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망별v
2011-11-15 02:31
조회: 13,103
추천: 12
[펌] "나는 흑마다" by.영원의나라 님
이 글은 05년 후반~ 06년 중반 쯤으로 예상되는 때에,
와우 플포 사는이야기 게시판에 '영원의나라' 라는 분께서 연재하신 소설이라고 합니다.
우연히 알게되었고, 보게되었고, 뭔가 가슴에 많이 와 닿는 것이 있어서
흑게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올려봅니다.
무수한 취미들 속에서 온라인 게임을 취미로 삼고 살아가시는 분들...
그리고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 속에서 '와우' 를 선택하신 분들....
와우속 10가지의 직업중에서 가장 분포도가 적다는 '흑마법사' 로 플레이 하시는 분들은...
조금이나마 공감하시는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prologue] 오늘도 어김없이 가위에 눌려 잠에서 깼다. 벌써 육개월째. 이불이 두꺼우면 그렇다는 이야기에 얇은 것으로 바꿔보기도 하고, 심지어 아무것도 안 덮고 자기도 했건만, 여전히 나에겐 효과가 없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컴을 켠다. 그리고 습관처럼 와우를 접속한다.
핑크빛머리의 작디작은 노움여사제가 언제나처럼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만히 마우스 켜셔를 움직여 클릭해 본다.
담배연기가 눈에 들어갔나보다.
잠시만 이대로 있으면 괜찮을꺼야.
========================== 1. 만남 ㅡ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있었다. ========================== 나는 흑마다. 그것도 만랩흑마. 왠만한 4대인던 템은 다 갖췄으며, 필드에서 적진영을 만나도 1:1이라면 두렵지 않다.
새끼과부거미 한마리 잡을때마다 엠탐하는 현실이 싫어 그늘숲 한 귀퉁이에서 랩 23에 봉인되었다.
그래서 유일한 만랩캐는 흑마뿐이다.
필드에서 녹템도배 도적과 맞닥뜨리더라도 도트3종세트와 함께 도망다니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건 도적 상대로 그야말로 최고다. 포세이큰의의지라는 황당스킬로 언데도적만날경우엔 종종 눕기도 했지만... 윤회라는 흑마 고유의 스킬은 결국 나를 승리로 이끌곤 했다.
아마도 플포에서 본 주문전문화장갑에 회가 동했나 보다.
'흠.... 코볼트들이 리넨옷감을 많이 줬었지, 아마. -_-?' 나는야 흑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냉큼 무두질을 지우고 골드샤이어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ㅡ 누군가를 돌봐준다는 것은 때론 아주 나약하게 보였던 이의 작은 손길이 ========================== '응...? 저러다 쟤 죽는거 아닌가?' 엘윈숲. 개미굴광산앞에 리넨옷감을 모으러 갔던 나에게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코볼트 2마리에게 둘러쌓여서 둔기를 휘두르고 있는 랩 7짜리 사제.
저랩에 동랩몹 두마리는 그다지 어려운게 아니다.
'.....애드될텐데. -_-'
모르긴 몰라도 저 사제, 속으로 죽고싶은 생각 뿐일꺼다.
잠시 고민을 해본다. 남의일에 원체 끼어들기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사소한 거지만 그래도 선뜻 나서기가 그렇다. 사제니까 조금은 더 버틸수 있으리라 보고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심했다.
도대체 뭘 믿고 저기서 투닥거리는지. 랩 7이면 보호망 배웠을텐데... 일단 그거라도 걸고 몹없는 곳으로 튈 것이지. -_-
실제로 이러진 않았다. -_- 단지 공포마를 탄채로 언덕위서 번지를 했을뿐.
말에서 내림과 동시에 불의비를 날렸다.
일단 어그로를 뺏었으니까 성공........ 어??
그놈이 사제를 계속 친다. 내가 어그로를 가져오기전까지 코볼트들에게 다구리를 맞던중이라 피가 너무 적었던 그 사제는 그만 살포시 자리에 눕고 만다.
왠지 미안한 맘이 든다. 내가 해를 끼친것은 아니지만... 같은 진영의 죽음을 곁에서 보는건 여전히 안타깝다. 하물며... 안죽을 수도 있었던 것을. ㅜㅜ
퀘를 쬐끔 도와주면 그걸로 내 부담이 사라질 것 같은 생각에 그자리에 앉아서 물빵을 먹으면서 기다려 본다.
사제 : "휴... 고맙습니다 ㅜㅜ" 나 : "에고, 아네요. 제대로 도와드리지도 못했는걸요."
구경하느라 가만있지만 않았어도 안죽었을테니까.
사제 : "잠시만요...."
나 : "아......... 네. ^^;"
사제 : "네? " 나 : "제가 퀘스트 도와드릴테니까, 파티 초대해 달라구요." 사제 : "....;ㅂ;)a" 나 : "..........."
나 : "..........." ......갑자기 그냥 도망가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사제 : "네...."
그사람이 파티에 들어온것을 확인하고 말을 해줬다.
사제 : "우와!!!! 이런 기능이 있었네요?? " 나 : "그리고 파티끼리 대화를 할땐 /p 이렇게 누르세요. ^^"
파티를 모를정도면... 이사람은 MMORPG는 진짜 생초보란 말이겠지. 나도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디아블로부터 뮤, 리니지까지 잠깐잠깐 손댄 것까지 치면 대략 7~8가지 머드게임은 접해본 것 같다.
아니면 나이가 아주 많다는 소릴까. 어쩌면 중국이나 미국같은데 사는 교포일지도 모를꺼야. -_-
일단 그 사람을 파티에 넣어놓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줬다. 파티챗은 /p, 공개챗은 /1, 일반챗은 /s 등.. 사소한거부터 나중에 겜 종료하고 하늘아리를 깔라고까지 다 말해줬다. -_-
왕초보라는 느낌하나에, 왠지 스스로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었나;;;
사제 : "와.. 이거 먹는 건가요?? 꼭 사탕처럼 생겼네요?" 나 : "......................-_-"
생석이 진짜로 사탕같이 생기긴 했나보다. -_-
사제 : "네에!! >ㅂ<//" 나 : "일단 양초부터 모아보죠!!! 일단 여기서 잠시 계세요. 절대 저 따라오시면 안되요!!"
서큐를 다시 공격적으로 돌려놓고 계속 탭키를 누르며 고통저주를 걸면서 동굴을 한바퀴 돌았다.
"들어오세요~"
온통 코볼트 밭이 되어버린 광산안을 들어오더니 이 사람, 입을 딱 벌린다.
얘네들은 랩 한자리구요. 이정도는 누구나해요.-_-
사제 : "우와. 멋있다." 나 : "사실.. 와우에서는 흑마가 제일 강해요." 사제 : "전사나 도적보다도요?" 나 : "당연하죠!! 제가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근처에도 못와요. -_-" 사제 : "아... 정말 최고군요. ;ㅂ;" 나 : "-_-)v"
뻥도 칠수록는다더니;;..._| ̄|○
퀘 완료를 하러 골드샤이어로 향해야 하는데 갑자기 의문이생겼다.
사제 : ".........." 나 : "보호망도 안치고.... 두마리이상 덤비면 위험하다구요" 사제 : "........ㅜㅜ" 나 : "응? 왜요?" 사제 : "없어요. 그런거...ㅠㅠ"
글구 랩 7정도면 보호망 배웠을텐데? 내가 본캐가 사제가 아니니 알수가 있나;;
사제 : "아뇨.....ㅠㅠ" 나 : "끙;;;;; 안배우고 모했어요." 사제 : "배워야 하는 건지 몰랐어요.ㅠㅠ"
사제 : "눼...........ㅠㅠ"
그리고 여관에 있는 상급사제에게 데려다 줬다.
사제 :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 : "그리고요, 아까 사탕드릴때 돈도 조금 드렸어요. 그거면 충분하실꺼에요." 사제 : "헉........."
한편으론 왠지 낯이 후끈거린다. -_-; 사실은 나도 예전에 저랩때 고랩들한테 도움 좀 받았었지...ㅎ
사제 : "??" 나 : "..............(설마;;; )" 사제 : "가방... 이거 16짜리 말인가요?" 나 : "후우..;;; 잠시만요;; 여기서 기술좀 배우고 계세요. 녹색글씨는 무조건 다배우세요" 사제 : "네...." 나 : "그리고 배운거 영어 p버튼 누르면 뜨니까 그걸 마우스로 '콕'찝어서 밑에 스킬창으로!!" 사제 : "네...." 나 : "그렇게 전부 채워놓으세욧!!! 가따와서 검사할껍니다!! -_-" 사제 : "네....ㅠㅠ"
시간이 없으므로... 경매장에가서 리넨을 마구 질렀다. -_- 그리고 재봉갈쳐주는 집으로가서 계속 스킬을 올렸다.
그리고 기술을 배운다 '6칸가방' 맘같아선 14칸 가방까지 배우고 싶었으나... 시간이 너무 걸린다. 다시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스톰으로가서 골드샤이어로 뛰었다.
사제 : "여기서 있으라면서요.ㅠㅠ" 나 : ".............-_-;;"
사제 : "음.. 이건 모에요?" 나 : "그걸요... 모니터 오른쪽 아래 가방자리 그림있을꺼에요. 거기다 착용하세요." 사제 : "아...... 했어요" 나 : "네개 다 했어요??" 사제 : "네.. 다 넣었어요. ^^" 나 : "그럼... 쉬프트+B를 눌러보세요!!!" 사제 : ".............아!!"
저때 느끼는 기분... 나도 알지. ㅎ
나 : "원래 저희썹이 사람들이 다 친절해요. 다른사람이라도 이렇게 해줬을꺼에요. ^^"
나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6칸가방 선물로 받고 이런저런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나 : "ㅎㅎㅎㅎㅎ" 사제 : "이 가방.... 정말 잘 쓸께요." 나 : "아휴, 부끄럽게시리;;;;"
솔직히 14칸가방 4개 사줘도 16골정도면 충분한데.... 고작 6칸짜리 네개만 주는게 왠지;;
사제 : "저... 저기요." 나 : "네" 사제 : "저.... 오늘은 이만 나가봐야해요.ㅠㅠ"
사제 : "근데요.... 혹시...... 내일도 게임 하세요?" 나 : "네..? 네;;;; 저야 매일 하죠;;"
사제 : "그럼... 내일도 같이 해주시면 안될까요? ㅠㅠ"
왠지 어설프게 도와준 것 같아서 아쉽기도 했고.
사제 : "네.....ㅎㅎ"
무언가 우물쭈물하던 그 사람이 말을 거낸다.
나 : "아..... 네. "
나 : "아휴... 별말씀을요. 뭐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ㅎ"
나 : "...........-_-;;;;"
나 : "네.. 안녕히 가세요. ^^" 사제 : "은빛님 바이요~" 나 : "네..ㅎㅎ"
닉네임을 친다음 추가 버튼을 눌렀다.
'영원의나라'.... 왠지 묘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다. ㅎ
3. 동행 ㅡ 함께 걷는 다는 것은 나혼자가 아닌 ========================== "띵동~" '영원의나라'님이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알림소리와 함께 모니터 하단부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가서 와우부터 실행시켰다. 행여 나를 기다리다 지쳤을 지도 모르는 그 사제가 자꾸 맘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조금 아쉬운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행여나 나를 백수나 방학을 맞은 학생정도로 착각을 하고 낮부터 와서 기다리진 않았겠지. 설마. 그치??
흠흠.... 설마가 사람잡는다는데. -_-
불평임프도 잡을겸 불타는 평원으로 향했다..
.....젝일....임프가 엄따. -_- 불평 임프가 진짜 잡기 쉬운데..ㅠㅠ
오우거나 때려잡기로 마음먹고 영혼조각 대략 20개쯤 모았을무렵 드디어 친구접속 메세지와 함께 그 사제가 접속한 것이다.
사실, 나는 길드가 없다. 와우 시작전, 예전에 '마X노기'라는 게임에서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길드활동을 했었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다들 어찌나 그리도 따뜻하고 포근하던지...
무엇을 해도 좋을꺼라 생각했었다.
나로인해 길드내에 작은 파문이 생기는 일이 발생했고, 그 작디작은 파문으로인해 길드는 양쪽으로 분산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 중심에 서있는 나는 모든것을 다 알수있었고 오랜 고민끝에 그곳을 떠나기로 결정을 내리게되었다.
하지만 그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그리고 내가 떠나자 모든일은 순조롭게 풀려나갔다.
이야기가 빗나갔다. -_- 어쨋거나 그래서 난 와우에도 아는사람이 없고 오직 소환수 한마리 데리고 독고다이로 필드에서 떠돌아 다니는 흑마였다. 만약... 내가 흑마를 안했다면 닥솔ㅡ 아니, 사냥꾼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_-
단순한 소리ㅡ 그 이상의 의미였을지도.
'음....... 귓말을 한번 날려볼까. '
안하던 짓 하려니 왠지 낯간지럽다. -_-
어제 갔었던 광산 근처에서 몹을 몇마리 때려잡고는 골드샤이어 상인에게 달려가는 중이었다.
여섯칸가방 네개를 안겨주기는 했지만 고작 24칸 늘은것으로 초보유저의 루팅아이템을 소화하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고 상황보니 어제부터 인벤도 안비운 모양.
한편으론 좀 더 큰가방을 사주지 못한 나의 서툰친절을 내내 반성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응?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진작 수리를 하고 아템정리를 하고 나왔어야 하는데, 벌써 5분째 대장간 안쪽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고있다.
나 : "안녕하세요? ㅎㅎ" 사제 : "앗... 은빛님!! ;ㅁ;"
IQ139의 머리를 한번 급하게 회전시켜본다. 1. 대장간에서 왔다갔다 하는 걸로 봐서 장소와 연관이 있다. 2. 대장간에서는 방어구와 무기를 판다. 3. 저 사제에겐 현재 5골드라는 거금이 있다.
질러놓고 나서 후회되서 다시 물릴려고 보니까 헐값밖에 안쳐줄테고 그래서 어쩔 줄 모르는 거겠지.
나의 말에 매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후훗.. 귀여운 짜식. 보아하니 한참 동생뻘인가 보다. 하는짓이 많이 순진해 보인다.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 질러봤자 여기서 파는건 고작 무기쯤일텐데.. 1~2골이나 썼겠니. 괜찮아, 다 질렀어도 형아가 다시 챙겨줄께.ㅎㅎ
"...................흑.............. 제가 그만 팔아버렸나봐요. 죄송해효..ㅠㅠ"
....-_- 가만있자.... 지금 나 이상황.. 웃어야되는걸까??? -_-;;;;;
ㅡ 낯선 어떤이에게 나와 닮은 ==========================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흑마의 생석은 접속종료후 약 15분 이후면 사라진다. 2. 저 사제는 어제 저녁 이후 지금 처음 접속이다. 결론 : 당연히 생석은 사라지고 없다. -_-
난 잠시(그야말로 아주 잠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을 했다.
