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항해에대한 상상을 합니다.

 

우리가 항해와 모험을 사랑해서 대항해시대를 한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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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항해사

 

 

4월 4일, 아침.

 

 

"입항한다!"

 

-땡땡땡

 

도크가 가까워 짐에따라 에이미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좌현과 우현을 번갈아 뛰어다니며 빼곡한 배들 사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끼이면 그냥 부서진다고!"

 

대형 카락과 갤리온 사이, 빈 곳에 대기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녔다.

 

급기야 우현에 붙은 갤리온의 선체를 밀어내기까지했다.

 

그녀의 노력이 통했는지, 이 아침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다.

 

"너희 둘."

 

제논이 턱짓으로 지시하자, 선원들이 먼저 나가 밧줄을 잡고 항구의 정박용 쇠말뚝에 감았다.

 

이제 배가 단단히 고정이 되자 널다리를 놓고 먼저 도버에서 들여온 말린살구부터 꺼냈다.

 

예닐곱 포대밖에 안되는 적은양이지만, 이것은 계속해서 수요가있는 물건이라

 

약간이나마 확실한 자금이 되어줄것이었다.

 

"모두들 수고했어. 일단 '어부와 미늘'주점으로 가있어. 거기서 임금과 계약 철회를 할테니까.

제논, 이들을 부탁드립니다. 계산은 내가 가서 할게요."

 

선원들이 교역소로 물건들을 나른 후엔 모두 주점으로 보냈다.

 

안타깝게도 나는 여유자금이 정말로 한푼도 없었기때문에 당장 이들에게 지급할 여력이없었다.

 

그래서 나는 도버까지의 왕복, 단기 계약으로 선원 다섯명만을 고용해야 했었다.

 

 

...

 

 

"말린살구야 언제든지 수요가 있지."

 

"얼마나 쳐주실런지요?"

 

"양이 많으면 조금 더 쳐주겠는데. 더는 없나? 양이 너무 적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교역소 주인은 그다지 깐깐하게 나오지않았다.

 

결국 나는 이것들은 10%가량의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뭘. 여기 받아."

 

얄팍한 베네치아 금화 두개와 은화 예닐곱개가 주머니에 들어오자 이제 좀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알록달록한 포석이 깔린 런던의 골목길을 걸으며 들리는 익숙한 런던 항구의 소음과 냄새가

 

갓 바다에 입문한 나에겐 더없이 반가웠다.

 

번화한 모퉁이를 돌아 들어간 상인 조합에서는 도버 교역소 낙인이 찍힌 증서를 보여주고

 

내가 냈던 소금값의 반과 보상금을 받았다.

 

다시 작은 가죽주머니에 금화 셋과 은화가 조금 더 들어찼다.

 

"다시 도버에 가려나? 일이 이것저것 있네. 가까운 곳이라면 헤르데르나 엔트워프도 있지.

요즘 보수가 적어서 덜 선호한다만."

 

상인조합 담당자는 흰 수염을 긁으며 말했다.

 

"아... 말씀은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 마치지않은일이 있어서요."

 

일단은 선원들의 일부터 처리해야했다.

 

 

...

 

-삐이걱

 

항구에 가까운 주점, '어부와 미늘'의 문을 열자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과일주의 시큼한- 주석산의 냄새, 럼의 들큼한 단내가 섞여 난다.

 

주점주인이 환기를 위해 열어놓은 창으론 낮에도 어두운 내부에 빛의 궤적이생겼다.

 

항상 끓는 벽난로의 물솥이 내는 뜨뜻한 김과 누군가의 나지막한 노랫소리,

 

서투른 깽깽이의 높은 음조, 이 모든것이 크지도 않은 주점에 섞여 넘처 흘렀다.

 

우리선원들은 창가에 가까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음식은 괜찮나?"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만하고, 술은 그나마 낫죠. 여기 맥주는 최소한 물은 안타니까."

 

"하하!"

 

나와 에이미는 근처에서 나무 의자를 끌어다가 가까이앉았다.

 

"이제 정산을 해줄게, 임금은 통상적인 임금으로. 어차피 단기 계약이니."

 

더 얹어주지않았다고 해도 선원들은 수긍할 것이다.

 

전쟁이나 장거리 원양항해도 아니고.

 

어차피 더 큰 배나 더 멀리갈 배를 기다리느라 단기항해를 선택했을 것이었다.

 

그래서 임금을 받은 선원중 세명은 떠나버렸다.

 

"난 늙었어. 바다 한복판에서 죽고싶지않아. 그뿐이오."

 

아직 노인까지는 아니지만, 나이 많은 제논이 그러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그는 원양항해를 하지않는 선장밑에 남기로했다.

 

뭐... 아직은.

 

그는 항해장으로서 일반 선원의 1.5배를 받는다.

 

에이미는 부관으로서 달마다 월급으로 받는지라 아직 걱정할 때는 아니었다.

 

점심을 먹으며 제논과 선원한명과 다음 항해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 까지는요. 괜찮을거 같은데- 선장님?"

 

기포가 올라오는 에일의 유리잔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