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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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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다가가지 못해서.. (9)
# 9 “누스밤.” “나 부탁이 있어.” 난 주섬주섬 침대 시트 밑에 손을 갖다댔다. 내가 찾는 것은 편지들이었다. “이거..” “멀록한테.. 좀 전해줘..” “멀..록한테..?” “응..” “내가 병이 있다는걸 알고나서부터..” “..........” “부탁할께.” “그래.” 누스밤은 나의 손에서 편지를 받아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현재 난 눈이 거의 멀어 있는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말로는 수술이 잘 되면 시력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물론 난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기적이라는건 나에게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잠시후 누스밤이 돌아왔다. “화중. 나 왔어.” “응. 고마워.” “밖에 비가 내려.” “그래? 창문 좀 열어줄래?” 그녀가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빗소리가 들렸다. “누스밤.” “응? 여기 있어.” “매일 같이 여기에 있어도 괜찮은거야?” “응..” “학교도 안 가는거 아냐?” “아냐. 매일 학교는 잘 가고 있어.” “거짓말 아니야. 바보.” 난 그녀의 말이 거짓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내 옆을 지키다가 잠을 잘 때도 내 옆에서 잠을 자곤 했다. 그녀가 가끔씩 자리를 비우는건 자신이 갈아 입을 옷을 가지러 갈 때 뿐이었다. “엄마가 계셔도 되는데..” “어머님은 일 나가셔야 하잖아..” “하긴.. 병원비가 만만치 않을테니까.” “또 그렇게 말한다. 그 놈의 종양 얼른 수술해서 없애야지 성격 다시 좋아지지.” “큭큭.” “웃기는..” “난 비 오는 날이 제일 좋아.” “왜?” “햇살 밝은 날은 느낄 수가 없지만.. 비 오는 날은 들을 수는 있으니까..” “...............”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도 울고 있으리라.. “미안.” “... 흑.. 왜.. 뭐가 미안해..” “울지마..” “아냐.. 흑.. 안 울어.. 그냥.. 흑.. 그냥..” “눈이 멀어도 보이는게 뭔지 알아?” “흑.. 뭔.. 흑.. 뭔데..?” “누스밤의 따듯함.” “흑.. 흑..” “에이.. 울지 말라고 한 말인데 더 울면 어떻게 해..” “바보.. 흑..” 그녀가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어휴.. 나도 참 나쁘다..” 한달이 지난 후. 누스밤에게 난 물어보았다. “저.. 누스밤..” “응?” “혹시 답장.. 없었어?” “답장?” “응..” “매일 확인해 보는데.. 없네..” “받긴 한 거겠지?” “응.. 받았을거야..” “그래.. 이거.. 이번에 또 쓴 편지인데.. 좀 보내줄래..?” “응.. 이따가 학교 가면서 보내줄게.” “에.. 그래. 정말 고마워.. 근데 멀록은 날 잊었나보다. 큭큭.” “..............” “누스밤? 누스밤?” “..............”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어떻게..?” “누스밤한테는 착한 향기가 나니까.” “피.. 착한 향기가 뭐야..” “누스밤한테만 나는 향기야. 너무너무 착하고 따듯해서 향기가 되어 나는..” “거짓말쟁이.” “아냐. 진짜야. 그래서 난 아. 누스밤이 왔구나. 한다니까?” “치..” “큭큭. 내가 평소에 그렇게 거짓말을 많이 했나? 난 그런 기억 없는데.” “많이 했어. 안 믿어 줄거야. 흥.” “큭큭큭.” “헤헤” 난 여전히 멀록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누스밤한테 미안한 일이고, 누스밤한테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걸 알고 있지만 난 그녀의 답장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낸 편지를 받았으려나.. 사실 보내지 말아야 할 편지들이긴 했지만.. 아무런 답장이 없다는건 날 잊었거나, 아니면 날 피한다는거겠죠? 그럴거라고 생각해요. 멀쩡한 사람도 아니고.. 괜히 가슴 아프게 편지 써서 미안해요.. 그냥.. 이렇게라도 외로움 달래지 않으면.. 정말 제 자신에게 화가 날거 같아서.. 제 자신을 버릴 것 같아서 그래요.. 읽지 않아도 좋아요.. 절 잊어도 좋아요.. 오늘도 전 이렇게 진심이 아닌 말들을 쓰네요.. 화중의 편지 中」 |
푸른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