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토르가스트가 새롭게 개편되며 기존 9단계에서 12단계까지 확장되었고 그에 걸맞게 던전 내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스케일링 됐다. 오늘도 전설 장비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플레이어들이 탑에 오르고 있다. 졸음과 지겨움을 인내하면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토르가스트란 숙제에 지겨움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의견들이 전체를 대변하지 않으며 분명 재밌게 즐기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하는 콘텐츠인 만큼 더 많은 플레이어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수정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특히 시간을 틈틈이 내어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이 많은 한국 와우의 경우, 개편된 토르가스트는 1시간 내외로 끝나는 이 시간마저 굉장히 타이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나의 콘텐츠로서 재밌게 즐기는 플레이어에겐 체감되지 않을 문제지만, 이를 숙제로서 플레이하는 이들에겐 12단계 기준으로 판당 약 2~30분 내외로 방 2개를 끝내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물론 일주일에 1번만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캐릭터를 여러 개 키우는 플레이어도 있을 것이고, 시간을 쪼개 게임을 하는 이들에겐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숙제이기 때문에, 빡빡한 시간 속에서 꽤 큰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플레이어가 지겨움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번 토르가스트에서 시즌1에 비해 더 많은 지루함과 고통을 호소하는 걸까? 크게 4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된다.


던전 스케일링 - 강력한 정예 몬스터에 의해 힘들어진 빅풀

많은 플레이어들이 토르가스트를 격전의 아제로스 '군도 탐험'과 비교하곤 한다. 미지의 군도(토르가스트)로 가서 아제라이트(영혼재와 영혼잿불)을 모으고, 군도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몬스터(간수의 군대)를 처치하며 콘텐츠를 수행해 나간다.

수행하는 방법과 그 보상은 토르가스트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절에도 지겨운 콘텐츠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토르가스트에 비해면 선녀라는 말을 들으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엔 사소하지만 엄청난 차이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몬스터 스케일링'이다.

▲ 빅풀로 빠르게 끝내던 군도 탐험 (출처 - Youtube Timestamp)

군도 탐험 시절은 레벨 스케일링이 따로 되지않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강해지면 빅풀을 통해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토르가스트는 시즌에 따라 단수가 오르고 레벨도 스케일링 되기 때문에 그때처럼 하긴 힘든 상황이다.

또한 정예 몬스터의 체력과 데미지가 정말 강하며 공포 등의 각종 디버프를 거는 몬스터들도 있다. 빅풀을 하다가 광역 공포와 정예 몬스터의 강력한 데미지에 전멸난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적정 아이템 레벨이 252으로 설정된 12단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평균 레벨이 낮은 초기인 만큼 아픈 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빅풀을 하기에 조건이 까다롭고 어려운 건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함과 지겨움을 느낀 원인 다양한 원인 중, 빅풀이 힘들고 이로 인해 클리어 시간이 늘어나며 전반적인 게임 흐름이 루즈해진 탓이 가장 클 것이다.

▲ 정예 몬스터는 정말 강하기 때문에 함부로 몰았다간 사망할 위험이 있다 (출처 - 와우 EU 포럼)


점수제 기반 보상 방식 - 퇴색된 로그라이크의 선택과 판단의 의미

6월 22일 인벤과 진행한 이언 해지코스타스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못하는 이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구조가 아닌 잘하는 플레이어에게 어드밴티지를 줄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9.1 콘텐츠가 업데이트되고 토르가스트의 뚜껑을 열었더니 실상은 달랐다. 실력적인 부분에 대한 이점보다는 실상 시간 끌기 요소가 더 많았던 것이다.

점수제에 따른 어드밴티지로 많은 플레이어들이 4, 5상 파티를 꾸려 토르가스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파티가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그저 시간을 더 오래 쓸 뿐이다. 스킵을 해도 될 만한 요소를 점수 계산에 반영하여 패스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다수의 유저들은 더 지루하고 늘어진 텐션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런 요소들은 파티 플레이와 솔로 플레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솔플을 '선택'하여 토르가스트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겐 더 큰 압박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혼자서 정예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를 짧은 시간 안에 잡아내는 것도 매우 힘든 일이며, 영혼을 풀어주거나 항아리를 부수는 것 역시 혼자보단 파티원 다수가 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판단과 선택'이 중요한 로그라이크에서 점수 시스템은 더 많은 보상과 상위 단계로 가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두가 동일한 플레이를 강요하게 한다.

▲ 잘하는 사람에게 어드밴티지를 준다기엔 실력적인 요소가 크지 않다

▲ 파티 플레이와 솔로 플레이는 점수 획득에 있어 꽤 큰 난이도 차이가 있다


진부한 맵 구조와 함정 - 탐험의 재미가 아닌 피곤함으로 다가와

토르가스트의 각 구역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맵을 이동하는 방법부터 각종 함정까지 구역에 따라 해당 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러한 요소에 탐험의 재미를 느낀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시즌2가 시작되며 추가된 점수제 요소는 토르가스트 각 구역 별 컨셉과 디자인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개성 있는 각 구역 별 디자인은 점수 획득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해버린지 오래다.

하나의 사례로 '모르트레가르' 구역을 들 수 있다. 모르트레가르의 경우 밧줄을 당겨 이동하거나 포탈을 타고 넘어가야 하는 등 다른 구역과 차별화되는 개성 넘치는 구역이었다. 하지만 점수제가 도입되며 더 빠른 진행, 더 많은 행동을 요구하게 된 지금 이런 불편한 구조는 플레이어의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소로 변질되어버렸다.

▲ 개성 넘치던 구역 별 컨셉은 어느 순간부터 피곤하게만 느껴진다


밸런스가 엉망인 전문화 별 령 능력 - 이름하야 령 가챠

직업 별로 극심한 격차를 보이는 령 능력은 핵심 능력 유무에 따라 해당 층을 더 재밌고 빠르게 돌 수 있냐 아니냐를 가르고 있다. 이는 몬스터의 체력과 데미지가 훨씬 강해진 요즘 더 심화됐다.

하나의 사례로 주술사에겐 폭풍 전도체나 회오리치는 소용돌이 병 같이 빠른 진행을 가능하게 하는 령들이 즐비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두 개의 령만 있다면 엄청난 화력을 내며 몬스터들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에 반해 사제 등은 앞서 설명한 령처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플레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운에 따른 특정 령 능력 유무와 밸런스는 토르가스트를 더욱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초반부터 령 뽑기가 망한다면 리셋하고 다시 도전하는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개선 방향 - 도전 의식 함양 및 빠른 진행을 위한 던전 개편

'판단과 선택'은 로그라이크에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번 점수제의 도입으로 로그라이크의 핵심 가치는 훼손됐다 생각한다. 선택과 판단을 하기엔 점수를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그라이크로 디자인된 토르가스트는 점수제 시스템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흔히 말하는 무지성 판단과 속도를 강요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플레이어들이 토르가스트를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피드백 사항으로 크게 2가지가 있다. 도전의식 함양을 위해 수집품 요소 같은 보상을 늘리고,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령 능력 추가 및 상향, 몬스터를 너프 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업적, 형상 변환, 탈것 등 플레이어들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여 자발적인 참여를 늘리고 점수제로 인해 방향성이 달라져버린 토르가스트의 컨셉을 과감히 수정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 인벤에서도 토르가스트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