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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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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
[소설]산들바람 후에 몰려오는 폭풍 - 음모 - 2리우에서 상인들이 오고 난 뒤, 엠펠 영지는 분주해졌다. 그리고 영지의 해군은 뜻밖에 들어온 소식에 모처럼만에 얻었던 한가한 휴가를 반납하고 잔뜩 부풀어 오른 볼을 부여잡으며 바다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상인들이 대양을 건너오는 동안, 산산 조각난 배의 파편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정보였다. 대양 무역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엠펠 영지로 오는 상선들을 습격하는 해적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기에 엠펠에서는 철저한 경계를 하고 있었지만 넓은 해역을 모두 신경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생겨나는 일이었다. 병사들이 모두 모여 해군의 함선들이 바다로 나갈 때 까지, 병사들 대부분은 잔뜩 굳은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바다에 나온 지 하루 정도가 지나자, 대다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다. 엠펠 영지의 해군들은 3가지로 유명했다. 백작 가문에서 주는 많은 액수의 봉급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함, 그리고 바다를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더 이상 바다에 머물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물자가 거의 바닥날 때까지 바다에 머물다가 육지로 들어오는 일들도 있었다. 초계함대의 기함인 ‘산들바람’의 갑판에 서서 넘실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그 역시 대부분의 병사들과 같은 마음이었다. 백작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영지의 공자들과는 달리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불만이었던 그였다. 하지만 바다에 나와 항해를 하면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원망하던 것을 그만 둘 수 있었다. 바다란 육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포근함과 상쾌함, 아름다운 경치를 그에게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샤라인은 시간이 남을 때라면 거의 언제나 초계함대를 따라 바다에 나가곤 했다. 배를 타보지 않은 자들은 절대 느낄 수 없는 바다의 낭만을 좇아서 말이다. “바닷바람이 찹니다, 공자님. 선실에 들어가 계십시오.” 갑판의 가장 앞쪽에 서서 배 주변을 따라오는 돌고래들을 바라보고 있는 샤라인에게 함대의 제독이자 백작가의 충실한 가신들 중 하나인 얀 프로체스크가 걸어와 말했다. 샤라인은 그의 말을 듣고는 뒤돌아서서 그를 바라보더니 작게 미소 지었다. 때마침 바다의 차갑지만 포근한 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샤라인의 검은 흑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얀 경. 그보다 병사들은 어떤가요?” 샤라인이 휘날리는 머리들을 정돈해 자그마한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며 말하자 얀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그가 샤라인에게 충고를 했을 때는 말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얼굴로 여유롭게 웃으며 더욱 더 중요한 이야기들로 화제를 옮기는 샤라인에게, 그는 더 이상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샤라인의 말에 대답해야만 했다. “병사들은 모두 기분이 풀린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지방의 병사들이 아닌, 엠펠 영지의 병사들이니까요.” 얀의 말에 샤라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병사들이 아직도 불만스러워 하고 있었다면 근처의 섬에라도 상륙해서 자그마한 파티라도 벌여볼 생각이었다. 바다는 넓은 만큼 그 사이사이에 섬도 많았기에 섬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이군요. 이제 곧 군도가 나타날 테니 함대가 흩어져서 생존자를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어요? 난파한 배들이 있으니 혹시라도 살아남은 생존자나 해안가에 떠내려 온 교역품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던 사항에 대해 샤라인이 말하자 얀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원들이 불만스러워한다면 약간은 고민해 볼만도 하는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군도의 사이사이를 뒤지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찾는 작업을 명령하는 것은 적절한 것이었다. “그래야겠지요.” 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샤라인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얀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배 후미의 마스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배 자체의 크기가 많이 크지는 않았지만 전투능력보다는 작전범위와 기동성을 중요시해서 만든 초계함이기 때문에 길이는 길었다. 기함이기 때문에 특히나 더 깔끔히 정리되어있는 갑판을 가로질러 배 후미의 공간으로 올라가는 샤라인을 보고 얀은 혀를 내둘렀다. 샤라인은 바다에 나와 있을 때엔, 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빼곤 언제나 배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특히나 함대의 전열이나 뒤따라오는 다른 배들을 관찰하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 덕분에 샤라인이 함께하고 있는 함대는 기강과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는 편이었다. 그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이는 좋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이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였다.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하루 종일 바다의 찬 바람을 몸으로 맞아내고서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이거 바람이 좀 차갑군.” 비록 눈이나 비가 내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겨울바다의 바람은 꽤나 차가웠다. 얀은 문득 제국 내부의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백작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겉으로는 애늙은이처럼 보이는 샤라인이었지만, 속으로는 남들보다 약간 빨리 철이 들은 것뿐인 샤라인은 모르는 일이었다. 