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 출구조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제1당을 지켰다. 그러나 네타냐후를 지지하는 진영 전체는 반대 진영에 근소하게 뒤졌다. 어느 쪽도 크네세트(의회) 120석 가운데 정부 구성에 필요한 61석에 닿지 못했다. 숫자만 보면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세력이 아랍계 정당까지 합쳐 70석에 이른다. 하지만 각 정당이 선거 기간에 내건 '누구와는 손잡지 않겠다'는 선언이 서로 맞물려, 어떤 조합으로도 과반을 만들기 어렵다. 2019년부터 3년 반 동안 다섯 번 총선을 치른 이스라엘이 다시 교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출구조사: 리쿠드는 1당, 진영 대결은 반네타냐후 우세
투표는 오후 10시 30분에 끝났고, 최종 투표율은 77.7%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채널12 출구조사에서 리쿠드는 24석, 가디 아이젠코트 전 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중도 성향 야샤르당은 22석이었다. 채널13은 리쿠드 25석, 야샤르 23석으로 내다봤다. 공영방송 칸을 포함한 세 방송사 조사를 종합하면 리쿠드는 24~25석, 야샤르는 21~23석 범위다. 선거 직전 여론조사들은 줄곧 야샤르를 제1당으로 봤는데, 출구조사는 순위를 뒤집었다.

진영으로 묶으면 그림이 달라진다. 야샤르·비야하드·민주당·이스라엘 베이테누 등 네타냐후 교체를 내건 유대계 4개 정당은 52~53석을 얻었다. 리쿠드와 극우·초정통파 정당으로 이뤄진 네타냐후 진영은 50석에 그쳤다. 채널13은 이후 갱신한 조사에서 아랍계를 18석으로 1석 늘리고 반네타냐후 진영을 52석으로 1석 줄였다. 친네타냐후 성향인 채널14만 네타냐후 진영 60석, 반대 진영 43석으로 다른 결과를 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변은 아랍계 정당이다. 합동명부와 라암을 합쳐 17~18석으로 역대 최다가 예상된다. 아랍계는 네타냐후에 반대하지만, 반네타냐후 진영에 속하지는 않는 별도 세력으로 분류된다. '유권자 과반이 네타냐후에 등을 돌렸다'는 해석은 이들 아랍계까지 합쳤을 때 성립한다.

왜 교착인가: 산술이 아니라 '거부권'의 문제
네타냐후 진영은 11석이 모자란데, 데려올 곳이 없다. 야샤르의 아이젠코트, 비야하드의 나프탈리 베네트,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이스라엘 베이테누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은 모두 네타냐후 정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아이젠코트는 총리직을 번갈아 맡는 순번제 조건이라도 함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아랍계 정당과 손잡을 길도 리쿠드 스스로 닫았다. 리쿠드는 아랍계의 정부 참여 반대를 선거운동의 핵심 구호로 삼았고, 네타냐후는 투표 당일에도 라암 측이 "선거를 훔치려 한다"고 공격했다.
진영 안쪽 기반도 단단하지 않다. 초정통파(하레디) 정당인 샤스와 토라유대교연합은 신학생 병역면제를 법으로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떤 정부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두 당은 2025년 7월 이 문제로 네타냐후 정부에서 이미 이탈한 바 있다. 선거 후 대통령에게 네타냐후도 아이젠코트도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네타냐후 진영은 8~9석이 모자라고, 메울 후보는 아랍계와 하레디뿐이다. 둘 다 진영 내부의 거부권에 걸린다.

먼저 아랍계를 보자. 라암(7석)을 이끄는 만수르 아바스는 '변화의 정부'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라암은 2021년 베네트-라피드 정부에 아랍계 정당 최초로 참여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라암이 합류해도 59~60석으로 여전히 1~2석이 모자라, 합동명부(10~11석)의 협조까지 필요하다. 합동명부는 소수정부를 밖에서 지지하는 조건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둔 상태다.
문제는 야권 내부다. 2021년 라암과 연정을 꾸렸던 베네트는 이번에는 "아랍 정당은 시온주의 정당이 아니므로 의존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10월 7일 하마스 공격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리베르만은 더 강경하다. 아랍계에 기대는 정부, 하레디가 들어간 정부를 모두 거부하고, "과도기 소수정부라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레디 쪽도 막혀 있다. 숫자로는 샤스·토라유대교연합(12~13석)을 더하면 65~66석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요구하는 병역면제 법제화는 아이젠코트가 내건 '전면 면제 종료' 공약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아이젠코트는 재선거를 치르더라도 병역법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다. 베네트와 리베르만은 아예 하레디 정당과의 연정을 거부했다. 토라유대교연합 대표 아셰르가 아이젠코트 정부에 참여할 의향을 내비쳤지만, 당내에서 곧바로 반대가 나왔다.

