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3

반갑습니다. 이제는 상당히 침체된 게시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제 글을 읽어주셨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약속대로 주말 시간을 내어 3편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라인전 단계 이 후, 미드 포탑을 중심으로 대치하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서폿이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서폿으로써 솔로큐의 한계점을 먼저 밝혀드리려고 합니다.

E1. 번외 / 솔로큐의 한계
실력이 뛰어난 사람 1명이 캐리를 하는 것보다 실력이 뛰어난 사람 2명이
게임을 장악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제가 서폿이 아닌 솔로큐 자체의 한계점을 밝히는 것은 너무나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솔로큐로 플레이하면서 한 게임을 혼자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게임에서 1.5인분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꾸준히 연승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매판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는 게임 장악력이 우월한 미드라인, 정글라인에서 특히 많이 보여집니다.

그 다음으로 솔로큐에서 캐리력이 높은 포지션은 탑라인입니다.
탑라인은 유의미한 실력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스노우볼을 굴리기가 매우 쉬운 라인이며
굳이 암살챔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 정글과 상체부분을 장악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바텀은 조금 다릅니다.
바텀은 혼자서 돌릴 때의 명확한 한계가 보이는 라인입니다.
우선 한개의 라인을 두 명이서 플레이 한다는 데서 다른 라인과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아무리 연승을 하고 싶더라도, 우리팀의 원딜이나 서폿 기량이 떨어진다면
자기가 잘하더라도 그 능력을 뽐낼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딜의 경우, 서폿이 라인전에서 완전 무능력해졌을 때 다이브 압박까지 받을 여지가 있고
자연스럽게 성장 속도에 문제가 발생하며 캐리할 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서폿의 경우, 원딜이 라인전에서 무능력해지면 한타까지 원딜을 살릴 재간이 없어지고
시야 싸움이나 설계 단계를 갖추기도 전에 게임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딜과의 듀오는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사실 이는 서폿 자체의 한계를 알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서폿은 체스에서의 나이트처럼 초중반 게임의 흐름을 읽고 변수를 차단하며
게임 전체를 밸런스있게, 또는 간극을 유지하거나 벌리면서
승리로 천천히 이끌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줍니다.

그러나 체스에서 퀸이나 룩이 없으면 자연스레 불리해지듯이
우리팀의 탑라이너, 미드라이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죽어나간다면
서폿 혼자서 캐리는 절대 불가능하겠지요.

제가 추천드리는 건,
우선 이 글을 통해 충분히 게임을 설계하는 안목을 기르신 뒤
분명 라인전이나 한타 피지컬은 좋아보이지만
게임 내내 시야가 없어서 계속 짤려서 죽는다거나
자신이 라인전 이 후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원딜들에게
조심스럽게 친추를 걸어 같이 듀오하는걸 권장드리겠습니다.



(좋은 집사만 구한다면....)


0. 공략 서론
말이 길어졌지만 오늘 소개할 게임 내용을 생각해서라도 언급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몇몇 댓글을 읽어보니, 저티어 구간에서는 설계가 전혀 안통할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라인전 단계에서의 설계는 조금 더 정밀하고 팀적인 콜이 오갈 필요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미드 대치 구도로 넘어와서는 명백히 서폿이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요소가 있다는 것을
오늘 이 글을 통해 증명해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저티어 구간 + 솔로큐 + 서폿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었고
수많은 전적 검색 끝에 최대한 비슷한 경기를 하나 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경기는 조금 눈을 낮춰서 골드구간에서의 경기를 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카이사와 쓰레쉬가 듀오였지만, 실제 게임 장악 능력은 쓰레쉬만 뛰어났으며
카이사는 현지인으로 예상됩니다.
여러 경기가 있었지만 제가 이 판을 선정한 이유는

*라인전을 져서 상대 바텀이 캐리할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쓰레쉬가 미드 대치 단계의 정석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정도 되겠습니다.

이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경기 분석

라인전 단계는 생략하겠습니다.
바텀에서 전반적으로 원딜이 많이 짤렸고
그 동안 상체에서 리신과 제드가 힘을 많이 키웠습니다.



