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최상사 오랜만이야.."

우리는 고개를 획 돌려 그 낯선 목소리의 정체를 찾았다.

대문 밖에 낯선 남자 서너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와 수사관은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사관이 욕설로 대답했다.

"너..이...니가 여기에 왜 왔어?"

나는 뜬금없는 상황에 수사관에게 조용히 물었다.

"누굽니까?"

"군단 수사관 놈인데 제 동기입니다. 재수 없는 놈이죠. "

그들은 곧 대문 안으로 들어서더니 우리 앞에 떡 멈춰섰다.

모두 네 명이었다.

수사관 동기라는 사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손전등에 간접적으로 비추어진 그의 얼굴 표정은 매우 차가웠다.

그리고 뒤에 있는 세 병사의 우의 아래로 그들이 들고 있는 소총의 머리가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대위님. 저는 군단 수사관 정ㅇㅇ상사입니다."

그는 가볍게 오른손을 눈썹 가까이 들었다 내리며 예를 표했지만 그의 말투는 매우 거만했다.

"웬 일이십니까?"

"아니 아실만한 분이 소속 사단장의 명령도 어기고 이수지역까지 벗어나서 뭐하는 짓입니까?"

"누가 그러던가요?"

"사단 헌병대 수사과장한테 전화가 와서 말이죠.

그래서 이 비오는 야밤에 찾아다니느라 고생 좀 하고 있었습니다.

이수지역 검문소에 모두 연락해 보니까, 어디 멀리까지 가신 모양입니다.

행방을 알 수가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여기에 왔더니 저 친구 차가 보이더군요.

몇 십분 기다렸는데 힘들었습니다."

동기의 너무나도 오만방자한 말투가 듣기 싫었는지 수사관이 격한 어투로 말을 내뱉았다.

"그래서... 니가 어쩔건데?"

군단 수사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턱을 잠시 치켜 올리며 삐죽거리는 입으로 말을 했다.

"야....다치기 싫으면 좋은 말로 할 때 호송차에 타라."

"뭐? 씨발놈아?"

수사관의 격한 언사에 군단수사관이 가소롭다는 듯 한 쪽 입술을 치켜 올렸다.


"...미친... 사단 수사관 주제에 뭘 잘 났다고 욕질이야?

조용히 타면 니네 사단장한테는 입 다물거고, 만일 껄렁대면 군단에 보고해서 그냥 옷 벗게 만들어 버린다."

"뭐 이 개새끼야!!!"

"아이 이 자식이 말길을 못 알아듣네. 야!! 체포해!!"

군단 수사관의 한 마디에 뒤에 서 있던 소총으로 무장한 세 명의 병사가 움직임을 보였다.

"잠깐만요!!!!!!"

나는 그들을 잠시 정지시켰다.

"뭐? 할 말이라도 있으십니까?"

여전히 그의 말투는 싸가지가 없었다.

"우리에게 한 시간만 여유를 주시오. 그리고 우리가 자진해서 부대로 복귀하겠소."

"지금 장난하십니까?

12시가 넘어가는데 저희보고 한 시간이나 더 기다리라구요?

지금 진짜 문제는 저 친구가 아니라 대위님이십니다.

사단장 명으로 헌병대에 연금당하신 분이 부대를 벗어나 위수지역까지 이탈하시고서 지금 이게 할 말입니까?"

"급히 할 일이 있소. 한 시간만 여유를 주시오."

나의 간곡한 부탁에도 그는 여전히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대응했다.

"이봐요. 대위님. 사단 헌병대 수사과장이 지금 사단에 보고하겠다고 난리입니다.

괜히 당신네 헌병대장이나 수사과장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협조하십시오.

우린 뭐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냥 가시면 되는데 왜 아무 상관없는 우리까지 피곤하게 만드는 겁니까? 예?"

그런데 나는 조금 전부터 군단 수사관 뒤에 서 있는 병사 한 명의 기이한 행동이 눈에 거슬렸다.

어둠 속에서 우의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꾸 턱을 이리 저리 좌우로 채며, 뭐라고 궁시렁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저 친구...왜 저래?"

나는 머리를 옆으로 살짝 눕히고, 군단 수사관 뒤에 서 있는 그 병사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대위님, 지금 뭐하는거요?"

군단 수사관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지만, 잠시 후 뒤에서 들리는 낯설고 괴기스런 소리에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으히힝!! 으힝!!! 으히히히힝!! 으힝!! 으히히히힝!!!!!!!!"

괴이한 소리에 군단수사관이 뒤를 돌아봤다.

"으힝.....으힝......"

연신 아랫턱을 좌우로 채던 병사가 또다시 알 수없는 종류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어어어얼..거어어어얼..."

"아니 이 왜 이래?"

나는 즉시 손에 들고 있는 손전등을 그 병사를 향해 비추었다.

동그란 모양의 손전등 빛에 비추어진 그의 얼굴에 모두들 놀라 뒤로 물러섰다.

간질 환자처럼 눈은 돌아가 흰자위만 보였고, 입에서는 연신 거품을 쏟아냈다.

"총 뺏아..."

갑작스런 내 말에 군단 수사관이 되물었다.

"뭐라구요?"

"우리 모두 죽어요!! 총 뺏으라구!!!"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병사는 갑자기 목을 이리저리 꺽더니 우리를 향해 미소지었다.

"어라? 정신이 돌아왔네."

군단 수사관은 신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안돼!!! 총 뺏으라구!!!"

나는 잽싸게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군단수사관이 나를 몸으로 막더니 부릅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어허...대위님, 이거 왜 이러실까? 어디로 튀실려고? 꼼짝하지 마쇼."

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부림을 치며 울부짖었다.

"야! 우리 다 죽는다고!!!!"

나의 미친 듯한 행동에 나를 붙잡고 있던 군단 수사관이 소리쳤다.

"야!! 뭐해? 이 사람 붙잡아!!"

양쪽의 두 병사가 재빨리 다가와 나의 양 팔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철커덕!!!!!"

소총의 장전소리에 우리는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모두들 나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천천히 돌려 그 병사를 바라보았다.

빗소리 외에는 그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적막감과 극도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와함게 연신 빗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그 병사의 우의가 막대로 걷어올려지듯이 천천히 올라갔다.

걷어올려지는 우의의 끝자락의 움직임과 함께 우리의 시선도 같이 따라 움직였다.

우의가 걷어올려지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우리를 향하고 있는 소총의 총구였다.

총알이 빠를까? 내 몸이 빠를까?

순간 말도 안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 모두들 굳어버린 자세를 풀지 못했다.


"너...씨....... 뭐하는거야?"


나를 붙잡고 고개를 뒤로 돌린 채 그를 바라보던 군단 수사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그 병사는 갑자기 모든 치아가 다 보일 정도로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오금이 저렸다.

전에 몇 번 금속성 물질이 내 몸을 관통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대포 구멍처럼 확대되어 보이는 나를 향한 총구를 보는 순간, 그게 미친 상상이었음을 느꼈다.

갑자기 그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워버리더니 병사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