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3일.. 오늘은.. 지금으로부터 5년전 서비스 종료를 한 '테라'라는 게임에 관하여 적어보자 한다.
 
 
 
이른 나이부터 입에 험한욕을 담으며 a롱 컨테이너 뒤에서 자리를 고수하는 초딩들, 학원이 끝나자마자, 또는 야자를 째고 피시방에서 롤을 키고 상류층을 위한 도약을 시도하는 중고딩들, 고추에 힘주고 여캠방에서 별풍선을 쏘는 아저씨, 어느새 얼굴은 삭고,직장에 취직했지만 게임의 시계만은 멈춰있는 스타 아저씨유저들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인생이 교차하는 pc방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대부분의 서양인이 한국인을 중국인으로 알아보는것처럼, 지나가다가 눈독을 들이게 되면 어 아이온인가? 하고 지나가는 망게임, 테라 

못하면 돌아오는 패드립과 수많은 트롤들에 현자타임이 온 대학생 롤유저는 한창 이 게임에 빠져있었다. 

"흠.. 자본도 그다지 안들고 현질도 무난해.. 강화도 지금까지 겪은 rpg게임에 비하면 긴장조차 되지않을만큼 쉬워.. 물론 12강 이상은 꽤 무리지만 이정도만 해도 인던도는데 문제도 없고.. 
문장 시스템과 명품 시스템.. 인던 자체도 무척 재밌고 신속 타이밍때 쏟아져 나오는 무지개딜이 손맛이 죽여주는데..?
포화의 전장, 명예의 전장, 투지의 전장.. 지형지물, 단체전, 컨딸전.. 뷔페처럼 입맛대로 모든 pvp요소가 충족되있어.. 
이렇게 초보자가 접근하기 쉬운 게임도 정말 찾기 힘든데.. 왜 망했던거지? 컨텐츠가 없기라도 했나.. pvp 시스템이 병신이였나? 뭐가 문제였던거야 그냥 물타기였을 뿐이잖아?"

첫 장난감을 선물받은 어린아이처럼 나의 엘린은 오늘도 명예의 전장에서 춤추고 있었다.

"역시 한가지 전장만 즐기다보니 아무래도 무료함이 조금씩 찾아오기는 하네.. 흠.. 투지의 전장이라.. 개인매칭정돈 괜찮겠지? 나같은 입문자들이 개인매칭에서 감을 찾고 이내 마음이 생기면 팀매칭으로 발을 넓히라는 뜻일테니까"

이렇게 한 테라유저의 첫 투지입문, 영광스런 신고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1분.. 2분.. 3분 30초.. 슬슬 매칭이 안되서 신속을 키고 기본타를 남발하는것도 질려가려는 찰나 정적을 깨는 고함소리가 나의 반고리관을 자극했다. 

"홍8 .. 개빡치게하네.. 오랜만에 갠매하는데.. 마공사랑 정령사새끼들 얼굴에 똥싸고 엉덩이춤 추고싶다 씨발!"

고함을 지르는 유저는 정말 우연찮게도 테라 유저로 보인다.. 반가움과 동시에 나는 그의 용모를 살펴보았다.
그는 머리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반삭도 아니였고.. 굳이 추측해보자면 휴가나온 군인? 무엇때문에 저렇게 화가난건지.. 원인은 전장인듯 하다.

"하.. 역시 이좆망겜을 손대는게 아니였어.. 밸런스 조절이 거의 공익과 강원도 전방급이지.. 롤과는 다른 의미로 정말 악마의 게임이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머리없는 빠박이... 이내 나의 자리에서 멈춰서는 기이한 광경이 내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나를 보며 아프리카에서 유엔의 물배식을 기다리는 기아를 쳐다보는 눈을 하고있었다. 
같은 테라 유저에대한 반가움인지.. 아니.. 짓고 있는 표정을 보아하니 그렇게 친절함을 표할려는 인간의 얼굴같진 않아보았다.. 





"투지 매칭을 하고있군.. 직업은 마법사고..?"


면접을 보듯이 나의 모니터를 훑는 빠박이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테라 유저는 오랜만에 보내요 제가 테라를 시작한뒤 pc방에서 한명의 테라유저도 본적이 없어서.. 반갑습니다! 내일도 만날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짜피 서버는 아룬의 영광 아닌가요?"


이정도면 최대한 좋게 말해준거다.. 아니 정확히 말해주면 내가 인생에서 처음 보는 기묘한 장면에 살짝 쫄은감도 있긴하다.. 
 

하지만 애써 따듯해진 분위기에 냉수를 퍼붓는 빠박이


 
"매칭을 내려.. "

 

순간 미친놈인가..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분명히 대처할 방안이 있겠지만 내가 법조계 쪽이 아니라 일단 112를 살짝 염두해 두고 있었다.



"매칭을 내리라니.. 이건 제 계정이고 제가 돈내고 하는 pc방입니다만..?"

 

 


겨우 화를 내지않고 대화를 이어가는데 성공하는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마법사는 같은말을 되풀이하지 않아.. 매칭을 내려라..  "
 

미친놈.. 내인생 미친놈 랭킹 top 3위권에 진입도 노려볼만한 실력자였다.. 내가 저놈의 아버지였다면 저새끼의 책장에 있는 판타지 소설을 땔감으로 전부 소진했을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눈동자는 마치 [오랜 싸움]을 한듯이 깊고 어두웠다.. 장난을 치고 있는사람의 표정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 그만 해주세요 사람들 다 쳐다보고 있잖아요 지금!"
 
(웅성ㅇㅇ성 웅성웅성)

이제 생각하는것도 귀찮았고 이 짜증나는 상황을 벗어나고싶은 마음 뿐이였다.
 
허나 그는 나의 주변의 눈치를 벗삼아 추궁하는 말따위에 동요는 거녕 미동조차 없어보였다.
 
이윽고 눈물을 흘리며 그는 무거운 입을 열였다.
 
 
 
 
"하.... 항상 이겼다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달랐어.. 그게 마법사다"
 
 
 
어디가 끝이고 어디가 시작인지도 알수없는 두서없는 말에 나의 이성은 대화를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의 가슴은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듯 작은 전율이 은은히 퍼져가고있었다..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빠박이는 떠났고 나는 밀린 과제를 끝낸듯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의 손을 잡아끄는 목소리.
 

 
"아닐세.. 그런게 아니야 저자는 당신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하고 있는거야.. 나도 한때 마법사 유저였지.. 패기 넘치는 젊은이여.. 용기와 무모함을 구분해야만해.."
 

 
맞은편 뒷자리에서 별풍선을 쏘고있는 아저씨가 개소리를 이어갔다.
 

 
"뭐야 이 병신새끼들은.. 몰래카메라냐? 투지 매칭은 이미 시작했어 게임 방해나 하지 말라고..!"


5
4
3
2
1
 
start!




 
"음....... 홍8? 아까 그 빠박이가 외쳤던 닉네임이잖아?"





난 여전히 그들의 말의 뜻을 알수 없었다.
 
하지만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것도 아니였다.
 
 
 
 
....










우리팀 무사가 바속에 걸리고 사제가 겨울잠을 자는 동안.. 내 뒤통수에 뒤잡기와 충격탄이 작렬했다.
 
 
 
 
 
나의 세상은 잿빛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