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억하시는 분은 정말 오랜만에,
처음보시는 분은 처음뵙겠습니다.

다짜고짜 세번째. 양자역학 이야기입니다-라고 쓰기엔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 후라
잠깐의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먼저 적어봅니다.

제목처럼, 천문학(혹은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한,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양서적의 느낌으로 시작한 글입니다.

하지만 쓰다보면, 분명 너무 쉬워서 고작 이걸 읽으려고 내가 시간을 들였단 말인가,
좀더 깊이있는 내용을 원하는 분들도 계시고,
거기에 맞추다보면 다시금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딜레마의 늪에 빠질 위험을 피할수 없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끝까지 한 수준을 정해서 쭉 밀고 나갈 예정입니다.
다만 부족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댓글을 통해 최대한 답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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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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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양자역학(Quantum dynamics) - a


아마 평범한 사람들에겐 굉장히 많이 들어 익숙하면서도, 실제로 설명하기엔 망설여지고,
그러면서 뭔가 있어보이는 과학(?)을 나타내는 단어로 많이 사용되는 말일 것이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과학자입니다.
오~ 무슨 연구하세요?
양자역학입니다.


이런 느낌이랄까.


예를들면, 스타1의 광양자 캐논이라던가, 
미드 프린지(Fringe)의 시작화면에 나오는 여러 단어들 중에도 이 양자역학이 나온다.





# image1. 미드 프린지의 시작화면
비주류과학(Fringe Science)과 관련이 있거나, 원론적인 단어들이 등장한다.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이 눈에띄고, 그 외에 철학자의 돌(Philosopher's stone), 사이코메트리(Phychometry) 등등이 보인다.




이렇게 적고보니 굉장히 거창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단 한가지 명제를 포함한다.

양자역학이란,
양자(Quantum)들의 특성, 성질들에 대한 학문이다.




그렇다면 양자란 무엇인가? 이걸 설명하기에 앞서 잠시 19세기 중반까지의 과학자들의 생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중반까지의 과학은 뉴턴의 고전역학이 얼마나 굉장하느냐에 관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때까지의 모든 실험들은 이러한 고전역학에 의해(물론 그 당시에는 '고전' 이라고 부르지 않았겠지만)설명이 가능하고,
예측또한 가능했다.
이를테면, 행성들의 위치를 관측하여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Planet align)현상이 일어나는 시기를 예측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으로 난관에 닥친 것이 19세기 후반즈음부터 시작된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소립자에 관한 실험과 빛에 관한 플랑크의 이론이었다. 그전까지는 잘만 적용되던 뉴턴의 고전역학이 소위 소립자들에 대해서는 적용이 안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뉴턴역학으로는 설명히 불가능한, 소립자들의 행동방식을 설명하는 것으로 양자론(Quantum theory)이 제기되었고 이는 크게 두가지 다른 방향에서 접근이 시작되었다.



첫번째는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등의 입자의 관점.
두번째는 드브로이, 슈뢰딩거 등등의 파동의 관점.


전자, 양성자 등의 소립자들의 행동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양자론은 이처럼 두가지 다른 방향에서 시작되었지만
후에 이르러서는 이것이 완벽하게 동일한 것이라는게 증명되었다.


잠깐,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즉, 입자와 파동은 동일하다는 결론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 image2. 물질의 이중성(Duality)
빛은 입자(Particle)인가 파동(Wave)인가? 정답은 두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는 그 어떤 것도 아니다.



19세기 후반까지 이 물질의 성질 - 입자냐 파동이냐 에 관한 논쟁은 엄청난 전쟁이었다.

재밌는점은 이 주장 또한 시대적 흐름을 타서 초반에는 빛이 파동이라는 주장이 대세였으나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발견하면서

(- 이것으로 노벨상을 수상.
사실 상대성이론이 물리학에서는 훨씬 더 중요하고 유명한 연구였지만 노벨상위원회는 뭔가 뚜렷하게 현실에 드러나고 구체적인 연구결과만을 인정하는 성격이라 그 대단한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주긴 줘야할텐데 그러자니 자신들이 고수했던 신념을 위반하고.. 하는 수 없이 명목상 광전효과를 수상목록으로 선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다시 빛의 입자론이 힘을 받기 시작하는 등, 수십년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1927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여 빛은 입자, 파동 그 무엇도 아니다 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의 이론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했지만 얄궂게도 아인슈타인 본인은 이 이론을 매우 싫어했다고 전해진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굉장히 다양한 말로 표현이 가능한데,
이중성(Duality)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다.

어떤 물질의 입자적 특성과 파동적 특성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자적 특성이란 예를들면, 두가지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수 없다거나 크기를 가진다거나 등등을 생각할 수 있고,
파동적 특성이란 물결파처럼 간섬무늬를 가진다거나 질량을 가지지 않는 성질 등을 생각할 수 있겠다.

혹은 다른 설명으로는(보다 구체적인), 물질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 image3. 소립자를 본다는 것은 빛을 사용한다는 것.
이때의 빛은 소립자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소립자들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 시점에 양자론이 태동되었다고 했다. 
양자론은 이러한 소립자들의 행동방식을 설명하는 불확정성의 원리 등등의 이론들을 포함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관련된 개념으로 이중슬릿 실험을 생각해보자.
구멍이 두개 뚤린 얇은 판에 여러가지를 쏘아보내어 반대편 스크린에서 도달하는 현황을 보는 것이다.


