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 애정을 가지고 4400+ 찍으며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런데 요즘 접속하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자꾸 든다.
분명 스펙은 올렸는데 강해졌다는 체감보다는 시스템의 벽에 막힌 느낌이 더 크고, 함께 쟁하던 형님들과 동생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걸 보며 이게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아이템 가치 하락,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제작진이 제작 아이템의 가치를 직접 떨어뜨리는 듯한 패치가 반복되고 있다.
누가 명분을 가지고 스펙업을 하겠나? 그저 기다렸다가 반값에 사는 게 승리자가 되는 구조라면, 지금 열정적으로 지갑을 여는 유저들은 소위 말하는 '호구'가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지갑 여는 게 뭐 그렇게 대수냐, 목숨 걸고 열심히 할 필요 있냐"라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또 "그냥 적당히 중간만 가면서 즐겨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간만 가라'는 식의 조언은 사실 게임에 가장 진심인 사람들을 다 내쫓는 소리와 같다. RPG에서 성취감을 빼면 무엇이 남겠나?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운영 한 번에 퇴색되는 상황에서 '즐겜'은 불가능하다.


패치 노트 또한 너무 불친절하다. 정확한 수치 데이터 없이 "상향함", "하향함" 정도로 끝나는 설명은 유저들을 지치게 한다. 어떤 로직으로 바뀌었는지 몰라 유저들이 직접 몸으로 때워가며 확인해야 하는 상황, 우리가 유료 유저지 무보수 베타테스터는 아니지 않나.


한 달 반 동안 "대격변"을 외치며 기다려달라더니, 정작 나온 결과물이 단 하루 만의 피드백에 다시 손봐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했다. 이게 정말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방향성인가? 이런 갈팡질팡하는 운영 속에서 하드 유저들의 노력은 그 의미가 너무나 쉽게 퇴색되고 있다.

가장 허탈한 건, 밤새 폐지 줍고 공들여 스펙업 하는 것보다 라방이나 커뮤에서 목소리 높여 징징대고 꽹과리 쳐서 얻어내는 패치가 훨씬 가성비 좋고 빠르다는 사실이다.


냉정하게 말해 아이온2는 정말 운이 좋은 게임이다. 아이온1이라는 훌륭한 IP와 기가 막힌 출시 시기 덕분에 이만큼 온 것이지, 지금의 운영은 유저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미완성'에 가깝다. 지나친 완화로 경제는 흔들리고, 열심히 달린 사람들의 성취감은 사라졌다.


지금 아이온2에 열을 올리는 건, 어쩌면 나중에 반값으로 풀릴 가치를 비싸게 사는 일일지도 모른다. 제작진이 중심을 잡을 때까지 관망하는 게 답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작진에게 진심으로 바란다."지금 사면 호구"라는 말이 유저들 입에서 나오는 게 얼마나 치욕적인 상황인지 알아줬으면 한다. 우리는 공짜를 바라는 게 아니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배신당하지 않는 환경, 그리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을 원할 뿐이다.


아이온2, 제발 제대로 고쳐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 나도 다시 예전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접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