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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0 20:02
조회: 2,218
추천: 0
프랑스는 지금 침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프랑스는 침몰하고 있다. 지금은 침몰이 문제가 아니다. 어디까지 침몰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지금은 왜 시위를 하나? 교사는 부족하고 교실은 꽉 차 있고, 학교는 노후화되어 무너질 판이고, 급식은 형편없어 먹을 수 없다고 시위하고 있다. 하루에만 488명이 체포되고, 215명의 청소년과 85명의 학교 임직원이 다쳤다. 진압대도 48명이 다쳤다. 시위 캐치프레이즈처럼 "공교육이 무너졌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나. 시위대는 마크롱 정부를 규탄하고, 정부는 시위를 부추기는 외부 세력을 탓하지만, 본질은 돈이다. 나라에 돈이 없어 그렇다. 나라가 갚아야 할 이자가 912억 유로에서 계속 늘고 있다. 교육예산 630억 유로보다 국방예산 530억 유로보다 훨씬 많다. 결국은 복지병이다. 프랑스가 한때 자랑하던 복지예산이 빚으로 돌아왔다. 공공지출 비율이 GDP대비 57%. 국가채무 비율은 110%를 돌파했다. 인구의 25%가 연금 수급자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연금 개혁을 하려들면 인구의 25%가 저항한다. 연금 개혁이라고 하지만 실체가 뭔가. 기성 세대의 복지 기득권을 줄여서 미래 세대가 제대로 교육받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30년 전부터 은퇴연령을 올리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 손을 댔다가 앗 뜨거라 백지화하는 일이 반복된다. 3년 전 마크롱이 은퇴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려 했을 때 프랑스는 불타 올랐다. 거리의 차들은 불타고, 정유공장이 멈추었다. 이건 '민주주의의 버그'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표를 쥔 다수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머릿수가 적은 미래 세대의 자원을 합법적으로 약탈하고 배분하는 기계"로 오작동하고 있다. 다수가 소수를 약탈하는 시스템이니, 추상화된 노예제 아닌가? 이 문제를 민주주의로 해결할 수 있나?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는 걸 프랑스의 30년이 보여준다. 은퇴자에게 약속된 연금을 포기하라고 하며, 청년에게 노인을 위해 월급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양쪽 모두 합의할 수 없다. 합의할 바에는 기성세대를 규탄하는 정당에 표를 던지고, 복지를 더 준다는 정당에 표를 던진다. 이 대소동 끝에 극우와 극좌의 지지율만 올려버렸다.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완벽한 자살 시스템이다. 민주주의의 버그는 때때로 드러난다. 냉정하게 들여다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기틀을 닦은 결정적 도약은 대부분 민주주의에서 온 게 아니다. 대중의 기대에 반하는 초법적 결단에 의해 달성되었다. 그 초법적 결단이 옳다고 칭송하려는 게 아니라, 역사가 그랬다는 말이다. 이승만의 농지개혁이 그랬다. 수백 년 기득권을 유지한 지주 계급을 국가 권력으로 해체한 대사건이다. 제헌국회 다수를 점한 한민당의 기반이 대지주다. 의회 시스템에 맡겨, 선진적인 사유재산권 보호에 기대면 개혁이라 포장된 국가적 약탈을 해결할 수 없다. 지주에게는 땅값 대신 지가 증권이 지급되었다. 이 증권은 6·25와 하이퍼인플레이션, 화폐개혁 때문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내 땅을 가진 농민들은 소 팔아 자식을 교육시켰다. 자작농의 자식은 한 세대후 산업화의 핵심 엔진이 되었다. 박정희의 72년 8·3 긴급조치도 자본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득권 강제 압류의 정점이다. 한국의 기간산업 기업은 연 40~50%의 살인적인 사채 이자에 시달렸다. 사채업자들 배후에는 정·재계 실력자들이 얽혀있었다. 박정희는 헌정을 초월한 비상대권을 발동했다. 기업사채를 동결하고, 이자율를 월 1.35%로 강제 인하한다. 박정희는 그렇게 확보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73년 중화학 국가 원년을 선언했다. 두 사건 모두 독재적인 사건이다. 이 조치로 인해 피해받은 양심적 지주와, 금융업자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다수의 합의와 타협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가가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혔을 때 미래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하나. 모든 것을 민주적 합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당위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더 빠르고 치명적인 속도로 프랑스병을 앓게 된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 붕괴를 겪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인다. 50대 이상이 과반을 장악했다. 한국의 정치권은 국민연금 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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