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8 / 반갑습니다.
1편에서 적잖은 호응을 해주신 덕분에
라인전 편을 빠르게 마무리 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오늘 2편까지 글을 작성하고, 미드 대치 단계에서부터는
한 주 정도의 기간을 두고 글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0. 개요
오늘은 경기 하나를 전반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마스터~그랜드마스터 구간에서의 라인전이며 우리가 이 경기를 통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바텀 양측간의 시야 확보 싸움과 팀의 전반적인 설계구도입니다.
이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신다면 게임 안목이 조금 더 넓어질거라고 생각합니다!



1. 조합

블루팀 : 트런들 그레이브즈 카르마 / 칼리스타 세트
레드팀 : 볼리베어 / 리신 피즈 카이사 알리스타

구도가 명확합니다. 밴픽 순서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두 팀의 목적은
상당히 눈에 잘 들어옵니다.

블루팀은 카르마와 트런들의 이속으로 그레이브즈의 카정을 백업해주고
초반 미드탑 압박을 통해 이득을 본 뒤
바텀 백업(역갱)을 통해 수비에 성공한다.

레드팀은 암살이 유리한 리신+피즈 조합으로 그레이브즈를 찾아다니고
아랫쪽을 지배해서 4인 다이브를 노린다.

[요약]
블루팀 : 상체압박->바텀수비
레드팀 : 정글압박->바텀공격

그렇다면 그레이브즈는 최대한 리신+피즈를 피해다니고
리신과 피즈는 최대한 그레이브즈를 찾아다니는 움직임을 보일겁니다.

바텀 라인전만 놓고 본다면
칼리스타와 세트가 매우매우 강력한 조합이기 때문에
레드팀이 바텀에 공격턴을 사용할 때 자칫하면 게임이 터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세트가 서폿유저가 아니었던 겁니다.

이게 과연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요? 시작하겠습니다.



2. 경기분석



1분 5초 극초반, 칼리스타가 와드에 걸려서 죽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초반부터 조합의 컨셉을 살리려는 모습이 양쪽에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블루팀의 상체는 자신들의 유리함을 살리기 위해 위쪽에 와드를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칼리스타는 1렙에 자신이 강하기 때문에, 리시를 하고 내려오는 카이사와 알리스타를
물면서 스펠을 빼거나 킬을 딸 상황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카이사는 이 상황을 한 수 미리 예측했습니다.

카이사는 1렙 리시 전후로 칼리와 세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바로 바텀으로 달린 뒤 빨간 사각형 부분에 와딩을 하였고
의도치 않게 부쉬에서 너무 빨리 대기 중인 칼리스타를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칼리스타도 상대가 와딩하는지 안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빨리 들어간 것입니다..ㅠㅠ)
카이사와 알리스타는 상대방에 시야에 걸리지 않기 위해 빨간색 화살표 동선을 타고 빙 돌아와서
결국 칼리스타를 잡는데 성공합니다.



2분 21초, 세트가 와딩을 하는 모습

1렙 라인전은 무난하게 흘러갔지만, 세트가 사소한 실수를 해서 제가 포착해봤습니다.
라인 클리어를 한 뒤 삼거리에 와딩을 하는데요, 이는 전혀 쓸모없는 와드입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생각해보시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깨달으셨나요?
이는 아까전에 언급한 조합 컨셉을 다시 떠올려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드팀은 "정글압박->바텀공격" 의 순서를 밟아야하고 이는
정글압박이 우선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리신이 바텀갱을 간다면 간단하게 말하면 순서의 오류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게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제로 탑과 미드는
상대 라이너에게 굉장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동시간, 미드 카르마는 평타견제로 피즈를 포탑에 몰아넣었고


탑 트런들은 볼리베어를 솔킬 까지 내버립니다.

이 상황에서 리신이 바텀 3렙 다이브를 설계한다?
탑은 그대로 멸망해버리고, 그브는 레드 카정을 올 것이며
귀환 후 리신은 윗캠프가 전부 털려 할 게 없어집니다.


