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선수 정말 잘하시는것같아요... 예... 대단해요.."

승자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은 짧았지만 너무나 많은 의미가 함축되고 팬들에게는 뜻깊은 문장이 아닌가 싶다.

플라이하면 KT의 유일한 구멍이라고 평가받던 선수다. 다른땐 잘할지 몰라도 SKT만 만나면 스코어가 전 라인을 풀어줘도 플라이의 어이없는 실수에 한끝차로 페이커에게 킬을 내주고 게임을 숱하게(?) 말아먹던 장본인. 오죽하면 KT는 미드를 바꾸지 않는 이상 SKT 상대로는 무리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그런 플라이가 해냈다. 주눅이 들지도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도 않았다. 그가 직접 말한 대로 어제 경기에서 페이커는 정말 잘했고 플라이는 라인 cs를 (기억하기에) 전경기에서 지긴 했다. 경기끝나고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이 이해가 갈 정도였으니. 하지만 플라이는 라인전 cs가 전부가 아니란 것을 멋지게 증명해냈다. 갱호응, 스킬연계, 텔포로밍, 필요한 곳에서 살아가는 능력, 불필요한 실수 안하기 모두 완벽했다. 그가 진 것은 유일하게 라인전 cs하나. 그것빼고 전부 페이커를 압도하는데 성공했다. 미드 라인전을 지고 게임을 이기기가 프로경기에서 얼마나 힘든지를 떠올려보라. cs를 지면 위축되고 결국 킬도 당하는게 너무나 당연한 프로씬인데. 비단 플라이가 이제껏 SKT를 상대로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를 반복했던 모습을 생각해봐도 어제 플라이의 플레이는 굉장히 안정감있고 예술성도 있었다. 과감함과 정확함이 섞인 쿨한 플레이였다. 이니시는 애로우, 게임을 풀어준 것은 스코어였지만 제깍제깍 합류하고 킬을 캐칭하며 필요한 플래이를 거침없이 해내는 모습에서 전경기 mvp를 받아도 손색없는 경기력이었다 말할 수 있다.

모든 프로선수가 안정적이란 이유로 노잼픽을 고집할때 플라이는 질리언부터 시작해서 아우렐리온 솔, 그리고 최근에 탈리야까지 독특하고 개성있는 챔프를 주챔으로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석픽만으론 성적이 안나오는듯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결국에는 플라이의 그런 변칙적인 픽이 오랜 시간끝에 필요한데서 재대로 빛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전 경기에서 플라이 2,3밴이 나온것이다. 플라이의 블라디와 탈리야가 SKT입장에서는 매우 상대하기 까다롭다 생각했는지, 아니면 페이커에게 또 다시 '인간 상성 구멍파기'의 칙명을 내렸든지 슼은 집착적으로 미드 밴을 고집했고 그덕에 KT의 다른 라인은 주도권을 가지고 상대를 그대로 털어버릴 수 있었다.

한때 KT도 들었던 비판이고 모든 프로팀이 간혹 가다 듣게되는, 보는 입장에서도 가장 이해안가지만 자주나오는 모습중 하나. 아니 탑3밴이 나왔는데 다른라인은 왜 못이김? 서폿3밴이 나왔는데 왜 다른라인이 못이김? .... Xx 3밴 밴해서 손발잘랐는데 못이김?

그런 비판 들을 일없이 미드 2밴 3밴이 나와서 KT는 멋지게 이겼다. 미드가 주로 밴을 당한 kt에 비해 kt는 skt상대로 정글밴을 하면서 정글 주도권을 가져갔다. 어제 승리의 1등공신은 플라이가 고생한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골적인 저격밴픽에 플라이가 라인전에서 고생할 수 밖에 없었던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의 진정한 장점. '강심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의 4차원적인 성격덕에 5경기 밴픽 화면에서도 긴장한 빛을 찾아볼 수가 없었단 것도 재미있었다. 패패의 상황에서 아우솔같은 픽을 할 수 있는 선수? 내가 알기론 미드에선 플라이밖에 없다. 긴장할땐  실수도 하는 선수지만 할때는 제대로 해주고 상대 입장에선 예측할 수없는 선수가 플라이인 것이다.

그런 플라이를 찬미해본다. 페이커를 상대로 쉽지가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만 봐서는 일종의 통한까지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쉬운 기색이 있어보이긴 했지만 어제 경기에서 분명히 그는 이전의 실수를 만회할 충분한 빛을 발했다. 강팀을 상대할때의 '똥파리'가 아니다. 어제만큼은 분명한 '킹파리'였다. 이제 다음주 결승에서 파리가 진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상대는 인간상성 페이커가 아니고  같이 페이커만 만나면 고생하는 동지 쿠로다. 벌써부터 이 대결이 기다려진다. 이겼음에도 페이커를 상대로 본인이 가지게 된 아쉬운 감정을 LCK 결승에서 어떤 경기력으로 승화시켜 떨쳐버릴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