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글에서 순수하게 '영웅' 만 놓고 밸런스를 비교한 글을 보고 문득 글작성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현재 라이엇의 패치 방향성에 불만이 있는 유저들이 폭증하는 상황이라서 종종 그런 글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잘 작성해주셨지만 사실 순수하게 영웅만 놓고 비교하기에는 두게임은 시작점부터가 다르고 고려해야할 요소도 많죠.

 그래서 두게임을 모두 즐겼던 입장에서 두게임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게 나아가는지를 차근차근 써보겠습니다.

 장르 명칭은 업계에서 굳어진 MOBA로 지칭하겠습니다.

 롤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많이들 아실걸로 생각해서 도타2쪽 내용이 많을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이해도 쉬운 법이죠.
 
 도타2 베리 하이 기준이 아닌 일반적인 내용들을 기준으로 말씀드린다는점 알아두셧으면 합니다.
(잘아는걸 주저리 써봐야 데이터 낭비죠..그리고 혹시나 해서 적어두지만 요즘은 도타보다 롤을 더 많이 합니다.)


1. 게임의 출발점

 롤을 알기위해서는 먼저 도타를 알아야겠죠? 이러나 저러나 도타 올스타의 흥행이 있고나서 캐쥬얼한 MOBA를 지향하며 나온것이 이기에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도타는 율이라는 사람이 대딩때 만든 워3의 유즈맵에서 출발한 게임입니다. 그후로 여러명의 제작자를 거치면서(여러분도 익히 알고있을 팬드래건, 구인수는 도타에 크나큰 똥을 투척하고 라이엇에 합류합니다) 수많은 패치를 거듭했지만 사실상 도타 올스타를 완성도 있게 만들고 현재의 도타2가 있게 만든것은 Icefrog, 통칭 얼개입니다.(도타 올스타를 지나 도타2까지 맡고 있는 제작자입니다.)

 롤의 출발점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테니까 각설하고 두게임의 출발점이 어떻게 다른지 말씀드리자면 매니악 한지 캐쥬얼 한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도타2는 오리지날 도타와 워3 확장팩 이후 유즈맵 프로텍트가 풀리면서 일어난 대해킹맵시대를 지나(카오스는 이 시기에 등장한 비허가맵) 구인수가 초기 제작자 율에게 에디트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난 이후의 시기를 거치고 얼개가 완성도를 높일때까지 쌓인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당연히 MOBA로서의 깊이가 있을수 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매니아들이 선호할만한 게임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기존에 도타 올스타를 즐기던 유저들을 유입시키자면 롤이 취했던 캐쥬얼한 방향으로의 전환은 비현실적이었겠죠. 도타 올스타를 차세대 엔진으로 이식하여 정통 계승하는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에 반해 라이엇의 롤은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지던 도타 올스타와는 정반대로 캐쥬얼한 형태의 MOBA를 지향함으로써 좀더 다양한 유저층을 타겟으로 잡습니다. 이미 매니악한 MOBA 시장은 도타 올스타가 선점하고 있고 그 에디팅 라이센스는 얼개가 가지고 있으니 같은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이후 도타2가 도타 올스타를 정통계승하며 출시된 이후에도 한동안 캐쥬얼한 방향성을 유지합니다.

즉 정리하자면 애당초 두게임은 개발할때부터 포지셔닝이 달랐다는 말입니다. 게임을 개발할때 초기에 필수적으로 하는 것이 포지셔닝인데 서로 다른 유저층을 노리고 시작했었다는거죠.


(이분이 바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것 같은 롤독과 도슬람의 십자군 전쟁의 시작점인 도타 제작자 율선생)


2. 영웅 and 스킬

도타2와 롤은 시작점부터 달랐다는점을 먼저 살펴보았으니 이제 MOBA의 핵심인 영웅을 살펴봅시다.

