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런던 관광 중 -

티아마트는 혼자서도 충분히 아프수를 안내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레드는 티아마트가 방향감각이 빵점이라는 이유를 들어가면서 따라왔다. 티아마트는 아침의 뿌루퉁했던 레드의 태도에 여전히 기분이 나빴다. 게다가 간간히 설명이 틀릴 때 마다 레드가 정확히 집어내는 통에 좀 전부터는 아예 레드와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티아, 저긴 어딘데 사람이 저렇게 많지?"
"서고야! 책을 필사 할 수 있는데 대신 돈을 내야해. 아피는 책 좋아해?"
"에이미 덕분에."
"응, 나도 그래."

티아마트가 아프수의 말에 동의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Amethy는 활자중독이다 싶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선장실에도 집에도 각국에서 모은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레드나 티아마트가 서고에 거부감없이 들락날락하는 것도 Amethy의 덕이 컸다.

"그럼 저기 커다란 동상은......에이미?"
"어디에?"

아프수는 광장 한 가운데 있는 동상을 가리키다 말고 놀란 듯 말했다. 티아마트가 어디 있는가 두리번거리다가 곧 Amethy를 찾았다. 그녀는 동상 근처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려는 티아마트를 레드가 잡아세웠다.

"왜?!"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잖아. 혼자 있는게 아닐 거야."
"진짜야 티아. 저기 라이언이 같이 있어."

뾰로통해져서 레드에게 투덜거리는 티아마트를 아프수가 돌려 세워 Amethy를 가리켰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Amethy의 뒤로 먹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양손에 들고 있는 남자가 다가와 있었다. 그는 Amethy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봉투 하나를 건네준 뒤 곁에 앉았다.

"약속이 시에라이언 아저씨를 만나는 거였던 거야?"
"저 두 사람 인도에서도......"
"......"

아프수는 레드가 어깨를 톡톡 치는 것을 느끼고 말을 맺지 못하고 돌아보았다. 레드는 손으로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해보이고 눈으로 티아마트를 가리켰다. 티아마트는 뚱한 표정으로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의아한 듯 레드와 티아마트를 번갈아보던 아프수는 잠깐동안 즐거운 표정으로 미소를 짓더니 티아마트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나 왕궁 쪽에도 가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어, 어! 하지만 왕궁은 이쪽이 아냐."

티아마트가 앞장 서서 왕궁쪽을 향했다. 슬쩍 걸음을 늦추던 아프수는 어느새 레드의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묵묵히 따라가기만 하던 레드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 걸음을 맞출 건 없는데. 지금 널 안내하는 건 티아잖아."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죠. 강은 언제나 바다로 흐르니까요."
"뭐?"

아프수의 뜬금없는, 하지만 계속 신경쓰고 있던 부분을 파헤치는 이야기에 레드가 물었다. 하지만 아프수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형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햇빛에 비친 아프수의 투명한 물빛 눈동자가 레드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울컥'하고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오고 있었다. 레드가 입술을 있는 힘껏 깨무는 것을 보고 아프수는 걸음을 서두르더니 티아마트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레드는 걷기를 멈추고, 곁으로 다가오는 아프수를 맞아 따뜻한 표정을 내보이는 티아마트를 지켜보았다. 숨이 멎을 듯한 고통이 입밖으로 나오려고 움찔거리고 있었다. 결국 뱉어낸 말은 한 마디 뿐이었다.

"그렇지 않아."

- - -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마자, 세 사람을 맞은 것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 있는 Amethy와 웃는 얼굴의 시에라이언이었다.

- - -

'또 식구가 늘었네.'

레드는 생각했다. 아래층에서는 조촐한 파티가 한창이었지만, 두통을 핑계로 대고 올라온 것이었다. Amethy의 행복은 기뻤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가정을 꾸리는 일을 반대하거나 막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Amethy와 시에라이언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면 자꾸 그 모습이 티아마트와 아프수의 미래로 보여 견뎌내기가 어려웠다.

'똑똑'

"누구세요?"
"......"

아무 말없이 멀어져가는 발자국소리. 레드는 조용히 문을 열어보았다. 문 앞에 케이크와 주스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고, 티아마트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티아."
"화 내지 마......"

티아마트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서러움과 알 수 없는 잘못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그 때, 레드가 티아마트를 꽉 끌어 안았다. 샘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펑펑 솟아나던 눈물이 잦아들었다. 티아마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레드를 밀쳤다.

"미안."
"......나 화 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

티아마트가 황급히 내려갔다. 레드는 한숨을 쉬며 문을 닫고, 와들와들 떨고 있는 자신의 몸을 진정시키려 침대에 쓰러지다시피 누웠다. 바깥에 놓아둔 채 잊어버린 케이크와 주스 생각을 했다. 어떻게 생각해도 밀려오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싶은 탓이었다.

- 계속 -

EST님~ 우웃~감사감사~후후후 질투모드랍니다.
함vs장님~ 자나깨나 기다려주시면 고맙(지 않)죠!
더블젤리님~ 후후후후....가벼운 질투를 하고 있는 남자는 귀여워요!
하이옴님~ ㅠㅜ 재미있게 느끼시면 다행이에요!
카에르님~ 죽을 죄를 졌사옵니다...-ㅁ-;;;;; 심지어 두번 다 오타라니! 죽여주십시오!
길마님~ 풋. 아마 영영 그럴 일이 없....사실 좀 더 비중있는 역이었는데 시나리오가 많이 바뀌어서요....우후후;;;

아아...새벽에 몰래 글쓰는 자의 비애입니다.
남자의 소심한 질투는 귀여운 것이지요.
그럼 전 위험한 관계로 짧게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