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온2 시즌 초, 그 루드라 필드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전투가 한창이었는데, 제가 픽 쓰러지자마자 그녀가 다가와서 부활을 걸어주더라구요.


그 따스한 빛이 내 몸을 감싸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이 누님은 마음씨가 곱구나..."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죠. 그 후로 시즌이 바뀔 때마다 파티를 하고, 필드 보스 잡으러 다니고, 밤새 채팅창에 수다를 떨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더라구요


그녀는 게임 속에서도 차분하고 섬세한 말투로 저를 챙겨주고, 제가 힘들 때마다 "오빠, 조금만 더 힘내요~" 하면서 위로해주는 그런 여자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완전히 빠져버렸죠. 마음이고 뭐고, 게임 속에서든 현실에서든 다 주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음.

그러다 마침내, 용기 내서 오프라인 데이트를 제안했죠. 첫 만남 장소는 스타벅스. 평범한 커피숍이었지만, 그날만큼은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녀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실제로 본 그녀는 게임 아바타보다 더 차분한 미인이었죠. 긴 머리를 살짝 넘기며 미소 짓는 모습, 그리고 그 섬세한 눈빛... 저는 그 자리에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녀만 바라봤습니다. 귀는 그녀 목소리만 들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빠..." 그 한마디에 제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게임 이야기, 현실 이야기, 서로의 고민까지. 그녀는 정말 착한 여자였어요. 마음씨가 고우면서도 조용히 듣고, 적절히 공감해주는 그런 타입. 그 순간 저는 결심했습니다.


"저... 우리 사귈까요?"


용기 내서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거절이었죠.


"왜일까..."


저는 아직도 그 순간을 곱씹고 있습니다. 제가 그녀에게 마음을 다 주었는데, 그녀도 분명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이었는데. 쉽게 승낙하기가 애매해서 일부러 밀당하는 건가? 그런생각 하면서요.

아니면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나? 게임 속에서는 그렇게 따뜻하게 살려주던 그녀가, 현실에서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