카르마 또한 상체쪽에서 리신 위치를 파악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칼날부리쪽에 와딩을 합니다
...어쩌면 미드라이너인 세트가 본능에 따라 와딩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분 43초, 세트의 매서운 킬각을 볼 수 있습니다.
잠깐 블루팀 시야로 보면, 리신이 탑에 어쩔 수 없이 백업을 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대 정글러가 시야에 잡히자마자, 앞점멸을 통해 칼리스타+세트의 파괴력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하지만 초반 스펠이 빠진 칼리스타가 호응을 제대로 못하면서 킬은 가져가지 못합니다.





3분 32초, 여기서 블루 바텀라인의 정말 중요한 실수가 발생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보이지만 명심해야 할 건
소환사의 협곡은 정말 정교한 심리게임으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킬각을 놓친 뒤, 자연스럽게 바텀라인 압박에 성공한 블루팀은 귀환 후 다음 페이즈를 노립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들이 해야할 일이 있었고, 적어도 세트는 이를 인지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1. 칼리스타의 와드 위치
아까도 언급했지만, 초반 블루팀의 입지는 상체에 있습니다.
그런데 리신이 탑에 투자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바텀의 활로도 제법 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을 기회로, 상대 정글에 와딩을 해야 했습니다.

2. 바위게 먹기
1번과 똑같은 개념입니다. 리신은 귀환 후 매우 높은 확률로 바텀 바위게를 노릴겁니다.
추가적으로, 피즈의 6렙 타이밍을 전후로 상대 레드 압박을 시도할 것이구요.
그걸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칼리와 세트는 바위게를 먹었어야 합니다.



4분 22초, 보란듯이 알리스타와 리신이 아랫바위게로 달립니다.
레드팀은 지원핑까지 찍으며 저 바위게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알리스타는 수정초로 아까 칼리스타가 박은 와드를 손쉽게 지우고, 바텀에 합류합니다.
조금 아쉬웠던 건, 강 중앙에 와딩을 한 의도를 알 수 없었습니다.
점 부쉬를 먹거나, 용 너머에 와딩을 해서 그브의 깜짝 용 트라이를 막았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시간대, 양쪽의 노림수가 명확히 보이는 순간입니다.
블루팀은 상체에 와드를 투자해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레드팀은 하체에 와드를 투자해서 그레이브즈의 위치를 찾으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피즈의 핑와 위치가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여줘서 무척 마음에 듭니다.


5분 51초, 여기서 되게 재미있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볼리베어는 탑에 가서 다이브를 당하면 그게 더 큰 손해를 일으킬거라고 예상합니다.
실제로 바텀쪽은 충분한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고 그레이브즈가 계속 시야에서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정글압박->바텀공격의 전환을 더 빠르게 감행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리신과 피즈 두명이었으면 피즈의 레벨을 고려해야했겠지만, 수적으로 밀고 가려는 모습입니다.


6분 17초, 먼저 바텀 공격 이전 단계의 모습입니다.
실제 아랫정글의 시야를 모두 먹은 레드팀이 미드로 갱킹을 시도해 성공합니다.


상대방보다 한 수 앞을 먼저 읽는다는게 이런거겠죠!
그레이브즈는 탑 다이브를 계획하였으나, 볼리베어는 미드에서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수 싸움에서 이긴다면 상대 정글은 허수아비에 불과합니다.


이 후, 리신과 볼리베어가 바텀 공격까지 턴을 쓰지만


이번에는 블루팀이 늦게나마 상대방의 수를 읽었습니다.
빠르게 귀환을 잡은 그레이브즈가 바텀 수비에 성공하는 모습입니다.




이 후 양측은 블루팀의 바텀 수비(백업)와


레드팀의 바텀 공격이 번갈아가면서 이루어집니다.

아까 첫 전적결과를 유심히 보신분들이라면 트런들이 무지 잘큰것을 볼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초반의 공방이, 블루팀에게 난항을 겪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상체 압박이라는 컨셉을 지키고자 탑에 귀환텔을 쓴 트런들은
라인전 내내 바텀에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했고,
순전히 자신이 성장하면 이길 거라고 믿은 트런들은
이 후 한타 페이즈에서 예상치 못한 딜에 눌려 패배하고 맙니다.



이렇게 공방이 끝나고, 이제부터 서폿끼리 점 부쉬를 잡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미 공방이 끝났다는 겁니다.