"....눼. ㅠ_ㅠ" "그거 접속 종료하면 원래 사라지는데요 -_-" "네??"
대장간 NPC의 쨍쨍거리는 망치질 소리만 들릴뿐 지나가는 저랩 한명 없다.
뭔가 말을 하긴 해야하는데;;
"저기요.."
. 쫌만 말 안하고 더 버텨볼껄.
나는 참지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은, 모니터 앞에 나 역시 웃고 있었다. 생석이 사라진걸 걱정하는 모습.. 얼마나 순수하고 귀여운가. ㅎ
....이봐요. 당신이 내 입장 되봐봐. 안웃게 생겼나 ;ㅂ;
특유의 모션과 함께 생석을 만드는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있는 사제에게 거래창을 열어 생석을 하나 건넸다.
"아끼지 말고 먹어요. 내가 쓰면 바로바로 만들어 줄테니까 ㅎ"
아라시 고원에서 공주연퀘를 할때 '미즈라엘의결정'을 모으는 퀘스트가 있었다. 지도 맨 서북쪽끝의 동굴에서 마른수염코볼트를 잡아서 결정 12개를 모으는 거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참 힘들었다.
순식간에 3:1정도가 되고 얼마안되서 눕기 일쑤였는데 설상가상으로 그 옆엔 호드 마을이 같이 있었다. -_-
순식간에 내 모니터를 회색으로 물들여 버리는 무시무시한 해골랩들에게 내 불쌍한 캐릭터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체를 찾으러 뛰어야 했다.
너무 많이 죽어서 더이상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때에도 나는 오로지 퀘를 미뤄두고 다른지역 퀘를 하다가 틈만나면 다시오곤 했다.
50대 후반랩때 여명에서 설인을 잡아서 얻는 퀘템....(뭐였는지 기억안난다;;) 그거보다 더 안나왔던것 같다. -_-
4개만 퀘템을 더 모으면 완료를 할 수 있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호드에게 (그날은 주수리였다-_-) 난 또 유령이 되어서 부유해야만 했다.
(그시절 나는 주술사가 토템을 뽑아서 던지는 걸로 생각하기도 했다. -_-) 내가 마법을 시전하기만 하면 뭔가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시전도 취소되있고 어느새 누워있곤 했었다.
숨어서 피와 엠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을무렵 저 앞에서 두눈에 불을 켜고 무시무시한 황소가 대따시만한 도끼를 들고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걸렸구나.ㅠㅠ'
갑자기 어디서 하얀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나서 그 황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잠시 움찔움찔하던 그 검은 황소괴물은 (호드분들 죄송합니다.ㅠㅠ) 하얀호랑이의 공격에 어쩔 줄 모르더니 잠시후 바닥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작은 노움법사... 아.. 이들이 나를 지켜준 것이구나.
경찰아저씨가 나타나서 그 깡패들을 다 쫓아내준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길가다가 100골을 주웠어도 그때처럼 기쁘진 않았을 것이다.
"진짜. 개념을 오그리마에 두고왔나봐." "..........."
어쨋든 그 둘은 위험하다며 나에게 퀘스트 결정을 모을때까지 호위를 서주겠다고 했다.
순식간에 퀘스트는 완료가 됐고 재차 고맙다고 말하는 나에게 법사는 이야기를 했다.
"....네?"
맙소사... 이 많은걸 내가 받아도 될까.
"아... 이 많은 걸....ㅠㅠ" "괜찮아요. 필요하시면 더 드릴께요" "헉.... 아네요. 충분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흑. 진짜 친절하시군요. ㅜㅜ
나는 몇번이고 인벤을 열어서 물빵을 확인하곤 했다. 어찌나 기뻤던지....
물하고 빵을 아껴두고 보기만해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최소한 일주일은 두고두고 먹으리라.
그리고....... 다음날 내가 접속했을때 사라져버린 물빵의 빈자리를 보며 너무나도 놀라서 한동안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영원님!!" 나는 힘있게 사제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퀘스트 하러가요. 제가 오늘 진짜 확실하게 도와드릴께요." "와.... 정말요?" "네. 오늘은 랩 두자리 찍게 해드릴께요. ㅎㅎ"
한동안 잊고있었던 나의 저랩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준 그 사제에게 어느덧 나도 모르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p.s 아주 오래전..
정말 감사했어요...
5. Leading ㅡ 온라인 게임의 좋은 점중 하나는 현실이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적어도... 내겐 그랬다. ==========================
"................-_-"
서부몰락지대로 넘어왔다.
어제 랩 12까지 찍어줬건만.... 오늘은 겨우 1업한게 전부다. -_-
".........신기하게 생겨서..... ;ㅂ;)a"
진짜 찾아보기 힘들것이다. -_-
"뭐가 신기해요!!!! 골렘 따위가!! -_-)+" "...........;ㅂ;)a" "바람정령이 뭐가 신기하고 해안가에 널려있는 멀록따위가 도대체 뭐가 신기해욧! -_-)++" "...........뭐가 아옳옳옳 거리길래....;ㅂ;)a" "그리고 아까 데피아즈단 강도한테는 왜 가서 말걸었어요!!? -_-)+++" "..........걔는 정말.... 나쁜놈인지 몰랐어효 ㅜㅜ" "복면했잖아요!!! 그거 보면 척하니 나쁜놈인줄 알아봐야지!!!" ".....아... 그렇구나. 앞으론 진짜로 조심할께요..ㅠㅠ"
사실 그렇게 말해놓고도 억지라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안다. '바람정령.... 서부에선 진짜 신기한 몹이긴 해.-_-' '음.... 멀록이 귀엽긴 하지.'
그리고, 복면이 다 나쁜놈이면 아이언포지에 넘쳐나는 도적들은 모조리........................몹이란 말인가 -0- ;;;;
"어쨋거나!!! 내 근처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세요!!" "눼....ㅜㅜ" "그렇게 바짝붙지 말고 쫌 뒤에 떨어져서욧!!! 몹이 달려들잖아욧!!" "헉... 네....."
뒷걸음질로 저 멀리 간다.
"잘못했어요. ;ㅁ;" "........." 완전 애키우는 엄마가 된 심정이다. 도대체 몇살일까. -_-
즉, 내 소환수근처에 있기만 하면 파티원의 체력이 42포인트가 늘기때문에 저랩때는 임프만 있어도 피가 4~5배 이상 뻥튀기가 되는 것이다. (저랩때 기초체력이 대강 100쯤인데, 임프가 주는 뽀나스체력은 500정도다. -_-)
물론, 몹몰이 하기전에 사제근처에 임프를 주차시켜놓고 나 혼자 몹들사이로 뛰어들어도 되지만... 조금만 나하고 떨어져도 불안해하는 사제는 금새 내곁으로 쪼르르 쫓아오곤 했다. -_-
임프의 버프거리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피가 뻥튀기 된다. 만피상태에서 피통만 이따시만큼 커지는 거다. 그럼 내 파티창에 사제의 피가 1/5밖에 안남은 걸로 보인다.
이 사제는 예의 그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아무 일도 없이 서있다. -_-
"나한테서 딱 20미터!!! 19미터, 21미터 그런거 없어욧!! 딱 20미터뒤에 있어욧!!! -_-)++" 나의 윽박(?)은 계속 되었다.
이런저런 연퀘를 정신없이 마무리하고 퀘 반납을 하러 감시의 언덕쪽으로 가면서 사제가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근데요, 은빛님." "네 -_-" "우리 안쉬고 이렇게 하루종일 몹만 잡아야 되요? ;ㅁ;" "네 -_-" "흑.... 나 한시간있음 또 게임 못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뛰어다니기만 하네요.ㅠㅠ" "......."
이 사제에 대해서 알게 된 것중 하나는 밤 11시면 무조건 컴을 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접속도 밤 7~8시 정도는 되야 하니, 나랑은 하루 3~4시간 밖에 같이 못한다는 소리.
내일은 토요일이니, (우리회사는 주 5일 근무다) 일찌감치 일어나서 재봉으로 허접한 방어구나마 갖춰주자. 벤퀘를 가서 '석탄지팡이'를 안겨주자.
내가 없어지더라도 최소한 자기 앞가림은 할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야근이라도 하거나 어디 지방 출장이라도 가면 어찌할 것인가.
살아난 자식만을 키운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나중에 어떻게 이렇게도 험난한 와우의 세계에서(더구나 전쟁썹이다. -_-) 버텨나갈 수 있겠는가.
그렇게 억지를써가며 광랩을 시켰던 것이다. 진짜 저랩과 단둘이 인던 한바퀴 돌려면 2시간 안팎은 예상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애드가 될지 모르기때문에 죽기라도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일은 벤퀘만 돌기도 정말 빠듯한 시간이다.
".....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아..;;" "칫칫.... 옆에서 계속 불러도 모르고. -_-"
어느새 개구장이의 모습으로 폴짝폴짝 뛰면서 있는 모습은 꼭 막내동생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휴.. 쫌만 쉬면 안대효? ;ㅅ;" "안돼요. -_-" ".......;ㅂ;)a"
아주 난처하거나 곤란하면 습관처럼 나오는 ' ;ㅂ;)a ' <==== 바로 이 표정!! 아는게 ㅠㅠ 랑 그거 두개밖에 없어선지... 난처하면 꼭 그런표정을 짓곤 한다.
"네?" "엄살 안부릴께효. 가요. ㅎㅎ" "괜찮겠어요? 오늘 너무 오래뛰긴 한것 같은데...."
"아네요. 사실은 좀 어리광 좀 부리고 싶었었어요. 별로 안힘들어요. >ㅂ<" .....오호. 새로운 이모티콘이다. -_-
"와!! 정말요??" "네. 기대하셔도 좋아요. ^^" "신난다!!! 아싸!!! >ㅂ<"
그땐 정말 몰랐었다. 작은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운명을 만든다는 걸..
=======================
서툰 몸짓이나마 적어보려고 했습니다.
아무런 감정의 기복없이 이야기의 결말까지 가 보려고 시작했지만
연속으로 글을 세개 올려놓고 나니 '도배하지 말아라' '사는 이야기 게시판에 소설을 난발하지 말아라' 이렇게 올려놓은 분들이 몇분 게시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구나... 그냥 올린글 다 삭제하고 그만두어 버릴까....
하지만 몇몇분들의 리플과 추천이 담긴 글은 이미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가는 일기와도 같은 나만의 글을 좋게 보아주시는 단 몇분이 계시기에
주말을 제외한 평일엔, 하루에 한번은씩은 올릴 예정입니다.
제 글때문에 불편하신 분들은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목요일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ㅡ 처음이란 사랑도 그렇다. ==========================
침대 머리맡에 자명종이 언제나처럼 나를 깨운다. 언제나처럼 잠결에 자명종을 찾아 손을 뻗은뒤에 자명종을 집고 이불속에 넣고 꼬옥 끌어안는다. 경험상 이러면 소리가 잘 안들린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ㅎ
오늘은 토요일. 즐거운 토요일. 회사를 안나가도 되고, 짜파게티를 끓여먹어도 된다.
그제서야 왜 어제 잘 때 자명종을 맞춰놓았는지 생각이 났다.
컴부터 부팅시켰다.
일단 경매장을 뒤져가며 리넨옷감, 비단옷감, 마법옷감, 룬무늬옷감을 질러야한다. 이번주내내 틈만나면 재봉을 올리기 위해 옷감들을 지르긴 했었는데 아직은 택도없는 양일 것이다.
어제도 내내 마법옷감과 룬옷감을 질러댔지만 이따 저녁까지 14칸 가방 을 만들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12골 안팎이면 뒤집어 쓴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은빛님, 그런데 흑마법사는 가방도 마법으로 만드는 거에요?" ".........-_-" "후아!! 진짜 흑마가 제일 이네요. 가방도 막 만들고." "음... 그게 흑마가 만들기도 하는데... " "근데요?"
잠시 엠탐을 하고 있는 내게 뜬금없이 질문이 날아왔다.
"아...."
"그렇군요.... " "이게 도안도 배워야하고, 옷감도 있어야하고..... 보통 힘든게 아니거든요."
"음... 음.... 그게 틀린이야기는 아닌데.. 왠만하면 이름 이야긴 좀 빼고...-_-"
다른 이름 지어서 부캐 새로 키울까보다.ㅜㅜ
"아뇨, 옷도 만들수 있고 신발도 만들수 있어요." "와!! 진짜요?"
이런... 이러다가 지금 만들어 보라고 하면 곤란한데 -_-;;;
"그렇구나..... 뉴_ㅠ"
사람 맘 약해지게시리 또 운다.;;;
"와!! 진짜효??" "그럼요. ㅎ"
후딱 재봉 숙련도 올려야겠다.
"하하하하하.... 당연하..... "
이거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데.....-_-?
인던 아이템파밍의 기본은 14칸가방 네개 싹 다 비우고 출발하는 것. 이것저것 다 가지고 오고싶은 초보의 기본심리상 루팅하다가 인벤이 가득차서 못먹는 아이템이 있을경우엔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회색 돌맹이라도 안타까운 법.
※ 당초의 계획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2. 선물로 주고 벤퀘를 돈다. 3. 녹템 가득가득먹고 기쁨가득, 행복두배.
1. 벤퀘가기전 경매장에서 14칸 가방을 산다. <===== 삐!!! 제작자 이름나온다. ..........................-_-;
이래서 아침 꼭두새벽부터 나와서 경매질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비단 두루마리를 만든다. 마법 두루마리를 만든다. 룬무늬 두루마리를 만든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만들고 상점에 팔고 반복적인 재봉숙련 올리기가 계속된다. 경매장서 지른 14칸 룬매듭가방 도안, 제작 요구 숙련도는 245..... 아직 갈길이 멀다.
누가 재촉한 것도, 엄청난 댓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14칸 가방을 목표로 밥먹는 것도 잊은채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헉..... 이거 저 주시는 거에요?"
오늘 땀의 산물인 '은빛나래표' 14칸 가방 네개를 건넸다.
"..........와....ㅠㅠ"
모니터 절반을 가득채우는 비어있는 인벤의 모습...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모를 것이다.
"너무 고마와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잠깐이면 만드는데요, 뭘."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시, 우리 둘다 아무말도 없이 석양을 보고 그렇게 앉아있었다.
어제 오후부터 몸이 않좋아서 글을 하루 건너뛰려고 했으나 평일날 하루한개씩 반드시 올리고자했던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자 점심때부터 써내려간 글인데도 벌써 네시네요..ㅜㅜ
리플과 추천을 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님들덕에 자꾸 포기하고 싶은마음을 이겨내고 있는 중입니다.
