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201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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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존'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인터넷이라는 새롭게 도입된 환경을 잘 만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엄청나게 성장했고 주식 가격도 매년 급등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아마존의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수익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었고 회사는 고속 성장을 달렸지만 적자에서 매년 헤어나오지 못했고, amazon dot toast 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닷컴 버블 붕괴까지 겹친 아마존은 99년 말부터 00년 사이에 주가가 1/10으로 떨어졌고, 창업 후 5년동안 20억 달러 (약 2.2조원)을 빌려와 87%를 증발시킨 대기록도 세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마존은 난관을 헤쳐 나오는 데 성공했고, 지금까지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넥슨 또한 아마존과 비슷한 면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임계의 초기 주자로 뛴 것, 사실 그렇게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아니었던 것, 한국의 온갖 IT 규제와 별별 악재를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살아 남아서, 재미를 기준으로 한창 잘 나갈 때에는 포커나 바둑이같은 19세 게임부터, 카트라이더같은 캐쥬얼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고, 길드 시스템이나 만만이 등 커뮤니티가 갖추면 좋을 시스템도 괜찮게 된 종합적인, 매우 이상적인 사이트가 아니었나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던 것 등등이 말이에요.

 

그런데 최근 넥슨은 다시 위기에 빠졌습니다. IMF도, 닷컴 버블 붕괴도 아닌 내부적인 요인 ㅡ 넥슨식 운영 ㅡ 이 낳은 결과 때문이죠. 언제부터인가 넥슨의 운영 방향이 '게임성' 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카트라이더에서 게임에 대해서 잘 알던 개발팀장을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 일이 막장 밸런스 패치로 이어지면서 프로게이머의 대부분이 접어버렸던 것이 그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그 방향은 '수익성' 을 향해 버렸고, 확증은 없으나 메이플스토리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잠재능력 출시 때부터 철저하게 전개할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 즉 최소한 지금 이 시점까지의 게임 업데이트 계획이 모두 다 짜여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넥슨이 수익성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1)
The concept of ecological redundancy is sometimes referred to as functional compensation and assumes that more than one species performs a given role within an ecosystem. More specifically, it is characterized by a particular species increasing its efficiency at providing a service when conditions are stressed in order to maintain aggregate stability in the ecosystem. However, such increased dependence on a compensating species places additional stress on the ecosystem and often enhances its susceptibility to subsequent disturbance. The redundancy hypothesis can be summarized as "species redundancy enhances ecosystem resilience".

(2)
Another idea uses the analogy of rivets in an airplane wing to compare the exponential effect the loss of each species will have on the function of an ecosystem; this is sometimes referred to as rivet popping. If only one species disappears, the loss of the ecosystem's efficiency as a whole is relatively small; however if several species are lost, the system essentially collapses as an airplane wing would, were it to lose too many rivets. The hypothesis assumes that species are relatively specialized in their roles and that their ability to compensate for one another is less than in the redundancy hypothesis. As a result, the loss of any species is critical to the performance of the ecosystem. The key difference is the rate at which the loss of species affects total ecosystem function.

Source : http://en.wikipedia.org/wiki/Ecosystem_services

*rivet 대갈못. 못의 일종

 

인간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생태계를 조금 파괴하듯이, 게임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생태계에서 종들을 하나씩 줄여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줄인 종 수 만큼이 게임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이 된다고 합시다. 예를 들어서, "캐시샵의 악공 100% 스크롤 판매"라는 종이 줄어들면, 그만큼 종이 줄고 생태계는 파괴되나 수익은 늘어납니다. 물론, 심각한 걸 빼면, 비행기(airplane)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빼야겠지요.

 

여기에서 종 수를 줄여 나가는, 즉 rivet [대갈못. 못의 일종. (2)를 참고해 주세요] 을 빼 나가는 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번째로, 종을 너무 많이 줄이면 (2) 에서 볼 수 있듯이 생태계가 망하는 속도가 점점 커지게 되므로, 후속작이나 회사의 운영 상황에 맞추어 종을 줄이는, 즉 수익을 얼마나 추구할 것인지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물론, 후속작이 성공해야 하므로, 약간의 불확실성이 따르는 예상이죠. 

두번째로, 어떤 종을 뺄 것인지, 즉 어떤 형태로 수익을 올릴 것인지입니다. 치장 아이템을 팔 수도 있고, 미라클 큐브를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 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종의 감소는 전체 생태계의 파괴 정도에 관여하는 정도가 작고, 어떤 종은 크게 됩니다. 또, (1) 에서 볼 수 있듯이 어떤 종을 빼든 어느 정도의 자연회복력 감소는 감수해야 합니다. 또 이것이 생태계의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생태계가 유지될수록 이는 영향력이 크게 됩니다.

세번째로, 이 생태계 또한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에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타 게임과의 싸움에서 서서히, ㅡ 하지만 그 속도는 생태계마다 다르게 ㅡ 밀려나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비유된 생태계의 경우 시간이 1년마다 1년이 가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진화', 즉 '생태계의 진화'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이죠.

