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안의 항해일지 9

                          . . . . . . . . .  위험천만! 인도행 이야기.

 

 

왁자지껄 뱃사람들의 모험담이 오고가며, 영웅담 이야기와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은 곳 _ 주점.
그들의 말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올때면 크리스티나의 입가에도 저절로 웃음이 번지고 만다.

"오늘쯤 도착하신다 하셨는데.."

오늘따라 시선이 자꾸만 문쪽으로 향해진다.
언제쯤 오시려나. 기다리던 그 분이 드디어 오늘 리스본에 오신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율안씨 기다리나?"

주점 마스터의 말에 크리스티나는 홍조를 띄웠다가, 이내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한다.

"아니에요. 그저 손님이 더 안오시나 하고 기다리는 것 뿐이라구요."

크리스티나의 말에 주점 마스터는 너털 웃음을 지을 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잠시 후,

"주점 마스터. 잘 지냈어요?"

쾌활한 목소리의 주인공. 크리스티나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루셀 씨 아니에요? 어서오세요."

"크리스티나도 잘 있었죠?"

"저야 늘 잘 지내죠. 루셀 씨도 건강하셨죠?"

말을 꺼내면서도 크리스티나의 시선은 루셀의 주위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고,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하던 일을 마저했다.

"율안 씨가 안 보이네요. 같이 안 오셨어요?"

"선장님이요?"

럼주 한 모금을 마시며 반문하는 루셀의 말에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의 표정을 지으면서…

"율안 선장, 왕궁에 보고 하러 갔다가 아마 집으로 갔을거에요."

"에?"

"아마도, 의뢰가 가득 담긴 양피지더미에 깔려죽지 않은 한 안 일어날거에요."

무심한 루셀의 말에 크리스티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근데, 선장님은 왜 찾아요? 티나 씨?"

"허허. 티나 양은 며칠 전부터 자네들 배를 기다렸다네."

"네?"

"하루 일과를 유리안느 호가 항구에 기항했는지 안했는지 묻는 것부터 시작한다니깐."

"마스터!!"

마스터의 말에 크리스티나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달아올랐고, 그 모습을 보며 루셀은 킥킥댔다.

'아아, 여기 또 한 아가씨께서 뇌물(선물)의 희생양이 되셨구려..'

"그게 아니에요. 그저..."

"그저?"

"흠. 그저 율안 씨의 이야기가 그리웠던 것 뿐이라구요. 루셀 씨도 알죠? 율안 씨가 얼마나 말을 잘하시는지 말이에요."

"네. 아주 잘 알고 말고요."

'그 분의 말 때문에 죽다 살아난 적도 많지요.'

"이번에 인도 다녀오시면 저한테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단 말이에요."

'쓸데 없는 약속은 아무튼 잘해요.'

"이걸 어쩐다, 아마도 율안 선장은 주점을 들리지 못할 것 같은데요."

"왜요!"

높아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루셀은 인상을 찌푸렸다.

'선장.. 대체 뇌물을 얼마나 먹였길래, 이 아가씨가 이런답니까...'

"잠에서 깨어나면 쌓여있는 의뢰를 처리 하시기 위해 바로 출항할 것 같거든요. 티나 씨도 알잖아요. 우리 선장님 성미 급한거."

"그렇긴 하죠."

자신의 말에 금새 시무룩해진 티나를 보며 루셀은 혀를 끌끌 찼다. 간혹가다가 자신이 남자인 줄 착각하는 선장 때문에 피곤한 건 정작 자신이었다.

'나는 유리안느 호의 조타수이자, 부선장이지. 선장의 비서가 아니란 말입니다. 제발 좀! 자기가 벌려 놓은 일은 자기가 책임지고 주무시던가 말던가 하시라고요!'

"단지 우리 선장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면, 제가 대신 해 드려도 되요?"

"네?"

컵을 닦던 크리스티나는 루셀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인도 이야기 제가 해도 되냐고 여쭤봤어요."

그의 한마디에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부리나케 닦고 루셀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기다리는 그녀를 보며 또 다시 혀를 끌끌 차는 루셀이었다.

 

..

..

..

..

..

 

"선장. 율안 선장"

"왜?"

"오늘 인도 가는 거 맞죠?"

"응. 프렌님이랑 같이 갈 거야. 그런데 왜?"

"저기!"

그것은 다름 아닌 양피지 편지였어요. 우리 선장님 만능 네비게이션이 고장 난 관계로, 유일한 통신인 셈이죠.

"편지가 와 있네? 프렌님이 보내셨나 보다. 어디 보자... 흡!"

편지를 읽어내려가던 율안 선장님. 손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이다. 편지 내용이 궁금한 전 여쭤봤지요.

"왜 그러세…"

미처 다 묻기도 전에, 내게 건네온 편지. 편지 내용은 이랬습니다.