ㅡ 여행을 떠난다는 건 그 이름만으로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
데피아즈단의 무법자들을 하나하나 무찌르면서 드디어 우리는 죽음의폐광 입구인 '데피아즈단 소굴' 입구 ㅡ 작은 오두막 앞에 섰다.
"네. +_+)/"
무수히 많은 애드를 겪어야 한다는 말이다.
과연 힐도없는내가, 부활도 없는 내가 무사히 벤퀘를 완료할 수 있을지....ㅠㅠ
".......인던? ;ㅂ;)a " "인스턴트 던전이라는 뜻인데....."
한방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와......."
"와......."
"우와!! 용이요!!" "그 용이 그려진 애들, 걔네들은 랩이 사기에요. 보이면 무조건 튀세요. -_-" "끄덕 끄덕. (__)"
이렇게 사전 교육을 단단히(?) 시켜놓고 우리는 드디어 쓰러져가는 오두막으로 진입했다.
"........"
땅파다말고 곡괭이를 들고 뛰어오자 표정이 일그러진다.
"..........-_-;"
타겟을 지정하고 '고통의저주'를 하나하나 걸어준다. 둘이됐든, 열이됐든 상관없다. 빗나가는 놈 없이 모두 걸어줘야 어그로를 내가 뺏는다.
오른쪽손은 방향키를 눌러가며 왼손으로는 탭키와 고통단축키를 정신없이 누른다.
멀리서 어그로먹고 사제에게 덤빈다면.. 두어대 만에 누울지도 모른다.
"후....." "와!! 진짜 대단하세요!!! ;ㅂ;" "흑마에게 이정도는 껌이죠. 훗." "만세!!! 은빛님 만세!!!" "훗..... s( -_-)r" <=== 거만한포즈
탄광을 두어바퀴는 돈것같은데 인던입구를 아직도 못찾았다.;;;
심지어 첨에 잡았던 놈들이 리젠까지 되고 있다. -_-
"......."
"근데효... 아직 멀었어요? 한참 우리 굴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
어라. 이거 대사가 이상하잖아. -_-? 같은자리 빙빙 도는거 모르고 있나? 일단 대답부터 해주자.
"그렇구나. >ㅂ<"
아까부터 한자리 뱅뱅도는거 전혀 모르고 있다.
길치 한명에 방향치 한명이다. -_- (최소한 난 미니맵은 볼 줄 아니까, 분명 길치는 아니다.) . 드뎌 저 멀리.... 인던입구를 나타내는 소용돌이가 보인다.
아름답고 귀여운 소용돌이 입구야!! 내가 와우를 시작한 이래로 네가 이렇게 이쁘게 보이기는 처음이구나!!
"네....." "거기가 진짜 나쁜놈들 소굴이에요"
그때 내가 느꼈던 기분을 지금 이 사제도 느끼고 있으려나?
"아 눼.. -_-;;"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헉... 진짜효? ;ㅁ;" "네. 바싹 긴장 하세요."
"그건 윤회라는 건데.... 한번죽어도 다시 부활할 수있어요." "와.... 그럼 불사신이네요?"
"네!! 'ㅁ')/"
이제는 청소할 시간.
마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듯 나의 흑마는 앞으로 뛰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의 손끝에 검은 마법의 빛이 퍼질때마다 적들의 몸에는 저주가 하나씩 맺혔다.
간만의 자유를 만끽하듯이 사방팔방으로 초뎀을 자랑하며 불화살을 날린다.
그들은 내 단검이 스치기가 무섭게 바닥에 누워버리곤 했다.
===============
번쩍거리는 빛들 속에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는 대답했다.
"자, 가요! 아직 갈길이 멀어요."
이제 슬슬 중간네임드가 나올때가 됐는데.. 어디쯤이더라...
"우어어~~~ 벤 클리프가 너희들을 잡아오랬어!!"
어쩌다 들을때면 진짜 썰렁의 진수를 보여주는듯하다.
저거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구나. 제물을 시전하던 내 흑마가 순간 휘청하는 것처럼 보였다.
라조르크 양옆에 있던 졸개둘이서 사제에게 돌격을 한다.
랩 15의 사제가 눕는건 순식간이다. 이럴땐 머리보다 손이 빨리 움직여야한다.
각각 어둠의연소와 죽음의고리를 날렸다. 그리고 바로 뒤돌아서서 라조르크에게 ctrl+1을 눌러 임프를 붙였다.
화염석끼고 칼질로 맞짱뗘서 다 눕혀버린후에 나의 임프와 용감하게 1:1로 맞짱뜨고 있던 비만도깨비(?)에게 제물과 연이은 점화 콤보를 날렸다.
벤클리프의 명령을 지키지도 못한채 라조르크는 바닥에 누웠고 나는 잠시 묵념을 했다.
고생많았다. 아무리 임프라고는 하나 랩 60짜리 소환수 상대하기가 어디 쉬웠겠니.
내세엔 부디 날씬하게 태어나렴.
"휴..... 시집도 못가보고 죽는줄 알아따..ㅠㅠ" "많이 놀랬나봐요. ㅎㅎ"
응? 가만, 지금 뭐가 지나갔는데? -_-)a
"지금 뭐라고 했어요??" "죽는줄 알아따고요. ;ㅅ;" "아니아니 그 전에. -_-" "....시집...?"
"네... ;ㅂ;)a"
사실 그랬다. 말투나 행동, 이런저런 걸 보면 분명히 여자같긴 했는데
누구의 소개로 하기 때문에 아는사람들이 항상 돌봐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사제는 아는 사람도 섭에 통틀어 하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겜조차 처음이 아니던가.
설마하는 의구심을 억지로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크흠.... 알고있었어. 알고 있었단 말야!! ;ㅁ;
"......그럼 나이는 어떻게 되요? -_-)a"
단지 궁금해서 물어본거다. 진짜다.
................이게 아니잖아!!! 상대방은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핏덩이라구!! ;ㅁ;
"음음..... 여자였구나..;;;;" "왜요?? 은빛님은 여자 아니에요?"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때, 이건 또 무슨 열흘삶은 호박에 이도 안들어가는 소리람...-ㅛ-;; ?
"헉.... 근데 왜 여자모습을 하고 있나요?" "....-_-"
이봐요, 영원씨. 얼라여캐를 하지만 나는 오탁후는 아니에요. ㅡ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입을 열었다.
" ;ㅂ;)a?" "현실에서도 남잔데, 겜속에서도 남자를 하면 재미없겠죠?" "..........;ㅂ;)a" "원래 온라인겜은 남자는 여캐하고, 여자는 남캐하는게 일반적이에요. -_-" ".........;ㅂ;ㅂ;;;ㅂ;ㅂ;;ㅂ;"
. 브라보. -_-
"그럼.... 은빛님은 나이가 어케되세요?" "음.;;;; 쫌 많아요" "얼마나...?" ".....32....ㅠㅠ"
왠지 9살씩이나 차이나는 사람이 같이 겜을 한다는 게 사실 좀 챙피했다. -_-
내가 군대있을때 아직 초딩이었을 꼬맹이에게 흑심을 품을 정도로 난 변태는 아니다. -_-
"크흠... 음..... 저기.....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나이차이도 많이 나는데요, 뭘.ㅎ" "그래도... 당장 말을 놓기는 조금...." "어때효. 벌써 며칠째 같이 게임 하는데.ㅎㅎ"
"네....(__ *)"
왠지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쯧... 짜식;;; 나이 몇살만 더 먹을 것이지....ㅠㅠ
"네!! >ㅂ<//"
아직 갈길은 멀었고 우리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8. 선물 ㅡ 나는 그녀에게 그녀는 나에게 ...바로 '나'라는 선물을. ==========================
양쪽으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열어 재끼기 전에 나는 다시한번 이야기를 꺼냈다.
"네!! 오빠!! >ㅂ<//"
"........." "너랑 나랑은 나이차가 많으니까, 오빠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럼 모라고 불러효.ㅠㅠ"
"........;ㅂ;)a" "왜!!! 왜 그표정인데!!! ;ㅁ; " "........그럼 넘 늙어보이자나효. ;ㅅ;"
"삼춘!!! 'ㅁ')/" "...응?" "사암춘이욧!!! 'ㅁ')/"
"네, 오빠. >ㅂ<//
"아직 입에 안익어서...;ㅂ;)a"
끼이익 하는 소리와함께 문이 열린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넵!! 'ㅁ')/"
사정거리 안쪽에 있는 고블린 목공들에게 고통풀링을 시작했다.
인던입구서부터 여기까지는 오지도 못하는 저랩사제이기에, 영원이가 누우면, 그것이 곧 우리팟의 전멸ㅡ
절대.
"끼이이이잉~~"
양손에 전기톱을 장착한채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있다.
"...응?"
재빨리 Esc를 눌러서 시전을 취소했다. 이녀석이 왜 이곳에!? ;ㅁ;
".....;ㅂ;)a"
"................ㅠㅠ"
네가 뭔 죄가 있겠니. 부활이 없는 내 죄지. ㅠㅠ
"넵!!! 'ㅁ')/"
임프를 공격적으로 해서 뒤에 파킹시켜두고 휠키를 앞으로 굴려서 벌목기 앞까지 뛰었다.
사정없이 양쪽손으로 내 흑마를 유린하기 시작한다.
랩이 깡패인 와우에서 20랩짜리가 어딜 감히!!
곧이어 제물을 시전했다.
사실, 이정도는 화염석에 칼질로도 충분하단다.
에이리언2에 나오는 건설기계 ㅡ 양손에 톱이 달리긴 했지만, 혹은 scv를 닮은 그녀석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또...-_-"
금새 움찔하는 모습을 보인다.
".........-_-"
"스물 셋이효!! ;ㅂ;)/"
=============
정신없이 뛰어와서 방방 쩜프를 하고 있는 이녀석은
"마법사!! 마법사!!! ;ㅁ;"
마법사라? -_-)a ?
"헉!!! 영원아, 빨리 삼촌한테로 뛰어!!"
이곳은 순찰병이 많은 곳. 감독관이 양쪽에 호위병을 데리고 순찰을 돈다. 바로 그녀석들이 영원이를 노리고 달려들고 있었다. 더이상 생각 할 시간이 없다.
흑마의 광역공포가 작은 동굴안에 울려퍼지자 나와 영원이를 제외한 모든 인간형들이 사방으로 뛰기시작했다.
내 별명이 '공포의 흑마'였지. 그때... 인던안에서 몹만보면 공포를 날리는 나를 보고 파탈을 하고 귀환했던 전사님에겐 지금도 죄송함이 앞선다.
하지만, 지금은 엄연히 상황이 다르다. 나에겐 강력한 마법이 구비되어있고 아무리 많은 애드가 되어도 더이상 무서울 일은 없다.
"응, 삼촌"
나는 가볍게 원을 그리며 뛰기시작했다. 고통저주를 몹마다 하나씩 넣어주고 순찰병과 그 일당에게는 부패도 하나씩 더 넣어줬다.
동시에 나에게 달려드는 놈들을 보면서 내 머리위로 불의비를 시전했다.
내 주변으로 다가선 몹들은 불의비를 맞고 하나둘씩 허물어지기시작했다. 격렬에 2포인트 투자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된다. "삼춘!!! 진짜진짜 멋있었어효!! >ㅁ<" "훗... 흑마라면 이정도쯤야. -_-)v"
이 녀석은 불의비만 보면 진짜 좋아한단 말야. 화려해서 그런가??
"삼춘, 최고!!"
나와 영원이는 또 앞을향해 전진했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웃고있는 녀석...
미치겠다. -_-
"이만큼요?? ;ㅂ;)a" "더!!!" "ㅠ0ㅠ"
이곳의 가장 무서운 점은 고블린 기술자들이 사방에 숨어서 있다는 것이다.
동랩의 원격조종 골램들을 소환하게 되는데 공격력도 좋지만, 방어력도 좋아서 만랩으로도 원샷원킬이 힘들다.
어레인지 타입이다. 거리가 유지되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쏟아지는 총탄에 저랩들은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저기........삼춘." "...응?"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눈앞에 갑자기 거래창이 열린다.
마우스를 가만히 갖다 대본다.
기껏 써봤자 그야말로 간에 기별도 안갈터. 장난하냐!!! ;ㅁ;
"............."
어째.... 장난이 아닌것 같은데. -_-
치유물약 2개를 받았다.
"헤헤헷.. >ㅂ<"
이거... 절대로 여기서 전멸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든다. 물약값은 해야할테니까.
"네에!! 여기서 기다릴께요!! 'ㅁ')/"
내려가자마자 고통저주를 사방으로 흩어놓았다. 그리고 부패도 넣어서 2종도트가 유지되게 해 놓았다. 지금까지는 이정도면 충분했다.
이녀석들은 이동속도가 워낙빨라서 행여, 영원이에게 어그로가 튀면 내 걸음으로는 절대 쫓아가지를 못한다. 여기서 막아야한다.
마음이 앞서서 엠관리를 제대로 못했나보다. 아직 남은 몹들의 피가 반도 넘은 상황에서 엠이 바닥을 향해 치닫는다.
원격조정골렘 한마리에게 제물을 넣는다. 또 생전을 한다. 고블린땜장이 한마리에게 제물을 넣고 점화를 땡긴다.
안되겠다. 이녀석들에게는 어느정도 방어가 충분하니 피를 가능한 많이 마나로 돌려야겠다.
연속으로 다섯번을 땡겼다. 앞으로 두번만 더 넣고 생석을 빨면 괜찮을 것이다.
서... 설마?
난간위에서 최대한 내게서 거리를 유지한채 나에게 힐을 넣는 영원이의 모습이 보였다.
미처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고블린땜장이가 애드 되고 말았다.
혹시라도 영원이가 누울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출구쪽에서 작업을 하던 고블린들조차 어그로가 튀고 말았다. 그야말로 설상가상....
나는 생석을 먹음과 동시에 지옥의불길을 땡겼다.
"케에엑!!"
흑마 최후의 자폭마법. 자신의 주변에 초당 300에 가까운 뎀지를 주며 동시에 시전하는 흑마 자신에게도 동일한 피해를 입히는 양날의 위력을 가진 흑마 최후의 기술.
나도 같이 데어 너무 아프다.
사방으로 영원이에게 덤벼들고 있는 몹들의 시선, 일촉측발의 상황
그래도 무섭게 닳고있는 나의 체력은 감당이 되질 않는다.
피가 1000정도만 남으면 시전을 취소시키면 될테니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보자.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꼈을때 스페이스키를 눌러 점프를 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직도 버티고있는 몹들에게 부패를 넣고 마법봉을 날렸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나의 뒤에서서 자신의 엠이 바닥이 나는지도 모른채 내게 무한힐을 넣고 있는 영원이의 모습을.