 

빅뱅 패치를 예로 들어 봅시다. 빅뱅 패치 전까지 생태계가 망가지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시간 자체가 많이 흘렀고 다른 게임들도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빅뱅 패치라는 인위적인 손이 개입되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앞으로 생태계에서 종을 하나씩 줄여 나가는 데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계산 하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인위적이고 너무나도 급진적인 개입으로 인해 메이플스토리는 자연회복력를 상당히 잃고 말았지만, (2) 의 airplane(=생태계) 에 rivets(=종)는 많이 박아 놓았습니다. 즉, 뺄 rivets(종)은 많아졌고, 그래서 수익은 늘어날 것이니까 일단 됐고, 자연회복력를 잃은 것은 추가적인 개입으로 어떻게든 손을 볼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이후 패치는, 다 아시듯이, rivets를 상당히 많이 빼 나가고, 그로 인해 파괴된 생태계와 빠진 rivets 를 다시 인위적인 개입으로 어느정도 살려 놓는 형태의 손질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전지전능하지 않죠. 이런 생태계 복원 공사만은 넥슨의 능력 밖이었습니다. (2) 에서 보시듯이, rivets 마다 중요도가 다른데, 넥슨이 복원할 수 있었던 rivets 수와 그 중요도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서 게임 생태계는 두 속성을 모두 잃으면서 더욱 빠르게 내리막길을 타게 됩니다. 휴지 반지름이 1/2 로 줄었을 때 실제 휴지는 3/4 가 줄어버린 것처럼, 앞으로 내리막길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넥슨은 인위적 개입의 도사가 되었고, 수많은 게임들을, 심지어 타 게임사의 게임을 인수해와서까지 이렇게 운영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단시간 내에 빼낸 rivets 의 개수 면에서 보면 1등입니다. 즉, 수익을 단기간에 많이 올리는 것은 넥슨이 체고시다 라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의 수익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넥슨은 이제 생태계가 자신이 예상한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잘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넥슨은 rivets 빼기의 도사가 되었지만, 생태계를 생태계답게 만드는 능력은 상실했고 어떻게 하면 rivets 를 많이 빼는, 즉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을 만들까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죠. 

 

넥슨이 기존 게임에 이런 개입을 하면서, 그 전제로는 이 게임의 후속작이 제대로 나와서 건강한, 즉 자연회복력이 매우 높고, 그래서 넥슨식 개입에 튼실히 버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서, 현 생태계(= 전작)를 파괴하면서 충분히 수익을 얻은 다음, 실제로는 거의 파괴되었어도 아직 외관상으로는 다른 게임과의 다리를 놓아 줄 수 있을 수준이 되면  후속작으로 옮겨가서 이런 '넥슨식 운영'을 또 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게 깔려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전제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의한 특정 수치'가 높은 '복잡한 계'를 자유롭게 만드는 일이 쉬울 거라는 상상은 완전히 틀리고 만 것이죠.

 

 

다시 아마존 이야기로 돌아가 봅시다. 아마존과 넥슨은 다르면서도 참 같은 점이 많은 기업인데, 두 기업의 종착점을 보면 참 많은 걸 느낄 수 있어요. 아마존이 지금까지 오면서 몇 차례 위기를 겪긴 했지만, 아마존은 처음의 초심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 확장이나, 경영 철학에서도 면밀히 드러나는 부분이죠. 물론 출판사에게 책을 받는 가격을 매우 낮게 받는 정책이 약간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넥슨의 경영 철학은 약 5년 정도 전에 완전히 바뀌어 버렸고 이제는 게임 만드는 기술은 뛰어날지언정 수익성에 많은 부분을 양보하고 말아 유저가 원하는 진정한 재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유저는 게임을 하기 위해, 그래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 돈을 내지, 돈을 내려고 게임을 하지는 않습니다.

 

넥슨의 저번 이야기를 보니 LOL을 매우 부러워하던데, LOL은 지금 넥슨의 시스템 상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게임이죠. 아무리 LOL의 PC방 점유율이 넥슨 게임을 합친 것의 2배가 된다고 해도, 넥슨의 기술력이 모자란 건 절대 아닌데, 이유가 뭘까요? 이렇게 게임이라는 종합 예술을 돈 하나만 추구하고 만드니, 조금만 건드려도 무엇이 바뀔 지 모르는 생태계가 제대로 만들어질 리가 없죠. 결국 이리 저리 해도 안 되니까 이제는 "대작 게임보다는 순환 모델을 하나 설정해서 이 정도 모델만 따르자."라는 쪽으로 이번 신규 게임들을 설정해놓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인간 사회가 표준화, 규격화를 지향했다면 이제 약간 돌아서서 인간 자체의 본성과 이를 조화시키는 것이 21세기의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한국 혼자만은 참 이상한 일을 하고 있죠. 셧다운제와 아청법을 만들어서 인간의 인격을 감시받아야 할 대상으로 표준화시키고 있고.. 넥슨은 돈 하나만 보고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수익 모델에 규격화시키는 일을 하고 있구요. 

 

오직 수익만을 위해서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에 맞추면서까지 즐겁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를, 게다가 수익에도 일정 부분 기여한 유저를 기만하면서 이전 게임을 망가지게 하고 새로운 게임을 도입시키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 이제 게임계에서의 위상이 예전같지는 않은 넥슨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요.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인간의 행복은 결코 돈에 있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