[인도로 먼저 떠납니다. 일 보고 케이프 타운에 들릴 예정이니 거기에서 만납시다. - 프렌선장-]

이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랍니까? 지금, 우리 선장님 더러, 케이프타운을, 그것도 혼자서, 오란 소리입니까?

 

아아, 우리 선장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매일같이 드나드는 마을에서조차도 길을 잃으시는 ..

소속된 길드 안에서도 유명한 길치왕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신 그런 선장님에게..

뒤뚱거리는 유리안느 5호<카락> 을 끌고 케이프타운으로 오라니요..

게다가 여기는 제. 노. 바. 가 아닙니까아!

 

 

"그래, 결심했어."

본인도 인정한 길치가 바로 율안 선장님이시기에, 그녀의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절대로 혼자 몸으로 안 내려가실 것이 자명한 사실! .. 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루셀. 물 좀 많이 실어. 식량은 낚시로 배 채우면 되니깐 챙기지 말고, 구급약이랑 비상 물품도 챙기고.."

나의 생각을 살포시 밟아주시는 저 센스! 우여곡절끝에 드디어 인도로의 항해를 시작하게 된겁니다...

 

 

"에, 그러니깐..."

여기가 어디냐구요? 저도 모릅니다. 측량 도구로 봐도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섬 하나 없이 외로이 떨궈진, 유리안느 호는 지금 현재 <곡물해안>에서 <남대서양>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선장님. 우리 황금해안 안 지나고 바로 남대서양 온 거 맞죠? 우리 제대로 가는거 맞죠?"

"시꾸롸! 지도 보는데 헷갈리잖아."

아아, 자신만만하게 키 잡으실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무조건 남하하면 된다고 하실때 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었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난. 파. 된 것 같습니다.

쉼없이 달리시는 우리 선장님. 결국 희망봉 앞바다까지 겨우겨우 가시더이다. 문제는...

"루셀아. 여기 케이프타운이 어디냐?"

"... 선장, 북상하겠습니다."

해적들 피한다고 돌아온다는 것이 너무 돌았습니다. 하마터면 세상 끝이라는 곳까지 갈 뻔했습니다.

"선장님, 목 말라요."

"바닷물 퍼다 마셔!"

".. 역시 우리 선장은 해적과 세이렌보다 강하신 분이야. 흑! ㅜ.ㅡ"

 

 

"크크.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에요?"

"말도 마세요. 티나씨. 저희 그 때 죽는 줄 알았다구요. 만나기로 한 곳이 케이프타운이니 망정이지, 아마 캘리컷이었다면 도착하기도 전에 유령 될 뻔했다니깐요."

 

 

좌우당간, 프렌님을 만났습니다. 정말이지 항상 생각하는 건 우리 선장님 곁에 저리도 멋진 분이 계실 수 있는 가 입니다.

소팔라 건너편 상륙지점에 도착하니, 난데없이 새 한마리 찾으라 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선장이 시키니 열심히 찾았죠. 다행이도 가까운 곳에 큰 새가 있어서 잡았습니다.

 

"어머. 그렇게 큰 새가 있어요?"

"네, 무지무지 컸어요."

"어떻게 잡았어요? 새니깐 막 날아다니고 그럴텐데."

"이상하게도 그 새는 날지를 못한것 같았어요. 알베로 씨랑 저희 선장님이랑 그리고 저희 선원들이랑 달려들었는데도 날아가질 않았으니 말이에요. 선장님이 나중에 그 새가 <타조>라고 그러시더라구요."

 

 

"프렌님. 캘리컷 들리기 전에 페르시아 만을 가야 해요."

"왜요?"

"페르시아 융단을 사야하거든요."

국왕의 명령으로 인도에 왔다가, 가마 제독인가 뭔가 하는 사람에게 붙잡혀서 여러가지 심부름을 하는 중입니다.

율안 선장의 말에 프렌 선장도 한숨을 내쉬더라구요. 실제로 보진 못했으나, 저희 배까지 한숨 소리가 들립디다.

"율안님. 그 쪽 지방 무서운 동네에요."

 

.. 무서운 동네.. 맞습니다. 허벌나게 무서운 동네였습니다.

꿈에서라도 볼까 무섭습니다. 차원이 틀린 해적 무리들..

설마, 전투라도 할까봐 조마조마 하며 페르시아 만 끝까지 갔더랬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정말이지 무사히, 저희 선장님이 원했던 융단을 사서 인도로 향했습니다.

 

"그럼, 율안님. 전 먼저 고향으로 가겠습니다."

인도 캘리컷. 율안 선장님이 일을 보는 사이에, 교역품을 많이 실은 프렌님이 먼저 가시겠다고 합니다.

"그래요. 나중에 리스본에서 뵈요. 덕분에 홍해까지 잘 갔다 왔습니다."