 먼저 도타2의 영웅들은 이미 워3 유즈맵시절을 거쳐오면서 굉장히 많은 숫자가 만들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것을 약간 손봐서 도타2로 가져오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무료로 플레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기존에 계속 도타 시리즈를 즐기던 유저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미 예전에 알고 있던 영웅이기에 컨셉을 알고 있어서 출시되고나서 플레이하는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없으며 다음에는 어떤 영웅이 이식되어질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많은 버전을 거쳐오면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영웅들이기에 스킬셋의 완성도나 독창성, 컨셉면에서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소술사(인보커)는 원소를 조합해서 스킬을 만들어 쓰는 굉장히 독특한 영웅인데 무려 14개의 스킬을 사용할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액티브 아이템까지하면.. 아무튼 그래서 애지간한 초보는 인보커 잡으면 어버버버하다가 끔살 당하지만 숙련된 유저가 잡으면 마치 피아노 건반 누르듯이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죠.


 
 이번에는 롤의 영웅들을 봅시다. 물론 몇몇의 컨셉은 따온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래 있는 영웅들을 가져오는게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영웅들이죠. 그렇다보니 발매되자마자 OP로 등극하거나 관짝에 못박혀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영웅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MOBA에서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컨셉의 영웅들이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엇 개발팀은 전통적으로 양덕 집단(?)이라서 영웅이나 아이템에서 타 게임이나 특정 캐릭터의 오마쥬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것도 소소한 재미죠 ^^(이즈리얼의 춤이라던가..요우무의 유령검이라던가..양덕들의 사랑 닌자라던가..) 그리고 예전에 라이엇이 지금과는 다르게 영웅을 엄청난 속도로 찍어냈기 때문에 플레이 가능한 영웅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스킨도 많다는것도 장점입니다. 하지만..슬프게도 롤은 영웅을 rp나 ip로 구입해야하죠 로테가 있긴하지만 ㅠ


 아무튼 분명히 도타2도 롤도 개성 있고 멋진 영웅들을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영웅들의 스킬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도타의 영웅들이 가지고 있는 스킬들은 롤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력한것들이 즐비합니다. 
 예를들어 당장 기억나는것만해도 일단 저거넛(가면무사)의 궁극기를 보면 피오라의 궁극기가 이와 흡사합니다. 일시적으로 타겟팅 불가 상태로 돌입하면서 한명 혹은 다수에게 정해진 타격수만큼 때리죠. 그런데 저거넛의 궁극기는 이 상태에서 평타가 때려집니다! 그리고 그 평타가 온힛이에요! 심지어 타격수도 더 많고 특정템으로 강화시키면 더 많이 때립니다! 거기다가 궁으로 썰어버리는동안 아이템도 써집니다...
 이외에도 스킬들의 면면을 보면 롤에서는 궁극기칸에나 있을법한 스킬들을 기본스킬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깡뎀과 효과면에서 월등합니다.
(도타2 루빅의 궁극기는 상대방이 마지막에 사용한 스킬을 복사해오는겁니다. 말파이트나 아무무의 궁극기를 복사해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차이점은 기본적으로는 롤의 스킬이 계수를 가지고 있는것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도타2에는 계수가 없기 때문에 아이템을 사서 스텟을 올린다고 스킬이 더 쌔지거나 이런게 없습니다. 물론 아가님의 홀이라는 아이템은 특정 영웅들의 궁극기를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비싸기도하고 모든 영웅이 그 효과를 보는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롤은 내가 아이템을 사서 스텟을 올리면 계수만큼 스킬이 더 강력해지죠.

둘째로 도타2에는 서모너 스펠이 없지만 롤에는 존재합니다. 롤은 이 서모너 스펠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스펠을 드느냐에 따라 특정 영웅의 단점을 보완할수도, 장점을 더욱 강화할수도 있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용하는데에 골드도 필요없고 까다로운 조건도 필요없으며 단지 소환사 레벨만이 영향을 주는데 이또한 대부분의 소환사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죠.

셋째로 도타2에는 캐릭터가 회전하는데 딜레이가 있습니다. 시스템적인 이야기지만 이게 무슨말이냐하면 아무리 빠른 공속을 가지고 있더라도 롤과 같은 카이팅이 안된다는 겁니다. 왜냐면 롤은 내가 앞으로 가다가 뒤를 찍으면 바로 뒤로 돌지만 도타2는 그것에 딜레이가 있다는 겁니다. 이 미미해보이는 시스템이 게임 전반에 걸쳐 굉장히 큰 차이점을 만들어 내는데 아이템의 영향, 스킬셋의 구성과 맞물리면서 롤에서 생각하는 퓨어 원딜이 도타에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밑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도타2는 근거리 캐릭이 굉장히 강력합니다.