명백히 아쉬운 건 블루팀입니다.
세트가 바텀 경험치 손해를 조금 더 받더라도 강 시야를 더 빨리 확보했더라면
즉, 바텀 수비의 컨셉을 더욱 확실히 했더라면 이렇게 긴 공방은
어쩌면 시작되지도 않았을겁니다.


ㅡㅡㅡ이 후 상황은 설명으로 대체하겠습니다ㅡㅡㅡ

먼저, 볼리베어가 바텀에 한 번 더 공격권을 투자해서 3킬을 따냅니다. (레드팀 3킬)
그레이브즈와 트런들도 탑에 전령을 풀어서 최대한 푸시를 합니다.
놀랍게도 쌍둥이 포탑 중 하나를 미는데까지 성공합니다. (블루팀 오브젝트 확보)

그리고 사이드 푸시 단계로 넘어오면서 잘 큰 트런들의 장점을 살리며
리신과 볼리베어를 잡는 것 또한 성공합니다. (블루팀 2킬)
실제로 여기서 블루팀이 3천 골드가량 앞섭니다.

그러나 18분, 원딜이 2렙차가 나면서 정식 5vs5 한타에서는 트런들이 힘을 못쓰고 죽어버립니다.

21분, 한번더 트런들을 이용해 알리스타를 잡아낸 블루팀이 푸시를 시도해보지만
마찬가지로 4vs5 한타에서 카이사의 딜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립니다.

바론까지 먹힌 블루팀은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무리하게 한타를 열었지만,
블루팀 레벨 : 13 12 12 10 10
레드팀 레벨 : 12 13 13 14 11 인 상황에서 대패하고 맙니다.


3. 결론
이 게임에서 서포터들이 배울 수 있는건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이 질문부터 해봅시다. 세트와 알리스타. 둘 중 누가 더 잘했을까요?

정답은 양쪽 다 특별한 부분은 없었다 입니다.

실제로 알리스타는 할 게 없었습니다.
리신과 피즈가 하체 시야를 든든하게 잡아주었고
볼리베어가 정글압박->바텀공격이라는 컨셉을 확정지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트의 플레이를 보고 고칠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블루팀의 역할은 상체압박->바텀수비 였고
실제로 레드팀이 더 빠르게 공격을 시도한다면 그 전에 바텀수비에 총력을 가해야 했습니다.

플레이를 유심히 보면, 칼리스타+세트의 강한 라인전을 강점으로
시야를 먹는게 아니라 라인전 압박에 조금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점 부쉬를 먹고, 상대 정글 시야까지 미리 확보한 뒤
차라리 볼리베어처럼 1차 포탑을 내주는 선택을 하면서
라인전 단계를 빨리 마무리 지엇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임에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팀적으로 가장 이득을 볼지
항상 생각하며 움직여야 합니다.

서폿은 바텀 라인전에만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했을지 또는 무엇을 할지 예측해서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3렙에 바텀 주도권을 잡았을 때, 리신에게 넘어갈 바위게를 먼저 먹을 수도 있었고
(상대방이 무엇을 할지)
4분부터 8분까지 그레이브즈가 탑에 투자하는 동안
피즈와 리신이 박아둔 와드를 지울 기회도 충분히 있었습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했을지)

저티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실수가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용, 전령, 바위게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상대 정글러가 언제 올지, 어디에 있을지 예측하지 않으며
내 와드가 어떤식으로 게임에 도움을 줄지 고려하지 않습니다.

실제 마스터 그마 경기에서도 저런 사소한 실수가 나오는 것을 보면
아래 티어에서 서폿이 시야로 캐리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겁니다.

만약 솔랭에서 당신이 알리스타고,
리신과 피즈가 이런 방식으로 시야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이제 당신이 그 시야를 밝혀야 하는 겁니다.

우리팀이 다른 컨셉을 잡는다면 또 그에 맞는 방향을 잡아야겠지요

리신 피즈가 탑을 가서 트런들을 잡으려고 한다면
용과 우리팀 정글에 와딩을 해서 카정or오브젝트 수비를 해야하고

리신이 미드를 집요하게 부수려고 한다면
귀환 후 미드에 붙어서 양쪽 일자 부쉬에 와딩을 해줘야겠지요.

매번 달라지는 컨셉에 맞춰서 시야 확보와 설계를 해낼 수 있다면
우리팀 탑 미드 정글 원딜이 캐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겁니다.

이상으로 라인전 편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