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피통 줄여라, 너무 어렵다, 내 직업 버프해라, 쟤는 너프해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유저들의 요구사항들. 보고 있으면 개발진도 참 고달프겠다 싶다.
뭘 해도 욕먹는 상황이니까.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게 단순히 유저들이 극성맞아서 생긴 일일까?
아니, 이건 게임이 잘못 만들어졌다는 신호다.


유저들 목소리 듣는 건 좋다.
그런데 기준 없이 이쪽 저쪽 다 들어주다 보니 패치가 '누더기'가 됐다.
이 직업 눕는다고 버프해주고, 저 보스 어렵다고 피통 깎고.
그렇게 모두를 만족시키려던 '어루고 달래기'식 운영의 결과가 지금 어떤가?
커뮤니티나 갤러리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암담하다.
중심 없는 친절이 오히려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내가 오늘 피 터지게 올린 스펙이 내일도 모레도 가치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왜?

내일 누가 또 '어렵다'고 징징대면 보스 난이도가 낮아질지 모르고, 누가 '사기다'라고 하면 내 직업이 칼질당할지 모르니까.
메타가 바뀌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납득이 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저 소리 큰 쪽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이런 판에서 누가 자기 스펙에 자부심을 느끼겠나.


이 게임의 종착지는 어디인가?
유저들의 징징거림에 휘둘려 여기저기 땜질만 하다 보니, 정작 게임이 가져야 할 날카로운 개성은 무뎌졌다.

중심 잡힌 철학 없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패치는 결국 게임을 아무 색깔 없는 쓰레기로 만들 뿐이다.
유저를 달래지 말고, 시스템으로 납득시켜라.
내가 쌓은 스펙이 내일도 나의 확실한 무기가 될 거라는 믿음.
그 당연한 '확신'조차 주지 못하는 게임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지금의 암담한 분위기는 유저의 탓이 아니라, 방향을 잃은 개발진이 자초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