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에스파냐 북대서양 전단 제2기함 마르샤호의 경계용 마스트.

지금 내가 있는 곳이다.

"제독님.. 이 망원경.. 잘 안보이는데요.. 초점이 잘 안맞아요.."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래.서. '제독'인 내가 뒤에 따라오는 '미스트랄호'로 가서 '수탈'이라도 해오라는 건가?"

그래...그래... 묻지 말고 내가 수탈해올 걸 괜히 물어봤구나...

1-2.

난 지금 내가 있는 마르샤호가 좋다.

바다를 피로 붉게 만들고 하늘을 포연으로 검게 만드는 숱한 전투에서 마르샤는 살아남았다.

그것도 무려 25년간. 단순히 갤리온2번호였던 이 배는 

생존의 댓가로 우리의 국가 Marcha Real의 이름을 하사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시점에서 모든 국가를 통틀어

목재로 건조된 겔리온군선 중 정규함대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내가 타고 있는 배다.

하지만...

도대체 이 역전의 용사이면서도 우아한 배에서 측량사로부터 시작해서 25년간 배와 운명을 같이했었다는..

'에스코르 그라반 제독' 만큼은.. 내 영역 밖의 인물이다.

... 위대하다는 뜻이 아니라 포기했다는 뜻이다.

1-3.

경계근무시간이 끝났다. 파울로에게 있으나마나한 망원경을 건네주고 내려와보니..

오늘도 알베르토는 포어스테이세일 끄트머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이유야 뻔하다. 또 블랙잭해서 제독한데 이긴거지.. 

저놈도 승부욕이 쎈 놈이라서 당최 대충 져 주질 못한다.

대부분의 배에선 선원들에게 벌을 줄때 물이 가득담긴 통을 안고 선미루 끝에 세워둔다.

무거울 뿐만 아니라 선미루는 요동이 가장 심하기 때문에 배멀미의 고통이 심하다. 그래서 이것도 쉬운건 아니다.

조금 심한 벌을 줄때 마스트에 팔과 허리를 묶어두거나 거꾸로 매달뿐이다.

그.런.데. 이 놈의 선장은 악마의 피가 흐르나 보다.

돛을 고정시키는 틀 끄트머리에 거꾸로 매달리면.. 차라리 줄을 끊고 바다에 떨어지고 싶어진다.

아무튼 난 단 한번에 굴북했는데..

알베르트 저 놈은 대충 스무번째는 되나보다.. 강한 놈.. 존경해주마..

"키러스마엘 스티치 돈 티엘 씨?

내 스스로도 말하기 귀찮은 풀네임을 더듬거리지도 않고 불러대는 인간은.. 이 배엔 제독밖에 없다.

"히혼에 도착할때 까지 블랙잭이나 한판 칠까?"

... 오늘도 내 일당은 제독 주머니로 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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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코믹하면서도 되도록이면 진지한 해전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필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재미는 없을지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아르마다의 사수>는 현재 계획으로는 장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