넷째로 롤은 원거리 딜러들의 탈출기가 너무 많습니다. 안그래도 멀리서 먼저 때릴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원딜이 탈출조차도 용이하고 위에 언급한 회전 딜레이가 없어서 굉장히 손쉽게 카이팅이 가능합니다. 거기다가 서모너 스펠의 도움과 밑에서 언급할 아이템 문제가 겹치면서 원거리 ad 캐리의 선택이 강제된다는 단점이 있죠. 그에 비하면 도타2에서의 퓨어 원거리 ad 캐리들은 생존기가 없습니다. 공격 아이템도 페널티를 받죠. 내가 자리잡은 곳에서 상대방을 먼저 죽이던가 내가 죽던가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도타의 원거리 딜러들은 스킬셋 자체가 매우 강력하거나 메두사처럼 원거리 딜탱 같이 다른 포지션을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롤과 도타2의 챔프들은 각각의 개성있는 컨셉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비교하는것은 무의미하며, 양게임간의 챔프들의 기본적인 스펙 차이점은 롤이 가지고 있는 계수와 서모너 스펠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회전 딜레이가 존재함으로써 롤과 도타2의 영웅들의 기본적 차이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거기에 원거리 퓨어 딜러는 롤에서 굉장히 흔하고 선택이 강제되지만 도타2는 그 포지션 자체가 드뭅니다.
(물론 1차적으로 순수하게 챔프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만 고려했을때 말이죠)

3. 골드 수급 and 포지션

 자 이제는 전통적인 MOBA의 기본 시스템인 골드 수급, 이와 관련해서 라인별 포지션에 대해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시다.

 먼저 롤과 도타2는 모두 동일하게 미니언 or 크립 막타를 치고 오브젝트를 먹고 상대방 영웅을 킬 또는 어시스트 하면서 골드를 법니다. 우리가 롤이나 도타2를 플레이하면서 행하는 모든 행위의 가장 1차 목적은 이 골드차이를 벌려서 월등한 아이템을 갖추고 손쉽게 상대를 압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상대방 넥서스를 날리면서 우물에 다이브하기위한..거죠. 그런데 이건 기본적인 이야기고 미묘하지만 굉장히 큰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일단 도타2에는 크립 디나이가 존재합니다. 상대방 크립 막타를 치면 골드가 벌리는건 같지만 아군 크립이 딸피가 되었을때 내가 상대방보다 먼저 막타를 칠수 있다는 말입니다.
 내 cs 먹기도 바쁜데 상대방 막타 방해까지 하는건 귀찮다라고 하실수도 있지만 이 크립 디나이는 라인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크립 디나이를 하면 상대방은 골드는 당연히 획득 불가능하고 경험치도 더 적게 먹습니다. 롤에서 먼저 2렙 혹은 먼저 6렙 찍으려는 노력을 하고 cs하나 더먹으려고 아둥바둥하는걸 생각해보면 상대방에게 야금야금 손해를 발생시킬수 있는 굉장히 유용한 방법이라는거죠.

 거기에 롤은 상대 영웅을 킬하면 킬에 관여한 영웅들이 보상골드를 받는데 도타2도 이것은 같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다르냐? 도타2는 죽으면 보유하고 있는 골드가 줄어듭니다. 세상에 내가 죽어서 cs와 경험치 손실을 입는것도 갑갑한데 내돈이 줄어든다니? 물론 위험 골드와 안전 골드라는 개념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까지 들어가면 너무 복잡해지니까...

 아무튼 당장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나 골드수급만 보더라도 도타2가 왜 매니악하다, 진입장벽이 있다라는 말을 듣는지 롤이 왜 캐주얼하다고 분류되는지 수긍이 되실겁니다.

