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는 시리즈가 거의 완결날쯤에나 등장하는 데, 이미 아쉽게 퇴장한 캐릭터들에게는 보다 더 깔끔한 결말을, 기존 캐릭터들에게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치트키나 다름없음.

근데 스랄과 드라카처럼 스랄이 가로쉬에 대한 죄책감을 덜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반면, 가로쉬같은 경우엔 가로쉬 썬더치킨, 전기구이통닭, 겉바속촉 등의 조롱하는 별명이 붙을만큼 팬들이 엄청 아쉬워하는 결말을 한 번 맞은 캐릭터임에도 다시 한 번 허무하게 소모됨. 그것도 그 동안의 심경변화에 대한 묘사는 1도 없이 자기가 저지른 악행을 하나도 후회하지않는다며 다 잡은 네임드보스와 함께 자폭을 한다는 브론즈5 야스오같은 병신같은 최후를 맞음..

물론 이걸 두고 '이래야 가로쉬지!' , '한결같아서 좋네 실바나스보단 낫다.'라고 호평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로쉬는 타락해서 최후를 맞은 인물들중에 내면의 감정묘사가 부족했다는 평이 많은 캐릭터인만큼 매우 아쉬운 최후라고 생각함.. 가로쉬가 메인인 소설 전쟁범죄에서도 나그란드 시절부터 그 동안의 심경변화에 대해 다루진 않으니까..

캘타스처럼 고향이 불타고 백성의 9할이 학살당해 분노와 죄책감에 정신줄 놓기 직전이었던 것도 아니고, 아서스처럼 정신적으로 벼랑끝에 몰려있던 상태에서 스승과 연인이 자신의 곁을 떠났던 것도 아님..

그냥 나그란드에서 오크를 타락시킨줄만 알았던 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희생해 동족의 타락을 끝내고 악마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하나가 오크 이외의 모든 종족을 무시하는 교만의 씨앗이 심어진 계기였음. 그 이후론 명예로운 대족장(돌발톱산맥, 티리스팔숲)과 무자비한 전쟁광(테라모어, 판다리아), 그리고 재판받는 와중에는 안두인과의 대화에 동요하는 모습과 뻔뻔한 모습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데 팬들이 납득할만한 내면묘사나 사건이 없는 이상 이런 건 입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툭하면 뒤집어지는 입체 딱지에 가까움.

사후세계는 진짜 더 보여줄 거 없는 시리즈에서나 나오는 최후의 카드이자 스토리 치트키인 데, 마치 최고급 횟감으로 매운탕을 끓여버린 것만 같은 아쉬운 느낌임..

필자 생각엔 드군 스토리도 중간에 잘려나간 부분이 많았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처럼 둠땅 스토리도 전염병이랑 성범죄 터져서 군데군데 어쩌면 통으로 잘려나갔고, 그 와중에도 무리수를 많이 둔 거라고 생각함.. 그게 아니면 사후세계라면서 코딱지만한 작은 스케일과 확장팩 전체에 걸친 막장전개가 설명이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