20:07 에서의 상황입니다.
kda를 보면 아시다시피 게임은 레드팀이 비교적 유리했지만 언제든지 역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블루팀은 사일러스가 잘리면서 미드 압박과 탑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레오나가 탑 라인에 붙으면서 미드 운영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20분 17초, 다행히도 뽀삐가 점멸을 쓰면서 살아갑니다.
탑에 모든 인원이 분배된 것을 알아채곤 쓰레쉬와 리신은 붙어주고
카이사는 미드를 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분 26초,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발생합니다.
트타와 레오나가 강에 있는 와드를 지우고, 그대로 미드 포탑을 향해 걸어갑니다.



20분 30초,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쓰레쉬는 일자 부쉬에서 대기하다가
트타를 그랩하는 데 성공합니다.
최종적으로 트타가 잘리고, 3:1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레드팀도 참 욕심이 많습니다.
상대 블루가 젠되는 것을 본 뒤, 트린다미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정비 없이 그대로 상대 정글로 달려갑니다.


21분 40초, 사일러스와 뽀삐가 교환되면서
블루팀은 치고나갈 시간을 벌었고
레드팀은 정비할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여기서 레오나는 상대를 쫓지 않습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야 할텐데 말이죠...

아무튼 중요한건 지금부터입니다
레오나 동선에 초점을 맞춰서 쓰레쉬의 행동을 읽어보겠습니다.

먼저, 20분부터 레오나는 계속해서 탑에 시야를 투자했습니다.
이번턴마저 추가적으로 위쪽으로 이동하면서

전반적으로 아래에 시야가 없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21분 59초, 레오나는 추가적으로 렌즈까지 돌리며 상체쪽 시야를 잡습니다.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미드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강 시야를 확보해서
상대가 진입할 여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위쪽에서 싸움을 벌였기 때문에
먼저 다음 턴에 레드팀이 설계할 가능성이 높은 (용 오브젝트)
그리고 레오나 입장에서 가장 안전한 (상대의 귀환 타임)
아래쪽 시야를 잡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습니다.

만약에 오브젝트(바론)를 신경썼더라면, 화살표 동선으로 가는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여담으로, 쓰레쉬와 리신의 플레이가 꽤 수준이 높았는데
*레오나의 렌즈에 걸리지 않도록 거리 조절을 했다
*리신과 쓰레쉬 모두 대충 Q를 던지지 않았다.

이는 되게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플레이입니다.
특별한 노림수가 없다면 상대에게 내 위치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당연한 플레이입니다.
더군다나 카이사와 제드가 복귀하고 있으니 저 위치에 서있더라도
더 이상 무언가를 해서는 안됩니다.

아마 저 둘은 미드 포탑 압박 시 견제
또는 레오나가 설치할 예정인 와드를 제거할 계획이었을겁니다.
사실 정비하고 집가는게 가장 옳은 판단이긴 하지만요 :p



쓰레쉬의 판단력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아까전에 언급했던 요소들이 치명타로 작용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블루팀과 레드팀 시야를 비교해보면 수준 차이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상체쪽에 시야를 확보했지만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블루팀은
미드 압박도 하지 않은 채 의미없는 귀환 타임을 잡으면서
르블랑과 트린다미어의 위험도를 증가시킵니다.
(미드에 2~3명이라도 보여야 안정적인 탑바텀 푸시가 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쓰레쉬는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먼저 블루팀 르블랑이 탑에 보이는 점과 상대편 레오나가 아랫쪽 시야를
전혀 잡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하며
3명이 바텀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결과적으로, 트린다미어를 잡아내는데 성공합니다.



22분 54초, 곧바로 다시 한 번 수준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한타가 일어납니다.

트린다미어가 잘린 직후기 때문에 블루팀이 미드 압박을 하는 것은 옳은 수순이긴 합니다.

