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번지 소프트웨어 ⊙장르: MMOFPS ⊙플랫폼: PS3, PS4, XBOX360, XboxOne
⊙발매일: 2014년 9월 9일


'데스티니(Destiny)'의 베타 주간이 지나갔다. 언뜻, 공개된 영상을 보곤 '저건 뭐 지금까지 봐온 게임들과 다른게 없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기자도 같은 심정이었다. 열혈적인 '헤일로' 시리즈 팬보이라 자부하는 기자에게 그런 낮은 기대치는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베타가 시작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베타가 시작되어, 접속한지 십분만에 시네마틱 오프닝을 감상하고 필드에 '내던져지고' 나자, 그런 불안감이나 의심 따위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우리는 이미 가디언이 되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뒤바뀌어버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이미 우리는 이 세계 안에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베타가 끝나고 다른 세계에 다녀온 듯한 묘한 뒷맛을 다시 감상하면서, 불안, 의심, 기대 등등 이 모든 생각들이 한 문장으로 귀결 되었다. 이 게임, 가히 '완벽하다.'



■ SF(Space-Fantasy)로 재구성된 신화의 이야기


'데스티니' 시네마틱 오프닝

'데스티니'의 이야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판타지(Space-Fantasy)임에도 오히려 고전 신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약한 인류, 구원자 신, 고대의 적, 한차례 파멸과 재생, 선택받은 영웅으로서의 사명까지. 인류를 위대한 위치로 끌어올려 놓았으며, 위기에서는 인류를 위해 희생한 '트레블러'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그 어느 신보다 헌신적이고 고귀하다. 행방이 묘연해진 트레블러는 고스트와 스피커를 통해 신탁을 내리며, 마치 요르문간드를 생각나게 하는 적 '다크니스'는 다시금 옥쇄를 조여온다. 이 신화에서 우리의 역할은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이 되는 것이다.


게임의 이런 신화적 분위기는 특유의 배경음악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더욱 부각된다. 번지의 전작 '헤일로' 시리즈부터 내려온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배경음악은 '데스티니'에 와서 더욱 더 아름다워졌으며, 영상 컷신이나 게임의 진행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깨트릴지도 모르는 SF적 설정 같은 세세한 디테일이 아닌, 이야기의 커다란 그림을 제시함으로서 신화적 모티브를 게임 곳곳에 심어놓았다.


스페이스 판타지, 포스트 아포칼립스, 고대 신화라는 현대 시나리오의 3대 인기요소가 모두 결합된 이야기는, 제각각 자신의 맛만 강하게 내는 조합되지 못한 잡탕 요리가 아니라 세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완성품의 향을 진하게 낸다. 비록 베타에서 공개된 것은 아직 도입부 뿐이지만, 전망이 밝아보이는 이유는 플레이어의 감정을 잡고 흔드는 '스토리텔링'의 질 자체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던,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신화의 영웅, 플레이어 캐릭터


'데스티니'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게임은, 오래 전 전쟁으로 죽은 전사인 주인공을 '고스트'가 살려내며 시작된다. 당장은 무장도 없고, 이 시대에 어떤 지식도 없는 채로 고스트의 인도를 따라갈 뿐이다. 게이머는 거대한 폐허와 마주하게 되고, '멸종'의 위기를 겪은 인류의 현실을 깨닫는다. 기본적인 무기가 지급되고, 점프쉽을 얻고, 폴른 아콘을 죽이고 나면, 본격적인 사명의 시작이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기본 직업은 타이탄, 헌터, 워록의 셋으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재 각 직업별로 두가지 특화직업이 있으니 총 여섯종류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 직업은 가진 고유능력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대신, 하나하나 모두 서너가지 옵션을 부여할 수 있어 스킬 세팅마다 최적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이 다르다. 여기에 네종류의 주무기와 세종류의 특수무기, 두종류의 중화기를 선택해 캐릭터의 전투 방식을 조합할 수 있다.


오토라이플, 펄스라이플, 스카웃라이플, 핸드캐논의 네가지 주무기는 모두 각각의 확실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토라이플은 적절한 명중률과 데미지, 주무기중 가장 많은 장탄수, 훌륭한 연사력으로 쉽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펄스라이플은 기본적으로 3점사이며, 이 때문에 실질적인 장탄수는 적지만 훌륭한 명중률을 가져 원거리의 적을 한번에 하나씩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스카웃라이플은 세미오토 단발이지만 가장 뛰어난 명중률과 사거리, 적절한 연사력으로 대부분의 거리에서 고른 위력을 발휘한다. 핸드캐논은 가장 적은 장탄수를 가지고 있지만 빠른 재장전 및 연사와 높은 데미지를 가져 중, 근거리에 적합하다.


특수무기의 경우 샷건, 퓨전라이플, 스나이퍼라이플의 세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근접전, 중거리 교전, 장거리 교전에서 최대의 효율을 발휘한다. 이 세 특수무기는 장탄수는 적지만 모두 기본무장보다 매우 높은 화력을 가져 강력한 네임드급 적을 상대하는데 적합하다.

