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부족한 분들은 맨 아래에 요약 글 읽어 주셔도 됩니다.
어제 플옵경기 1~4세트 통합리뷰인데, KT를 스노우볼 뽕에 취하게 만든 1세트와 가장 큰 전환점이었던 2세트만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우선 어제 경기 보면서 아프리카의 판짜기 능력이 경이롭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이유에는 코치진의 역량도 있을 것이고, 선수들의 상대에 대한, 자기 자신들에 대한 연구도 있었겠죠.
이런 생각을 하는건 저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1세트 부터 4세트까지 이어진 KT와의 경기에서 아프리카의 밴픽의 구성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스노우볼 조합을 열어주고 그걸 카운터 치는 형식이죠.
그것을 위해 항상 유칼의 승리했었던 챔피언풀을 고정적으로 2~3밴하여 잘라줍니다.(블루에선 미드3밴, 레드에선 2밴)
1세트에서 skt전과 매우 유사한 조합을 구성한 kt를 아프리카는 올라프 -> 트런들로 카운터,
탈리야 -> 갈리오로 대응하는 준비된 픽을 합니다. 
탑에서 항상 중요하게 밴이든 픽이든 되는 갱플랭크는 카밀로 맞상대 하게되죠. 
주도권을 한번만 잡게되면 카밀은 갱플상대로 쥐고 흔들수 있습니다.



(KT의 스노우볼 조합의 안전벨트인 갱플랭크)

바로 이걸 못하게 만든게 kt가 1세트에 잘한 것 입니다. kt 조합에 보험역할은 갱플랭크였습니다. 
클템해설이 늘 강조하시는 시간제한이 있는 극단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스노볼 조합이지만 도벽갱플이 안전망 역할을 해줍니다.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도 갱플 때문에 할 만하다 얘기를 할 수 있는거죠.
아프리카도 이 점을 모를리가 없었게지만 올라프의 1렙 인베이드로 3버프 컨트롤, 이후 초반 트런들 3렙때에 5렙 올라프가 렙차를 이용해서 카정, 트런들 몰아내고 탑에는 신경도 못쓰게 만듭니다. 이후 본인은 솔로드래곤으로 첫 용까지 가져오게됩니다. 
이것으로 갱플이 무난하게 압박받지 않고 성장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트런들의 개입이 없을 뿐 아니라,
카밀의 적극적인 E를 이용한 딜교환도 용납하지 않게 된거죠. 
정글차이가 어마어마 한 것과 더불어 아래쪽 블루 시야도 정글주도권을 이용해 KT가 잡고 있기 때문이었죠.


(갈리오, 트런들을 몰아내고 블루까지 먹는 KT)

이 장면 이후에 KT는 블루쪽 지역 시야를 장악하고 카밀은 당연히 수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정글 주도권을 이용해 차근차근 스노볼을 굴려가면서 자연스레 갱플을 보호하게 만들어 준거죠. 
이후엔 갱플이 카밀보다 트포가 먼저 나오게 되면서 탑 주도권도 갱플이 가져옵니다.
사실상 승기를 잡은거죠.  
잘 큰 갱플을 이용해 이후 한타에서 연거푸 이득을 보다가 바론 나온 타이밍에 한타 대승하여 바론까지 먹고 겜을 잡게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2세트 밴픽에서는 KT가 약간 변화를 줍니다.


(극단적인 스노우볼 조합이 아닌 아지르와 이즈리얼로 어느정도 타협을 한 KT)