남은 시나리오
첫째, 아이젠코트의 소수정부. 이스라엘 법은 신임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많으면 61석이 없어도 정부 출범을 허용한다. 1990년대 이츠하크 라빈 정부가 아랍계 정당의 외부 지지로 2년 넘게 버틴 선례가 있다. 아이젠코트는 시온주의 정당만으로 정부를 꾸리고 라암의 외부 지지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 구상을 내비쳐 왔다. 다만 리베르만과 베네트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소수정부의 뼈대부터 서지 않는다.
둘째, 거국 연정. 리쿠드와 야샤르가 손잡는 방안이다.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의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선거 전부터 네타냐후가 아이젠코트와의 거국 연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이젠코트가 이를 거부했고, 두 당 의석을 합쳐도 46~48석이라 다른 정당이 추가로 필요하다.
셋째, 재선거.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는 28일 안에 정부를 꾸려야 하고, 기한은 14일 연장할 수 있다. 실패하면 두 번째 후보에게 28일이 주어지고, 그래도 안 되면 의원 61명이 특정 의원을 지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21일이 남는다. 이 과정이 모두 실패하면 의회가 해산되고 재선거로 간다. 그동안 네타냐후는 과도 총리로 자리를 지킨다.

이스라엘에는 교착 속에서 과도 총리가 오래 자리를 지킨 전례가 많다. 기본법(정부) 제30조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기존 정부가 직무를 계속하도록 정한다. 정부 구성에 실패해 선거를 다시 치러도 기존 정부는 그대로 일한다. 이 조항의 가장 큰 수혜자는 네타냐후 자신이었다. 그는 2018년 12월 크네세트가 해산된 뒤부터 2020년 5월 베니 간츠와 거국 연정을 출범시킬 때까지 약 1년 5개월 동안 과도 총리로 정부를 이끌었다. 그사이 총선을 세 번 치렀다. 교착의 끝도 그의 퇴진이 아니라, 순번제 합의로 18개월 더 총리를 맡는 것이었다. 이 연정이 무너진 뒤 2021년 3월 네 번째 총선을 치른 다음에도 그는 과도정부를 이끌었고, 6월 베네트-라피드 정부가 출범하고서야 물러났다.
더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1990년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의 거국연정이 불신임으로 무너지자, 대통령은 노동당 대표 시몬 페레스에게 정부 구성을 맡겼다. 페레스는 61번째 의원을 끌어오지 못했고, 이는 건국 이후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가 정부 구성에 실패한 첫 사례가 됐다. 그동안 과도 총리로 자리를 지킨 샤미르가 결국 그해 6월 새 정부를 꾸렸다.
다만 과도 총리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다. 조문 자체는 제한을 두지 않지만, 대법원은 물러나는 정부라면 그 지위에 맞게 자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9년에는 정부 법률고문(검찰총장)이 네타냐후의 일부 조치를 과도정부의 권한 밖이라며 막기도 했다. 자리를 지킨다고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다. 2022년 연정이 무너진 뒤 과도 총리로 선거를 치른 라피드는 그해 11월 총선에서 패해 네타냐후에게 자리를 넘겼다.

아직 셀 표가 남았다
출구조사는 확정 결과가 아니다. 군인·외교관·입원환자 등이 던진 이중봉투 투표만 65만 표가 넘고, 이 표의 개표는 30일 아침까지 이어질 수 있다. 봉쇄조항(득표율 3.25%) 바로 아래에 있는 오페르 빈테르의 '이스라엘 백성'당, 요아즈 헨델의 예비군-경제당, 하레디 공공당 가운데 하나라도 문턱을 넘으면 의석 배분이 다시 짜인다. 두 진영의 격차가 2~3석에 불과해 한두 석의 이동도 결정적일 수 있다. 공식 결과는 11월 4일 공표되며, 이의 신청은 18일까지 받는다. 이후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이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정부 구성권을 맡길 사람을 정한다. 헤르초그는 재선거를 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숫자는 네타냐후에게 불리하게 나왔다. 그러나 지금의 레드라인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번 선거의 첫 결론은 '승자 없음'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교착이 길어질수록 시간은 과도 총리로 남는 네타냐후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