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모집에 15만명 지원, 30:1이라는 치열한 경쟁률. 이는 방대한 검은사막 속 세계를 경험해보기 위해 도전한 이들의 숫자다. 더 나아가 현재 온라임게임 시장의 정체라는 사막 속에서 그 갈증을 채워줄 한 모금의 물을 찾는 사람들의 수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테스트가 진행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날 수록 해야할 것과 앞으로 더 해봐야할 것들은 점점 늘어만 갔고 애타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야속한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만 갔다.

일주일만 더, 아니 하루만 더 시간을 준다면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보았을텐데라는 생각. 매일 24시에 10, 9, 8.. 테스트 종료 카운트가 세어질 때마다 다음 날을 기대한 적은 정말 오랜만이라 느껴보았을 정도로.

▲ 하루하루 테스트 주제가 달랐던 흥미진진한 1차 CBT



■ 로딩이 없는 하나의 세계, 정말 가능했다.

'눈에 보이는 곳은 직접 갈 수 있다.'는 것 처럼 막힘이 없는 오픈 월드에서 생활을 하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테스트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던, 로딩이 없는 심리스 방식의 월드. 과거 미디어 초청 행사에서 이를 직접 경험했을 때는 그저 신기할 뿐이었는데 당시에는 많아야 몇 십명의 캐릭터만 활동하던 상태였다.

문득 걱정이 들기도 했다. 수 백 아니 수 천명이 한 번에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서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임을 깨달았다. 주변 마을에서는 수 십명의 사람들이 뛰어다녔고 내 바로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몬스터와의 전투를 그리고 저 먼 곳의 들판과 산을 따라 모험을 하는 사람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서버에서 동시에 이루어졌다.

성을 쟁취하기 위한 대규모 공성전 역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검은사막 세계 속 시간은 멈추지 않고 정확하게 흘렀으며 해가 질 때의 아름다운 노을과 밤 하늘의 아름다운 별, 아침의 밝은 태양도 모두가 함께 바라볼 수 있었다.





한 예로 한창 공성전을 치루고 있을 때 자신의 무역용 마차를 끌고 성 안으로 들어와 쉴새 없이 달리기도 하고 마을에서 제법 먼 곳에 위치한 채석장의 수레를 끌고 오는 일도 있었다. 원활한 공성전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전쟁의 한 복판이라도...



■ 다양한 조작, 순간순간 몰입되는 액션

릴부터 C9까지 펄어비스 김대일 대표가 개발한 게임은 한결같이 뛰어난 액션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검은사막은 논타게팅 전투 방식으로 스킬에 따라 최대 사거리와 공격 범위 혹은 최대 몇 명까지 공격할 수 있는지 등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어떤 스킬을 배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 진행 방식 및 숙련도가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전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판타지 만화와 같이 과한 동작과 눈이 아플 정도의 애니메이션이 존재하지 않고 보다 사실적인 움직임을 보이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캐릭터 동작 하나하나는 힘이 실려 있었고 전투 중 강력한 타격을 선사할때 혹은 위험한 순간마다 캐릭터 중심으로 포커싱되는 화면은 전투에 몰입성을 배가 시켜주었다.

물론 과하지 않은 액션이 전투의 긴장감을 키워준다는 의견과 상대적으로 답답한 움직임이 불편하다는 의견 등 사실적인 움직임의 구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뉘는 편이기도 했다.

▲ 전투의 타격감과 몰입도는 일품!


▲ 전투의 액션은 정말 살아있네~라고 말할 수 있는정도



■ 각각의 매력을 가진 직업들, 밸런스 평가는 아직

선 공개된 티저영상에서는 조금 더 세분화되고 다양한 직업군이 예고되기도 했으나 1차 CBT에선 워리어, 자이언트, 소서러, 레인저 이 4개의 직업군을 테스트 해 볼 수 있었다.

직업의 개수는 많지 않지만 특성을 찍고 스킬을 배우는 방식이 전투나 퀘스트를 진행하며 획득 가능한 스킬 포인트 투자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 당시 스킬 초기화는 되지 않아 성장 시 조금 더 신중을 요하기도 했다.

아직 직업 간 밸런스에 대해선 유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워리어, 자이언트, 심지어는 소서러까지 근접 전투 위주로 진행되는터라 원거리에 특화된 레인저가 PvE는 물론 PvP까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물론 아직 모든 스킬을 배우고 많은 테스트를 해보지 못한 터라 밸런스에 대한 평가는 이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신규 직업까지 생각한다면 직업간 밸런스는 우선 순위를 상당히 앞당겨야 하는 과제임이 틀림없다.