9. 기적 ㅡ 우리가 아는 때론 ==========================
"오!!!" "근데 먹으려고 하니까 이상한 글씨가떠요 ㅠㅠ"
아이템 루팅을 하던 영원이가 귀속템을 주은 모양이다.
"정말요?"
랩제가 높아 나중에 차야하겠지만, 파템이 나왔다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다.
"네!! "
가장 힘든 고비를 넘겼기때문에, 앞으로 그다지 위험한 일은 없으리라. 맘에 여유가 생기자,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아..... 그게.....ㅠㅠ" 잠시 쭈뼛거리던 영원이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낸다.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나는 고맙다는 말대신 윽박을 질렀다.
".........."
"......ㅠㅠ:;" "내가 거기 꼼짝말고 있으랬어, 그러지 말랬어??!!" ".....잘못했어효. 다음부터 진짜 안그럴께효...ㅠㅠ"
영원이 네가 도와줘서 삼촌이 몹들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고 그렇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모니터의 채팅창엔 나의 화내는 목소리만 울려퍼진다.
내 맘속이 들켜버릴까봐 얼굴이 달아오를땐 화낸척 윽박지르면서 안그런척 하는 나의 모습이 싫다.
도대체.... 나란 인간은 왜 이런 것일까. 윤회까지 걸려있었기에 전멸의 위험은 없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면서.
"응!! 응!! 진짜효!!! ;ㅅ;"
도대체... 넌 왜이렇게 밝은거니. 나완 어울리지 않게.
"이거효??" "그거 클릭해봐. 화약이 나올꺼야."
"네!!!" "여기선 영원이가 날 도와줘야돼."
긴장한듯 침을 꿀꺽 삼킨다.
"삼촌이 입구를 지키고 있을테니.... 대포를 클릭해봐봐"
그것이 내가 아까 화를낸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미스터 스마이트 : "적의 공격이다. 모조리 쓸어버리자."
대포소리와 함께 저멀리 커다란 배의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굵직한 타우렌의 목소리가 굴속에 울려퍼진다.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다.
"끄덕!! 여기 있을께효!!"
순식간에 몹들의 정리가 끝난다.
============
"근데... 삼춘. 아까 큰 배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었다고 했죠?" "응.....?"
울산에 가면 이보다 훨씬 큰 배가 많이 있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왜 그만두고 다시 서울로 온거에효?"
울산에 있던 커다란 대기업에서 입사제의가 들어왔던적이 있었다.
사실, 그곳엔 그렇게 가고싶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곳에서 모든 학창시절을 마쳤기에 내가아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머물고 있던 서울을 떠날 맘이 내게는 없었다.
결국 나는 커다란 배를 만드는 회사에서 대학졸업후 2년동안 자재를 구매하는 업무를 해야 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거든." "그게 뭐였는데요?"
"치이..... ㅠ0ㅠ"
그때의 기억을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
생김새가 마치 타우렌을 닮았다.
저녀석이 타우렌이지. -_-
나를향해 무섭게 달리던 녀석은 내 3종도트셋에 피가 절반쯤 빠져버리자 발구르기로 나를 기절시키고 뒤편에 있는 상자로 가서 큼지막한 도끼를 꺼내들고 다시 다가온다.
기본으로 거는것이 도트 3종세트다. 그중에 고통의저주는 틱당 데미지가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위력적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
힘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하늘을 향해 큰 대자로 뻗어버린다.
".........."
너무 빨리 잡아버렸나. -ㅛ-;;
========
배위로 올라가서도 에드윈 밴클리프까지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쓸고 지나갔다.
잊고있었던 '람스타인의 번개나사'를 클릭했다.
시시하게 누워버린다.
이것을 인벤에 넣고있었던 것을 깜빡했었다.
좀 더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을.
남은 것은 뒤를 보지말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 뿐이다.
에드윈 밴클리프가 저 앞에 있다.
벤클리프와 호위병 네명. 굳이 따로 잡을 필요는 없다. 한번에 쓸어버리자.
언제나처럼 네임드 두마리에게 각각 제물을 시전하고 강한 순서대로 2가지 도트를 차례대로 넣어준다. 무시하고 있었던 나머지 호위몹들에게도 고통과 부패를 넣어준다.
저랩 인던의 진정한 강자, 신비 법사가 오늘따라 너무 부럽기만 하다.
딴생각을 이렇게 하고있는 동안 벤클리프와 그린스킨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너무도 허무하게 허물어져 갔다.
늬들이 그렇게 약한 몹은 아닌데.
"됐어. 이제 와서 아이템 먹어. ^^" "네엡!!! 'ㅁ')/"
==========
"영원아!! 이거 받어!!" "응?? 이게 몬데요?"
달랑 밀방망이 하나만 달랑 뱉어놓고 가버린, 무정한 멀록녀석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런 경우를 대비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앙.. 그렇구나"
거래창의 완료버튼을 눌러 샴고양이 가방을 건넸다.
"그거.. 마우스 우측버튼으로 클릭해봐봐." ".......?"
영원이는 어쩔줄을 모른다.
"ㅎㅎㅎ"
이 모습을 보기위해서 나는 그랬던 것일까...
대강 서너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게되자 나는 먼저 서부몰락지대로 뛰었더랬다.
나는 샴고양이가방을 얻기위해 쿠키만 수도없이 잡았었던 것 같다.
"맘에 들어? ㅎㅎ" "네에!! 너무너무 귀여운거 있죠?"
1:1의 성격이 강한 흑마의 특성상 감옥이나 놈리건 이상은.... 더 큰 도움을 주기가 많이 버거우리라.
이거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아쉬움은 없다.
뒷길을 통해 죽음의탄광을 나와 퀘를 마무리 하기 위해 향하는 감시의 언덕쪽으로 향했다.
아직도 석양이 내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둘은 마냥 웃으면서 그렇게 계속 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즐거운 내용만 쓰고싶지만 그렇게 이어지기는 앞으로도 조금은 힘들 것 같습니다.
10회정도를 예상하고 쓰기 시작한 내용이 생각보다 조금 길어지네요.
정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ㅡ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 alfred d. suja -
유모차를 끌고나온 가족들의 모습들 사이에 남녀쌍쌍 커플로 나들이를 온듯 여기저기 환한 웃음들이 보인다.
. "삼촌!!!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ㅇㅅㅇ)a" "응? -_-"
오호. 이놈봐라. -_-
"........ -_-)a"
벌써 한달정도가 지났다.
당황한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좀 더 과감하게 느껴진다.
"빨리욧!! ;ㅁ;)/"
내가 자꾸 딴청을 하며 말이 없자 재차 다급하게 재촉을 한다.
하지만 내눈에는 항상 렙 1짜리 초보로 보인다.
"..........-_-;"
아무리봐도 휴먼이 아니라 노움같다. -_-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
살짝 /w 를 눌러서 영원이에게 귓말을 보낸다.
그리고 잠시후 까르르 웃는 모습으로 말을 꺼낸다.
갈수록 이녀석 필살기가 늘어간단 말야.
"너 장난전화 하면 안됀다." "오호호호호!!!! 안들려요!! 안들려요!!"
사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사이 한달동안 몇번의 야근과 출장때문에 영원이와 같이 사냥을 못한적도 종종있었다.
전날 경험치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영원이의 렙업바.
"너 어제 퀘스트 안했어?" "도리도리" "그럼 저녁내내 뭐한거야?" "삼춘 기다렸어요. ;ㅂ;)a"
아니, 내가 없어도 혼자 사냥도 하고 퀘스트도 해서 업을 해야지. 언제올지도 모르는 사람ㅡ 마냥기다리고 있는게 정상인가.
"그래서 여관안에서 기둘렸어효!! 'ㅁ')/" .
괜히 해줬나보다.
"....;ㅂ;)a"
내가 접속했을 때 같이 하자고 해줬더니 이젠 나 없으면 아예 움직이지도 않고 여관안에서 앉아있다.
"...삼춘없으면 와우 하기 싫어효. ;ㅂ;)/"
이러니 내가 접속을 못하는 날이면 얼마나 맘한구석에서 신경이 쓰이겠는가.
'오늘 삼촌 야근하니까 혼자해.' 혹은 '회식이라 못간다. 내일 같이하자.' 이렇게 알려줄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뒷치기를 심하게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혼자다니질 않으니, 그런일은 없었다.
영원이는 호드를 만난적이 없다. 아마도 옆에 항상 내가 따라다녀서 일지도 모르겠다. 도적이 은신으로 보아도 날 보고 피할것이고 일부러 뒷치기하러 오지않는 이상 호드가 그늘숲에 올 일은 별로 없을테니까.
어쩜 영원이는 아직 쟁섭과 일반섭의 차이조차 모를지도... 아니, 호드가 어떻게 생긴 종족인지는 알려나. -_-;; .
영원이를 들여보내고 간만에 알터렉전장 이라도 한번 뛸까싶어 전장대기를 하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을무렵 첨보는 번호와 함께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열심히 문자판을 꾹꾹 눌러 답신을 보낸다.
'정답!!!! >ㅂ<//'
'잠이 안와효. 놀아줘효 ;ㅂ;)/' '-_-;'
의외로 문자를 주고받는 것은 재미가 있었고 나는 모니터위로 두둥소리와 함께 알터렉 입장 메세지가 뜨는것 조차 무시해버렸다.
난 영원이와 문자를 주고받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절전모드란 참 좋은것 같다.
사실, 영원이가 게임을 접속종료한 후에는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 버린듯한 허전함에 멍하니 혼자 아포 구석진곳에 앉아있곤 했었는데
그 허전함이 어느덧 눈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삼촌!' '응?' '우리 낼 데이뜨해욧!! 'ㅁ')/' '-_-;'
아까 전화번호 달라고 징징댄것은 내일이 내가 쉬는 날인 것을 파악하고 계산에 넣은 게 틀림없다
'왜요?' '너... 삼촌이 남자는 다 늑대랬지.' '네. ;ㅂ;)a' '근데 내일 단둘이 보자고?' '그럼...안돼는 거에효? ;ㅁ;"
답신을 보냈다.
'와와!! 진짜효!!?? ;ㅂ;'
죄진것도 아니고.
'엥? 에버랜드?' '응!! 나 거기 한번 가보는게 소원이었어효.'
갑자기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몇시요?' '음... 11시.' '네에!!! 삼춘 낼봐욧!! >ㅁ</"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문자를 끊었다.
뒤치락거리며 잠을 설쳤다.
분명히 커피탓이야. 이렇게 잠이 안오는 건. 혼자 중얼중얼 거리며 밤새도록 양을 세었다.
.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옆에서 나를 보며 5월의 봄날 햇살보다 더더욱 눈부신 환한 미소로 서있는 것은 바로 영원이리라.
"아..... 으응."
아이보리색 터틀넥 티에 분홍색 가디건. 버버리문양이 새겨져있는, 조금 짧은듯한 치마.
조금은 어색한듯... 손가방을 뒤로 들고 서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뛰었다.
나를 부른 그 여자의 얼굴을 천천히 올려다 보았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긴머리에 하얀색 머리띠.
본홍색 립스틱에 햇빛이 반사되어 수줍게 웃고있는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해왔던 영원이의 그 어떤 모습보다도 아름다왔다.
그보다 영원이가 두배쯤은 더 예뻤던 것 같다.
서로 상대방의 닉을 불러 재차 확인하고 나자 비로서 영원이도 웃음이 난다.
"아니, 나도 지금 막 왔어."
갑자기 내팔을잡고 팔짱을 깊숙히 끼고는 날 잡아 이끈다. "가요, 삼춘.ㅎㅎ"
"삼춘! 나 해보고 싶은게 진짜 많았어요. 오늘 각오하세요!! ㅎㅎ" "아... 그래."
놀이기구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런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듯 공연단의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
화창한 햇살은 처음만난 우리둘을 축복하듯 그렇게 머리위에 내리고 있었다.
11. 추억만들기 ㅡ 지나간 당신과 함께한 내게 너무나도 과분한
분명히 여기 오기전에 에너자이저라도 삶아먹은 모양이다. -_-
"안돼욧!! 벌써 오후 두시란말에요!! 아직 못탄게 얼마나 많은데!!" "....................ㅜㅜ"
'브레이크댄스', '독수리요새'등등 벌써 놀이기구만 4개는 탄것 같다.
아오... 이런 무서운 걸 도대체 왜들 타는 거얏!!! ;ㅁ;
"아니... 그게 아니라;;;;"
와우안에서는 내가 일방적으로 리드를 하다가 현실에서는 거꾸로 리딩을 당하니
전사가 인던안에서 마법사에게 풀링을 뺏긴 기분같은 것일까. ㅠㅠ
"응?" "우리 저거 먹으러가효."
영원이의 맘이 변하기 전에 후딱 가야겠다.
내 손을 잡아끌고 영원이가 당도한곳은 숯불그릴위에 소세지와 치킨등을 팔고있는 작은 야외 스낵코너였다 .
"음.... 어떤거 먹을래?" "다 먹을래요!! 다 사줘욧!! >ㅂ<" "알았어. 그럼 저기 자리 맡아놓구 있어" "네!!"
음료는 물론이고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서 떡볶이와 오뎅, 거기에 버터오징어까지 사왔다.
시간을 벌어보는 거야. -_-
"..........-_-"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모습을 본 영원이가 기가막히다는 듯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_-)a"
여기저기 유모차를 끌고다니는 단란한 가족들의 모습들도 자주 눈에 띄었고 5월이라는 시간은, 정말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응?"
노란색 모자와 유니폼으로 단장을 한 유치원 아이들이 두줄로 걷고있었다.
저녀석들이 쫌만 커서 초딩이 되면 삼단변신 로보트보다 더 변형을하여 세상을 습격하는 괴물들이 된단다. -_-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서로 손을 꼬옥 붙잡고 하낫, 둘, 걷는 모습들....
"응?"
내게 불쑥 말을 꺼낸다.
.......응......-_-?
"........"
"..........-_-;;"
뭐가 그리 좋은지 영원이는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마다 모두 눈속에 담으려는 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래도 아직 버터구이 오징어는 남았는데.... ;ㅛ;
"으... 으응!!"
다른한손에는 오징어 봉지를 들고 영원이는 동물원이 있는 지역으로 뛰기 시작했다.
나 아직 소화도 안됐단 말이닷.ㅠㅠ
"와!!! 진짜 너무 귀엽다!! ;ㅂ;" "거봐. 내말 들음 좋다니깐. -_-"
입구 매표서 왼편에 보면 제과점과 작은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
새우깡 한봉지와 커다란 건빵을 한봉지 샀다.
"이따가 보면 알게 돼. ㅎ"
작은 다람쥐원숭이를 어깨에 올려놓고 거닐고 있는 사육사를 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새우깡 봉지를 뜯어 영원이에게 건넸다.
"어? 그래도 돼요?"