 그럼 이제는 이 골드를 원활하게 수급하기위함과 관련된 포지션에서의 차이점을 간략하게 알아봅시다.
(사실 슬슬 졸리고 귀찮아집니다...:( )

 롤은 사실상 이제 EU메타 1112 즉 탑과 미드, 정글에 1명씩 가고 바텀에 원딜과 서포터 2명이 가는 포지션이 정석이 되었습니다. 프로 레벨에서는 라인 스왑을 걸기도 하지만 이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나 EU메타가 왜 정석이 되었는지를 설명하자면 끝이 없고 다들 이유를 아실테니까 생략하겠습니다. 그외에 영웅들의 포지션 분류도 굉장히 간단하죠. 라이엇에서 정해놓은 각 영웅들의 포지션이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우리는 탱커 브루저 어쌔씬 ad캐리 ap캐리 서포터 정글러 정도로 사용하죠. 사실 예전에는 라이엇이 EU메타나 영웅이 가는 라인의 고착화를 부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게 힘들다는것을 깨닫고 지금은 암묵적으로 인정한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롤이 띄고있는 캐쥬얼성과도 연관이 있는것이 어느정도 이런 정석적인 틀이 존재하는것이 신규 유저가 입문하는데는 훨씬 긍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서 도타2는 매니악한 MOBA답게 훨씬 복잡합니다. 초보존에서는 212가 거의 대부분이고 좀더 올라가면 1112, 113, 221 같은 롤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영웅 배치가 나옵니다. 역트라이레인이라던가 이것저것 설명하자면 피곤하니 넘어가겠습니다만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기본적인 차이점은 정글러의 차이 라고 생각합니다.

 롤에서는 당연히 정글러가 한명 있어서 버프몹과 오브젝트 컨트롤을 주도적으로 하며 각 라인에 도움을 준다 라는것이 상식인데 도타2에서 정글을 간다는 것은 내가 이 게임을 집도해서 영웅이 되던지 역적이 되겠다 라는 소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글이라는 추가적인 라인에 한명 더보내서 성장을 시키는것이 왜 리스크가 크냐? 그것은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도타2의 영웅들은 기본 스킬이 굉장히 강력한것이 그 이유인데 정글에 한명을 보내서 1112의 형태를 취했을 경우 113이나 221의 형태를 취하게되면 솔로라인을 서는 영웅이 굉장히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기본 스킬이 강력하기 때문에 크립 디나이나 풀링(정글몹을 라인에 끌고와서 사냥 + 일시적으로 내 라인을 당기는 효과를 봄)등을 활용하면 롤의 디나이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지옥을 보여줄수 있기 때문이죠.

 cs막타는 꿈도 못꾸고 경험치도 못먹고 라인은 당겨져서 올 생각도 안하며 여차하면 타워다이브의 위험에 지속적으로 계속 노출되는겁니다. 롤의 그것보다 더 심하게요.

 그래서 보통 이런 라인은 오프레인(아군 미니언이 상대방 타워쪽에 더 가까운 지점에서 만나는 라인)이라고 해서 거의 버리는 라인이 되며 굉장히 위험한 라인이므로 탈출기가 굉장히 좋거나 혼자서도 오래 버틸수 있는 몇몇 챔프들을 보냅니다. 세이프레인(아군 타워쪽으로 당겨진 지점에서 만나는 라인) 오프레인에 대해서 더 설명할것까지는 없어 보이네요.

거기다가 롤의 정글몹보다 도타2의 정글 크립들이 훨씬 쌔기 때문에 1레벨부터 정글링을 할수 있는 영웅도 한정적이고 그나마 갈수 있는 다른 영웅은 라인에서 조금 성장을 한 다음에 갑니다.

 아무튼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정글러를 기용하는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큰 영웅 배치이고 정글러 꼴픽은 트롤러 취급 받으며 현재 도타가 롤에 비해서는 영웅 배치의 다양성이 존재한다고 말씀드릴수 있겠습니다.
(물론 정글러가 굉장히 잘하면 게임을 캐리하기도 합니다..그러나 베리하이로 갈수록 견제가 빡빡하죠..)