이는 입자와 파동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들면, 총알과 같은 입자를 쏘아보낼 경우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올 것이다.


# image4. 입자의 이중슬릿 패턴


구멍과 가까울수록 가장 많이 도달할 것이고, 그 외의 곳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결파 등의 파동으로 바꿔서 실험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




# image5. 이중슬릿에 파동을 입사시켰을때의 결과.
파동의 전형적인 특성인 간섭무늬가 나온다.



입자처럼 두 구멍과 수직인 곳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외의 곳에서도 흰색의 에너지가 큰 부분(보강간섭)과 검은색의 에너지가 작은 부분(상쇄간섭)이 반복되는 무늬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대표적인 입자와 파동을 구분짓는 성질이다.
총알의 경우는 두 구멍중 한곳만을 반드시 통과해서 스크린에 도달한다.
그러나 파동의 경우는 한곳만을 통과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두 구멍에서 시작된 파동이 진행함에 따라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만들게 된다.




이것이 19세기 내내 학자들의 논쟁거리였던 물질의 이중성(Duality)에 대한 실험이다.

우리도 그때의 기분을 느끼기 위해 전자(Electron)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자.



먼저 별다른 장치 없이 이중슬릿과 스크린만 놓고, 한쪽에서 전자를 쏘아보낸 결과이다.



# image6.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 결과


마치 파동처럼 간섭무늬가 나타났다. 
에너지가 큰부분(많이 도달하는 곳)과 에너지가 작은 부분(적게 도달하는 곳)이 반복되어 스크린에 무늬가 나타났다.

그러면 전자는 물결파와 같은 파동이라는 말일까? 

입자라고 생각하고 그림도 입자로 그렸는데, 실제 결과는 물결파의 그것과 똑같이 나왔다.


의심스러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장치를 약간 바꾸어 보자.
우리는 전자가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증명하고 싶은데,
입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구멍 두개를 동시에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를 받으면 빛을 내뿜는 광검출기를  각 구멍뒤에 세워놓으면 어떨까? 우리는 그 전자가 어디구멍에서 통과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두 곳에서 동시에 번쩍인다면 전자는 볼것도 없이 파동인 것이다.







# image7. 광 검출기를 스크린과 이중슬릿 사이에 놓고 다시 실험해보자.



실험결과, 두 검출기에서 동시에 번쩍이는 결과는 없었다.
그렇다. 전자는 보나마나 입자인것 같다. 
그러면 아까 간섭무늬는 무엇일까.. 방금실험도 여기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이렇게.......!?
간섭무늬가 사라졌다. 


이럴수가. 
좀전까지의 실험에서는 분명히 드러났던 전자의 간섭무늬가 광검출기 추가했더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냥 단순한 입자처럼, #image4 처럼 나타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전자와 같은 소립자는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 광검출기에 사용하는 빛의 에너지를 작게 한다면 전자가 영향을 덜 받을테니 다시 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다. 파장이 더 긴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광검출기로 교체한 후에 다시 실험을 해보자.




# image8. 전자. 넌 대체 누구냐



검출기의 빛에너지가 줄어들었더니, 확실히 다시 간섭무늬가 스크린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가 들어왔을때 검출기에서 번쩍! 하는 빛을 내는 것은 전자가 빛에 의해 산란되면서 발생하는 산란광으로,
빛의 파장이 길면 길수록 더 큰 빛을 낸다.

따라서 우리의 실험을 위해 더 긴파장의 광검출기로 진행한 결과 너무나 큰 산란광으로 인해서 이 빛이 위의 검출기에서 터진건지 아래 검출기에서 터진 건지 구별할 방법이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즉, 우리는 전자가 어느 구멍을 통과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랬더니 얄밉게도 파동의 성질인 간섭무늬가 다시 스크린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우리의 실험에 관해서 적용한다면,

전자가 어느 구멍을 통과했는지 아는 동시에 스크린에서 간섭무늬 패턴을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어느 구멍을 통과하느냐 아는 것은 입자성을 대표하는 것이고,
간섬무늬 패턴은 파동성을 대표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어느 한가지만이 가능하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보이는 것이다.



광 검출기를 들이댄다면(어느 구멍에서 나오는지 확인하는 측정기 -> 입자성을 테스트 하는 것)
우리는 전자의 입자성을 얻게 될 것이고(간섭무늬가 사라진다)

광 검출기를 제거한다면(어느 구멍에서 나오는지 알수 없다 -> 파동성)
우리는 전자의 파동성을 얻게 될 것이다(간섭무늬가 나타난다)



이것이 불확정성의 원리의 핵심이며,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당대의 학자들은 이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을 반박하려고 수많은 가설들을 제시하였지만,
실패하였고 지금으로써는

자연계에 내포되어있는 근본적인 성질 이라고 정립되어있다.

즉, 인간의 측정한계나 관측장비의 한계의 개념이 아니라,
자연에 근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는 성질인 것이다.


모든 물질들은 입자나 파동 어느 하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두가지 성질을 모두 가진 그 어느것도 아니며,
관측하는 방법에 따라서 하나의 성질씩 관측이 되는 것이다.







* 본문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은 '파인만의 물리학강의' 실험을 인용하였습니다.

3.양자역학-b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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