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개월을 조금 넘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용군단'. 몇 년만에 등장한 좋은 확장팩이라는 평가와 일신한 시스템 등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행복도는 그 호평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게이머들은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순항을 이어가던 시절엔 확장팩 출시란 곧 게이머 수가 폭증한다는 뜻이었고, 이는 곧 서버 수요의 폭주와 지연시간의 증가로 이어졌다. 달리 말하면, 게임 좀 끊기고 접속이 불량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용군단'의 현실은 다소 과하다. 서비스 이후 1개월. 통상적으로 이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안정적인 서비스 태세로 돌아왔어야 했음에도 현 시점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이다.

▲ 필드 네임드전은 정상적인 전투가 거의 불가능한 정도

증상은 전형적인 연결 지연이다. 스킬 버튼을 눌러도 수 초 이후에 발동된다거나, 전리품이 제대로 수급되지 않는다거나, 이미 효과가 끝났어야 할 발동 효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네임드 랙이라 할 수 있는 '모내기'도 다시 돌아왔다. 세부 지역마다 서버가 다르기에 비교적 사람이 덜 몰리는 지역은 괜찮지만, '공성전'이 열릴 때의 '깨어나는 해안'이나 '공동체 잔치'가 진행 중인 '하늘빛 평원'은 정상적인 플레이가 절대 불가능하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또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용군단' 지역에서의 지연 시간 이슈는 국내 서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며, 글로벌 서버 모두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아예 서버 주체가 다른 인스턴스 던전에서는 문제가 불거지지 않지만, 필드 플레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블리자드는 지연 시간 이슈에 대응하는 보고 명령어를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핫픽스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몇 주는 서비스 초기보다 더 심해졌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인벤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이 어떠한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핫픽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언제쯤 서버가 정상화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주지 못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건 이 '지연 시간 이슈'가 이전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르다는 점이다.

먼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과거 서버 수용 인원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대기표를 발급하면서 접속 인원을 조정했으며, 이는 바로 전 확장팩인 '어둠땅'까지 이어졌다. 접속 시간을 놓치면 게임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지만, 어쨌거나 기다려서 접속에 성공하면 비교적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용군단'은 이 대기열 자체가 없었다. 과거를 비춰 보면 당연히 터져야 마땅했던 서비스 첫 날부터 대기열이 없었다. 성격 급한 이들은 이를 두고 '대기열이 없는 걸 보니 복귀자가 적은가보다. 이번 확장팩은 망했다'라고 생각하기도 할 정도였다.

▲ 지난 확장팩까지 볼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 이번엔 전혀 보이지 않는 '대기열'

다른 한 가지 특이점은 한 달이 지났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신규 확장팩 출시 때마다 사람이 모이지만, 1달이 지나는 시점까지 동시 접속자는 점차 줄어 안정기를 찾는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아직 정액제를 유지하는 게임이며,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한 달 기준으로 계정을 결제하기 때문이다.

결국, 작금의 서버 지연 이슈는 단순히 오픈 초기라 사람이 몰려서 그렇다 설명하기엔 너무 심하며, 또한 오래 지속되었다. 아직 게이머들은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필드랙'의 피로가 재미의 산맥을 타넘기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명백히 급한 건이다. 게이머가 느낄 괴로움이 즐거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기껏 잘 만든 확장팩도 빛이 바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