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논할 때 사람들은 늘 등급을 매겼다.


일류(一流).

이류(二流).

삼류(三流).


사람들은 무엇이든 구분하고 이름 붙이길 좋아했다.

그래야 이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도 있었다.




낡은 술집의 구석.

백발의 노인이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최근에 대단한 고수가 나타났다더군요."

젊은 무사의 말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일류쯤 되는 겁니까?"

"일류?"


노인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저었다.


"애송아."

"너는 하늘을 보고도 산의 높이를 재려 하느냐."


순간.

시끌벅적하던 술집 안이 조용해졌다.

노인은 낮게 말했다.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지 마라."


"이화금류."


창문을 흔들던 바람마저 멎은 듯했다.




전설은 단순했다.

그는 패배한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도 그가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천 명이 덤벼도 웃었고,

만 명이 길을 막아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천재라 불렀고,

누군가는 괴물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를 직접 본 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만 남겼다.

"설명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갈라졌다.

검은 균열이 대륙을 뒤덮고,

밤하늘의 별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리고.

균열의 중심에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은빛 머리칼.

차가운 미소.

꿈과 환상을 지배하는 존재.


몽환의군단장 아브렐슈드


그녀가 손을 들자 세상이 뒤틀렸다.


수많은 강자들이 무릎을 꿇었고,

누군가는 과거에 갇혔으며,

누군가는 악몽에 삼켜졌다.


그 누구도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태연한 걸음.


아브렐슈드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너는 왜 두려워하지 않지?"


그가 되물었다.

"무엇을?"

"악몽을."

잠시 침묵.


그리고.

그의 대답.


"꿈은 잠든 자만 꾸는 법이니까."




순간.


수만 개의 환상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하늘과 땅이 뒤집히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무너졌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단 한 걸음도.




아브렐슈드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어째서?"


그는 담담하게 답했다.

"그 정도로 현실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나?"


찰나.

모든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

별들이 생기고,

뒤틀린 공간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도 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끝났는지.

그저 결과만 존재했다.




무릎을 꿇은 것은 아브렐슈드였다.

꿈과 환상을 지배하던 군단장.


그리고.


끝까지 서 있었던 것은 단 한 사람.


이화금류.




노인은 말을 멈췄다.


술집 안은 조용했다.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의 침묵.


한참 뒤.


젊은 무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류인가?"


노인이 웃었다.

"아니."


다른 이가 물었다.

"...그럼 이류인가?"


노인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침묵.


노인은 비어버린 술잔을 내려놓았다.


탁.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노인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화금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