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틸러스 길드 사무소인 리스본 제 4번 길드 사무소에 전시된 물건들은 대부분이 길드원들의 자그마한 노고가 어린 물건입니다. 거기, 심심하면 두캇 싸들고 와서 길원들의 노력을 돈으로 털어가는 당신!! 이거 보고 반성하도록 하쇼-_-)r


 길드 사무소를 소유한 길드의 길드원들은 약간의 편법을 이용하여 교역품을 비축하는 일이 가능하다. 소위 ‘재고 증가’라는 방법으로, 길드사무소에서 허용되는 위탁판매제도를 악용하는 행위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위탁판매를 감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 통당 400두캇 가량의 시세에 거래되는 물건을 4000두캇이라는 판매가를 내걸고 위탁거래를 의뢰하는 것이다. 당연이 이런 바가지 가격으로 사 가는 사람은 없고, 시간이 지나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길드 사무소의 창고를 차지하는 것이다. 물론, 위탁판매를 의뢰할 때는 위탁판매를 할 동안 쓸 창고의 사용료를 비롯하여 각종 수수료를 떼지만… 그런 것을 상쇄할 만큼의 메리트가 존재한다. 유통기한이 오래가거나 아예 유통기한을 따질 수 없는 품목들, 그 중에서도 고가에 거래되는 미술품이나 보석류는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할수록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세가 높아질 때를 기다렸다 한꺼번에 물량을 개방하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있고, 다른 상회에서 원정대를 조직하여 대량의 물품을 싣고 온다는 소식이 들릴 때 그 물건을 잽싸게 대량으로 팔아 치우면 다른 상회가 도착해서 정작 거래를 할 때는 시세가 바닥을 기게 만들어 그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수많은 길드사무소에서는 상인들의 전투물자들이 산을 쌓을 정도로 창고에 쌓여 있다. 물론, 우리 길드에도 꽤나 많은 상인들이 하나 둘씩 쌓아둔 물건이 어느 새 산을 쌓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산호나 호박같이 비교적 많은 거래가 오가는 물품이 대다수인데, 사실 이것은 길드원들이 어렵게 구해 온 대량의 교역품들이 제값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려 시세가 정상화되는 때를 막연히 기다리며 박아놓은 물건들이다. 혹은, 조금씩 조금씩 물량을 모아뒀다 한번에 개방하여 능력 있는 상인이 되어 명성을 드날리기 위해 쌓은, 그야말로 소박한 꿈으로 열심히 모은 것들이다.



“그나저나 이건 좀 많은데…”



 인도 근방에서 한동안 지내다가 간만에 들른 길드사무소에서 돌아온 나는 간만에 길드에 쌓인 교역품들에 대한 리스트를 봤다. 알비레오, 호박 100여개… 아크투르스 씨는…호박 140개에 산호 50개, 어이쿠, 폴라리스 씨는 호박만 300개가 넘는군. 어딘가에서 아테네에서 고대 미술품을 구해서 잉글랜드 근방에 팔면 큰 이익을 남긴다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몰라도 고대 미술품도 각자 꽤 많은 물량을 쌓아두고 있었다. 어이쿠, 클라우 형님은 다마스커스 검이라구? 이거 녹은 슬지 않는건가?



“이거, 솔직히 너무 많지 않습니까? 무슨 월동 준비하는 다람쥐들 같아요.”



 내가 목록을 툭 내던지자 맞은 편에서 알사피윳딘 님은 뺨을 긁적였다. 이 분은 분명 상인일텐데 모험가의 영혼이 꿈틀댄 나머지 교역으로 번 돈 전부를 모험에 투자하시는 화끈한 분이시다. 물론, 전문적인 모험가가 아닌 자들이 모험에 손댄 결과는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뭐, 아직까지 파산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신의 가호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상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로서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량의 교역품을 취급하는 것 보다는 대량의 물품을 거래하는 것이 교역소에서 유리하게 작용됩니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지 않느냐, 이 물량 마련한다고 고생 많이 했다. 그러니 비싸게 사가라. 이정도 물량 확보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아느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긴 그렇지만….”

