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라 온 어느 분의 글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더군요.

콜로세움을 따로 여는 것은 그닥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평소 제 지론과 동떨어진 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분이 지나치게 많이 보여서
조금 길게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주된 논쟁거리는 이것이더군요.
"상식과 교양은 다른 것인데
왜 니가 아는 것을 모른다는 이유로 남을 얕잡아보느냐?"

이렇게 이야기 하는 분들은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이야기 하시는 겁니다.
바로 잡겠습니다.
우선 상식과 교양은 별개가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독특한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이 향유하던 것이
사회 저변에 널리 퍼지고 많은 사람이 공유하게 되면
그것이 상식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상식은 교양의 일부이고,
따로 떼놓고 이야기 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상식은 사회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력을 뜻한다.
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 해서
상식이 없으면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타 구성원과의 교류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음은
너무 당연히 알고 있음에도
일반 상식이 무척 부족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느 정도 추가적인 설명을 하며
지식 수준을 맞춰나가려는 노력을 하지만,
아시다시피 배려심에도 총량은 존재합니다.
그 사람에게 할애 할 배려심이 바닥나는 순간
관계는 더 이상 양방향으로 대등하게 유지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안타깝다고 하는 것입니다.
무식하다고 매도하는 것이 아니라구요.

문제는..
상식을 갖추지 못 했음을 쉬 인정하려 들지 않고
교양이라 치부하며 거리를 두려는 어떤 사람들은
상당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입니다.
 '교양'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지식을 의미하고,
교양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남다른 지식을 뽐내고 싶어
자신만의 고유한 지식을  상식의 이름으로 포장하여
남을 비난하고 우월감을 느끼는 데 사용한다고
고깝게 보시는 모양입니다.
자신의 지식을 그렇게 저열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으나
그런 우월적 태도를 가지고 남을 대하는 것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받아들여 버리는 경우입니다.

엄연히 상식으로 분류되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갖추지 못 한 지식을 남이 드러내는 것에
느끼는 열등감을 단지 그네들이 펼치는 선민의식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그건 상식이 아니라 교양이야! 그런 것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 없어!' 라고 항변하죠.

뭐 맞습니다.
살아가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단지 똥 만드는 기계로서의 삶을 의미한다면 말이죠.
남들이 보내는 애처로움이 담긴 시선을
무식한 놈 에게 보내는 경멸어린 시선으로
자체 필터링 하고 계시는 겁니다.
잔뜩 겁에 질린 고슴도치를 보는 기분이군요.

게다가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남에게 무언가를 함부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 분위기와
어설픈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괜찮아.. 모르는 것이 문제는 아냐.
그런 지식을 강요하는 쟤들이 나빠.'
라며 어깨를 다독이는 분들입니다.
그런 태도는 너그러움이 아니라 방조입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을 뿐이죠.

차라리 그 자애로움을 십분 발휘해서
상식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힘쓰시기 바랍니다.

'몰라도 돼' 가 아니라
'모를 수는 있지만 아는 게 좋아.' 라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르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모르는 것을 가슴펴고 당당하게 말하도록 허용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것이 '상식' 의 영역에 있는 것인데 말이죠.


여기서 역시 논쟁거리가 발생하는데
그럼 어디까지를 상식이라고 인정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워낙에 애매한 부분이라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는 쉽지 않겠으나
저는 적어도 우리 사회에는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미 어느 정도 구축되어 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바로 의무교육이죠.
초, 중, 고를 거치며 우리가 받는 의무교육 과정은
단지 점수가 높은 인원을 선별해 내기 위한 체가 아닙니다.
원활한 사회 활동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을 갖춘
사회인을 길러내기 위한 과정이죠.
그 과정에 여라가지 문제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너무 깊이 들어가면 곤란하니
일단 원래 하려던 이야기에 집중하자면,
의무 교육 과정에서 언급되는 지식의 상당부분을
상식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교육과정의 모든 내용을 의무적으로 숙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도 전부 기억 못 하거든요.
개인차도 있고 호불호도 있으니 당연하죠.
수학을 그렇게 싫어 했는데 이제와서 미적분을
어떻게 기억합니까?
다른 지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다? 몰라도 됩니다.
양난? 연오랑과 세오녀? 삼국유사?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굵직한 사건들?
세계 여러 나라의 위치? 수도 이름?
각종 신화속에 등장하는 이름들? 예술가들?
그런 것을 다 머릿 속에 넣고 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알고 있으면 좋죠.
그런데 누가 그걸 전부 외고 삽니까?
다만 적어도
어디선가 들어는 봤다..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들, 사자성어들, 비유 표현들?
이런 것들을 들었을 때
오래오래 회색 뇌세포의 구석에 묻혀 있었지만
그래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끄집어내다보면
그나마 익숙해집디다.
축적 되더이다.
서로 대화와 교류가 가능할 정도의
최소한의 노력은 하자는 겁니다.

"나 팽 당했어." 라는 말에서 팽이치기를 떠올리면
안 되는 거잖습니까.
xx사변 이라는 말에서 똥을 먼저 떠올리면 곤란하잖습니까.
금일을 금요일로 생각하면 난감합니다.

죽어도 기억이 안 난다구요?
그럼 물어보세요.
그리고 기억해 내세요.
실은 그렇게 하려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사람들을 눈쌀 찌푸리게 만드는 것은
당신의 부족한 상식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외치며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의 수준에 맞춰 남을 끌어내리려 드는 그 방만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