 보통 도타2는 비공식적으로 하드캐리, 세미캐리, 안티캐리, 서포터, 시터, 이니시에이터, 카운터 이니시에이터, 누커, 로머, 갱커, 오프레이너, 탱커, 정글러, 푸셔처럼 굉장히 다양한 역할로 분류합니다. 물론 롤도 세부적으로 나누자면 위에 언급한것보다는 많겠으나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자하는 점은 도타2가 상대적으로 포지션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도타도 물론 op취급 받는 영웅이 있기는 하고 대회에서 이를 우선적으로 밴 혹은 픽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롤만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밑에서 언급할 아이템 측면이나 위에서 언급한 영웅 어빌리티의 강력함이 이런 모습을 만들어 냅니다만 분명히 각 챔프별로 가는 라인이 고착화 되어있는 롤의 상황에 비하면 유저 입장에서 훨씬 환영할만한 상황이다라는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종종 화제가 되는 상향 평준화 또는 하향 평준화가 영웅 컨셉에 끼치는 영향에서 비롯됩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아이템과 오브젝트를 후다닥 적고나서 총정리쪽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하나의 맵에서 정말이지 복잡한 머리싸움이 일어납니다)

4. 아이템

 아..이제는 정말 피곤해지네요..ㅠ 그래도 일단 쓰기시작한거 후다닥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아이템..MOBA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골드를 버는 이유는 이 아이템을 사서 상대를 끝장내기 위함이죠.

롤과 도타2 양쪽 모두 굉장히 다양한 아이템들이 존재하고 각각의 특색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게임은 결정적으로 아이템에서도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액티브 아이템과 소모품의 차이입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롤의 아이템이 원딜 친화적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롤의 아이템은 스텟에 중점이 두어져있고 도타의 아이템은 액티브 스킬에 중점이 두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원거리 영웅이 공템을 갓을때 패널티가 없습니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계수 시스템이나 영웅 스킬셋의 강력함과 연관이 있습니다.

 자 롤의 아이템들을 살펴봅시다. 롤에도 많은 액티브 아이템이 있지만 그렇게 추가되기 시작한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기는 롤이 도타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던 시절과 맞물려 있습니다. 캐쥬얼한 MOBA로 시작했지만 고정 유저층이 늘면서 전략 전술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깊이를 더해주어야할 시기가 롤에도 다가왔던것이죠.

 쉽고 간단하다는 것은 흥하기 쉽지만 그만큼 금방 질릴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신규 영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일 손쉬운 또다른 방법이 신규 아이템을 통한 다양화였죠.

 하지만 롤에는 계수가 존재하고 그 계수를 활용하기위해서는 스텟이 중요합니다. 스텟이 우선 확보가 되어야 그다음에 액티브를 고려하는거죠. 예를 들자면 존야 액티브가 지금보다 더 시간이 긴데 주문력을 현재의 절반밖에 안올려준다고 칩시다. 그러면 초중반 딜로스를 감안하고 존야 선템을 갈 미드라이너가 몇이나 될까요?
존야가 코어템으로 꼽히는 모르가나조차도 한번쯤은 고려해볼겁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롤의 영웅 스킬의 중심에는 계수가 있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액티브효과보다도 아이템이 올려주는 스텟이 우선적으로 고려됩니다.
(물론 액티브가 굉장히 좋아서 가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인 아이템의 기본 구성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도타2에는 계수가 없습니다. 대신에 스킬 자체가 강력하고 액티브 아이템이 제공하는 효과가 엄청납니다. 액티브템을 하나 사면 스킬이 하나 더 생기는 수준이죠.
단적인 예로 천상의 미늘창이라는 아이템은 상대방을 무장해제시키는 액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장해제 시킨 상대방이 4.5초동안 평타딜을 못넣습니다. 롤에서 원딜이 4.5초동안 평타딜 못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리프레셔라는 아이템은 모든 스킬의 쿨타임을 초기화시킵니다. 즉 qwer하고 리프레셔 쓰면 qwer 또한다는거에요. 리산드라가 한타때 궁을 두번 쓰는걸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롤은 공템을 사면 원캐든 근캐든 똑같은 효과를 봅니다. 그러나 도타2는 기본적으로 원캐가 먼저 때리는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서 효과에 차등을 둔 경우가 많습니다. 롤로 치면 무한의 대검을 사면 원거리 캐릭터는 공격력을 60만 얻는다거나 이런식으로 말이죠. 사실 롤에서 근거리캐리(마이라던가...피오라라던가..)가 굉장히 약체 취급 받는것은 이 영향이 큽니다.