원숭이에게 주는 영원이의 모습.
다람쥐 원숭이는 굉장히 작다.
중요한 것은 그 먹는 모습이다.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너무도 맛있게 먹는다.
양손에 하나씩 쥐고 먹는다고 해야하나. -_- 아니다. 가래떡을 쥐고 먹는 정도겠다.
내 어깨를 마구마구 안마(?) 하면서 영원이는 어쩔줄 몰라한다.
"와!! 또 있어요?" "당연하지. -_-"
내가 놀이기구를 안타도 될 절호의 찬스를 만났는데 그냥 넘어갈 것 같니. -_-
"네에~ㅎㅎ"
새우깡을 하나둘씩 던져주며 연신 공을 쏟는다.
"아우!! 저기 아가 엄마한테도 던져줘야 하는데!!" "아우!! 야, 너 혼자 다 먹지마!!! ;ㅁ;"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영원이.
"네!! ㅎㅎ"
"응, 봤어. 그러니까 진정해. -_-"
다름아닌 북극곰 우리.
약 3/4 정도가 물로 이루어져 항상 헤엄을 치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가 있다.
"....-_-"
곰들에게 던져주었으며 곰들은 물위에 떠있는 것을 먹기도 했지만 채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건빵을 나꿔채 먹기도 했다. 마치 사냥개 같다고 해야하나?
저 모습을 보면 누가 미련 곰탱이라 할 것인가. -_-
"재밌다니 다행이네."
건빵을 어디서 사냐고 묻는 사람들도 종종있었다.
다만... 1000원에 몇알 안들었다는 단점이 있을뿐.
"삼춘..... 근데 저기 쟤한테도 좀 주고 싶은데 너무 멀어효. ;ㅅ;"
영원이가 여러번 그쪽으로 건빵을 던져봤지만 날아가다가 힘이 다한듯 중간에 건빵은 떨어지고 만다.
열심히 던져보았지만 거기까지 날아가기에 건빵은 너무 힘이 없다.
"아... 쟤 너무 불쌍해요.ㅠㅠ"
조금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다지 멀리가질 않는다. 엄지와 중지사이에 건빵을 세로로끼고 튕기듯이 날려야면 원하는 위치까지 보낼 수 있다.
"오호!!!"
손가락을 튕기자 그늘속에서 쉬고있는 곰을 앞발 근처에 건빵이 떨어진다. 그리고 지켜보던 구경꾼들의 환호가 이어진다.
"삼촌이잖아. -_-"
내친김에 몇개를 더 손으로 튕겼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늘에 있는 곰의 발치에까지 건빵이 날아가자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모두 환호를 올린다.
아놔. 챙피하게시리. -_-;;;
어느덧 뜨겁던 햇살도 잦아들고 에버랜드 구석의 동물원 구역에도 하나둘씩 어스름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우리는 또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
에러가 떠서 날아가버려 다시 썼더니... 영 느낌이 이상하네요. 내용도 엄청 짧아져버렸구요.ㅠㅠ
짧지만... 이거라도 올립니다.
12. 추억만들기 Ⅱ ㅡ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감사합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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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르르~"
실수였었다. -_-
아마존익스프레스인지 뭔지 하는 둥그스름한 물보트가 있는지 미처 기억이 안났다.
"-_-;;"
뭐 그다지 무섭지 않을꺼라 생각하고 올라탄 물보트가 이렇게 날 괴롭힐지는 몰랐다.
"사실이잖아효.ㅎㅎ"
두고보자구. -_-
"흥!! -_-"
영원이는 어느새 슬그머니 내 손을 잡는다.
"........-_-;;;;"
나를 향해 장난치는 영원이를 보고 같은 보트에 탄 다른 연인과 부부들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보면 어때효. ㅎ"
내게 살짝 기대기까지 한다. 가슴이 콩딱거려 미치겠다.
작정을 했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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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삼춘!! 호랑이 좀 봐요~!! " "ㅎㅎㅎ"
바로 옆에 위치한 사파리버스를 타러 갔다.
내가 무언가를 속닥속닥 거리자 영원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_-" "혹시 바로 뒤에 앉지 못하더라도 꼭 왼편좌석에 앉으란 말이죠?" "응 -_-"
조금있으면 다 알게 될텐데. -_-
"응. ㅎ" "근데... 버스를 왜 먹으려고 하는거지? ;ㅂ;)a" ".......-_-;;"
영원이의 뇌구조는 아무래도 정상인의 그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네?"
조그마한 걸쇄비슷한 것이 있었고 그곳엔 하얀색 종이봉투가 살짝 걸쳐져 있었다.
".........?" "사자나 호랑이가 저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는거야." "아...!!"
마치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듯 집채만한 호랑이 한마리가 가까이 다가와 종이봉투를 입에 물고 사라졌다.
"내 말이 맞지? ㅎㅎ"
"왜냐면..... 값이 싸니까. -_-" "우웩!! 말도 안돼!!"
"자자~~ 여러분 이번엔 오른편을 보세요~~~"
사파리 운전기사 아저씨.
아저씨 곧이은 멘트를 날린다.
덩그러니 혼자 있는 얼룩덜룩한 코란도차량을 향해 버스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와 영원이도 한참을 웃었다.
버스는 이내 다른 지역으로 진입을 했다.
"와~~"
건빵을 던지자 낼름 받아먹는 곰돌이 녀석.
갑자기 선채로 한바퀴를 핑그르르 돈다.
"와아아아~~"
건빵 또 하나 먹고 한바퀴 돌고,
모두 곰의 재주를 보느라 시선을 떼지 못한채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까르르르르~"
기사아저씨의 멘트가 나오기만 하면 배를 잡고 구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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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와와~~"
그 곰은 기사아저씨가 손을 내밀때마다 같이 손을 내밀어 하이화이브를 하기까지 한다.
운전기사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곰.
대강 0.5초씩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날아가는 건빵 다섯개.
"허걱;;; 저 곰봐봐;;"
모두 한입에 넣은 녀석.
버스안은 이내 환호로 가득찼다.
============
"잘 봤어?" "네에~ >ㅂ<//"
우리는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우앙~~~ 우린 하나도 제대로 못봤잖아~~~ ㅠㅠ" "자기야. 나중에 다시 또 보자, 응??"
안타깝게도 버스안에서 사람들에 가려 제대로 곰들을 못 본 모양이다.
왠지 뿌듯한 기분. -ㅂ-
"우린 진짜 가까이서 봤는데. 그쵸, 삼춘?? ㅎㅎ" "응. ㅎㅎ"
나를 보고 영원이가 묻는다.
".........(--)(__)"
=================
어느덧 시간은 8시가 넘어 어스름이 깔려가고 있었다.
".......-_-"
자꾸만 떼를 쓰는 영원이.
갑자기 머릿속에 번개같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네에!! 진짜효!! ;ㅁ;)/"
어느덧 우리가 탈 차례. 나는 영원이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네가 뒤에 타면 위로 올라갈때 나한테 깔릴텐데? 설마 그걸 원해? -_-"
"그럼 앉아. -_-"
후룸라이드는 4인승이다. 우리 뒷쪽의 커플도 우리가 승차하는 모습대로 여자를 앞에 앉혔다.
.
바로 이 후룸라이드이다. 코스가 길기도 하고, 마지막 최종 내려오는 길목의 스릴은 어느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보다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모르긴 몰라도 백번은 탔을꺼다.
"아닐껄. -_-"
앞을 70도 가량 들고 보트는 수직상승(?)을 시작했다.
다리만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 영원이.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걸?
영원이의 자그마한 떨림이 느껴져온다.
이 삼촌을 용서해주렴. -_-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이스 -_-
보트는 땅을 향해 떨어지듯 내려갔고 영원이는 지금까지의 겁없던 모습과는 달리 잔뜩 질겁한 모습으로 눈을 꼭 감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_-
보트가 내려가는 각도가 조금 더 깊숙해지도록 힘을 주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풍덩~~!!"
덩달아서 뒤에앉은 커플들도 물을 뒤집어 썼다.
영원이는 물에 흠뻑 젖은채로 고개를 들었다.
"우훼엥... 삼춘... 나 다 젖었어효. ;ㅅ;" "응 -_-"
일부러 그랬다. -_-
".........."
조명이 우리가 타고있는 보트를 비추자 물기에 젖은 영원이의 머리, 그리고 뽀얀 얼굴.
============
"삼춘!!! 근데 삼춘은 어떻게 여길 그렇게 잘 알고 있어효? 'ㅁ')/"
일명 장미원이라 일컫는 그곳에서 분수대 사이를 거닐다가 영원이가 무언가 묻기 시작한다.
";;;;;;;;;;;;;;;"
연인들을 위해 놓여있는 것일까,
".........에?? ;ㅂ;)a"
원서값이 폭등해서 교재를 살 돈조차 부족하여 부득이 학교를 휴학하고 계약직으로 이곳에 와서 일년동안 일을 했던적이 있었다.
".....바이킹 돌렸어. -_-" "에에?? 근데 놀이기구를 글케 못타효? ;ㅂ;)a" ".........-_-;;"
놀이기구 잘 타는 거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건데...;;;; . "응?"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영원이.
"..........."
".........?"
나름대로 촉망받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2년동안 밤낮없이 일만 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었다.
전단지 돌리기, 호프집, 레스토랑 서빙아르바이트, 막노동과 바텐더까지 나의 인생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군대에 있는 3년을 제외하고는 나는 항상 일을 해야만 학교를 다닐 수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해본 아르바이트가 대략 50여가지가 넘어갔었고
나는 참 피곤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찍고싶다는 생각을 했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후에 그날부로 서울로 다시 올라오고야 말았다.
. "...그래서, 많이 썼어요?" "음... 조금. ㅎ"
좋은 반응을 얻어서 영화를 만들기 일보직전까지 갔던 시절도 있었다.
".........."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불을 붙였다.
굶기를 밥먹듯이 하고 라면을 벗삼아 이것저것 습작들을 끄적거리던 시절,
그리고 어느순간 나의 전부가 되었던 여자가 있었다.
ㅡ 오빠. 작가는 여자를 고생시킨다고 엄마가 자꾸 뭐라고 해. ㅡ 오빠. 난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구인광고만 보면 무조건 원서를 내기 시작한 결과 겨우, 지금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여자는 나를 떠나 다른 사내에게로 갔다.
"....미. 미안해요, 삼춘. 내가 괜한 걸...ㅠㅠ" ".........."
한 여자를 위해 나의 꿈조차 버렸건만 아무것도 내게 남은 것은 없었다.
뭔가 뜨거운 것이 솟아 오른다.
"삼춘... 울어요....?" ".........."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떠나보낼때 그녀와 함께 모두 흘려버렸다.
나는 흘릴 눈물이 없다.
내 볼을 스치고 흘러내린다. 이건... 뭘까.
영원이의 작은 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내 볼과 내눈에 흐르는 그 무언가를 가만히 어루만진다.
나는 눈을 감았다.
회전목마 뒤편 포시즌스 가든에서 레이져쇼와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고 눈부신 불꽃 아래 장미가 만발한 그 곳에서 우린 수줍게 입술을 나눴다.
5월의 장미향보다 더 달콤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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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1편부터 차례대로 읽어봅니다. 행여 흐름이 흐트러지진 않는지 느낌이 변하여 가진 않는지 몇번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봅니다.
글을 올리는 시간간격이 길어지는군요. 죄송합니다. (이미 지나버린 글이지만 중간에 오탈자나 문맥이 틀린곳을 수정하기도 합니다 -_-;)
1편부터 바로 전편까지 올린지 꽤나 오래된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추천수나 리플이 계속 늘어나고 있더군요.
어느샌가 모두 세자리를 넘어선 것을 보니 맘 한구석에선 감사하기도 하고 또, 자주 올리지 못한 마음에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지나간 글들까지 꼬박꼬박 추천해주신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안녕히 주무세요.
ㅡ "이따금 이런생각이 저 숱한 별들 중에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별, -Alphonse Daudet
"그런데 계속 영원이라고 부를꺼에효? -_-)+" ".......아니, 그게아니라 습관이 되서;;"
나는 영원이에게 무수히 많은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
스타카토를 주듯이 한자한자 또박또박 발음하는 영원이.
"진짜죠? ㅎ"
"삼춘... 내가 갑자기 뽀뽀해서 놀랬죠..;;" "........-_-;;"
영원이가 꺼낸 말이다.
사실, 나야 고맙지. 영계는 옷깃만 스쳐도 몸보신이 된다는 옛말도 있는 걸.
우리도 오늘 처음 봤잖아. >ㅂ<//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응......?"
혹시... 우리가 알고지낸 건 한달도 넘었으니까 아무리 게임상이라도 트고지낸지 오래된 사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는건가? .....에이.... 놀랬잖아. ^^;
"........-_-;;"
어디선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
마치, 내가 알고있는 영원이가 아닌 것 같다.
어느새 점점 잦아들고 있었다.
"..........."
영원이가 슬그머니 말을 꺼낸다.
"........."
그럼 조금전에 나와 나눈 입맞춤은 뭐란 말인가.
가까이 다가와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이 아이는 지금 날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일까.
영원이의 목소리가 작아진다.
"사실... 여기 처음 나오기 전에 되게 궁금했어요." "........?"
잠시 앉았다.
약한 화약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혹시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는 아닐까...." "풉."
실수다. -_-
"-_-;;"
금새 밝아진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와 내게 기댄다.
지금도 어디가서 나이를 밝히지 않으면 서른 전후의 사람들에게 한참 애 취급을 받기도 한다. -_-;;
'177cm면 내 또래중엔 걸리버급이얏!! ;ㅁ;" 하고 말할뻔 했다. -_-;;
"......."
".......?"
영원이는 분수대에 손을 담갔다가 꺼내 나에게 물을 끼엊기 시작한다.
"까르르르..."
영원이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루와바바. 주겄어!! -_-)+"
마구 도망치는 영원이.
그 뒤를 쫓아가는 나.
"일루 안와!! ;ㅁ;"
그렇게 잠시동안 공원안을 뛰어다니다 숨이 찼는지 이내 도망가길 포기하고 영원이는 근처 식당 야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설령 물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해도 뿌릴 마음도 없었다.
"응..." "우리... 조금 천천히 시작해요." "........."
갑자기 내게 오른손을 뻗는다.
응....?
...연희... 참 예쁜 이름이구나.
나는 손을 뻗어서 연희의 손을 꼬옥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잘 부탁해요, 삼춘.ㅎㅎ"
에버랜드의 영업이 끝나감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미소를 지으며 어둑해지는 꽃밭 사이에서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ㅡ 그리워 하는데도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因緣, -피천득 ==========================
"응? -_-)a"
엠탐을 하고 있는 나에게 질문이 날아온다. 이녀석... 요사이 부쩍 내 사생활에 대해 묻는게 많아졌다. -_-
"에...? ;ㅂ;)a"
날 당근은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카레라이스에 들어있는 당근은 이상하게 먹을 수가 없다. 한입 베어물면 '물컹'한 그 느낌... 아우, 싫어 ㅠㅠ
서른이 넘은 이나이에도 아직 싫은건 싫은거다.