탈리야가 살았음에도 아지르를 가져오고 바텀쪽에 케이틀린같은 라인전 강한 픽이나 이 다음경기에서도 대활약하는
카이사를 거르고 이즈리얼을 가져옵니다.
어느정도 중후반 캐리력을 바라본 것인데, 다만 대활약했던 러쉬의 올라프는 고정이었죠.
굳이 따지자면 1세트보단 컨셉이 확실하지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아프리카가 올라프의 중요성을 몰랐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1세트를 보고 나온 모글리가 어느정도 대처가능할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KT의 밴중에 모르가나를 포함한 서폿 4밴이 몰려있는데 투신을 상당히 견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모르가나
선 밴을 할 정도로 신경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가 카밀을 상대하기위해 준비해온 듯한 말파이트 막픽까지 뽑으면서 선공권도 아프리카가 세고, 한타 시너지도 잘맞는 조합을 완성합니다. 
이 경기에서도 역시 3버프 컨트롤로 시작하게 되는 올라프는 이전 경기처럼 초반 5렙대 3렙, 2렙 격차를 내면서 모글리를 압박합니다. 
스카너는 도망다니면서 5렙까지 조금씩 성장합니다. 
그리고 기가막힌 타이밍에 아프리카는 기회를 스스로의 힘으로 잡게 됩니다.


(마나가 오링난 브라움과 이즈리얼의 귀환을 끊는 투신)

귀환을 끊은, 단편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견제플레이가 슈퍼플레이가 된 장면입니다.
이즈리얼와 브라움이 귀환하지 않고 CS를 받아먹기 위해 타워옆에서 기다리게 되고 바루스는 천천히 라인을 밀게되는데, 



(미니맵을 보면 작지만 블루지역에 KT 와드하나가 박혀있다. 스카너가 지우러가는 모습)

스카너는 아직 5렙인 상황 아군 블루지역에 와드가 박혀있는 것을 확인한 스카너가 저 와드를 지우고 딱 6렙이 됩니다.
곧바로 바텀으로 달린 스카너는 다이브를 결정하는데 그 이유가 또 있습니다.




미니맵에 아지르가 귀환타는 것을 쿠로가 핑으로 찍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텔을 들고 있죠.
러쉬 올라프의 위치가 확실친 않지만 카밀은 텔이 없고, 아지르는 합류가 불가능, 상대 봇듀오는 마나도 제대로 없는 상태, 이런 조건들이 모이고 딱 맞게 와드먹고 6렙이 된 스카너는 벨코즈의 텔 합류와 함께 다이브를 감행합니다. 



(플까지 써서 빠지려했으나, 꼬리맛 제대로 본 이즈리얼)

결국 봇듀오를 둘다 잡아내고 바텀타워 체력을 거의 깎아내고 이후 완전히 가져온 바텀주도권을 이용해
대지드래곤을 가져오고 후에 바텀 포블까지 자연스레 가져오게 됩니다.
이에 마음이 급해질 수 밖에 없는 KT는 선수를 치죠. 탑도 바텀이아닌 미드에서,


(유칼의 통한의 미스, 이 실수가 단순히 스펠손해, CS 손실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올라프를 부르고 유칼은 과감하게 EQR 콤보를 넣지만 미스를 냅니다. 
결국 반대로 아지르의 스펠만 2개가 빠지고 퇴각하죠. 
이것만으로도 더 맘이 급해지고 굉장히 기분나쁜 손해인데, 아프리카는 KT가 스스로 벌린 이 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바텀타워를 깨고 스왑한 봇듀, 케이티 봇듀도 부랴부랴 뛰어오고 있다.)



(미니맵상으로 보이는 아프리카 봇듀의 움직임, 걸리지않게 아군 레드쪽으로 돌아서 미드로 가고있다. KT 봇듀는 이제야 탑에 도착한 상황)



(미드에 도착하고 아지르를 포착하자 점멸 RW로 이니시를 거는 라칸, 마타 브라움은 이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내려오기 시작.)

완벽하게 아프리카가 설계한 장면입니다.
탑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보이지않게 돌아 미드를 공략하다가 노스펠인 아지르를 그대로 이니시걸어 잡아내고 미드포탑까지 가져오게 됩니다.. KT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만든 장면이라 더 대단한 것 같습니다.


