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게, 그리고 조금 불편하게

게임은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이다. 유저의 수요에 맞추고, 시대의 흐름에 빗대어 게임은 성장해나간다. 점차 풍성해지는 콘텐츠와 화려해지는 그래픽, 그리고 탁월한 편의성 등 '새것'이란 느낌을 항상 풍기기 위해 개발사는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발전은 게이머에게 늘상 좋게 와닿을 거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게이머는 참 변덕스러운 존재라 종종 '옛것'을 그리워한다. 그들은 게임을 처음 시작했던 그 시절에 항상 '방점'을 찍고 온다. 지루함을 느낄 때나, 게임의 변화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 그들은 자신들이 남기고 온 방점으로 시간 여행을 한다. 그 시절의 불편함과 투박함을 회상하며 그리워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은 그러한 불편함과 투박함을 담아냈다. 쉽게 말해 오늘날의 게임 같지 않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늘날 더욱 잘 어울리는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 (좌) 이언 해지코스타스 게임 디렉터 (우) 오만 곤잘레스 선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Q. 클래식은 과거 서비스 그대로 재현하나? 아니면 별도의 개선점이 있는가?

우리의 목적은 2006년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거다. 그래서 현재 있는 많은 편의 기능은 사라진다. 예를 들어 지금 있는 던전찾기 기능은 인터페이스 클릭으로 빠르게 파티원을 찾고 순간이동으로 던전에 간다. 이런 기능은 클래식에서 사라진다. 예전의 경험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레이 경험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 조금 불편한 요소들은 재현된다.


Q. 과거의 와우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클래식을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아예 처음 하는 유저도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클래식은 요즘의 게임과 확실히 다르다. 플레이의 템포와 페이스가 현대 와우보다는 확실히 느리다. 그러나 게임에서 모험을 하는 경험과 커뮤니티 성격이 강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격전의 아제로스' 계정으로 바로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 현재의 와우에서 잠깐 휴식이 필요할 때 클래식에 접속해 쉴 수도 있다.


Q. 2018년에 2006년의 코드를 보면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었나?

옛날 코드 중에 플레이어와 몬스터가 상호작용하는 코드가 있다. 이걸 보면서 궁금한 게 생겨 작성자가 누군지 주석을 봤다. 그런데 내가 작성한 코드더라(웃음).

2006년에 내가 작성한 코드를 2018년에 다시 본다는 건 재밌는 경험이었다. 신기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 코드를 복원하는 경험이 굉장히 좋았다.


Q. 오픈 때 콘텐츠는 얼마나 공개되나?

패치로는 1.1 기준이다. 클래식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해제하는 게 중요하다. 안투라즈와 같이 모든 공격대 던전이 한꺼번에 열리지는 않을 거다. 유저의 피드백을 꾸준히 확인하면서 조절하겠다.


Q. 역사처럼 클래식은 이미 나올 콘텐츠가 모두 정해졌다. 최종 콘텐츠는 ‘불타는 성전’ 직전일 텐데, 3년 정도 서비스된 오리지날이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출시 이후 5년이 지났을 때 클래식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콘텐츠 해제를 어느 시점에 하는 지가 중요하다. 이 부분은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서 결정해야 할 거 같다. 그렇지만 와우의 이야기를 다시 경험하는 건 재밌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Q. 60레벨까지 총 경험치 양이 과거와 같은가?

같다. 거의 모든 것을 오리지날과 동일하게 맞췄다. 경험치도 마찬가지다. 옛날 그대로를 충실하게 재구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Q. 과거에는 모내기와 같이 반복된 콘텐츠가 많았다. 이것도 그대로 구현되는가?

모내기와 같은 반복된 콘텐츠는 버그 요소가 있었다. 이런 콘텐츠는 수정된다. 모내기의 경우 플레이 경험과는 무관하므로 개선된다. 비슷한 맥락으로, 과거에는 막기 힘들었던 핵과 치팅 프로그램은 이제 기술이 발전해 막을 수 있다. 보다 쾌적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 같다.


Q. 오리지날 때는 사용했지만, ‘격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매크로도 있다. 과거로 회귀하면 당시 사용했던 매크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게임과 함께 매크로, 애드온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튼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있다. 이는 게임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판단했다. 게임의 경험을 해치는 부분이어서 제한할 예정이다.


Q. 오리지널 때 사용한 애드온도 사용할 수 없나?

높은 확률로 가장 단순한 애드온만 사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클래식의 코드는 오리지널과 차이가 있으므로 애드온을 새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Q. 클래식 서버에서 키운 캐릭터를 '격아' 서버로 옮길 수 있나?

계획에 없다. 클래식과 ‘격아’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봐야 한다. ‘격아’에는 더이상 가질 수 없는 과거의 아이템들이 있다. 이를 클래식에서 옮겨 오면 불공평한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클래식과 ‘격아’ 간 캐릭터 이전은 없을 거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Q. 오리지널 때 흑마법사는 가방에 영혼석을 채워 다니거나, 사냥꾼은 탄환을 가득 채우고 다녀야 했다. 이건 불편한 요소로 생각되는데, 혹시 개선됐나?

흑마법사의 영혼석이나 사냥꾼의 탄환 채우기는 오리지널과 같다. 가득 채워서 다녀야 한다.


Q. 이른바 ‘백골마’나 ‘천골마’는 구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거 같나?

그 시절과 비슷하다. 그래도 이제는 골드를 빠르게 구할 수 있는 팁들이 많이 공유됐다. 효율적으로 골드를 모으겠지만, 플레이 타임 자체는 비슷하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비슷하게 구현될 거라 기대한다.


Q. 이제는 배틀넷 소셜 기능이나 음성 채팅이 추가됐고, 해상도 역시 많이 발전했다.

일부 시스템은 현대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 클래식에 접속하면 오리지널과 같은 세팅으로 시작한다. 해상도나 일부 기능은 현대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블리자드 게임처럼 소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음성 채팅은 확실하지 않지만, 플레이 경험을 훼손하지 않아 추가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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