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단점 관련 글을 보면 항상 빠지지않고 나오는 부분이,

마린과 뱅의 한정된 챔프폭입니다. 울프 이야기도 가끔 나오더군요.

관련글 추천도 많지는 않지만 몇개씩은 달리던데,

하지만 이게 선수의 문제일까요. 아니 이게 문제이기는 할까요.

저는 팀 차원에서 승리를 위해 강요하는 픽이라고 보고,

이 선택이 현 롤판에서 가장 정답에 확실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근접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cj전에서 한번 어긋났다고 비판하기에는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너무 어마어마하죠.




skt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는 마린입니다.

흔히 생각나는 마린선수의 대표챔프 두개를 찍자면 럼블과 마오카이겠죠.

그런데 요즘엔 럼블이 거의 저격벤을 먹다보니 보통은 마오카이, 그마저도 안되면 나르, 정 아니면 문도를 선택합니다.

피즈는 상대 마오카이의 카운터 느낌으로 가끔 등장하구요.



솔랭전사 마린선수가 챔프폭이 그렇게 좁을까요. 피지컬이 심각하게 부족할까요.

왜 마오카이만 주구장창 선호할까요.

답은 뒤틀린 전진에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게 마린선수가 쉔을 선호하지 않는 - 정확히 말하면 skt가 쉔을 쓰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하구요.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cc가 타겟형인가, 논타겟형인가. 로 정의할수 있습니다.

전자는 민병대 텔포를 사용할 경우, 거의 100%확률로 이니시를 걸고, 딜러진을 묶을 수 있는 반면

후자는 민병대에 텔포를 타도 도발을 못 긁으면 말짱 꽝이죠.

스킬한번 삑나면 다음 도발쿨이 문제가 아니라, 텔포 쿨을 기다려야 할겁니다.

그리고 이 논리는, skt가 알리스타를 유달리 좋아하는 이유에도 적용됩니다.

wq 콤보는 거의 확정이니, 어지간한 경우 (저번주 브라움 같은..)를 제외하면

이 역시도 원하는 시점에 이니시 각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이니시 걸려고 마오카이 알리스타 한다는 이야기냐구요. 그정도로 단순하지는 않아요.

게임에서 변수를 창출하려는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다르게,

skt의 플레이 스타일은 변수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나르 궁 대박, 점멸도발 대박 같은, 소위 슈퍼플레이로 포장되는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확실하게 자신들이 연습한대로 판을 가져가는 팀이라는 거죠.

우리는 이 타이밍에 싸우면 무조건 이득이다. 그러니까 마오카이가 딜러 물어. 와

쉔이 도발로 딜러 물어. 어느쪽이 더 확실하게 싸움을 열어서 '판을 만들' 수 있을까요. 당연히 전자겠죠.




같은 맥락에서, skt는 원딜케리 조합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첫번째, 원딜케리라는 맥락 자체가 초중반에 말리지만 말고 버티다가, 니가 커서 케리해라. 인데

저 전제 자체가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집니다.

초중반에 버티면서 끌고간다.. 라는 전제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후반 간다고 쳐도 원딜이 적 cc기 피해서 딜 '알아서 잘' 넣으면 이기는 전략이란 코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지요.


두번째로는 저 조합 자체가 가면 갈수록 상대방이 들어왔을 때 받아치는 조합이 되어 버리는데,

이건 스스로 판을 주도하려는 팀 컬러에도 맞지 않습니다. 상대가 판을 짜 주면, 거기서 취약점을 찾아야 한다니..




그렇다보니 뱅은 코그모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팀에서 이니시를 담당하는 울프랑 마린 중, 울프가 원딜을 지키는쪽으로 빠져버려서

마린의 부담이 커지기도 하거니와

일단 코그모가 등장하면 상대방의 전략이 너무 명확해집니다.

질질 끌고 탱라인 비비면 우리가 지니까 적극적으로 들어가자.

이 소리는 쫄보메타를 카운터치면서 먼저 판을 만드는 skt의 과감한 운영에 변수가 생긴다는걸 뜻합니다.

이니시 걸 챔프도 줄어들고, 상황도 줄어드는데 꼭 꺼내고 싶을까요.



저 논리에 따라서 챔프를 짜다 보니 남는 애들을 보면 초중반 강하게 가져갈 수 있는 챔프.

즉 주도권 잡고 판을 짤 수 있는, 그리고 울프가 신경 안 써줘도 최소한의 생존과 딜(포킹)이 보장되는 챔프인

코르키를 선택하는게 베스트가 되고,


차선으로 그나마 원딜케리 비슷하게 간다고 치면,

생존기가 어느정도는 있고, 탑이나 정글이 물려 들어오면 혼자서 보내버릴수 있는

베인을 픽하는게 팀 입장에서 올바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비르도 나빠보이지는 않는데.. 티어가 내려갔다니 할 말이 없네요.)



솔랭 1위가 피지컬 딸리고 쫄아서 하이퍼케리 원딜을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는게 팀적으로 더 좋으니까 묵묵히 희생하는겁니다.

누군들 mvp포인트 받고 싶지 않겠습니까.






여담으로, 저 연장선상에서, 논란의 cj전 3세트를 짚어보자면

코치진이 판단하기에 초반 빡빡한 운영이 부족했다는 피드백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쉔을 벤해서 갱킹시에 변수를 차단하고,

라이즈는 문도로 마킹해서 말려버리자.

그리고 아지르가 나오긴 했지만 페이커 믿고 트페 쓰자, 반반가고 궁극기 찍으면 운영으로 찍어누를 수 있다.

초중반에 말려버리고 게임 끝내자.

가 skt의 그림이었는데,

코코가 생각보다 너무 잘해버리니 라인전이나 로밍에서 힘 쓸 기회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라인전에서 cj가 크게 말리지 않은 상태로 어찌어찌 후반까지 왔는데

논타겟에 스턴기도 없는 마린이 이니시를 거는 상황은 변수가 너무 많고, 코그모에게 버틸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울프나 페이커가 무조건 이니시를 걸어서 한놈 녹여야한다. 라는 결론이 나와버립니다.

그래서 마지막 용 한타에 울프는 이니시를 걸었고,

페이커는 전진해서 골카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후반으로 흘러왔고, 모든 변수를 차단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리지 않았나 싶네요.

뭐 결과는 보시는 대로구요. cj가 잘했습니다. 네.




여하튼, skt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늘 해오던 대로 최선의 조합을 짜서 변수를 차단하려고 노력했는데

cj의 변수가 본인들 생각보다 조금 더 컸을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패배를 계기로 아마 더 빡빡하게 변수를 차단하는 운영을 선보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폼 떨어졌다, 선수가 문제다 식의 칼럼글은 좀 자제하심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