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색이라도 갖추자 — 전방 피해 증폭?

세상 살다 살다 전방 피해 증폭은 처음 봄.

이게 도대체 무슨 원리로 증폭되는 거임?

발동 조건이 어떻고, 밸런스가 어떻고를 말하는 게 아님.
그냥 전투 상황 자체가 납득이 되냐는 이야기임.

후방 피해 증폭은 그래도 구색이라도 갖춰져 있음.

상대의 정면에서 칼 맞대고 싸우는 것보다
등 뒤를 잡아서 공격하는 게 더 치명적이다.

게임적 허용을 떠나서도
“아, 뒤를 잡았으니까 더 아프구나.“라는 최소한의 설득력은 있음.

근데 전방 피해 증폭은 대체 뭐임?

왜 정면에서 때리면 옆구리에서 때리는 것보다 더 아픈 거지?

상대가 날 똑바로 쳐다보고 방어할 준비까지 하고 있는데
정면에서 때렸다는 이유로 갑자기 딜이 증폭됨.

최소한 RPG라는 역할극 안에서 그럴듯한 명분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음.

예를 들어 탱커가 몬스터의 정면을 고정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면,

도발 계열 스킬을 사용했을 때
탱커에게만 보이는 개인 약점이 몬스터 전방에 노출된다든지,
정면에서 공격해야 할 이유를 세계관이나 전투 시스템 안에 녹여낼 수도 있었을 거임.

그러면 적어도

“아, 그래서 탱커는 정면에서 싸우는구나.”

라는 구색은 갖춰짐.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응, 전방에서 때리면 피해 증가.”

수치 하나 딱 박아놓고 끝내버리니까 너무 초딩스러움.

물론 역할극에 심취한 뻘소리라고 할 수도 있음.

근데 RPG라는 게 결국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거 아닌가 싶음.

스킬 하나, 옵션 하나에도
왜 이런 효과가 있는지 그럴듯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들이 모여서 하나의 전투 방식과 세계관을 만들 때

“이 게임 진짜 오밀조밀하게 잘 만들었네.”

라는 느낌을 주는 거 아닐까?

밸런스를 위해 수치를 만드는 것과
그 수치에 납득할 만한 이유까지 만들어주는 것.

나는 그 차이가 결국
잘 짜인 RPG와 그냥 숫자놀음 RPG의 차이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