(미드를 가져오는 KT)

그 이후 불리해질 대로 불리해진 KT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탑 공략을 위해 아프리카의 중심이 23분경에 잠깐 탑쪽으로 쏠리게 되는데 그 틈에 미드를 공략하게 됩니다.
이후 정비를 위해 KT 대부분의 선수들이 귀환하는 와중 러쉬의 올라프가 상당히 안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군이 귀환하는 와중에 바론 체크를 위해 너무 깊숙히 들어가는 러쉬)

바루스가 미드에서 보였었고 스카너도 위쪽으로 가는 모습을 본 러쉬는 당연히 아프리카가 바론을 치고있지는 않을거라는건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굉장히 안일하게 안심하고 바론 둥지 깊숙히까지 와드를 지우러 들어갑니다. 
강조하게되지만 아군이 귀환하는 와중에 말이죠.
숨어 있었던 라칸과 벨코즈 곧이어 합류한 스카너에 의해 올라프는 당연히 1데스를 갖게되고 이후 바론을 내주게 됩니다.
사실상 게임이 끝나는 장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말파이트 픽이 카밀 스플릿 푸쉬를 막으면서 동시에 한타는 더 좋고, 미드와 원딜의 존재감 차이는 벌어질대로 벌어졋는데, 바론까지 내주고 나니 이후 저항할 힘이 없어진 케이티는 그대로 공략당하다가 허무하게 2세트를 내줍니다.

이 2세트가 큰 의미를 갖는 이유가 한 가지 있는데, KT는 이 경기를 짐으로서 다시 본인들의 확고한 스타일로 
회귀하게 됩니다.
바로 '극단적인 스노우볼 조합'이죠. 
사실 2세트는 KT의 밴픽을 아프리카가 압살했다, 조합때문에 졌다, 이런건 아니었습니다. 
정글 올라프의 우위를 1세트처럼 살릴 수 만 있었다면 비슷한 결말이 될 수 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KT의 실수와 맞물려, 아프리카의 바텀 다이브와 치밀한 설계장면으로 인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KT는 자신들이 이겼던 1세트를 생각하며 발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리는 조합을 구성하게
됩니다.



(올라프를 뺏어오는 아프리카, 그리고 신의 한수인 지휘관의 깃발 카르마)

3세트 밴픽입니다. 여기서부턴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제목을 저렇게 지은 이유부터가 바로 '자신들이 이겼던, 1세트처럼 하고 싶었던 KT'를 그대로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밴픽에서부터 농락해버리고 템(지휘관의 깃발) 선택으로 노리던 바를 제대로 적중시킨 아프리카의 함정이었기 때문이죠.
블루사이드이기 떄문에 선픽을 가져올 수있는 아프리카는 역시 미드 3밴을 하고 탈리야를 사실상 강제시킵니다.
그리고 1,2세트 초반 자신들을 괴롭혔던 올라프를 뺏어오죠.
kt는 역시 탈리야를 가져오고 원딜 3밴이후 크레이머의 바루스를 뺏어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아프리카가 노렸던 바인듯 1,2경기에서 왜 안나오지 싶던 카이사를 여기서 꺼내듭니다.
카이사는 라인전이 약하지만 q,e 진화를 하게되면 미친듯한 하드캐리를 보여주는 원딜인데, 여기에 카이사를 보좌해주는카르마를 뽑습니다. 
그리고 다 아시다시피 카르마는 지휘관의 깃발을 구매하면서 팀 조합에도 걸맞고 상대 탈리야의 픽까지 카운터치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kt는 이후 탐켄치, 쉔과 같은 글로벌 조합을 구성하면서 역시나 시간제한이 있는, 한타 페이즈로 무난하게 들어가면 불리해지는 조합을 구성하게 됩니다. 
자신들의 스노우볼을 굴러가게 만드는 1등 공신이었던, 올라프가 없는데도 말이죠.
분명 발 빠르고 갱 호응도 좋고 cc도 좋은 조합이지만, 아프리카가 너무 준비를 잘해왔고 생각해온대로된 3세트였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지휘관의 깃발로 탈리야와 세주의 발을 묶은 아프리카가 무난하게 초반을 넘기고, 중반한타에서 
승리를 거둔 후에 바론까지 먹고 무난하게 어찌보면 너무나도 쉽게 생각한대로 3세트를 승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4세트도 역시 비슷한 수순으로, 아프리카의 생각대로 전개됩니다.