"푸하하!! 무슨 어른이 그래욧!! ;ㅂ;" .
아라시고원 필드 네임드. 공주 다음가는 아라시고원 필드 최강몹.
그위로 불의비를 날리고 도트3종세트에 제물,점화,연소까지 날려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포즈루크는 허물어졌다.
그러길래 이 타이밍에 내 근처를 지나가지 말았어야지. -_-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쑥...? 얘가 혹시 전생에 곰이었나?
".........-_-)+"
부모님은 사업을 하고 계시고, 집도 서울 강남의 한복판. 나름대로 꽤 유복한 집안의 세째딸.
내 농담이 썰렁해서 쳐다본게 아니었구나; 아직 '연희'라는 이름보다는 '영원'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서 또 실수를 한 모양이다.
"ㅋㅋㅋㅋ"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말투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에버랜드의 영업 종료시간이 다가오자 출구쪽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마치 세렌게티초원의 얼룩말떼 같다.
영원이의 휴대폰이 울리는 것 같다.
"그래. ^^ "
"응, 엄마. 나. ㅎㅎ"
영원이가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길 한편으로 비켜서서 담배한대를 물고 근처 공공재떨이 쪽으로 향했다.
아마도... 내 이야기겠지. 아놔. 쑥쓰러워라. *-_-*
분명 어디서 많이 듣던건데... 뭐더라;;;
예전에 오즈의마법사에서 주인공 도로시가 불렀던 노래. 감미로운 음악때문에 여전히 많은 영화나 드라마, CF등에서 많이 쓰이는 음악.
아... 흐뭇해라. ㅎ
"응. ㅎㅎ"
"응"
"응.....?"
"아....."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기엔 많이 늦은 시간이란 걸 미쳐 생각 못했다.
틀린말은 아니었다. 지금의 회사에 재입사 하기 전, 나는 그동안 모았던 모든 저축을 소진한 것은 물론 가지고 있던 나의 애마까지 정리를 해야만 했었다.
차를 새로 구입해야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사실 그정도 자금의 여유도 부족한 나의 형편. 우리회사는 주차비만도 한달 30만원이 넘는다.
".........ㅠㅠ"
정말이지 차가 없음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영원이의 부모님이 차를 세워두신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 늦은시간이라 에버랜드 정문 주차장은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는 상태.
"아... 저거다." 나이를 묻거나 하면 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것이다.
"응, 삼춘" "미안한데.... 삼춘은 여기서 갈께. ^^; " "에.....? ;ㅂ;)a"
"......왜요.....ㅠㅠ"
인사를 하면 같이 타고가자고 하실지도 모르는데 그럴 경우의 민망함이 더 걱정이 된다.
"삼춘........ㅠㅠ" "빨리가. 부모님 기다리시잖아.ㅎㅎ"
떠밀다시피 하여 차가 있는 쪽으로 보냈다.
영원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곤 유턴을 하여 서울방향으로 가는 국도변으로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후우.... "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차가 없는 것이 오늘처럼 아프기는 처음이다.
나는 터덜터덜 향해 걷고 있었다.
아직 차도 없는 뚜벅이 신세. 담배가 참 쓰게 느껴진다....
"삼추우우우우우우운~~~~~!!!!!"
환청일까.....
저 멀리 갓길에 세워진 차의 브레이크등 뒤쪽으로 나를 향해 뛰어오는 영원이를 볼 수가 있었다.
아까 분수대에서 물싸움을 할때 조금만 뛰고도 쉽게 지치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삼추우우운~!!! ;ㅁ;"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 품에 안기는 작은 아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느껴진다.
".........." "삼춘 어깨에 기대서 잠도 자보고, 막막 그래보고 싶었는데....ㅠㅠ" "뚝... 자꾸 울려구 하면 삼촌이 이놈한다!!"
천천히 시작하자는 말은 자기가 꺼냈으면서 바보같이.... 하나도 지키지 못한다.
"응..."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있는 영원이에게 나는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후 영원이는 다시 부모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대화창에 온통 감정표현이 써져있는 것이 보인다.
"우히힛!!"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질 않고 쑥쓰러운 듯 계속 방방 쩜프만 해대는 녀석. ㅡ영원의나라가 당신앞에서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푸하하..ㅋㅋ" "헤... ;ㅂ;)a"
아니, 예전부터 우리에겐 게임이었던 적이 없었다.
메신저였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냈던 데이트 공간이었다.
"응. ㅎㅎ" "나 잡아봐라~~~~ㅋㅋㅋ~~~" "엇!! 먼저 뛰면 반칙인데!! ;ㅁ;ㅁ;ㅁ;"
앞서거니 하며 뛰는 영원이를 보며 나는 '천골마를 타고가볼까'하는 생각은 깨끗이 지워버린채 헥헥거리며 영원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와우에서의 마지막 영원이의 모습이었다.
기쁠때나 행여, 같은 하늘 어느 아래선가 내내 행복하기를. 부디 잘 있다는 안부라도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중입니다....." "후......"
어느순간부터 나타나질 않았고 문자를 보내도 소식이 없어 걸어본 핸드폰은 언제나 자동응답목소리만이 내 귓가에 맴돌뿐이었다.
정확한 집의 위치도, 집 전화번호도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영원이는 더이상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영원이는 그 작은 사진속에서 눈을 찔끔 감은채 파르르르 떨고있다.
영원이 몰래 인화해서 가지고 있었던 후룸라이드 순간포착 즉석사진...
이 마져도 없었다면 아마 나는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짖궂게 장난을 쳤던 나의 모습을...
내내 멍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만원지하철에 밀려 집으로 온다.
와우를 실행시킨다. 언제나처럼 아포여관 한구석에 나의 캐릭이 드러난다.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렇게 다니다 보면 마치 어느대륙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영원이가 나를 기다리며 있을것만 같았다.
심지어 멀고어까지. 호드들에게 짖밟혀서 진행이 어려울땐 시체끌기로 다니면서도 나의 여행은 계속 이어지곤 했다. 이렇게 다니다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벌써 두달이 넘어 석달이 되어간다. 창문밖으로 매미소리가 끊이지가 않는다. 유난히도 덥던 7월이 가고 벌써 8월이 다가왔다.
나는 습관처럼 한번씩 전화를 걸곤 했다.
제발 그럴수만 있다면... 잘 있다는 응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설마, 아니겠지 하고 지워버리긴 했어도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한 마음을 차마 떨쳐버릴 순 없었다.
8월 첫째주에 가는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다른 팀원들에 밀려 두째주에 가게 된 것이다.
그래도 습관처럼 접속을 한다. 아마도 휴가기간 내내 이렇게 지낼 것 같다.
잠시 앉아서 기다리면 꼭 영원이가 다시 올 것만 같다. 물빵을 먹으며 기다려 본다. 혹시라도 접속하면 이곳으로 올지도 모른다.
".........?"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네......."
사제에게 건넨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는 웃음이 난다.
"누굴 좀 기다려요. ㅎ" "아..... 혹시 가덤가셔서 호드랑 쟁하실 생각 없으세요?" "별로요. "
이내 포기한 듯 사제는 작별인사를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진다.
뒤돌아서 뛰는 모습이 어딘가 영원이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 사제에게 귓말을 넣는다.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나는 정비를 위해 무법항 은행창고에 캐릭을 이끌고 갔다.
그롬골 주둔지밖으로는 나오지 못하던 호드들이 어느새 하나둘 모여 4~5개 팟 규모정도가 되더니 그리고 그 적은 인원으로도 더 많은수의 얼라와 맞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난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호드는 충분히 강했다. '호드는 근성이다!' 누가 맨 처음 했던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말은 아닌듯 하다.
채찍뿌리와 용숨결도 세묶음씩은 챙겨야 할 듯하다.
임프만 데리고 쟁을할 것을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아... 석호구나."
핸드폰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행앞에 캐릭을 세워둔 채로 나는 담뱃갑과 라이타를 챙긴채로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행여 튕기지 않도록 와우에는 매크로를 걸어놓았다. 한참 전투중에 주문석이나 화염석, 물빵등이 없어져버리면 곤란하다.
"왜..... 짜파게티라도 끓여주게? ㅎ"
"그러는 너는.ㅎㅎ"
오래된 친구란, 그 목소리만으로도 편안함을 준다.
"나와라. 술이나 한잔 하자." "..............응? ;;"
"................"
오늘은 내 생일. 한여름 퇴약볕아래 내가 세상밖으로 처음 나온 날이다.
"..............됐다. 그냥 한걸로 치자."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고 싶을 뿐이다.
나온김에 집근처 김밥천국으로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김밥 두줄에 라면 하나. 생일날 먹는 식사로는 볼품없지만 이거면 족하다. 그다지 축하받고 싶지도 않은 날이다.
모니터는 어느새 절전모드로 돌아가 있다. 마우스를 움직여 모니터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해 본다. 다행이 튕기지는 않은 상태. 물빵이며 주문석, 화염석등이 사라지지 않은것을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아포에 있을경우에 정신없이 올라가는 여러 글씨들로 놓치고 지나가는 일이 없도록 나는 채팅창 필터를 일반/파티말/공대말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나중에 길드가 생기게 되면 길드말도 구분지어야 하리라.
그랬다. 그렇게 찾아헤매도 없던 영원이가... 그토록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던 영원이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에 로그인을 한 것이었다.
창밖으로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던 한 여름, 나의 생일 오후에 있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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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련 내가 원하는 소원 하나는 내가 원하는 소원 또 하나는 내가 원하는 마지막 소원하나는 하지만 나 없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영원이의 접속상태를 확인해 보았지만 이미 오프라인이다.
고작 한시간정도의 기다림이 부족해 나는 영원이를 볼 수 없었다.
그때는 정말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흐르는 물을 주워담을 수 없는 아픔이 이리도 큰 것이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빨리오세효. 보고싶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올때까지 이러구 있어야지. 헤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우와!! 그동안 안왔더니 파란색 칸이 대게 많아졌어효!!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쫌만 하면 영원이두 금방 삼춘만큼 크겠다. 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쳇쳇... 이만큼 떠들었으면 올때도 됐는데!! ;ㅁ;
정말 미안해.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럴때 쓰는 비장의 비법!! +ㅂ+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짜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고냥이 불러냈지효!! ㅎㅎ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이구~~ 우리 현이 잘 이써쪄?? ;ㅁ;
샴고양이 이름을 붙여놓고 자기도 소환수가 있다고 박박 우기던 영원이.
'................-_-;'
'.....;ㅂ;)a'
그때 그렇게 타박하지 않을 것을 그랬나보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도 우리 현이 너무보고 싶었어~ ;ㅁ;
그래도 꼬박꼬박 현이 엄마가 자기라고 우겨댄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많이 놀아주고 싶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정말 항상 잊지 않구 생각했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럴수가 없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우리 현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엄마가 정말 잘못했어...ㅜㅜ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보러오지 못하는 마음은 더 아픈거란다..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이제 가야될 시간이에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 삼춘 쉬는 날이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꼭 볼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난 정말 운이 없는 아이인가 봐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미안해효, 삼춘..
이렇게 날 두고 멀리 가지 말아줘. 부탁할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진짜 중요한 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사랑하는 우리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생일 축하합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와~~~ 짝짝짝짝짝짝!!!! 유후~~!!! >ㅂ< //
기억하고 있었구나. 정말... 날 보러오지 못하면서도 잊지 않고 있었구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칫칫!! 이건 다 삼춘 책임이에효!! -_-)+
이말밖에 할 수 없어서 너무 미안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안녕.............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쓸쓸한 흔적만을 남기고 떠나가버렸다.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고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몸이 너무 않좋고 회사일이 갑자기 터져서 자정에야 겨우 집에 들어왔네요. ㅠㅠ
후반부의 프롤로그 부분만 먼저 올립니다.
내일 이시간에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17. 시련 Ⅱ 이 넓고 넓은 내 삶은 내 삶에 있어서
매번 가위에 눌린채로 잠을 깨었고 나는 내내 밤잠을 설쳐야했다.
그렇게 마구 방방이질쳐서 한번 깬 잠은 더이상 오질 않았다.
새벽 두시... 억지로 눈을 붙인지 겨우 한 시간 남짓,
한숨이 크게 늘었다. 그래도 가슴 한구석의 빈자리는 채워지지가 않는다.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내 마음속의 답답함도 이 연기와 함께 흩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시름도 함께 흩어진다.
내뱉고 또 내뱉어도 가슴속의 응어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나는 다시 꿈을 꾸며 잠이 들 수 있을까....
밤새 켜져있는 모니터 불빛때문에 방 한켠이 환하다.
어제 이후로 컴을 종료 할 수가 없었다.
어제 영원이에게 귓속말을 받았던 그곳에서 그대로 한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채 나의 흑마는 서있었다.
이렇게 망부석처럼 있다가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도 좋다.
아니,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행여 하늘이라도 감동하여 내게 단 한번의 기회라도 준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이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무도 비참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하염없이 멍하게만 있었다.
물도 마실 수가 없었다.
담배연기뿐...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휴가는 닷새가 남아있다.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이틀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수면이 너무 부족했으니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오후 3시라...'
눈앞이 뿌옇다. 그래도 습관처럼 모니터를 본다. 이러고 있으면 언젠간 영원이가 금새 '삼촌~!!' 하며 나타날 것만 같다.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 채팅창위에 거짓말처럼 영원이의 귓속말이 보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ㅁ; 나는 마우스를 잡았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추운!!! ;ㅁ;ㅁ;ㅁ;ㅁ;;ㅁ;;ㅁ;ㅁ;ㅁ;;ㅁ;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회사는 왜 안나간거구....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삼춘!!! ;ㅁ;ㅁ;ㅁ;
나는 3일만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힘들게 한자한자 써내려갔다.
=======
만약 이게 꿈이라면 나는 신을 저주할 것이다.
지금 모니터의 건너편엔 영원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ㅠㅠ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아... 또 영원이라고 불렀네.;; 우리 연희 화났겠다...ㅎㅎ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촌 머릿속 지우개는 여전한가봐.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ㅁ;ㅁ;ㅁ;ㅁ;ㅁ;ㅁ;ㅁ;
하고싶고, 묻고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기에.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응....?
여전히 무법항 은행앞에 있다니 이렇게 멍청 할 수가......
'영원의나라 - 그늘숲'
그런데... 그동안 접속도 못했던 아이가... 그늘숲이라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엇그제 삼춘 기다리다가 가시덤불 골짜기가 어딘지 몰라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래서 찾아가지두 못한게 너무 후회되서..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효. ;ㅂ;)/
맙소사...