하지만 위의 미니맵에서 볼 수 있듯이,
레드팀이 공격할 방향은 충분하게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팀은 생각없이 미드 1차만 공략하려고 듭니다.
추가적으로
레오나는 여전히 일자부쉬의 와드 하나만 믿고 아래쪽에 전혀 시야를 잡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은 1분전 레드팀과 거의 똑같습니다.
블루팀은 상체쪽 사이드와 정글 시야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레드팀 뽀삐가 다음 웨이브까지 푸시를 하지만
블루팀은 뽀삐를 잡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합니다.
트린다미어는 똑같은 방법으로 푸시하다가 잘렸지만 말이죠.





그리고 23분 6초, 결정타가 터집니다.
미드 포탑을 채 밀기도 전에 아래쪽에 카이사와 쓰레쉬만 보고
트리스타나가 앞점프를 합니다.

분명 위에 시야에 아무도 안보였고
우리가 시야싸움에서 유리한 건 위쪽일텐데 말이죠.


이게 그 결과입니다.

근거없는 설계와 이니시는 팀 전체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마지막으로, 블루팀이 끝나는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을 보여드리면서
본격적인 미드 운영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시야가 하나도 없는데도 뽀삐를 잡으려는 블루팀...
이를 전부 알고 있는 레드팀...
걸어가다가 카이사가 보이자마자 E를 뻗는 레오나
이로 인해서 게임은 완전히 무너지고 역전의 기회는 날아갑니다.


2. 1차 포탑 시야 장악

오늘 있었던 경기를 다시 한 번 복기하면서
1차 포탑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해보겠습니다.
롤에 언제나 정석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그 때 마다 최적의 플레이는 반드시 존재합니다.
레오나의 실수들과, 쓰레쉬의 플레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식으로 미드 단계에서 움직여야 할 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수비하는 입장입니다.


초반의 이 장면은 만약 트타, 레오나가 듀오라면 사실 손해를 감수하는 동선입니다.
23분에 미드를 푸시하기 시작했지만, 19분에 리신이 있는 탑라인 쪽으로 투자를 하지 않고
되려 트타와 레오나를 기용해서 미드 1차를 압박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동선의 문제입니다.
1차 포탑을 수비하는 선택은 좋았지만
직진해서 달리는 건 정말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저런 좁은 길목에서 물리는 사고는 오히려 유리한 팀이
불리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트린다미어가 뒤로 합류하고, 적절하게 긴장상태가 끝난 뒤의 상황입니다.
이 때 레오나는 위쪽에 박힌 핑와를 지우면서 턴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미 상체쪽에 와드는 투자되어 있었고
블루팀이나 레드팀이나 아랫쪽 시야 상태가 매우 부실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트타와 레오나는 충분히 묘수를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1. 블루를 먹으러 오는 상대를 자른다
2. 바텀 포탑쪽으로 푸시하는 상태를 노린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다음은, 블루팀이 공격하는 차례에서의 모습입니다.

미드 1차를 압박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활로를 차단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우선 레드팀이 아랫쪽에 3명이 이동해서 트린다미어를 자른 이상
레오나가 급하게 2번쪽에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포탑의 체력 상태를 확인하고, 깰 수 있을 것 같으면 깨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판단이 가능합니다.

- 1번 또는 4번에 시야를 잡고 레드를 먹으러 오는 상대를 자른다
- 5번 바론 낚시 바론 둥지를 끼고 싸움을 본다
 또는 내려오는 뽀삐를 잡으려고 한다
- 3번 뽀삐를 잡으러 다같이 올라간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분명 트리스타나는 아래로 앞점프를 하죠...
그 결과 바텀 캐리 가능성을 날려버린 채 상체 차이를 외치면서 게임은 끝나버립니다.

3. 결론
1차 포탑을 수비할 때는 최대한 수비에 신경을 씁니다.
킬 교환이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하고
사이드가 밀리지 않도록 양 옆 시야를 우리 정글 중심으로 확보합니다.

1차 포탑을 압박할 때는 최대한 압박에 신경을 씁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시야 범위를 이해하고
상대방 위치를 파악하여
동시에 다른 노림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편은 고티어 경기로 알아보는 미드 라인 대치 상황에서의 시야 운용방법
5편은 댓글을 통해 일반 유저들의 서폿 피드백을 해볼까 합니다.

글 읽으면서 궁금한 점 생기면 질문해주세요! 답변해드리겠습니다 :D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꿀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