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음악게임의 선구자격이라 할 수 있는 비트매니아와 DDR이 세상에 나온지 약 16년 남짓이 흘렀습니다.

 

이후 수많은 음악게임들이 나오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고 스쿠페스도 그 중 하나이지만 특히 캐릭터성을 앞세워서 기존에 음악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들에게도 어필하고 있습니다.

 

다른 음악게임들을 즐기다가 음악게임으로서 스쿠페스를 잡은 이들은 제아무리 어려운 곡이라도 클리어 트로피 C 도 따기 전에 올콤 함락을 시켜버리는 이도 있는가 하면,

 

음악게임과는 연이 없다가 캐릭터 게임으로서 스쿠페스를 잡은 이들은 남들 다 정복하고 넘어가는 곡에서도 클리어 트로피 S 따도록 좌절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벤트 랭킹전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궁극적으로 음악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나의 플레이가 남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귀결된다는 점이고,

 

이는 곧 음악게임으로서의 스쿠페스에 숙달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다른 음악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코인러시, 즉 많은 반복 플레이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음악 게임이라는 장르도 나온 지 오랜 세월이 흘러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보다 적은 자본으로 많은 효과를 내기 위한 '효율이 좋은' 연습법은 어느 정도 정립되어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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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페스로 음악게임에 입문하신 분들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종종 발생할 것입니다.

 

1. 첫 몇 번의 플레이는 노트의 폭풍에 휘말려 폭사/게이지 너덜너덜해져서 간신히 클리어

2. 조금씩 익숙해져서 일단 안정적으로 죽지 않을 정도로는 플레이 가능

3. 그러나 플레이 횟수가 40번이 되고 50번이 되어도 좀처럼 7~10개에서 줄어들지 않는 굿/배드 숫자

 

비단 스쿠페스 뿐 아니라 어떤 음악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다시 뜯어 보면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A. 플레이 할 때마다 틀리는 부분이 정해져 있는데 한번은 플레이 하면 여기서 틀리고 저기는 이어서 다시 플레이 했더니 이번엔 여기는 이었는데 저기서 틀리고를 끝없이 반복

- 노트 수가 많은 곡일수록 발생하기 쉬운 경우인데 궁극적으로는 아래 C와 같은 케이스입니다.

 

B. 곡에서 대놓고 여기서 틀리라고 악랄하게 노트를 배치한 부분에서 틀림

- 저 유명한 머메페스1의 '와타시와 닝교나노' 파트가 대표적입니다.

어지간히 어려운 부분은 공략이 이미 존재하니 숙지해서 임하는 편이 좋습니다.

 

C. B처럼 대놓고 어려운 곳은 아닌데 따라서 치고 있다 보면 어느새 콤보가 끊겨 있다

- 본문에서 집중 공략할 대상이며 실제로 가장 골치아픈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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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와 같은 현상을 소위 '쿠세'(열도용어) 라고 하여 대략적으로는 곡을 이미 숙달될 정도로 연습했는데 플레이 할 때마다 자신이 곡의 특정 부분에서 틀린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플레이 하면서 틀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곡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뇌에 실제 노트와 다른 채보가 각인되어 버리거나, 마찬가지로 반복학습 중에 무의식적으로 근육이 틀린 리듬을 기억해 버리는 등의 이유로 자주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스쿠페스는 그 중에서 몇 가지 조건을 실제로 충족시킵니다.

- 채보의 가독성 (특히 박자) 가 메우 메우 좋지 못하다

- 노트의 키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대표적 방법들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스쿠페스는 그 중 많은 방법들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 채보에 랜덤을 걸어서 플레이에 시력 의존도를 높인다 -> 랜덤 불가

- 채보에 배속을 걸어서 플레이에 시력 의존도를 높인다 -> 배속 불가

 

그래서 다른 방법들을 써야 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 잘하는 사람한테 플레이를 직접 보여줘서 어디서 틀린지를 알아낸다 -> 보여줄 사람이 필요

- 직접 몇번째 노트에서 틀리는지를 기록하고 그 부분을 분석한다

 

말로는 거창하지만 결국 정밀 분석을 해서 어디서 왜 틀리는지를 알아내는 수 밖에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예시를 두개쯤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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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쿠이마 하드 20번째 노트

 

보쿠이마 하드 도입부는 37 롱노트가 나온 다음에 세 번 따단 하는 박자의 노트가 나옵니다.

 

그리고 18번째 노트가 나오는 부분 (인벤영상 기준 20초 근방) 에서 멜로디는 딴 따단 딴 딴 하고 흘러나오기 때문에,

 

음악에 맞춰서 칠 경우 현멜로디를 따라가서 마찬가지로 딴(18) 따(19)단(20) 딴(21) 딴(22롱놋) 하고 치기 십상인데,

 

실제 채보는 멜로디를 무시하고 정박으로 딴(18) 딴(19) 딴(20) 이후 따(21)단(22롱놋) 으로 떨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19번째와 20번째 노트의 배치는 스쿠페스에서 가장 리듬 가독성이 떨어지는 1-9 배치입니다.

 

눈으로는 노트 위치만 확인하고 귀로 곡을 들으면서 치는 플레이어들에게 가장 쥐약과도 같은 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덤으로 보쿠이마 노멀에서도 B멜로디에서 계속 반박으로 따단 따단 하는 노트를 보여준 다음에 마지막 쯤에 얼핏 보면 마찬가지로 반박자 따단인데 실제로는 정박자 딴 딴 인 낚시를 거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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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페스 2 노멀 80번째 노트

 

머메페스2 노멀은 B멜로디 구간에서 898, 212, 646, 787, 323 으로 이어지는 (중간의 다른 노트들은 생략했습니다) 채보가 있고, 이들은 전부 음악에 맞춰서 2/3박 배치로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마지막의 323(77번 노트), 롱노트(78) 이후 다시 방금전에 봤던 787 배치가 나오는데,

 

이 7(79) 8(80) 7(81) 배치가 방금전까지의 2/3 박이 아닌 정박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232 배치는 1/2박으로 떨어집니다)

 

습관대로 치면 조금 전까지 쳤던 대로 80번째 노트를 1박이 지나기 전 2/3박만에 누르게 되고 미스가 나게 됩니다.

(80번을 그레이트로 막는다고 해도 81번째 노트는 통짜로 2/3박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반드시 틀립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박자 변형을 이용한 전형적인 낚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787 노트는 1-9 배치에 비해 가독성이 좋은 위치라서 틀린 이유를 알아내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머메페스2 하드 후렴구의 딴 따단 딴 노트도 딴 딴 딴 딴 처럼 보이게 해놓고 박자로 낚는 대표적인 케이스지만 워낙에 유명하니 생략합니다. (와일드스타즈의 롱노트 마지막과 엇갈려서 나오는 노트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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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세 현상의 가장 악랄한 점은 단순한 반복 연습으로는 아무리 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계속 틀린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봐야 몸은 이미 기억한 대로 움직일 뿐이고 그 기억 자체가 틀린 이상 몇 번을 재도전해도 결과는 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 10회 정도의 반복 플레이에서 무언가 나아지는 점이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하게 그 곡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곡들 한동안 치다가 잊어버릴 때쯤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몸이 틀리게 기억하고 있는 부분을 잊게 해서 다시 올바른 기억을 새기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음악 게임은 결국 정해져 있는 노트와의 싸움이고 랜덤 배치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해 CPU 측에게서 어떠한 우연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이 분석한 만큼 확실한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이 음악게임이라는 장르이며, 이를 이해하고 게임에 임할 수록 보다 더 보람있는 게임 공략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