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에서 큰 관심 속에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부분유료화로 전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 동시에 해외 시장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온라인게임이 진출하기 정말 까다롭기로 이름난 북미 지역을 목표로 삼았고, '만용'이 아닐까 싶었던 시도는 '자신감'이었음이 드러났다. 분명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해외 유명 콘텐츠인 메타크리틱에서 83점을 획득하며 국산 해외 진출 게임 중 최고점을 기록하고, 서서히 평가를 올린 끝에 유저 수가 200만여 명을 넘었다. 이제는 중국 현지화를 준비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북미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테라' 현지화는 어떤 식으로 우리에게 이정표를 남겼을까.

지스타 2013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생겼다. '테라' 북미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엔매스(En Masse Entertainment)의 CEO 크리스 리(Chris Lee)와 만남을 가지게 됐다. 그는 표정 변화가 별로 없었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질문에 대답해야 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제2의 테라'를 찾기 위해 지스타 B2B에 참여한 엔매스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 엔매스 CEO 크리스 리


한국 대부분의 유저에게 아직 엔매스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는 블루홀스튜디오의 북미 자사 법인이다. 4년 전 '테라' 북미 런칭을 알아보다가 결국 직접 서비스하기로 결정했고, 엔메스가 탄생했다. 플랫폼을 마련해 그밖의 타이틀을 런칭할 수 있도록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스타에 나오게 됐다. '테라'에 이은 또다른 작품을 퍼블리싱할 계획이다.


'테라'의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MMORPG를 오래 해왔다. 예전 게임은 아무리 장비가 좋고 게임을 오래 했어도 기술적인 숙련도가 게임에 반영될 여지가 적었다. 스펙 싸움이었다. 그런데 '테라'는 창기사의 방어 기술 등을 봤을 때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싸움에 자신의 숙련도가 들어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테라' 북미 서비스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나?

북미 런칭 초반에는 pay-to-play(정액제) 모델이었다. 대중들이 원하던 시점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어 부분 유료화로 전환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250만 명의 총 가입자를 확보했고, 매출이 다섯 배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한국산 온라인게임 중 북미 시장에서는 No.1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버전의 '테라'가 한국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런칭 초반에는 완전히 분리되어 많은 차이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합치는 노력을 했다. 이제 하나의 통합된 빌드이다. 시장성 아이템의 종류가 좀 다르지만, 주된 콘텐츠는 같다.


북미 유저들의 성향은 우리와 좀 다를 것 같은데.

많은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자면 북미에서는 전장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그래서 토너먼트 개최를 자주 하는 등 특히 집중하고 있다. 큰 골격이 같지만 인기 있는 콘텐츠가 다르므로 더 활용하고 현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다.


북미 현지화 작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혹은 공을 많이 들인 작업은 무엇이었는지?

번역 측면에서 특히 힘들었던 점은 퀘스트 내용이다. 한국 정서에 맞고 모두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를 영어로 직역하면 전혀 통하지 않게 되고 만다. 번역팀에서 그와 비슷한 북미 버전의 스토리를 찾아봐서 고치거나, 아니면 아예 스토리를 새로 짰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면?

업적과 칭호가 대표적이다. 북미 유저들은 자랑할 수 있는 요소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점을 블루홀 스튜디오에 피드백해서 추가된 시스템이다. 그리고 북미에는 게임패드 유저가 상당히 많다. 그것도 피드백을 주고 블루홀이 협업을 잘 해줘서 만족스러운 버전의 패드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저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은 무엇인지?

북미 유저들이 전장을 좋아해서 거기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그래서 명예의 전당이라는 토너먼트를 진행했다. 참여자가 1천 명을 넘어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 토너먼트를 도와준 결과 이제는 방송도 하고 있고 해설진이 참여하는 등 e스포츠로서의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엠메스에서는 토너먼트를 위한 상품 역시 준비하고 있다.


북미 유저들의 종족과 직업 선택 비율은 어떤가? 거기에서도 엘린이 사랑받는지 궁금해진다.

보통 미국을 다국적이고 다문화적인 곳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게임에서도 성향이 굉장히 다양하다. 물론 북미에도 엘린을 좋아하는 열혈 유저들이 꽤 있다. 엘린 정령사가 특히 많다. 그런데 사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족-직업 조합은 여자 케스타닉 검투사다.

케스타닉, 엘린, 하이엘프 순으로 상위권이고, 바라카와 포포리 선택 비율이 굉장히 낮다. 한국의 포포리 유저 수를 생각했을 때 확실히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북미 지역 최고 인기녀는 케스타닉이었다


북미 서비스 과정에서 가장 이득을 얻고 있는 수익 모델은?

북미 수익 모델에서 중점이 되는 것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탈것과 외형 등 치장 아이템이고, 둘째는 상자 같은 소모품이다. 세 번째는 시간을 절약해주는 VIP 패키지 서비스들이다. 수익 규모는 각각 1/3씩 잘 나누어져 있다.


일반적인 유저 수준에서 한국보다 북미가 더 라이트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현지에서도 그렇게 느끼는지 궁금하다.

하나로 묶어서 이야기하기 까다롭다. '테라'를 놓고 보면 북미에서 가장 하드코어한 맵은 한국 유저들 기준에서도 굉장히 어렵다. 가장 많은 중위권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하지만 게임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이 있다. 라이트 유저 역시 존재한다.


현재 북미 온라인게임 중 라이벌이라 생각하거나, 의식을 많이 하는 게임이 있나?

한 가지 게임을 집어서 말하기는 '테라'가 워낙 특이하다. '테라 아니면 이것'이라는 게임은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다. 대신 도전과제는 있다. 부분유료화 모델이라 고객이 다른 게임으로 전환하기 쉽다는 점이 그것이다. 떠나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 위해 짧은 주기의 업데이트도 진행하고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계속 과제로 남을 것이다.


북미 게임시장은 온라인 말고도 다양한 플랫폼이 어우러져 있지 않나. 미래에 대해 전망해보자면?

세 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로 인디 개발사들의 엄청난 성장이다. 투자비용과 규모는 작지만 굉장히 창의적인 구조와 콘셉트가 나오기 때문에 아주 좋은 현상이다.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풍성해지고, 그 좋은 발상이 규모가 큰 게임으로 전파가 되는 모습이다. 인디 게임은 앞으로도 많이 성장할 것이다.

두 번째는 모바일 플랫폼이다. 많은 회사들이 새롭게 투자하고 있어 성장이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차세대 콘솔 기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북미 유저들은 콘솔 시장 관심이 높기 때문에 차세대 콘솔에서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북미지역 유저 공모전을 통해 채택된 포스터


이번 지스타에서 눈에 띈 한국의 다른 게임이 있었나?

미팅 일정이 많아 슥 둘러보는 정도였지만, 우선 '킹덤언더파이어2'가 인상적이었다. 작년에 보이지 않다가 멋진 모습으로 재등장을 해줘서 반가웠다. '검은사막'도 흥미로웠다. 또 '에오스'에 대해 직원들이 많이 이야기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오히려 내가 질문을 하고 싶다. 어떤 게임이 마음에 들었나?
(기자가 무슨 게임을 이야기했는지는 둘만의 비밀로...)


많은 것을 알게 된 인터뷰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도 될까.

엠매스에 대해 자세히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한국 게임 개발사로서 맛보기 힘든 글로벌 블록버스터급의 성공을 이루어보기 위해서다. 이것은 어려운 과제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다. 글로벌 마인드로 글로벌 성공을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