“보기보다 상인의 세계는 치열하기 짝이 없습니다. 누가 더 많은 수량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먹느냐, 시세라는 것은 한 순간에 상인을 부흥시키는 동시에 파산시키는 것이지요. 모험가나 군인도 목숨을 위협받는 모험을 하지만, 상인들의 세계에서는 그들 사이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입니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지요.”

“…….”

“그러니, 그들의 행위를 그다지 나쁘게 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알사피윳딘 님의 말씀이 구구절절 옳다. 그리고, 이런 걸 터치하기에는 내 힘은 너무도 미약해서 말이다. 뭐, 그냥 결국 놔두는 수 밖에. 



 하지만 다음 날, 물건들은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큰일이다!!”



 오늘도 주점에서 부어라 마셔라를 반복하면서 영양가 없는 잡담과 괴롭힘, 그리고 그것을 피하는 길드 사람들의 사이로 누군가가 부리나케 뛰어 들어왔다. 



“어라, choi님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북해 가서 호박 물량이나 확보하신다던 분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길드사무소에 있던 교역품들이 전부 매각됬어요!!”

“네에?!”



 그 소리에 다들 취해서 더 마실 수 없는 상태에서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좋아, 아직 한잔 더 할 수 있겠… 이게 아니잖아. 다 매각됬다구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1만 두캇에 산호를 사들이는 바보가 어디있다고?!”

“난 호박 2만에 거래하라고 주문했는데 그걸 다 사갔다구?”

“내 미술품은? 그것도 매각됬어요?”

“텅텅 비었다니까요! 1만 두캇 이상 거래가를 조정한 것들은 보이지도 않아요.”

“그럼 어떻게…”

“누가 사 갔겠지요. 믿기지는 않지만…”

“말도 안 돼! 시세의 2배가란 말이야! 그걸 누가 사 가?”



 일순간에 사람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주점 안의 눈이 모두 우리 길드 사람들을 향해 집중되었고, 다른 사람 눈치가 보이는 나는 사람들을 선동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가자고 재촉했다. 그리고, 모두들 서둘러 길드 사무소로 달려갔다. 



 부리나케 뛰어들어온 길드 사람들은 모두 비서에게 달려들 듯 말을 걸었다.


“이봐! 내 산호, 그거 수량 몇 개 남아있어?!”

“호박,호박 재고량 얼마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드는 길드원들을 보자니 무슨 1주일 굶은 선원들 모습 같다. 뭐, 저들이라면 능히 선원들이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굶기겠지만… 어쨌거나 그렇게들 터프하게 달려드는 기세에도 굴하지 않는 비서는 언제나 영업용 스마일~ 을 안면에 내걸고 길드 사람들을 맞이한다. 



“아, 아크투르스 님이십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여기…. 알비레오님, 대금 받아가세요. 레르케시드 님도 받아가시고… 클라우 님 대금은 여기, 다른 분 것은…”

“뭐, 뭐야 이건? 이거 말고 재고량을 말하란 말이야, 재고량!”

“재고량이라뇨? 다 팔렸습니다만.”



실낱 같은 희망으로 달려든 길드원들의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 그들의 손아귀에는 무언가 묵직한 금화 주머니가 쥐여졌다. 제각각 수백만 두캇에 가까운 돈이지만, 지금 그들의 정신은 단순히 그런 것으로 보상될 리가 없었다. 




“내가…내가 그걸 어떻게 모았는데….”

“한번 방문할 때 마다 4 통 밖에 거래하지를 않았단 말이야… 그런데 그걸 몇백개씩 모았단 말이야… 나쁜 자식…”

“시세가의 4배였다구!! 그런데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이 사 간 거야?!”



 사람들은 제각각 요상하고 음울한 느낌을 담은 채 다시 주점에서 술을 들이키기 시작한다.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그들의 정신은 이미 취한 것 보다 더 나쁜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후우, 이를 어쩐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다시 산호와 호박 같은 물건을 수백개씩 돌려 줄 수 있는 능력이 되지는 못한다. 길드원들의 피해를 합해보니 산호와 호박이 수천개씩은 필요하다. 뭐 이래?!