이런식으로 롤은 굉장히 스텟 중심의 아이템 구성이 되어있었고 도타2는 액티브 위주의 구성이지만 최근 라이엇에서도 변화를 꽤하면서 다양한 액티브 템이 나왔습니다. 물론 그 강력함은 도타2보다는 떨어지지만요.
원딜 친화적인것은...여전하구요.


5. 총정리

 사실 총정리를 하기전에 오브젝트 부분도 쓰려고 했습니다만...시간이 너무 늦어서 급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위에서 롤은 이런데 도타2는 이렇다라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저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롤과 도타2의 밸런싱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위에 간략하게나마 써놓은 차이점들을 읽어보셧거나 알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수긍 하실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당초 캐쥬얼하게 시작하고 계수, 서모너 스펠, 스텟 중점의 아이템 등을 가진 롤은 하향 평준화로서의 방향을 취하는 것이 적합했고 이미 방대한 기반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매니아층을 겨냥했던 도타2는 상향 평준화로서의 방향이 적합했다는 것이죠.

 상향 평준화를 거듭해서 현재 롤의 챔프들이 죄다 강력했다면 한타가 일어났을때 초보들은 저게 뭐가 재밌는지 뭘 잘했는지 볼수도 없었을 겁니다.
롤만 플레이해보셧던 분들이 도타2의 한타를 보시고 처음 느끼는 기분과 비슷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쟤들이 지금 뭐한거야? 뭘 막 쓰고 퍼퍼펑하더니 끝낫어..<-- 바로 이거죠.

위에 나열한것 말고도 도타2의 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더스트를 뿌리고 스모크 쓰고 정글몹 스택을 쌓고 등등등 신경쓸게 어마어마하게 많죠.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시스템이 복잡해서 신경쓸것도 많은데 영웅이 너무 강력해서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순삭 당한다면 초보의 입장에서는 거기에서 진입장벽이라는 것을 느끼고 쉽게 접게 됩니다.

롤이 세계적으로 성공한데에는 분명히 MOBA인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부할것이 적고 진입장벽이 낮게 느껴진것이 한몪했다는것 부정하실분은 없을겁니다.

캐쥬얼한 MOBA는 하향 평준화가, 매니아를 위한 MOBA는 상향 평준화가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양측의 리드 디자이너인 모렐로와 얼개의 밸런싱 철학의 차이점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지금의 롤로 발전해 오기까지 모렐로가 없었다면 아마 진작 망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렐로든 얼개든 둘다 자신의 게임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들이고 이것은 분명히 누구도 부정할수 없을겁니다.

단지 저나 여러분이 최근 느끼고 있는것은 이것이겠죠. " 롤도 도타처럼 영웅만의 개성이 살아있었으면 좋겟다"

저는 롤의 하향 평준화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너프된 카사딘의 정체성, 개성은 뭘까요? 궁극기를 이용해서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법사입니다.
그런데 궁극기를 너프하는것은 좋았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카사딘의 정체성 자체가 희미해졌죠.

최근 라이엇의 MOBA로써 깊이를 더하려는 움직임이나 하향평준화는 문제 없지만 챔피언의 개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어찌보면 여러분도 다들 알고있을 결론을 말하기 위해 긴글을 써봤습니다.

쓰다보니 새벽이 되고 졸려서 뭔가 처음 생각한대로 글이 잘 안써지고 두서없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서 최소한 도타2와 롤이 이렇게 다르고 이런 이유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있었구나라는걸 이해하게 되신분이 한분이라도 계신다면 제가 보람을 느낄 수 있겠네요.

좀 더 토론을 원하신다거나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댓글로 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