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임이 그러하듯, 리그오브레전드에는 ‘상성’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상성은 A 챔피언은 B챔피언에게 강하지만, C 챔피언에게는 약점을 보이는 일련의 메커니즘을 의미합니다. 리그오브레전드는 121개라는 상당히 많은 챔피언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상성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상성은 복잡하게 뒤엉켜 매번 새로운 게임 양상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많은 유저들이 리그오브레전드를 더욱 흥미롭게 플레이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여기서 문득 재미있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상성을 설계하는 라이엇 게임즈마저 카운터 치는 상성 챔피언은 존재하는가?’

많은 분이 아시는 것처럼 라이엇 게임즈는 상당히 빠른 주기로 패치를 진행합니다. 따라서 OP 챔피언으로 평가받았던 챔피언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인 챔피언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죠. 하지만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라이엇 게임즈의 공격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라이엇의 하드 카운터’라는 별명을 가진 챔피언입니다.

수많은 너프와 리뉴얼 속에서도 다시금 자신의 자리로 복귀하는 저력의 소유자! 애완 고양이가 되기를 거부하는 그녀, 니달리! 그녀의 순탄치만은 않았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 니달리만큼 굴곡진 스토리를 가진 챔피언은 드물다


■ 멋진 남자들의 선택을 받다?! 만인이 사랑했던 여인, 니달리!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로망이 있습니다. 바로 멋진 이성들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는 것이죠. 어쩌면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들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소환사들의 애정 공세 속에서 매번 멋진 활약을 펼치는 것. 만약 챔피언들이 사람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이러한 로망을 꿈꾸겠죠. 그런 의미에서 니달리는 참으로 행복한 챔피언임에 틀림없습니다.

▲ 멋진 세 남자의 사랑을 받았던 니달리!

니달리에게 처음 애정 공세를 퍼부었던 실력자는 ‘막눈’ 윤하운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빌드는 탑 AD 니달리. 니달리는 출시 직후 구인수의 격노검을 코어 템으로 한 하이브리드형 빌드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오카무라 네이브라는 유저가 AD 중심의 니달리를 공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막눈’ 윤하운이 이 빌드를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변형했고, 이를 통해 랭크 게임 승률 70%의 위엄을 달성합니다.

특히, 롤챔스 2012 섬머 3/4위전에서 ‘막눈’ 윤하운이 보여준 탑 AD 니달리는 상상 이상의 활약을 펼칩니다. ‘막눈’ 윤하운의 니달리는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했고, 빠른 기동성을 바탕으로 전장을 휘저었습니다. 결국, ‘막눈’ 윤하운과 니달리의 환상적인 조합은 팀의 승리로 이어졌고, 니달리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 '막눈' 윤하운의 탑 AD 니달리의 활약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막눈’ 윤하운 다음으로 니달리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 남자는 ‘엠비션’ 강찬용입니다. 그가 선택한 빌드는 ‘막눈’ 윤하운과는 다른 ‘AP’ 니달리였습니다. 당시는 시즌2의 탑 AD 니달리의 시대는 저물고, 미드 AP 니달리가 주목받던 시대였죠. 특히, ‘핵창’이라는 별칭을 가진 창 투척(Q) 스킬의 위압감은 리그오브레전드 역사를 통틀어 최강의 사기 스킬이라는 평가받습니다. 특히, 아테나의 부정한 성배를 장착한 후 블루 버프를 두른 니달리는 끊임없이 창을 날리는 것은 물론 태고의 생명력(E)을 이용한 체력 회복으로 극강의 라인 유지력을 보유하게 됩니다.

그리고 '엠비션' 강찬용에 의해, 니달리는 완벽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챔피언으로 거듭납니다. 그는 자신의 별명답게, 세계 최강의 ‘창 휘두름(?)'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엠비션’ 강찬용의 화려한 니달리 플레이가 많은 미드 라이너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 결국, AP 니달리를 잘 다루는 것은 미드 라이너의 기본 덕목으로 여기질 정도가 되었고, 최상위 선수들 대부분은 수준 높은 니달리 활용력을 갖추게 됩니다.