“제길… 잘도 남의 산호를 채갔겠다…”

“이 자식, 거래하다가 시세 폭락으로 쫄딱 망해버려라.”

“내 호박…”



 choi,아크투르스,알비레오 같은 사람들은 저렇게 중얼거리고 있었고…



“에, 어디보자… 일단 개당 정상시세가로 치면 5천 두캇에 매각되는데 순수 이익이 1500두캇, 그런데 이걸 1만에 사갔으니 순수 이익이 6500두캇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갑자기 수익률이 4.33%증가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구. 그러니까… 대박이다!”
(*참고:절대 저 4.33%는 오타가 아닙니다. 단지 저 사람의 계산실수일 뿐. 원래 433%입니다. 룰루랄라)


“100만 두캇이다아~ 우와아아~ 돈 벌었어!!”



 레르케시드와 스카스메로 같은 사람들은 저렇게 실제 이익을 계산하며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뭔가 좀 이상한 상황이지만, 전자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노고를 한순간에 날린 것에 분노하는 것이고, 후자들은 그것 넘어선 이익에 즐거워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전부 큰 돈을 거머쥐었지만, 그것에 좋아하기보단 속상하다는 사람이 더 많다. 뭔가 자신의 노고가 한 순간에 무참히 범해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실제로 상인들의 실적은 사람들간의 중간거래는 철저히 무시된 채 교역소 구매가와 교역소 판매가 사이에서 나는 손익만을 계산하는 정책이다. 그러니까 나 같은 모험가가 어딘가에서 발굴해서 교역품으로 전환시킨 물건들은 교역소 구매가가 책정되지 않고 100% 순수 이익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100두캇에 구매했던 교역품을 누군가에게 1만 두캇을 주고 사서 1000두캇에 매각한다 치면 상인 실적에는 900두캇을 이익봤다고 계산한다. 실제로는 9천 두캇을 손해 보는데도 말이다. 만일 자본이 많은데 실적이 부실하다면 이렇게 길드 사무소를 급습해서 교역품을 대량으로 확보해서 매각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떤 돈이 넘쳐나는 인간이 우리 길드 사무소의 물건에 손을 댔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작살내버릴 테다! 그 인간을 잡으면 가죽을 벗겨서 피혁으로 팔아 치워버릴 테다!”

“그걸로는 부족해! 햄으로 가공한 다음에 교역품으로 팔아 치워버릴 테다!”

“잡히면 배에 실어두고 물이랑 빵도 안주고 계속 부려먹어주마!”

“…….”




 꼭 분노를 해도 저런 식이다. 누가 상인들 아니랄까봐.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저 사람들에게 잡혀서 교역품이 되어버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인간가공업 종사자 길드라고 소문이 퍼지면 어쩌겠는가? 만일 그런 소문이 퍼지면 떼쓰는 꼬마 아이들에게 ‘자꾸 떼쓰면 노틸러스 길드 사람들에게 교역품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할거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뭐야, 기분나쁘게! 우리가 무슨 도살자라도 되는 줄 알아?! 아차차, 이거 내 상상이지.


 결국 이 일은 각자 놀라운 수익률을 거둔 것을 위로 삼아서 잊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면 절대로 사가지 않고 창고에 머물러 있으리라 생각하고 이번 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남기자고 생각들을 했다. 잊어버리기로 해두고 교훈으로 남기자는 것이 말이 되지 않지만 그런 거 지적했다간 길드 상인들이 단체로 삐질 수가 있으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현재까지 별 탈 없이 물건들은 무사히 있을 수 있었다. 판매 최대가인 3만 두캇에 올려놓으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덕분에 요즘에는 나도 처치곤란하고 모아두면 좋은 교역품을 저장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그럼 이번 출항은 어디를 목표로 잡아야 할….



“이봐! 큰일 났어!! 또 털렸어!! 3만 두캇짜리들도 다 팔렸단 말이야!!”

“…….”



 망할, 어떤 갑부가 그 많은 교역품을 다 사가는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