아이언 포지에서 이곳까지....
겁많던 녀석이.. 멀고먼 동부왕국의 최남단까지...
=================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러지말구, 삼춘 귀환할께. 아포에서 보자.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ㅂ;)a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나 그냥 이렇게 삼춘한테 뛰어가면 안되효? ;ㅂ;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오늘은 내가 삼춘 마중가면 안되효.....? ;ㅂ;)a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있는데까지 뛰어가서 만나고 싶어효.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허락.... 해줄꺼죠? ;ㅂ;)/
날 얼마만큼 더 울리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 삼춘이 파티해주면 위치 나오잖아효. ;ㅂ;
파티에 초대하여 위치를 보니.. 어느새 가시덤불이다. 아마도 그늘숲까지는 그리핀을 타고 온 모양이다. 임시주둔지를 막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알았어효!! >ㅅ<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길 벗어나면.... 랩 높은 몹들이 우글거리니... 조심해!! ;ㅁ;
왠지 걱정이 된다. 이곳은 몹들랩이 워낙 높아서 애드가 되면 아무리 사제라도 금새 누워버릴텐데.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왜그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표범한테 누웠어효...ㅠㅠ
아직 네싱워리 근처도 채 못왔기에 이렇게 하다간 평생가도 항구까지 못올것만 같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네!! 'ㅁ')/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삼춘이.... 조금만 마중나가면 안될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_-)+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그냥.... 조금만 나가서 마법으로 샤샤샥 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안돼욧!! ;ㅁ;ㅁ;ㅁ;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그리구... 항상 나한테 삼춘이 뛰어왔잖아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한번쯤은 나도 찾아가구 싶었어요.
네가 그렇게 눕게되면... 난 가슴이 너무 아픈데 어떡하니....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어떤거?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이렇게 누웠을때.... 시체찾으러 갈 때....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바로 그자리에서 부활하지 않구요,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저 만큼... 멀리 가서 부활하면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계속 조금씩 더 앞으로 갈 수 있어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언젠가는 삼춘한테 갈 수 있어효!! >ㅅ<
마치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듯 의기양양해 하는 녀석. 그렇게 계속 죽으면 부활딜은 어쩌려고 그러니...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헤헤... 그러니까 삼춘은 거기서 한발짝두 움직이지마효! 'ㅁ')/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내가 금방 달려가서 뽀뽀해 줄께효. ;ㅂ;ㅂ;ㅂ;ㅂ;ㅂ;ㅂ;
이자리에서 3일을 기다렸는데 고작 30분을 더 못기다리겠니.
이자리에 꼭 있을께. 어서 오렴... 네가 올때까지 삼촌도 이곳에서 움직이지 않을께.
이상한 메세지를 내게 보낸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이번엔 막 날 못움직이게 하고 계속 웃어효..ㅠㅠ ......?
맙소사....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 앉힌채 영원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혈투사 XXX'라고 써있어요. 길드란것도 있구요. 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 또 죽었다...ㅠㅠ
호드였다. 나는 왜 이곳이 가시덤블인 것을 잊고 있었을까. 서로 보이면 죽이고 죽는, 악명높은 가덤이란 것을
왜 생각지 못했을까.
호드가 무엇하는 존재인지 조차 모른다.
그것이 우리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절대 로그아웃하면 안돼?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왜효....ㅠㅠ
금방 모든것이 잘 해결 될거야.
[영원의나라]님에게 귓속말 : ....;ㅅ;
그때.... 내게 있어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 돌이킬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줄 알았다면 나는 결코 그런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난으로 던져진돌에 무심코 집어던진 때론,
타계정으로 접속하여 호드캐릭을 하나 만들었다. 예전에 같은 주민번호를 누군가 도용할지 모르니 3개의 계정을 미리 만들어두란 충고를 듣고 그대로 해두길 잘했던 것 같다.
멀고어 넓은 초원화면이 로딩을 한다. 재빨리 Esc버튼을 누른다.
지금 이시간에도 영원이는 괴로워하고 있으리라.
급하게 키보드를 쳐봤다. -XXX 도적 언데드 60 가시덤불골짜기
"아.. 저는 얼라흑마 은빛나래라고 합니다."
저랩사제니까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하자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부탁드려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부탁드립니다. 한번만 그냥 보내주세요...."
흥분한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
"........."
쉽게 영원이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썅, 내가 지금 당신 사과받자고 이러는 줄 알아!!!"
"........" "30분동안 양변당하면서 다구리 맞아본 적 있어? 엉?" "........"
"우린 타렌밀 퀘는 다 포기해야돼. 시X, 왜냐면 너같은 개X끼들, 바로 얼라때문에!!!" "개X끼들.... 얼라는 다 죽어야돼!!"
제대 이후로 내 앞에서 이런 욕설을 내뱉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모니터에는 정 반대의 글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썅!! 넌 죄송합니다 소리밖에 모르냐? 시X새꺄!!" "........."
"........." "한달을 내내 무덤에서 뛰기만했어. 썅!!" "........."
영원이는 지금 어떤 상태일까...
"...은빛나래." "기지배냐?" ".........."
주먹에 점점 힘이들어간다.
".....그만하시죠."
"........" "오.... 깔따구 맞는 모양이지?"
개자식....
바로 로그아웃을 하고 본캐로 접속을 했다.
영원이의 현위치를 파악해봤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움직일 수가 없어효....ㅠㅠ
영원이의 부탁이라 이자리에 있었지만 더 이상 기다린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직 무덤을 가지는 않은상태. 놈은 지금 영원이를 묶어놓기 위해서 무한 기절을 시키면서 놀리고 있는 모양이다.
어떤기술로 어떻게 메즈를 시키고 있는지모르겠지만 아마도.. 스턴기가 맞겠지.
공포마를 소환했다. 영원이와 같이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거의 불러본적이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갈기를 보니 내 마음도 같이 흥분이 됀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삼춘.....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얘가 나 못움직이게 하고 막 이상한짓 해효..ㅠㅠ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막 침흘리고... 킬킬거리고.... 입맛다시고...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다.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나.. 너무 무서워효....ㅜㅜ
하지만... 가시덤블은 너무도 넓었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인 모양이다.
반드시 놈을 끝장낼 것이다.
. [영원의나라]님의 귓속말 : 아악!! 삼춘!!!
그리고 채팅창에 메세지가 뜬다. ㅡ영원의나라가 접속을 종료하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접종을 했다. 무슨일일까. 왜?
"띠리리~~ 띠리리리~" 멍할새도 없이 핸드폰이 울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번호를 본다.
뒷자리 번호가 영원이의 핸드폰과 같다는 생각이 났다.
"사..... 삼춘......"
영원이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내가 얼마나 그리워하던 음성이던가...
"나...... 너무 무서워서......"
"응... 그랬구나.. 잘했어..."
"....!!!!!"
생각이 났다. 시체먹기가 있었구나..
"여.. 연희야." "내 시체를.... 막 뜯어먹어요...." "............."
자신의 시체가 난도질 당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냥 게임일 뿐이야. 괜찮아."
그 가슴떨림은 얼마나 컸었던가.
"연희야...."
"아아아아아아악~~~~~~~~~~" "연희야!!!"
그리고 누군가가 수화기를 뺏는다.
"딸깍!!"
이미 내 모니터는 회색으로 변해있었고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었다.
낯선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온다.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억울하면 캐삭빵 신청해라. 언제든지 받아줄테니.ㅋㅋㅋ"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분노도 미움도 없었다. 오로지 영원이에 대한 걱정뿐..
나만 여기에 남겨둔채로.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말씀드립니다.
19. 영원의나라 이것은 이야기 하이잘의 어느 곳에서 어떤 두사람의
"네...."
하얀블라우스에 회색 정장을 입은채로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사람은 영원이의 작은 언니였다. . 나역시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수화기 저편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나는 의사를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은 분명 병원이었다.
모니터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나의 흑마는 온통 회색인 세상속에서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 영혼의 치유사 앞에 언제까지나 그대로 서있었다.
"띠리리리~~" 전화기를 집어들고 누구인지 확인해본다. 아까 영원이가 걸었던 그 번호다.
"............"
나는 잠시 아무말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 "연희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
하지만.... 형식적인 인삿말보다 내 마음속에 영원이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다.
"아......"
".........."
내게 나지막한 말투로, 하지만 너무도 또렷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했다.
"........." "벌써... 꽤 오래됐네요.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였으니..." "........." "그때부터 지금까지... 5~6년동안 병원신세를 졌죠..."
그 해맑은 모습과 눈부신 기억은 정말이지 아픈사람의 그것이 아니었었다.
머리속이 멍해져 온다.
"........." "녹즙, 상황버섯, 구운통마늘에 죽염, 그런것들이 연희의 식사였어요."
"네??"
"....어..... 어떻게?"
더러운 하늘의 장난.
"아... 한 4~5년정도...."
하늘의 무책임함에 또 한번 치를 떤다.
=========
그리고 연속극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고. 하지만... 그 병에 대해 자세히 알고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백혈병은 한가지가 아니다. 그 증세에 따라 급성이 있고 만성이 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전부 치유가 어려운 병들이고, 그 모든것이 백혈병으로 불리운다. 피가 하얗게 되어 죽게된다는 병.
담배를 하나 피워물었다.
오래전에 기억에서 지웠던 아픈기억이 있다.
. ".........?"
파르라니 떨린다.
".....마... 말도 안돼."
나는 이모할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었다. 어머니께서 내내 할머니의 수발을 드시다가 만 1년여의 투병을 거치시고 끝내 어머니의 품안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워낙 우리어머니를 아껴주셨던 분이고 나를 친손자 만큼이나 아껴주셨기에 어린시절부터 내 기억속에는 그분의 기억이 항상 존재했었다.
항상 잔잔한 미소를 짓고 계셨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홀로 딸을 훌륭하게 성장시키셨으며 이모역시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름답게 자라 어느새 시집을가고, 예쁜 딸쌍둥이까지 낳았던 터였다.
그 하나 남은 이모까지 백혈병에 걸린것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백혈병이 그렇게나 흔한병이였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어...."
그리고 할머니에게 그랬던 것처럼 내내 이모의 병수발을 들었고... 이모는 갓난쟁이 어린 쌍둥이 두 딸을 두고 병을 앓은지 반년이 채 되기전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 "흑.... 현민아..... 이모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단다...." "........"
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켰던 어머니셨지만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리라.
"흑....." "할머니도 먼저가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잘됀 일인지도 모르죠..." "흐흑...."
"흑흑....."
"언니.... 나 시원한 수박 한쪽이 너무 먹구 싶어...."
시기상으로 제철수박이 나올때가 되지 않았다.
이모에게 밥먹자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때 이모는 조용히 숨을 거둔 뒤였다.
내가 봐왔던 어머니는 항상 그러셨으니까.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평생 남을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분이다.
그 말한마디가 그리도 한이 맺히셨나보다.
쌍둥이 어린애기 둘을 집안에 두고 멀리 떨어진 백화점까지 갔다올 수도 없는 상황이셨으면서도 그것이 가슴에 그리도 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일까.
나는 할머니와 이모, 그 둘을 1년만에 모두 백혈병이라는 악마에게 빼앗겼었다.
지나가던 길가 레코드샵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요즘은 샵이 많이 사라졌건만... 아직 신촌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영원이의 핸드폰 벨소리.
하나둘씩 오버랩되며 모든것이 뚜렷해진다.
에버랜드... 오버 더 레인 보우....
조금만 뛰어도 숨이차서 힘들어 하던 아이.
자신의 죽음을 홀로 힘겹게 버텨내 왔던 것이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 Somewhere, over the rainbow, skies are blue, And the dreams that you dare to dream really do come true.
모든 것이 지어낸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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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추억은 언제나 하늘이 그래도 지구는 돈다...
병으로 인한 창백함임을 몰랐던 나의 착각이 너무나 미안하기만 하다.
그저 여자아이라 그런가보다 했었다.
꼭 멀리있는 에버랜드에 가고싶다고 하는 이유를 그땐 몰랐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이따금 타오르는 갈증만 있을 뿐 허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했던가. 나역시 행여 하는 마음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개를 가로젓는 응답 뿐이었다.
"........."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연희가 처음 백혈병이란 걸 알았던 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어요." 뜨겁던 커피가 식어갈 무렵, 그녀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그때 알았어요. 우리 연희에게 그런 무서운 병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하이드레아를 복용했을테고... 나중엔 글리벡을 투여했겠지.
매일같이 기다렸을테고...
"....항암치료는 하지 않았나요?" "네.... 입원조차 싫어해서 집에서 통원치료만 했었거든요...."
너무도 독해 부작용으로 머리카락까지 다 빠져버리는... 최후의 방법.
"..........."
"어느날 갑자기 생기가 돌더라구요."
"그렇게 먹기 싫어하던 음식들은 먼저 찾는가 하면... 심지어....." "......." "...쑥뜸뜰때도 울지 않고 꼬옥 참더라구요...."
"항상 뜸을 뜰때면 아파서 몸부림치던 아이가... 오빠를 알게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어요." "........"
그래서 연애도 하고 시집도 갈꺼라구....." "........." "언제나 오빠이야기를 할 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가 돌았었죠..."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아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한동안 진행이 멈췄던 연희의 병이... 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급성기라더군요.... 더이상 약으로는 진행을 늦출수가 없었어요..... 연희는...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마지막 소원으로 외출을 하고 싶댔어요..."
그랬었구나....
하늘이 너무도 가혹하기만 하다.
. '쑥이요. ㅠㅅㅠ' '엥....?' '난 쑥이 정말 싫어요. 세상에서 젤루 싫어..ㅠㅠ'
난 영원이가 그말을 왜 했었는지... 여태 몰랐다.
눈물도 함께 흩어진다.
========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면서 거울에 이곳저곳을 비춰본다.
조금이라도 초췌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않다. . "후우...."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있다. 꽃다발을 든 내 모습이 많이 어색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들어오세요."
침대에 누워있는 영원이가 보이고 그 주변에 영원이의 가족들이 보인다.
"반가와요. 내가 연희 애비되는 사람이에요."
모두 연희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가족들이라 다행이다, 정말..
순간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다.
창밖을 내다보며 영원이의 이야기를 하던 작은언니가 갑자기 힘들게 입을 연다.
".....!!!!"
일시적으로 나는 열이 아닌경우에는 몸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겼다는 이야기므로 그것이 곧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흐흑...."
이미.. 인간의 의술로는 해결하지 못할 선을 넘어간 상태...
.
아마 저 모자밑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을것이다. 여전히 하얀 피부에 수줍은 미소. 낯선 환자복이 조금은 민망한듯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린다.
