분들은 정말 극소수라고 봅니다. 만렙 못찍고 중간에 포기하는 분이 대다수일것이며, 만렙찍어도 인던 몇군데 가고 나서는 접는 분들, 화심 한번 가보고 접는 분들이 거의 절대 다수라고 저는 격아를 8개월 해본 유저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아니, 너는 격아 쭉 했었고 겨우 2달전에 접어놓고, 너만 예외고 다른 유저들은 클래식 적응 못할거라고? 이런 오만한 놈을 봤나! 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죠.  그냥 이걸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격아하시면서 전역퀘나 격전지, 습격, 쐐기 등등하면서 '이런 개 쉬운 컨텐츠에 템을 퍼주는 것은 정말 혐오스럽다.'라고 매번 느껴셨는지요. 만약 그런 시스템에 혐오감을 느끼셨다면 클래식에 가실 준비가 되신 분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그렇게 거북이 등껍질 맞추고 에픽반지 티벼 뜨는 시스템에서 템 먹으면서 '아 편하고 쉽게 먹으니 넘 좋네. 개 꿀~' 이렇게 느끼셨습니까? 후자가 다수라고 저는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격아의 편리하고 쉬운 템파밍에 심각한 회의감을 느껴보셨다면 자신있게 클래식을 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또 이럴 수 잇겠죠. 아니 유저가 지가 하고 싶으면 하고 말고 싶으면 말지 왜 니가 참견이냐? 라고요. 물론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클래식이 악의적인 분들에 의해서 비방당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김치찌개가 원래 입맛에 안 맞는 피자+콜라+햄버거 좋아하는 급식 수백명이 김치찌개 맛집에 가서 단체로 먹고는 '아 싀발 드럽게 맛없네 역시 틀딱들 음식 맛없어'라고 비방하는 걸 넘어서 sns에 주제넘게도 '그 집 맛집도 아님 ㅋㅋ 깁치찌개 드럽게 맛없음' 이라고 쓰는 그런 비유적인 상황을 말하는 것입니다.

 뇌가 단기보상회로에 완전히 중독되어서, 천천히 노력해서 키우고 천천히 커뮤니티를 이루어서 느린템포와 갖가지 사연들을 겪으면서 하나씩 맞춰가는 시스템 자체를 감상할 능력 자체가 상실된 사람이 클래식에서 어거지로 오기 하나로 만렙찍고 깔짝대다 접으면 뭘르 할까요? 이곳 저곳 커뮤니티 사이트 들락거리면서 클래식 욕만 한바가지 싸놓겠죠. 그럼 그 파급효과는 뭘까요? 15년전 추억이 있는 분들, 특히 클래식-리분 이후에는 경험도 안해봐서, 뇌가 단기보상중독 상태가 아닌, 정상적인 분들조차 클래식 해보려고도 하지 않고 , '아 와우15년 해왔다는 고수들이 재미없다니까 걍 해보지도 말아야지.'라고 생각할거 아니겠습니까?

 와우 15년 해온 고수가 아니라, 지난 15년간 확팩들이 추구해왔던 '단기보상중독' 시스템에 중독되어 노력이 필요한 (컨이 아니라 노력입니다.) 컨텐츠를 장기간 즐길 뇌회로가 사라진 분들일 뿐인데도, '클래식에 와서 적응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옛날에 접었던 분들'을 흥미를 떨어뜨려서 클래식에 오지 못하게 된다 이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격아나 그 이전 군단도 마찬가지지만, 단기보상회로나 mobile의 무한 퍼주기식 쉬운보상, 즉각적보상, 너도나도보상 시스템에 뇌가 변형된 분들은 그냥 애초에 클래식 하지 않으시는게 본인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서도, 그리고 (훨씬 더 중요하게도) 클래식의 장기적인 유저수 확보와, 오랜만에 복귀하시려는 올드 유저분들 (그리고 이분들이야말로 60렙 찍고도 꾸준히 하실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단기보상중독으로 뇌가 변한 유저들이 아니니까요) 의 확보와 클래식 서버의 충분한 인원 유지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클래식은 장기적인 노력과 장기적인 보상입니다. 물론 격아를 안해보신 분들 입장에선 까짓거 얼마나 걸린다구^^ 라고 하실 수 있죠. 근데 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저 지금 당장 격아 와우토큰 10개 사놓은거 중 하나 써서 접속만 하면 1시간에 에픽 20개 먹습니다. 네 어렵지 않아요. 군단만 해보셨어도 아시잖아요? 안토러스에 접하면 15개 전역퀘중에 에픽템 주는퀘가 4~5개씩 되던거. 그대로입니다. 아니 더 쉬워졌죠 안토러스보다. 이처럼 단기적쉬운보상vs장기적노력과보상 사이에는 '뇌구조변화'를 수반하는 큰 강이 있습니다. 그래서 격아분들은 되도록 클래식 정말 안했으면 좋겠다고 생가합니다. 지금 격아 저처럼 접거나 소원해지신 분들 말구요. 지금 격아 신나게 하시는 분들 정말 클래식 안했으면 좋겠어요.

 사탕먹는 애한테 청국장이나 김치찌개 먹이면 반응은 뻔한거 아닙니까? 너무 유저수를 무조건 많이 모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모두에게 홍보하는 것보다는, 이 분들이 와서 나중에 안티가 되어서 비난하고 비방할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최근의 와우에 의해 도파민분비 및 자극-반응-보상 회로의 주기가 완전히 달라진 분들이라면 더욱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