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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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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CAPTAIN - 실마리 (30)다음날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선 로자레일 일행은 시장 한복판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겨 가까이 가보니, 어느 한 흑인과 뱃사람 3명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몰린 것이었다.
“아쿵가 아루 일롱 쿠. 아고고.”
“퉷. 이 새끼, 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흑인의 알 수 없는 말에 뱃사람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불량스럽게 침을 뱉으며 흑인에게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흑인은 쉽게 뱃사람의 팔다리를 잡아 반대편으로 던져버렸다. 흑인에게 덤벼들었던 뱃사람이 짐 더미를 향해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다.
“크악!"
체격이 좋은 뱃사람을 한 번에 잡아 던지는 것을 보면, 흑인의 용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다른 뱃사람들과도 이미 한차례 드잡이가 있었는지 그들의 옷가지에 지저분하게 흙이 묻어 있었다.
“그냥은 보내지 않겠다.”
무너진 짐 사이에서 몸을 일으킨 뱃사람이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고는 다른 뱃사람들에게 눈빛을 보냈다. 도시 내에서 칼을 휘두르다가 경비대에 붙잡히면 그날로 사형이나 노역장 행이지만, 살인만 하지 않는 다면 작은 나이프를 휘두른 일 정도는 벌금을 내고 풀려날 수도 있기에 카트라스를 두고 단도를 택한 것이다. 물론 상대가 흑인이라면 그 처벌은 더 약할 것이 분명했다.
“이들이 왜 싸우고 있소?”
“지나가다 어깨라도 부딪힌 모양이지.”
구경꾼은 싸움구경을 방해하지 말라는 듯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다시 싸움에 열중했다. 주변 분위기를 보니, 딱히 누구하나 경비대에 신고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와아!”
뱃사람 세 명이 동시에 흑인에게 달려들며 나이프를 휘둘렀지만, 세 명 모두 흑인에게 당해 땅위를 뒹구는 모습을 보고 구경꾼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마르탱도 환호를 지르며 로자레일에게 말했다.
“와우! 저 흑인 정말 대단합니다! 저렇게 쉽게 제압하다니!”
“저놈들은 어디하나 부러진 데도 없는 것 같군.”
제브릭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마르탱의 말을 받았다. 로자레일도 한 마디 덧붙였다.
“멋진 솜씨야.”
노예생활을 몇 년이나 한데다가, 파롱이라는 걸출한 흑인을 알게 된 로자레일인 만큼 흑인에 대한 거부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기를 든 다수의 적들을 쉽게 제압하면서도 몸을 상하게 하지 않는 저 흑인에게는 외려 호감이 생길 정도였다.
“아루 일롱 쿠. 아고고.”
“쳇, 이번엔 또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야.”
바닥을 뒹구는 뱃사람들을 향해 흑인이 뭐라고 말했지만, 공통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뱃사람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실력 차를 실감했는지 이번에는 불평을 토하기만 할 뿐 덤벼들지는 않았다.
흑인에게 싸움을 걸던 뱃사람들이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자, 구경꾼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흑인은 구경꾼들에게 무언가 물어 보는 것 같았지만, 볼일 다 본 구경꾼들은 귀찮다는 듯이 흑인의 말을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일레로 가부 지롱구 베레로크, 아고고.”
개중에는 흑인에게 호감을 보이며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흑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로자레일은 흑인의 말 중에 베레로크라는 단어가 들린 것 같아, 마르탱에게 확인을 구했다.
“베레로크? 방금 저 자가 베레로크라고 하지 않았나?”
“저는 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요.”
마르탱이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로자레일이 다른 선원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 역시 마르탱과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확실히 베레로크라는 단어를 들었다고 생각한 로자레일은 한스에게 어제 머문 여관의 흑인 종업원을 데려오도록 하고, 흑인을 불렀다.
“이봐!”
구경꾼들 중에 한 사람을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고 있던 흑인이 로자레일의 손짓을 보고는 일행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에서 보니 흑인의 키가 2m를 넘는 것 같았다. 로자레일 일행을 둘러본 흑인이 말했다.
“일레로 가부 지롱구 베레로크, 아고고. 둘레랑가?”
물론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기에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여관 종업원이 오면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긴 로자레일은 손짓 발짓을 동원하여 흑인에게 잠시 기다려 줄 것을 부탁했다. 로자레일의 바디랭기지가 통했는지, 아니면 살짝 적의를 드러내며 주위를 날라다니는 애나벨이 신기해서였는지 흑인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애나벨이 흑인에게 적개심을 표현하는 이유는 아마도 파롱과 같은 검은 피부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외에 일행들은 모두 호감어린 눈빛으로 흑인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스와 함께 흑인 종업원이 도착했다. 다행히도 종업원이 흑인의 말을 통역할 수 있었다. 흑인과 대화를 나눈 종업원이 그의 말을 로자레일에게 알려주었다.
“이름은 아고고라고 하네요. 이유는 말 해 줄 수 없지만, 베레로크로 가는 배를 알아보고 있대요.”
“그렇군, 아까 그자들과는 왜 싸운 건지 물어봐 줄 수 있나?”
“물론이죠, 아게 바랑고 미동?”
“바랑고 마라 비고로고 베레로크.”
“베레레크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물어봤는데,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고 하네요.”
“우리도 베레로크로 갈 건데, 같이 가겠냐고 해주겠나?”
“호호, 딱 보니 이 사람은 땡전 한 푼 없는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호의라고 하지.”
로자레일 뿐만 아니라 다른 일행들도 아고고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었기에 목적지까지 같이 가는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고고의 실력을 봤을 때 그와의 동행은 오히려 환영 받을 일이었다.
로자레일의 제안에 아고고는 기뻐하며 승낙했고, 종업원을 통해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전해왔다. 로자레일은 여기까지 불려와 통역을 해준 여관종업원에게 감사의 표시로 동전 몇 닢이라도 쥐어주려고 했지만, 그녀 역시 호의로 한 일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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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퓨리아 님의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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