▶자유로운 스킬 분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직업군



■ 탐험, 무역, 그리고 지식! 신선한 생활 콘텐츠

숨겨진 동굴을 발견하고 보물찾기, 무역을 통해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기 등 모든 것을 즐기기에는 불가능하리라 여겼던 몇몇 유저들은 테스트 기간동안 레벨 업은 뒷전으로하고 다양한 생활 콘텐츠를 중점적으로 즐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에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지식 시스템이다. 지식은 NPC 뿐만 아니라 탐험이나 사냥 등을 통해 지역, 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득할 수 있으며 특정 NPC와의 이야기 교류시 대화 소재로 사용되고, 이야기 교류를 반복할수록 해당 NPC의 친밀도가 올라가는 방식.

이렇게 NPC와의 친밀도를 쌓게 되면 새로운 퀘스트를 주기도 하고, 그동안 팔지 않았던 아이템을 팔기도 하며, 전투에 유용한 버프를 걸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레벨 업만이 능사가 아닌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지식은 정말 무한하게 쌓여 점점 사람의 뇌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다


▶무역을 위해 개척해야하는 노드,
단순히 발견한다고 연결되지 않으며 지식을 바탕으로한 친밀도가 필요하기도 하다


▶ 레벨 업 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다양한 보상



■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검은사막 세계 속에서 적용되는 고유의 시간에 따라 낮과 밤이 바뀌고 NPC마저 실제 지식으로서 존재하는 인격체인 만큼 밤이되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찾아간 NPC가 간발의 차이로 퇴근시간에 걸려 유유히 집에가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했을 정도.

도시 속 도둑을 잡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밤이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지붕위에서 잠복을 하고 있어야 하며 쥐들을 퇴치하기 위해선 미니게임을 통해 피리를 불어 쥐들을 끌어들인 후 물가로 함께 들어가 익사시켜야 했다.

딱 한 번 있었던 태풍의 경험도 잊을 수 없다. 비가 조금씩 내리길래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게 왠걸.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는 눈 앞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두꺼워졌고 달빛마저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뒤덮혀버렸다. 당시에는 몬스터 사냥 중이었는데 실제로 낙뢰가 쳐 아주 잠깐 빛이 보이는 순간에만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소소한 효과와 작용은 어떻게 보면 불편함을 안겨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실적인 구현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낮에는 NPC들과 대화를 하고 조용한 밤에는 사냥을 하는 등 시간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고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던 누군가에겐 잠시동안 달콤한 휴식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폭우가 내리는 밤이면 자신이외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탐험도중 만난 폭풍우 영상




    ■ 편리함을 뺀 현실성과 불친절, 그 선택의 기로에 서다

    핸드폰, 심지어는 호출용 삐삐도 없는 판타지의 세계인 만큼 몇몇 요소들은 애매한 현실성을 강조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한 예로 초대 시스템을 들어볼까 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한 번 생각해보자. 파티 혹은 길드원을 초대하기 위해서는 /초대 와 같은 명령어를 많이 보편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 된 검은사막에서는 상호작용 부분에서도 현실성이 반영되어 있는지 직접 눈 앞에서 마주하고 있어야 서로 파티를 맺을 수 있고 길드원 초대가 가능했다. 이외 퀘스트를 수행한 후 완료 NPC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된 것이 아닌지 아니면 현실성을 위해 편리함이 제외된 것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었다. 물론 첫 테스트였던만큼 앞으로 어떻게 개선되고 구현될지는 지켜봐야하겠지만 불편함이 아닌 불친절함은 아니었는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 CBT를 넘어 선 완성도, 더욱 갈증을 채워주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정말 모자랐다.' 테스트가 끝날 때 든 생각은 하나였다. 하루에 최대 9시간 플레이. 총 63시간이라는 일정은 현재 공개 된 검은사막의 일부만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았고 직접 찾아보고 느껴보고 싶은 것이 남아 있었던만큼 아쉬움도 큰 편이다.

    전체적인 느낌을 이야기하자면 장단점이 존재하는 의견이지만 확실히 쉬운 게임은 아니다. 수 많은 콘텐츠가 숨겨져 있어 직접 찾아야 하며 전투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도 어느정도 필요하고 사망 시 아이템도 드랍한다. 누군가는 찾는 재미와 극복해 나가는 재미를 즐길 수 있고 누군가는 힘든 플레이에 지칠 수도 있다.

    약간은 높은 난이도 그리고 화려한 그래픽이 무산한만큼 잘 구현되어 있는 심리스 방식의 맵. 확실히 지금까지의 MMORPG에서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첫 테스트고 현재 공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과역 일각에서 끝날 것인지 빙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불모의 사막 속에서 모두의 갈증을 채워줄 오아시스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 다음엔 내가 등장할 차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