▲ '엠비션' 강찬용의 니달리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당시 니달리가 이처럼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뚜렷한 약점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챔피언들은 강점과 약점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극강의 딜링을 뿜어낼 수 있는 르블랑은 허약한 맷집이라는 약점이 있고, 확실한 캐리력을 보유한 베인은 짧은 사정거리가 큰 고민거리죠. 하지만 니달리는 약점이 매우 미약했고, 그 약점을 상쇄할 정도의 스킬 구성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인간 형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창 투척(Q)은 상대의 움직임을 원거리에서 견제할 수 있으며, 부족한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태고의 생명력(E)은 라인 전을 오랫동안 펼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상대의 갱킹에 대한 대처법도 명확합니다. 매복 덫(W)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기습(W)을 통해 안전하게 탈출을 도모할 수도 있죠.

결국, 인간 형태와 쿠거 형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6개의 스킬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니달리는 약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챔피언이 됩니다. 최정상의 실력을 갖춘 프로게이머의 손에서 니달리가 강력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니달리는 ‘막눈’ 윤하운과 '엠비션' 강찬용을 거쳐 새로운 강자 ‘꿍’ 유병준에 의해 더욱 강력한 챔피언으로 거듭납니다.

▲ 2014 스프링 시즌을 뜨겁게 달군 '꿍창' (출처 : 온게임넷)


■ 격변의 시즌4, 니달리와 라이엇 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4년 6월 19일에 진행된 4.10 패치. 시즌4 초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니달리에게 큰 시련이 다가옵니다. 바로 대격변 수준의 리워크를 겪은 것이죠. AP 니달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 투척 스킬의 대미지는 대폭 하향되었고, 스킬의 메커니즘이 대폭 교체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진영 뒤에서 안정적으로 창만 던지면 상대가 알아서 죽는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리워크 직후 니달리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랭크 게임은 물론 프로 경기에서도 픽률이 대폭 하락하게 되었죠. 2014 롤챔스 스프링에서의 니달리 밴픽률은 64.7%. 하지만 리워크가 진행된 섬머 시즌에는 50% 이상이 하락한 8.5%에 그칩니다. 그동안의 고공행진이 무색할 정도의 기록이었습니다.

▲ 롤챔스 2014 섬머에서 니달리는 충격적인 성적을 거둔다!

하지만 니달리는 역시 니달리! 그녀의 OP DNA는 다시 발현되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유저들의 꾸준한 연구 끝에 니달리의 승률과 픽률은 꾸준히 상승하게 되었고, 결국 밴율 80%를 넘어 랭크 게임 밴율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무게 중심은 AD 니달리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사냥 디버프’를 중심으로 한 스킬 연계는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라인전이 가능하도록 해주었고, 이는 AD 템트리를 통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때문이죠.

하지만 AP 니달리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전과 같은 핵창의 포스는 보여주지 못하지만,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 힐과 기동성을 바탕에 둔 팀 지향적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실제로 롤드컵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나진실드의 ‘세이브’ 백영진은 AP 탑 니달리를 선보였고, 2번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합니다.

▲ '세이브' 백영진은 리메이크 니달리의 가능성을 프로 경기에서도 증명한다

부활한 니달리. 라이엇 게임즈는 다시 한 번 니달리에 대한 공격을 시작합니다. 니달리는 한 달 전에 진행된 4.17 패치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하나는 숨통 끊기의 계수 조정. 숨통 끊기의 AD 계수는 하향된 반면, AP 계수는 상향되었습니다. 이는 사냥 디버프(패시브) - 급습 - 숨통 끊기로 이어지는 AD 니달리의 기본 콤보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었죠.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핵심 공격은 바로 기본 공격력과 기본 공격 속도의 감소였습니다. AD 니달리의 주력 딜링 스킬인 숨통 끊기(Q)는 대상이 잃는 체력 1%당 2.5%의 추가 피해를 입힌다는 부가 옵션이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니달리가 라인 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의 체력을 어느 수준 이하로 낮추는 평타 견제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기본 공격력과 기본 공격 속도 감소 패치는 니달리에게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4.17 패치 직후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는 니달리 밴율
(출처 : FOW.KR)

이렇게 니달리는 라이엇 게임즈의 다소 노골적인 공격으로 인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4.17 패치 전 버전으로 진행된 2014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1승 7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으니, 지금의 니달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랭크 게임에서 니달리의 픽률은 1.7%에 불과하며, 승률 역시 45%를 겨우 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니달리는 라이엇 게임즈의 길들임마저 거부하는 야생 고양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위기지만, 왠지 모르게 니달리의 귀환이 기대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유저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챔피언, 니달리! 그의 내일은 어떻게 될까요?

▲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고양이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을까?
(기만님 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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