중화기는 머신건과 로켓런처로, 각 직업의 슈퍼 차지 어빌리티에 필적하는 위력을 갖는다. 평균적으로 미션 당 한두번 정도 사용할 만큼의 탄약이 주어지며, 주로 위기상황이나 강력한 보스전에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직업 능력과 세종류의 무기를 조합해 나오는 전투방식의 종류는 처음 예상하게 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각 능력이나 무기간 밸런싱도 상황과 목적에 따른 차이가 부각되고 성능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 실제 베타기간 내내 상당히 다양한 무장조합을 만나볼 수 있었다.



■ 새롭지는 않지만, 가히 완벽한 전투


'데스티니' 미션 플레이

만약 '데스티니'를 플레이할 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면 필시 실망하게 될 것이다. 비록 '데스티니'가 훌륭한 모티브를 가진 시나리오와 매우 뛰어나고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매력적이고 잘 짜여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가졌다 해도, 오직 '데스티니'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처음의 실망감도 잠시,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플레이하다보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된다. 총알 한발한발 쏘아나갈 때마다, 수류탄을 던지고 기술을 날려 적을 처치할 때마다, 심지어 총을 재장전할 때까지도, 마치 애니머스 안의 데스몬드처럼 게임에 빠져드는 것만 같다.

입이 떡 벌어질만큼은 아니지만 강렬하고 세련된 그래픽, 둔탁한 중저음과 효과적인 고음이 맞아떨어지는 사운드, 손끝으로 전해지는 묵직한 진동 등. 이제 번지는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게임경험을 전달하는 능력이 극에 달해, 플레이어는 마치 혼입효과에 걸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게임에 녹아들게 된다. 꼭 대화면 고화질의 디스플레이와 저음이 풍부한 고성능 이어폰, 헤드폰을 사용하길 권장한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번지는 게임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시키보다는 이미 확립된 게임경험을 극대화시키는 쪽을 택했다. 사실 이런 완벽주의야 말로 번지를 대표하는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헤일로' 시리즈 역시 시스템 면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게임이었다기 보다는,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스페이스 판타지 FPS를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를 위해 번지는 자동조준 도움과 시야각, 조준점 움직임의 세밀한 조정, 컨트롤러의 진동과 사운드, 그래픽 이펙트를 최대한 활용한 게임경험 극대화 등 게임의 전체 틀 못지 않게 디테일을 조정하는데 힘썼다.


번지의 명성 높은 NPC의 전투 AI 역시 건재하다. 아직 완벽히 조정되지는 않아 가끔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적은 유저가 재장전 중일 때나 수류탄 같은 주요 무기를 사용하는 등의 상황에 맞추어 공격과 회피를 선택한다. 또 유저가 오랫동안 엄폐하고 있을 경우 엄폐물 양쪽을 돌아 같이 포위 진형을 짜기도 한다. 같은 미션을 할 때에도 세부적인 상황의 차이에 따라 AI는 다른 선택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의 전투를 맛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오히려 MMO라는 장르에 걸맞는 부분인지도 모른다. 보다 많은 플레이 시간을 들이고, 다양한 게이머들 사이의 콘텐츠 반복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화와 잘 조정된 디테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번지는 그 쉽지 않은 임무를 잘 해내고 있다.



■ 2014년 9월 9일, '운명'을 기다려라



사실 '데스티니'는 번지에서 처음 개발하는 MMOFPS 게임이다. 사실 콘솔과 PC를 넘나들며 FPS를 개발해온 베테랑 개발사 번지이지만, 아무래도 MMO가 가지는 특유의 개발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닐터. 물론 지금까지 공개된 '데스티니'는 본격적인 MMO 보다는 MOFPS에 가깝지만, 최소한 오픈월드 콘텐츠가 더 추가될 때까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재까지 발매된 콘솔 플랫폼 MMO 중 크게 성공했다 할만한 게임은 '파이널판타지11' 뿐이다. 최근의 '판타시스타 온라인2'나 '파이널판타지14 ARR' 등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작' 타이틀을 주기엔 시기상조다. 더군다나 이 세 타이틀은 모두 PC버전이 같이 발매된 결과지만, '데스티니'는 오직 현세대와 전세대의 콘솔 4기종으로만 출시되는 게임이다. 더군다나 MMOFPS는 지금껏 기록할만한 성공을 거둔 작품이 없는 아직까지 생소한 장르다.


이러한 일종의 '도전'에 번지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 지금까지 잘해온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데스티니'는 아주 정석적인 번지 스타일 FPS다. 더군다나 온라인이다. 이 게임의 단점은 PC버전이 예정에 없다는 것과 (한국인 한정)영어라는 것 뿐이다.


베타에서 확인한 '기본 틀'은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중요한 것은 이제 그 내용이 얼마나 깊이있는가다. 기자는 일단 올해 최고의 게임 후보에 '데스티니'를 올려놓을 생각이다. 경쟁자가 누구든 이 게임에 대한 의심은 들지 않는다. 운명의 발매일은 9월 9일. 다같이 기다려보자. Destiny Await.


■ PS플러스 협동미션 '데빌스 레어(Devil's Lair)' 플레이 영상


'데빌스 레어(Devil's Lair)' 협동미션 플레이 1편

'데빌스 레어(Devil's Lair)' 협동미션 플레이 2편

'데빌스 레어(Devil's Lair)' 협동미션 플레이 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