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년 군대에서 게임잡지 한 면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사진을 봤습니다.
드워프가 엄청 큰 몬스터 앞에서 투지를 다지는 듯한 이미지였는데 뭐에 홀린듯이 두근거렸죠.

외박을 나가자마자 노르간논 호드 언데드 흑마,
'외박나왔다'라는 케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음악이고 배경이고 왜 이렇게 무서운지...

이후에 휴가를 나가서 친구(일용이)와 함께 얼라 케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전 노움 남 전사, 일용이는 인간 여 흑마
제대 후 만렙을 달고 친구와 PVP를 떳는데 지옥수호병한테 졌습니다ㅋㅋㅋㅋ
그때 접었어야 했어요...

내 자신에게 실망하며 자취강 천장보고 누워있는데 일용이가 귀에다가 속삭였습니다.
"냥꾼이 흑마 그냥 잡는대. 겁나쎄다는데?!"
피씨방으로 달려가 사냥꾼을 만들고 키웠습니다.
렙업 순식간이더군요ㅠ
마그테리온, 그룰의둥지?등 골팟을 따라 다니면 쇼핑을 시켜줬습니다.

그렇게 어둠땅까지 우리는 밤을 새며 와우를 즐겼고 우리는 결혼, 출산, 육아까지 겪는 와저씨가 됐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용이한테 전화가 왔고 평소에 안하던 말을 횡설수설하더군요.
알고보니 지난밤 게임을 하다 심장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쓰러졌고 심장충격기를 하며 병원으로 이송되어 지금은 약에 취해 있다고 했었습니다.

원래 5살때 심장수술을 했고 심장이 안 좋았는데 나이가 들어 이제는 심장, 간, 콩팥까지 안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두환때 같은 케이스의 심장병어린이 100명을 수술했는데 유일한 생존자라고 하더군요.
천수를 누리고 있다고...
담당 의사선생님도 당시 참관했던 레지던트였다네요. 지금은 교수님이 돼어 계셨습니다.

일용이는 서울에 있다가 자신의 고향으로 내려갔고 오전에는 맥박이 안 올라와 침대에 누워있다가 점심쯤돼야 움직이는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나 수술 해볼까? 가망은 없다는데"
이때 저는 뭐라도 해보자라고 했어요.
어디 경품한번, 소풍가서 보물찾기 한번 성공 못 한 운빨이 제일없는 나인데..내가 괜한 말로 부추긴건가...일용이는 수술 부작용으로 신장이 손상돼서 투석을 안하면 안되는 몸이 되었습니다.
심장, 간, 신장을 모두 이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였고 맥박이 60인데 의식이 있는 아주 희귀한 케이스로 5개월을 버텼습니다.

마지막 통화가 기억이나요
"솔직히 말할게..나 이제 안될 것 같아."
그래도 기증자가 나타날지 모르니 버텨보자고 했고 정말 기적처럼 간 기증자가 나타났고 비용이 비싼 애크모를 장착한지 하루만에 심장기증자까지 나타났습니다.

이건 일용이가 착하게 살아서 하늘이 돕는거다.
친구는 병원에서도 생활을 잘 했는지 직원분들이 헌혈증서를 100장이나 모아주셨었더라고요.
감사한 삼성병원분들..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친구는 있는 힘을 쥐어 짜며 부모님과 의료진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아 돌아올게요"라고 했답니다.

개복했을때 심장은 이미 노란색이고 협착이 심해서 닫을까 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셨다고 합니다.
온 병원의 피를 다 끌어다 썼지만 결국 일용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갔습니다.

이번주 월요일이 1주년이 되는 날이라
일용이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평소에 일용이 생각이 나면 항상 부정을 합니다.

'어디에 잘 살고 있겠지...'

산소에 간 그날은 비석을 어루만지는데 손이 덜덜덜 떨리더군요. 눈물이 터질것같아 이름도 못 부르겠더라고요. 수천번 부르던 그 이름을 입밖으로 못냈어요..

언제쯤 내친구를 제대로 애도 할 수 있을까요?

아직도 카톡, 전화번호 즐겨찾기에 등록되어있는 친구. 내 오른팔.

그래도 전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하늘에가면 일용이가 맛집이랑 성능좋은 피씨방을 알아놨을테니까요ㅎㅎ

이상 불성클래식이 나와서 먼저간 친구가 했던 흑마를 16까지 키워보고 오늘따라 친구 생각이 밀려왔는데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외로운 와저씨글이였습니다.

와우저분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부자되시고 득템하시길~

"친구는 금이라고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