(스카너,올라프,카르마등을 밴하면서 이전 경기들을 신경쓰는 kt, 아프리카는 준비해온대로 레드에선 미드 2밴으로 탈리야 강제, 상대 스노우볼의 핵심인 올라프를 밴)

kt는 역시 스노우볼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는게 들어나는 밴입니다. 
카르마의 지휘관의 깃발이 얼마나 껄끄러웠는지, 바로 밴을해버리죠. 그리고 이전경기에서 활용했던 정글들을 밴해놓고 자야를 먼저 가져옵니다.
아프리카는 원딜과 서폿챔프들이 다열리자 과감하게 케이틀린 선픽을합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정글중 가장 무난한 세주아니를 가져오면서, 미드를 숨깁니다.
다음 픽에서 케이티는 탈리야와 자야라칸의 강한 바텀조합을 구성합니다.
네. 분명 강합니다.
상대가 케틀모르가나만 아니라면요.
모르가나 픽은 2세트에서 kt가 밴을 했듯이 분명 신경을 쓰던 챔피언이지만 냉정을 잃은 것인지 모르가나가 살아있음에도
자야라칸을 먼저 구성해서 봇듀오조합을 오픈해버립니다.
모르가나의 블랙쉴드는 kt의 선제 이니시를 담당하는 라칸의 rw 콤보를 카운터치기 때문에 이후 연계 cc에도 상당한 에러가 있을 수 밖에 없죠.
당연히 모르가나를 가져온 아프리카는 일단 바텀 라인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조합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이후 kt는 굉장히 무난하게 아지르와 갱플을 밴합니다. 
아프리카는 이니시와 초반싸움에 능한 자르반과 이전 세트들과 동일하게 스노우볼이 굴러가면 스플릿에 탄력받는 나르를 밴합니다. 그리고 숨겼던 야스오를 꺼내듭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야스오는 6킬을 하고도 이후 연거푸 3데스를하며 케이틀린에게 mvp를 뺏기긴 합니다.  
그렇지만 초반 힘싸움에서 한타 때마다 대승을 하는데 일조했고 kt 입장에선 야스오 픽자체가 상당히 껄끄러웠을 겁니다.
이후 쉔과 그라가스로 역시 글로벌 궁극기가 2개나 되는 탑미드 라인 조합을 구성하는 kt.
아프리카는 야스오와 시너지도 낼 수있고 무난하게 뽑기 좋은 탱커 오른을 픽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아프리카가 2세트를 잡아낸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2세트 패배로 인해 kt는 이후부터 자신들이 잘하는 조합을 구성하려고 애를 쓰지만, 아프리카는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연구해온 대로, 준비해온대로 게임을 풀어가면서 skt전에 이어 승리를 거둔 kt의 1세트 스노우볼 조합을 사실상 강제하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합니다.
올라프를 뻇어오거나, 탈리야를 여러방식으로 카운터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4세트의 결과는 역시나 아프리카의 승리로 아주 손쉽게 마무리 됩니다. 


긴 글 요약
1. KT는 1세트 스노우볼 조합으로 크게 이기면서 이 조합에 상대가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뽕에 취했다.

2. 아프리카가 2세트 KT의 극단적인 스노우볼 조합이 아닌 어느정도 타협한 조합에 승리를 거두면서 KT는 그동안 자신들이 이겨왔던 극단적인 스노우볼 조합으로 회귀하게 만든게 주요했다.

3. 밴픽과 게임내에서도 여러방면으로 카운터치고 중요 피스(올라프)를 빼오면서 플레이까지 완벽했던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