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탄막 게임이 된 롤

논타겟이 너무 많아서 이동기를 가져야하고, 이동기 있는 챔피언을 제압하기 위해서 좋은 CC 혹은 순간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누킹이 필요합니다. 그 누킹도 논타겟이니 다시 이동기가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 연쇄의 책임을 맵 구조에서 찾습니다.

 

1. 타워 사이의 거리가 너무 짧고 타워가 초반에 너무 강하다

원거리에서 CS 쌓을 수 있는 스킬 가진 챔피언은 안정성이 너무 높습니다. 미니언 좀 버리더라도 작정하고 사리는 챔피언을 잡아내기가 불가능합니다. 상대를 '작정하고 사리게' 만들 정도로 라인전이 터프한 챔피언들은 보통 후반에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기에 CS 좀 더 쌓는게 큰 이득이 아니기도 하고. 이 때문에 라인전만 보고 간다는 챔피언들이 아예 사용되지가 않습니다. 타워 간의 거리가 짧으니 여차하면 숨기는 쉽고, 풀피로 타워 안에 숨어 있는 챔피언을 잡아내는건 라인전 페이즈에선 불가능.

 

이에 따라서 라인전이 고착화되는걸 막기 위해 존재하는 정글러들도 설계에 제약을 받습니다. 단번에 접근할 수 있는 이동기와 타워 안에 숨기 전에 따낼 수 있는 강력한 CC 혹은 누킹 중 하나를 가져야 합니다. 이 중 한가지가 없으면 개입하기가 지나치게 힘듭니다. 엘리스, 리신, 니달리는 이것들을 가진 대표적인 예시들이죠. 이 구조는 다시 계속해서 연쇄적으로 문제를 낳는데, 강력한 CC가 많은만큼 스킬딜 꼽아넣는게 아니라 평타로 지속적으로 딜하는 근접캐릭이 힘이 엄청 빠집니다. 접근부터가 힘든데 접근해서도 제대로 딜 넣기 전에 CC 맞고 거리 벌어지니까요.

 

이 점은 포지션을 강요합니다. 도타의 경우엔 0/1/1에 가까울 정도로 라인 하나를 비우고 3명이 초반부터 활발하게 로밍을 다니기도 하고, 1/3/1로 라인을 시작, 상대 미드를 압박해 상대 서포터를 미드로 불러내고 자기들은 갱킹으로 캐리를 잡아내거나 백업 오는 서포터를 끊는 플레이도 많이 나옵니다. 이런 다양한 배치가 가능한 이유가 타워가 비교적 약해서 3명이 어그로 핑퐁하면 1렙때도 다이브가 가능하기도 하고, 상술했던 것처럼 라인과 라인 사이의 거리가 더 멀어서 경험치만 먹을 수 있는 거리도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밑에서 얘기할 문젠데 진입로가 다양해서 와드 하나로만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도 없어서 더욱 더 활발하게 서로 개입하게 됩니다.

 

2. 강에서 라인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 부족 - 식물 추가로 일정부분 해결

일단 강으로 내려가면 강을 쭉 따라가야 다른 라인에 도착해. 와드 하나로 다 확인할 수 있고, 그 외의 경로는 이동기가 있는 챔피언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식물의 추가로 이동기가 없는 챔피언들도 조금 더 다양한 경로로 진입할 수 있게 됐죠.

 

그럼에도 여전히 용둥지 혹은 바론둥지에서 상대 레드쪽으로 진입할 수 있는건 너무 큰 이점입니다. 반대로 상대 레드에서 바론둥지, 용둥지로 도망칠 수 있다는 것도 적극적인 플레이의 리스크를 많이 줄여주고. 물론 이것도 식물추가로 많이 개선이 된 부분이죠.

 

3. 챔피언 디자인

1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맵 구조상 이동기/강력한 CC기/누킹이 없으면 개입이 힘듭니다. 이 셋 중 하나가 없으면 타 라인에 개입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정글러들에겐 필수적인 기능인데, 만약 정글러로 개발된 챔피언들만 이것들을 가지고 라이너로 만들어진 챔피언들에겐 이것들이 없으면 그냥 정글러로 라인을 서겠죠. 따라서, 라이너로 뽑히는 챔피언들도 정글러로 설계된 챔피언들과 동등한 수준의 CC/이동기/누킹을 가지게 됩니다.

 

다음은 논타겟입니다. 상술한 점처럼 롤 챔피언들은 필연적으로 CC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단, 롤에는 소환사주문 점멸이 있기에 타게팅 CC는 너무 위협적입니다. 그 외에 개발철학도 타게팅은 숙련도 차이가 적고, 당하는 쪽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적으며 사용방법에서 다양한 재미를 주기 힘들다고 계속해서 논타겟으로 바꿔가고 있죠. CC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킬을 논타겟으로 바꿔가고 있지요. 타게임에서는 사거리가 짧지만 확정적인 타게팅 VS 사거리가 길지만 확정적이지 않은 논타겟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지만, 롤은 논타겟으로 거의 통일된 상황이죠. 너무 많은 논타겟이 관통이라 브루져가 앞에서 대신 맞았을 때의 이점이 적고, 관통이 아닌 논타겟 스킬들은 방어적인 아이템에 어느정도 투자해도 심각하게 아픕기도 하구요.

 

추가적으로 챔피언을 디자인할 때 포지션을 상정하고 만들다보니, 더욱 고착화된 디자인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단, 이 부분은 진입장벽을 심각하게 낮춰줘서 롤 흥행에 도움을 준만큼 장점이라면 장점이기도 합니다. 도타 밴픽은 정말 어렵거든요.

 

4. 마치며

다 모르겠고 뽀삐로 올 탱템가도 딜러 잡을 딜이 나오는데 아트록스 같은 좆병신을 누가 할까요. 탱커에 체력퍼뎀 다는건 어떤 미친 새끼 아이디어일까요. 안 그래도 누킹 순삭메타인데 천둥군주 같은건 누구 대가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일까요. 롤하면서 궁금한게 너무 많습니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