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2-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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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군단 문학] 석주에게 날아온 편지 [파티] [알라르안주면와접] : 수고용
[파티] [미더운토템싸개] : 으어.. 수고하셨습니다 [파티] [김종현] : 고생 많으셨습니다. [파티] [근데그거한우냐] : ㅅㄱ [파티] [근데그거한우냐] : 탱님이랑 힐러님 야냥님 고생 많으셨음 [파티] [근데그거한우냐] : 야냥님 돌깨진거 아쉽네여 [파티] [김종현] :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파티] [무작] : 괜찮음 [파티] [무작] : 즐와요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농축된 원시의 주입물]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원시 혼돈] x 10 당신은 파티를 떠났습니다. [미더운토템싸개]님의 귓속말: 하.. 전딜 [미더운토템싸개]님의 귓속말: 노답이네요 [미더운토템싸개]님에게 귓속말: 어쩔수없죠 "씨발.. 이럴 거면 16단 두 번을 돌았다." 이수민. 아니, 아제로스 세상의 무작은 담배 필터가 타들어갈때까지 빨아들인 후 깊게 한숨을 쉬었다. 타우렌인 것부터 알아봤어야 했을까. 딜량은 정확하게 탱커 위. 반박자 느린 무전의 움직임을 보고서 첫 시작부터 느낌은 좋지 않았었다. 수요일 밤. 이미 앞서 나가 20단 이상을 주차하는 사람들. 애매하게 16단에서 주차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올 건 예상했지만 한 시간 10분은 너무하지 않나. "진짜 개너무하네." 담뱃재를 눈 위로 튀기며 집으로 돌아온 무작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15단으로 바뀐 쐐기돌. 금고 세 번째 칸까지는 한 번. 16단 돌이 필요했다. 그는 파티 모집 창을 이리 저리 스크롤 해보았다. 블딜 구한다고 하는 파티에 신청들을 넣어보지만 전부 거절 뿐이었다. 야냥은 블딜이 아닌가. 개새끼들. 오랜만에 온 길드에 접속해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었다. 다들 현실 살아가기 바쁜가. 서버 1위 길드는 아니었지만 첫 주 영웅 정도는 곧 잘 잡던 길드였는데. 연락이나 해볼가? 아냐. 재계약 불발로 실업 급여 타먹으면서 재취업 생각도 없이 게임이나 하는 길드원은 없겠지. 현실도 게임도. 이름 밖에 남지 않은 허물에서 혼자 떨어져 나가지 못해 썩어버린 살조각이라고, 무작은 자조했다. 무의미하게 발드라켄 분수대를 점프 한지 수 십분째. 무작에게 편지가 도착했다. 아까 먹었던 향신료가 경매장에서 팔린 모양이었다. 읽지 않은 편지 김종현 김종현? 무작은 직전 쐐기 파티의 무전임을 어렵지 않게 기억해냈다. 그는 경매장 앞 우편함으로 가 편지를 열어보았다. 편지엔 15000골드와 빽빽이 쓰인 글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작님. 아까 하늘빛 16단 돌던 무기 전사 김종현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많이 실수하고 죽어서 쐐기돌이 깨졌습니다. 골드로 수리비와 영약값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네 분에게 나누다보니 금액이 많이 적어졌습니다. 약소하게나마 받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와우를 접했던 건 서른 초반이었습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컴퓨터 전원 버튼부터 누르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네요. 게임 하려고 야근 안 만드느라 일도 열심히 하니 직장에서 대우도 받고. 와우도 열심히 해서였는지, 길드에서 만난 집사람과 결혼도 하고 큰 딸, 작은 아들 기르며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제게 인생의 너무나도 많은 축복을 주었던 게임이에요. 집사람은 지금 미국에서 자식들과 살고 있습니다. 얼굴 못 본지가 오래 되었어요. 사실, 앞으로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서 만난 사람과 잘 지내고 있더군요. 자식들은 이혼한 줄 알고 있습니다. 지엄마랑 같이 사는데, 그냥 나쁜 아빠가 되는 게 앞으로의 가정에 더 행복하겠구나 싶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열심히 돈 버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여 최근에 퇴직했습니다. 시간도 많이 남고 하여 다시 와우를 시작했습니다. 클래식보단 리테일을 택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많은 것들이 변화했습니다만, 그게 오히려 더 나았습니다. 집사람과 같이 즐기던 기억도 그렇고. 예전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추억팔이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서, 현재에 충실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혼자여도 인터넷이 좋아지니 어느 정도 해결은 되더군요. 와우 헤드, 레이드봇, 유튜브 등 시간이 많이 남아 열심히 찾아보고 열심히 하다 보니, 옛날 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괜찮게 게임을 하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힘들었나 봅니다. 욕심 부렸던 것 맞습니다. 제 깜냥엔 너무 높은 단수였고, 한 번 실수하니 제가 군대 이등병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걸 보고서 다들 속상하셨을 겁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으니까요. 파티에 실수하는 사람이 생기면 비난하던 때도 많았습니다. 비난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포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와우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즐겨보고 싶습니다. 다만 그 과정 중에 무작님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혹여나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그땐 제가 무작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푸념이 길었습니다. 좋은 밤 되시고, 즐와하십시오. 편지를 전부 읽는 순간 무작에게 클라이언트 접속 종료 알림이 떴다. "LG 씨발 진짜" 그는 재접속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종현님 [김종현]님의 귓속말: 네. 무작님.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주차 몇 번 남으셨어요? [김종현]님의 귓속말: 3번 남았는데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돌 뭐에요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같이 가실래요 [김종현]님의 귓속말: 어떤 것 때문에 [김종현]님의 귓속말: 제가 많이 못해서 같이 가면 힘드시지 않을까요. [김종현]님의 귓속말: [쐐기돌: 옥룡사(12)] 입니다.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파티 있어요? [김종현]님의 귓속말: 네 딜러 한자리 남아있습니다 [김종현]님에게 귓속말: 초대해주세요 [김종현]님의 귓속말: 네. [김종현]님의 귓속말: 감사합니다. 파티 초대가 오고 나서 십 수초가 지났을까. 무작에게 소환 요청이 왔다. 로딩창에는 그 동안 무작이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임이 왠지 외로운 날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푸르른 초원을 달려보세요. 걱정 마세요. 당신은 아제로스에 있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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