제 마음 같애선 그 분의 다리를 붙들고 놔주지 않고 싶었습니다. 위험한 동네에 와서 조용히 지내고 계시는 우리 선장님이시지만, 언제 어느 때에 돌변하실지도 모르는 분이 바로 우리 율안 선장님이 아니십니까아..

하지만 저의 간절한 바람에도 프렌 선장님은 떠나고 말았습니다.

 

"자, 우리도 항해하자."

"무슨 항해를..?"

"응~ 동쪽에도 마을이 있대. 사람들이 그러더라구. 그래서 가 보려고^^"

.. 오, 신이시여.

 

목숨을 내 놓는 항해였습니다. 정말이지 두번다시 그 쪽 동네를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캘커타를 마지막으로 뿌듯해 하시는 율안 선장님과는 다르게 저희 선원들은 각자의 신께 기도하며 살아서 무사히 고향땅을 밟을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그 쪽이 위험한가봐요."

"네, 많이 위험해요."

"해적들한테 털린건 없으세요? 항해자님들이 항상 해적들에게 털린게 많다고 손해 봤다고 그러시던데."

"저희는 워낙 가난한 뱃사람들이라 아무도 안 건들이... 아니군요. 있었군요."

"네? 있었어요?"

"예.. 있었지요. 티나양도 아주 잘 알고 있을겁니다. 전 나라에 현상이 붙은 그 사람을요."

"아!! 설마?"

"예. 설마가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그 해적.."

 

 

고어 마을에서 나오는 중이었죠.

"응? 우리 나라 상선대네. 근데 저 해적은 누구야?"

"헉!"

율안 선장의 말에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고, 호흡이 멎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라? 현상금 엄청 많이 걸린 그 해적 아니야?"

"서, 선장 무시하고 얼, 얼른 여기를 뜨죠."

"나도 오래 있고 싶은 생각 없어. 다음 목적지는 다우다"

그때까지는 무사히 넘어가는가 싶었습니다. 국왕님이 시키신 일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으니깐요. 그런데...

[강습입니다.]

이란 메시지가 뜨면서, 해적 하나가 다가오지 않겠어요? 그 해적은 다름아닌.. 고어 항구에서 잠시 스쳤던 그 해.적.님.;

"털 것도 없는 배를 뭐하러 공격하신다니. 저 분은"

"지금 그런 말 할 상황이 아닌것 같은데요. 선장님. 적의 선원이 우리 배에 넘어왔다구요!!"

전투 상황 단 10초만에 끝났습니다.  우리 선장님이 아무리 무대뽀 정신으로 덤비시는 분이시라지만, 이번만큼은 처음부터 포기를 하셨는지 손 놓고 보기만 하십디다. 그렇다고 선장님을 질책할 수도 없죠. 어쩔 수 없던 상황이었으니..

"피해 보고 해봐."

"선원은 일단 저 하나 살아 남은 것 같네요."

"해적이 훔쳐간 것은?"

"우리 배에 훔쳐 갈 만한 물건이 있습니까?? .. 물고기 2마리랑 금화 2만 두캇 외엔 피해가 없습니다."

 

 

 

"풉! 하하하! 진짜로 해적이 그것만 약탈해 갔어요?"

"네. 임무 수행중이었기 때문에 교역품도 실고 있지 않았거든요."

"율안씨도 대단하네요. 그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으시다니."

"침착하고 안하고를 떠나, 흥분할 틈조차 없었어요. 순식간에 전투가 끝났으니깐요."

"아, 루셀 씨 이야기 듣다가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랫동안 붙잡아 둬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재미없는 이야기를 티나 씨가 들어줘서 고마울 따름이죠. 전 율안 선장처럼 말을 잘하진 못하거든요."

"루셀 씨 이야기 정말 재미있었어요. 간혹 율안 씨가 주점에 들리지 못하는 날이 생기면 놀러와요. 술 한잔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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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뎃이 상당히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사실 소재는 있었는데요. 글 쓰기가 싫어서.ㅡㅡ;;

농띵이 좀 부려봤어요.ㅎㅎ (사실 별로 호응이 없어서 힘 빠지던 중이었음.)

 

위의 내용은 포르투칼 이벤트 중에 있었던 일을 토대로 꾸며봤구요.

항해일지 보담, 소설에 가까워서 이번편부터는 소설항해일지라고 붙였어요.ㅎㅎ

 

저희 길드원님들이 마지막 이야기<해적부분>을 들으시고는 일지에 꼭 넣으라고 하셔서

이름만 빼고 상황만 넣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느 섭인지 아시는 분은 저 해적님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리실 듯..^^

 

그럼 다음 편에서 뵈요.~ ㅎㅎ <댓글 좀 주삼.. 댓글 없으니 외로워요.. ㅋㅋ>

 

중간에 나오는 보라색은 티나와 루셀의 대화입니다. 구분이 안될 것 같아서 일부러 색 좀 넣어봤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