제국의 세력은 2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제국의 실권을 장악한 3공작과 그들을 지지하는 귀족세력, 그리고 엠펠 백작가를 포함한 황제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지지를 보내는 귀족세력.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두 귀족세력의 힘은 대등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견제하기는 했지만 큰 싸움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친 황제 세력의 우두머리라고도 할 수 있는 가스팔 데 이요사 공작이 갑작스럽게 병사하고, 공작의 아들들이 세력다툼을 시작하자 두 세력의 균형은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균형이 깨지자 3공작의 위세에 억눌려 친 황제 세력이나 황제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억눌려 지내게 되었다. 그나마 엠펠 백작가가 친 황제 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어 다시 그 힘을 회복해 나가고 있으니 망정이지, 엠펠 백작가도 없었다면 제국은 3공작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3공작에게 억눌려 지내는 상황이라도 유지되었으면 괜찮으련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3공작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친 황제 세력을 일거에 소탕하려고 하고 있었고 친 황제 세력은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었다. 만약 한 가문이라도 꼬투리를 잡힌다면, 역적으로 몰려서 갑작스레 멸문의 화를 당하고 다른 가문들도 줄줄이 마치 굴비 묶듯 묶여서 수도로 끌려간 뒤 광장에서 교수형을 당하게 될지도 몰랐다. 얀은 만약 엠펠 가문이 해군이 아닌 육군이 강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엠펠 가문의 육군이 약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국 해군 전력의 거의 대부분이 엠펠 가문의 전력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육군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엠펠 공작이 묵묵히 자기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려고만 하는 전형적인 충신이 아니어서 해군에 투자하는 막대한 금액을 육군으로 돌려 육군을 키웠다면, 3공작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세상인 양 멋대로 까불고 다니는 일은 없을지도 몰랐다. “제독! 전방에 에우 대륙의 상선대로 보이는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갑판 마스트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수평선 너머를 관찰하던 선원이 갑판을 내려보며 얀에게 외쳤다. 얀은 그 소리를 듣고는 급히 배의 가장 앞쪽으로 달려가 망원경을 꺼내들고 앞을 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까마득히 먼 곳에서 일련의 함대가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바다에 에우나 라우 대륙의 해군이 올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해적들인 것 같지도 않았다. 해적들은 큰 함대를 이루지 못했다. “안 좋아…… 느낌이 안 좋아…….” 얀이 중얼거리는 사이 어느새 왔는지 샤라인이 그의 옆으로 달려와 허리춤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고는 저 멀리 앞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두 함대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선원들이나 샤라인은 갑작스레 다른 대륙에서 온 상선들이 많아졌다며 신기해하고 있었지만 얀은 무엇인가 있다며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샤라인이나 다른 사관들이 그에게 다가와 걱정이 태산이라며 나무랐지만 그는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한참 후, 두 함대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 만났다. 그 함대는 얀이 걱정하던 위험한 함대는 아니었다. 에우 대륙에서 건너오다가 폭풍을 만나 함대의 일부가 난파당해 일행을 찾고 있던 이들이었다. 함대에서 이우 대륙의 말을 할줄 아는 이가 없었기에, 그들의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약간은 어설픈 발음의 우사어를 구사하며 샤라인과 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얀의 초계함대가 항구에서 출항하게 된 이유가 그들의 일행이었다. “좋습니다. 다른 일행 분들은 저희 함대가 찾아볼 테니 일단은 엠펠 영지에 가도록 하십시오. 이 곳은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입니다. 워낙 해역이 넓어 저희가 해적 소탕에 만전을 기하지만 섬들이 많아 자주 놓치는 지역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상선대가 초계함대와 함께 다니면 기동성도 떨어질뿐더러 교전 시에는 방해만 됩니다.” 자신의 이름을 ‘세비노프 드미트리히’라고 밝힌 상선대의 제독에게 얀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말이었기에 더욱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이었다. 세비노프는 얀의 말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끌고 온 함대는 어디까지나 ‘상선대’였다. 자체적으로 보호를 위해 얼마간의 무장을 하긴 했지만 해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오는 길에 폭풍까지 만났으니 지금 전투를 한다면 얀의 함대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는 것은 잠깐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으니, 더 이상 그가 얀이나 샤라인에게 떼를 쓸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알았습니다. 저희 길드의 생존자들을 꼭 찾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비노프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샤라인과 얀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리곤 샤라인과 얀이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하자 쓴 웃음을 지으며 그의 함대로 건너가, 곧 엠펠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 수련회에 갑니다~ 다음 연재는 토요일 쯤이 될것 같네요. 전편과 마찬가지로 재미 없으시다면 자삭 하겠습니다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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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llo란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