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퀘스트 -

항구는 여전히 북적거렸다. 긴 항해를 마친, 또는 시작하려는 거대한 범선들이 늘어선 부두 위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족을 만나 반가워 하기도 하고, 또는 눈물 짓거나 한껏 웃으며 떠나는 배를 배웅하기도 했다. 티아마트와 레드는 똑같은 기억을 떠올리며 나란히 걷고 있었다. 부두에 늘어서 있는 거대한 배들 사이에, 조그마한 배 하나가 남실남실 움직이고 있었다. 뱃머리 쪽에 대충 휘갈겨 쓴 듯한 필기체로 'Enki' 라고 적혀 있는 그 배가 티아마트의 첫 항해를 도울 '엔키 호' 였다. 이미 항해 준비는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기분이 이상해. 엄청 설레는데......슬퍼."
"괜찮아."

티아마트가 배에 오르며 조용히 말했다. 레드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 쓸쓸한 마음을 이해하는 탓이었다. 일주일 정도 걸리는 짧은 항해라지만 누구도 환영하지 않고, 기다려 주지도 않는 항해를 떠나는 마음은 레드 역시 편치 않았다.

"선장님, 의뢰서는 챙겨오셨죠?"
"응."
"그 스테인드 글라스가 어디 있는 거죠?"
"암스테르담 광장 교회 사제님한테 물어보랬어. 에, 나 애기 아니야! 다 기억한단 말이야!"
"그래그래."

티아마트가 펄펄 뛰자 레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신호를 보내자 기다리고 있던 출항 보조원이 부두와 배를 연결하던 줄을 풀었다. 도르레를 감아 내려놓았던 닻을 끌어 올리자 배는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드는 닻줄을 잘 정리해 놓은 뒤 키를 잡고 있는 티아마트에게 살짝 가보았다. 티아마트는 키를 고정시킨 뒤, 선수에서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기대어 바다에 빨려들어가기라도 할 것처럼 바다를 쳐다보고 있었다.

"티아!"
"레드?"

혹시 빠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게 다가간 레드가 티아마트의 어깨를 잡아채다시피해서 난간 안쪽으로 끌고 들어오자, 티아마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드를 쳐다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왜 그래?"
".....아냐. 배고프지 않아? 밥먹자. 내가 먹을 거 가져 올게."

레드는 티아마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해치를 열고 창고 쪽으로 들어갔다. 마치 바다로 들어가버릴 것같아서,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것같아서 였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첫번째 이유는 그렇다치고, 그렇게 황급히 자리를 피한 것은 의외로 많이 성장한 티아마트에게 당황한 것도 있었다. 자신을 보는 놀란 듯한 파란 눈에 살짝 달아오른 볼. 기다려온 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 - -

"일지요?"
"네. 일지에 개보수 공사 때 일을 적어놨던 것 같아요. 책장에 있으니까 필요하시다면 가져가셔도 됩니다."

사제의 말에 티아마트는 책장이라고 보기에는 뭔가 이상한 제단 앞의 책장을 향했다. 두꺼운 일지를 보자 갑자기 읽기 싫은 마음이 확 피어오른 티아마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일지를 중간에서 확 펼쳤다.

15XX년 X월 X일 
보수공사로 인해 성모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제단 뒤쪽 아래 창고에 보관했다.
이 성당(네?)의 사제로 배치되었을때 선물로 받았던 것인데,
지난 날을 생각해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와앗, 찾았다!"

먼지가 가득 낀 스테인드 글라스에는 어려운 글자로 뭔가 빼곡히 적힌 거울 같은 것이 함께 놓여 있었다. 사제의 허락으로 스테인드 글라스를 발견물 일지에 적어놓고, 그 성모의 부적이란 것을 선물로 받은 뒤, 스테인드 글라스 디자인 스케치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왔을 땐 꽤 늦은 시간이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참 짧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서와요, 선장님."
"지금은 배가 아니니까 그냥 티아라고 불러도 되잖아!"
"그래그래."

한껏 기분이 좋아진 티아마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레드가, 그녀의 뒤를 따라 온 마차에서 내리는 한 뭉치의 짐을 발견하고 물었다.

"저건 뭐야, 티아?"
"응, 마원단. 돈이 조금 밖에 없어서 많이 사진 못했어. 런던에다가 팔려구. 요새는 다들 항해에 관심이 많으니까 돛재료로 많이 쓰이는 마원단을 가져가면 괜찮을 것같았거든."

생글생글 웃으며 이야기하는 티아마트는 응석쟁이가 아니었다. 가슴이 꽉 조여오는 듯한 기쁨과 떨림을 애써 감춘 레드는 티아마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마원단을 창고에 옮기기 시작했다.

- - -

다음날 밤, 두 사람은 북해 한 가운데에 있었다. 워낙에 가까운 지라 나침반도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날씨도 맑을 듯 했다. 티아마트와 교대로 키를 잡던 레드가 키를 고정시켜두고 살짝 선장실을 향했다. 3일 전까지만 같았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들어가서 조용히 키스한 다음에 나왔을 레드인데, 이상하게 떨려서 선장실 문을 잘 열 수가 없었다.

"레드야?"
"!...아, 응. 잘 자나 해서 보러왔어."
"키고정 했어?"
"응."

잠시 이어진 침묵이 깨지면서 문이 살짝 열렸다. 문틈으로 얼굴만 빼꼼히 내민 티아마트가 손을 뻗어 레드를 잡아당겼다.

"왜그래?"
"집에서 하던 것처럼 해줘."

잘 때까지 있어달라는 얘기였다. 레드는 웃으며 순순히 끌려 들어가 주었다. 티아마트는 누워서 눈을 감고 있었고, 레드는 티아마트의 손을 꼭 잡은 채 곁에 앉아있었다.

"우리가 에이미 엄마를 찾으러 가게 되는 날은 언제 일까, 레드?"
"분명 멀지 않을거야."
"사실은, 찾기 전에 돌아와 줬음 좋겠어."
"그럼 티아는 그 다음엔 뭘 할래?"
"계속 모험해보고 싶어. 에이미 엄마처럼 될거야."

이내 티아마트의 손 힘이 빠진 뒤에야 레드는 일어났다. 이마에 살짝 키스한 뒤, 차마 입술에는 키스하지 못한 채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 설레임만으로도 쓸쓸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 계속 -

더블젤리님~ 사랑얘기 맞아요;;; 실망 하셨나요? ㅠㅜ
하이옴님~ ㅎㅎㅎ 케이프 타운, 멀죠;;;
Amethy~ 사실은 마스트에 매달았다가 상어밥으로 줄까 생각했어.
시에라이언님~ 키키키 아메군은 엄청 좋아하던데요? 앗, 둘이 혹시....?!
EST님~ 넷! 그리고 의외로 나이차이가 안나는 건 에이미와 레드도 마찬가지랍니다!
함vs장님~ 칼집냈습니다~제 캐릭터가 모티브라서요. ^^ 인기 좋은가요? /////

- 유후~>ㅅ<;; 제 소설 조회수가 처음으로 100을 넘었습니다!!!
- 대항 하고 싶다...백수는 유료게임을 맘대로 못합니다;;
- 제대로 된 PC방은 차타고 30분. 버스타고 한 시간. 걸어서 2시간 추정.
- 어쨌거나 러브러브 모드입니다~
- 다들 사랑가득~한 밤 되세요. 화이트 데이를 위한 칼은 천천히 가셔도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