"응... 많이 좋아졌어요."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금새라도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엄마... 잠깐 할말이 있어요."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는 나를 배려하듯이 부모님을 모시고 밖으로 나간다.
"응..." "많이 보고싶었어요...ㅎㅎ"
목구멍까지 울음이 솟아 입밖으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으응... 또 가면 되지......"
이렇게 밖에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싫다.
"아냐... 울긴 누가...."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내 눈물을 가만히 닦아준다.
그리고 조심스레 영원이에게 입을 맞춰줬다.
콧잔등. 그리고 입술.
나보다 영원이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란 것이 피부로 느껴져 그것이 더욱 슬프다.
"음....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영원이의 부탁으로 캐비넷 뒷쪽에있는 노트북을 꺼내왔다.
지난번에 내내 언니를 졸라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한 모양.
와우에 접속을 했었을 것이다. 내 생일 축하해 주기 위해...
"와... 이러면 정말로 와우에 접속이 되는거야?" "그러엄요!! 'ㅁ')/"
조심스럽게 와우를 실행시켜 본다.
"for*******"
"안대욧!! -_-)+"
자신이 직접 입력해야한다고 노트북을 자신의 다리앞에 놓는다.
가시덤블 북쪽 무덤가에 영혼의 치유사 앞에 영원이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언포지로 귀환을 탄다. 그리고 곧바로 로그아웃을 한다.
"응...? 내꺼?" "네에!! 'ㅁ')/" "싫은데... -_-"
영원이의 커다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돈다.
"내가 그걸 왜 말해주냐. -_-"
무언가 큰소리로 이야길 하려고 한다.
"....뭐든지 다할께.... ㅠㅠ"
설득을 시켜본다.
아니, 두번다시 인터넷이며 게임따위 안해도 좋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나의 흑마도 온통 회색빛으로 서있다.
내겐 아무런 이유가 되지 못했다.
"피이.. 이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가 돌봐줘야 한다니깐."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르는 그런 상태란 것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응.... "
앉은자세로 세워져있던 베드의 머리부분이 조심스럽게 수평이 되어 내려져간다.
"괜찮아효....ㅎㅎ"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그 기간만이라도 매일 보고싶은 모양이다.
"헤..... ㅎㅎ"
화장을 했을때나 하지 않았을때나 언제나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리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바로 와우를 실행시켰다.
나는 오늘 태어나서 가장 힘든연기를 했다.
아무눈치도 채지 못한듯 그렇게 멀쩡히 대꾸했지만 심장이 조여드는 아픔에 미칠것만 같았었다.
로그인 화면에 영원이의 아이디를 넣는다. 그리고 몰래 훔쳐봤던 패스워드도 입력한다.
"크흑......."
이미 눈물이 가득차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보인다.
키보드를 움직여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길가는 엔피시에게 빵도 하나 사본다.
점프도 폴짝폴짝해가며 이곳저곳을 배회해본다.
하지만... 영원이는 지금 낯선 병원침대에 누워 이곳에 올 수가 없다.
저만치에 경매장다리와 은행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본다.
엔피시에 말을 걸어 영원이의 사물함을 열어본다.
차곡차곡 놓여져있는 작은 가방들.
맨처음 내가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아무런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음에도 영원이는 소중하게 간직해두고 있었다.
쏟아내도 쏟아내도 폭포수처럼 설움이 북받친다.
네가 이렇게 아팠는지... 삼촌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었구나.
침대 베개맡에 얼굴을 묻고 소리를 질러본다. 이대로 울다보면 이 슬픔이 조금은 가실까.
울어도 울어도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병실에서 훔쳐본 영원이의 패스워드였다.
부디 가슴에 묻고 그래도 잊지말아 주시길...
"삼춘!!!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위였어효? -_-)+" "-_-;;;"
다짜고짜 바가지부터 긁기시작하는 영원이.
아무래도 이 병원에는 거울도 없나보다.
"아니.. 그게.. 일요일날 짜파게티는 먹긴하는데..;;;"
겉으로 표시가 안나는 체형이라 왠만해서는 다들 모르는데... 도대체 영원이는 속일 수가 없다.
".........-_-)a"
....일단 같이 살아보고 이야기 하자니깐.
"으응..."
하루의 여유를 더 가질 수있었다.
힘들긴 하겠지만 일단 영원이의 곁을 지키고 직장이야 나중에 새로 구해도 되는 것이니까.
"화들짝!! -_-;;;"
".......-_-;;"
"......말을 하세요. 말을. -_-)+"
".......-_-)+"
내가 무슨 틈만 보이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파고든다.
영원이 입을 막아버리는 수 밖에. -_-
이내 눈을 감는 영원이.
예상치않은 진행이지만 어쨋거나 목표달성. -_-)v
"ㅎㅎㅎㅎ" "무슨 틈만나면 덤벼요!! 진짜 늑대야!! 으이구!! ㅋㅋ"
여기서 끝을 고하기엔 이제 막 시작한 우리사랑이 너무도 아쉽다. . "뭐가효...?"
영원이와 손을 꼭 붙잡고 걸어나오면서 우리는 여느 다정한 연인처럼 속삭였었다.
"풉....ㅎㅎ 진짜다. 작고 앙증맞은 건 둘째치고 너무도 뽀얗기만한 피부.
"엥...?"
영원이의 눈동자에 또 장난기가 스친다.
".....아니... 그게 아니라..... ;ㅂ;)a"
"풉... 삼춘 또 얼굴 빨개졌다. 으이구!! ㅋㅋ" ".........*-_-*"
팔짱을 꼬옥 끼는 영원이.
"...-_-;;;"
"....나두. ㅎㅎ"
우리도 그렇게 여느 연인들처럼 행복을 쌓으며 함께 걸었었다.
"알았어. 내가 뭐 어린애냐. -_-)a"
언제나 천근만근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컹... 나 월급 얼마 안되는데...."
영원이의 휴식을 위해서.. 나의 마음을 애써 눌러 참는다.
"........-_-)a" "그리고... 삼춘 좋아하는 짜파게티도 없어요!! ㅎㅎ" "컥... 그건 쫌....;;;" "까르르르..."
나의 넥타이를 매주고 회사로 출근하는 내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는..
영원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으응....."
아니, 오게 만들겠어.
작고 예쁜집에서 아주.. 행복하게.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으며 나 역시 자연스레 일상속으로 복귀를 했다.
안부를 물었고, 괜찮다는 대답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업무에 열중할 수 있었다.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은 맘을 애써 눌러참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이끌고 나는 조용히 집으로 향했다.
"누구시죠?"
나의 귓속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우뚱한다.
".......?" "휴먼 흑마 은빛나래입니다. 당신이 말했던 오타쿠지요." "아....."
매우 당황한 눈치다.
"..........."
머나먼 멀고어에서 오그리마 까지 얼마나 먼길을 뛰어야 했던가.
"아..... 저기......"
파괴 흑마 대 언데드 도적.
"..........."
이내 입을 다문다.
결과가 뻔할지라도 꿈틀하는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잠시 버프창을 쳐다본다.
흑마에게 주어진 유일한 버프. 이것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다.
나의 결심은 며칠을 넘기기 힘들다.
사자의 어깨보호대... 끝내 구하지 못한 공포어깨가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시합의 결과를 이미 잘 알고있다.
빨간색아이디의 언데드 도적이 어느샌가 인사를 보낸다.
나도 공포마를 부른다.
이녀석을 불타는 갈기를 볼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리라.
우린 아무말 없이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방해하는 호드나 얼라이언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만히 담배를 재털이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나의 감정표현이 메세지창에 뜸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나의 모니터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와 동시에 나도 방향키를 눌러서 전후좌우로 뛰기 시작했다.
직관력을 켠다. 쿨타임이 돌아간다. '어딜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고양이의눈 비약이라도 먹고 왔으면 좋을뻔했다.
이럴때 상급투명체감지가 은신까지 감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이어 계속되는 스턴기. 곧이어 정신없는 연타콤보에 피가 정신없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 틈을 타 재빨리 빠져나온다. 앞쪽으로 뛰어가며 생석을 빤다.
최대한 거리를 **야 한다.
얼마동안은 현혹과 공포에 면역상태이리라. 아마도 계급장까지 착용하고 있겠지...
계속 움직이며 고통과 부패를 넣어 주었다. 그리고 제물을 시전한다.
700 정도의 데미지숫자가 모니터 가운데 뜬다. 잘 터질때는 1000까지도 나오는 제물이 하필... 오늘은 좀 약하다.
언데도적은 난도질을 시작한다.
나만 일방적으로 도륙하기로 한모양이다.
연소가 터진다. 제물이 끝나가기 전 점화를 넣는다.
이미 내 피는 고갈상태이다.
500의 데미지를 주고, 500의 피를 얻는 기술.
모든것이 늦어버렸다.
외마디 비명과함께 차디찬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직도 상대의 피는 1/3이 넘게 남았다.
조용히 무덤으로 가기를 누른다.
"....왜 그러시죠?"
갑자기 귓말이 날아온다. 아마도 그 도적의 얼라캐릭이리라.
아까 내려놓은 담배가 아직도 꺼지지 않은 모양이다.
"왜 일치를 안빠셨죠?"
"그럼... 기공무기는 왜 안쓰신거죠?"
"........."
기공이 아니라도 쓸수있는 무기들도 있지만.. 둘다 언급하지 않는다.
"저기......."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허락하지 않네요."
그리고 캐릭터 삭제버튼을 누른다.
어차피 영원이가 없는 와우따윈 내겐 더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을....
그리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어느 한 구석에서 나의 은빛나래는 영원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잭더XX와 간지XXX의 캐삭빵건으로 온 하이잘 서버가 떠들썩하던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22. 別離 ∥ 나의 기침소리조차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것은 이것이 내 마지막 바램 그리고 당신을 위한 처음,
영원히 묻어버린날, 나는 새로운 은빛나래를 만들어야만 했다.
웅장한 스톰윈드의 모습 아래로 엘윈숲이 보인다.
당연히 나의 은빛나래가 가야할 길로 왔을 뿐.
왠지 낯설지가 않다. . 내 모든것을 버려서라도 눈물나게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마지막 남은 단 한칸의 엠이라도 모두짜내 치유해 주고팠던 그런.. 사람이있었다.
단축키창을 내려다 본다. 하급치유와 성스러운일격 스킬이 보인다.
사용하는 법을 몰라 랩 7이 될 때까지 둔기만으로 몹을 때려잡던 그런 사제가 있었다.
모르던... 바보같은 사람이 있었다.
안달하며 조바심내던 그런 아이가 있었다.
그런 사제를 조용히 바라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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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느낌표 사이를 뛰어다니며 이리저리 퀘스트를 하러다닌다.
나의 은빛나래는 금새 레벨 7이 되어버린다.
그 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달려가 본다.
코볼트들이 보인다.
동시에 두마리는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한마리에게 성스러운 일격을 날린다. 그리고 고통을 걸고 다른 한마리에게도 고통을 걸어준다.
피가 어느정도 빠질때마다 하급치유를 한다.
인내도 걸려있다.
금새 동랩몹 두마리가 누워버린다. 잠시 앉아서 엠탐을 해본다.
어디선가 영원이가 나타날 것만 같다.
"크흑......"
너무 늦어 버렸다.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연 올수 있을까.
나의 은빛나래는 이곳에 서 있을 것이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영원이는 뭐라 말할까..
하나둘 옷을 챙겨입은 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한다.
시간이 더디 간다. 아직 영원이를 보려면 이틀이나 더 남았다. .
오늘만 지나면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영원이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긴 하루를 보낸다.
비상구 계단으로 간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커피가 늘었다. 그리고... 한숨이 늘었다.
"응....? -_-)a"
영원이는 그렇게 물었다.
"ㅎㅎㅎ"
그리고 말을 꺼낸다.
"그게 뭔데효? ;ㅂ;)a"
"..........."
. 코끝을 찡그려서 눈물을 참는 일이 잦아서일까. 담배연기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번호를 본다. 영원이의 언니다.
"아... 오빠. 저 은희에요."
항상 습관처럼 내가 먼저 연락을 했을 뿐 먼저 연락이 온적은 없다.
"연희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구요....."
다행이다.
"오늘요?" "네... 저녁에 병실이 비는데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 그렇군요."
"어차피 내일 쉬니까 괜찮아요. 이따가 퇴근하고 바로 갈께요." "네.. 부탁드릴께요."
아마도 행여 연희가 혼자 있게 될까봐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를 기다리는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해져온다.
"........?"
책상을 정리하고 일어서자 팀장의 눈빛에 의아함이 나타난다.
당황한 팀장의 모습이 역력하다.
박이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XXX호텔 불시 점검나가는 중이에요. 현장직퇴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아... 그렇구먼..."
아직 쫓겨날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군을 제대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뛰어본 적이 얼마만인가.
그래도 쉬지않고 계속 달린다.
도중에 내린것이 잘못이라면 잘못.
다만 1분이라도 먼저 도착할 수만 있다면 나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달려가리라.
병원문을 열고 연희가 누워있는 병실로 올라간다. 계단을 굽이굽이 돌아 나의 발에 풍진이 일때까지 달려가 본다.
며칠 못본사이 온통 보라색이 되어버린 영원이의 입술. 코로 연결이 되어 이어져있는 작은 호스.
신은 왜 이런 고통을 내려주는 것일까.
판도라의 상자속 마지막 남은것이 한가지 절망뿐이라 할지라도 우린 행복했었다.
내 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단다.. 그거 알고 있니?
나도 그랬어효.ㅎㅎ
우린 잠시 그렇게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원이가 머물고 있는 병실창문에도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한다.
그런 저녁이었다.
내 기억 속의 사랑도 언젠가 그러나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8월의 크리스마스-
"응?" "나.... 처음......봤을때..... 기억해요....?" "그럼. 기억하구 말구..."
보일듯 말듯한 희미하게 미소가 감돈다.
"...눈이 부셨어. 5월 햇살보다도 훨씬."
훨씬 더 병세가 짙어진 영원이의 모습에서 뭔지 모를 분위기가 느껴졌다.
"........?"
"........"
영원이의 언니가 하는 말이 와닿지가 않는다.
"아뇨......"
젖은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 본다.
아직 저리도 멀쩡해 보이는데...
"......으응"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글쎄? 언제부턴데??"
"..... 비......밀. ㅎ..." "아쭈!! 삼춘 놀리면 못쓴다구 했지!!" "ㅎ...ㅎㅎ...."
힘겨워하는 영원이의 앞에서
절대 주말전까지는..... 오빠한테 알리지 말라고....." "........." "오빠가 알면... 회사고 뭐고 무작정 달려올지도 모르니... 절대 연락하지 말라고..." "........."
그깟 회사가 뭐 그리 대수라고.....
"........." "그 때부터... 저렇게 환한얼굴로 오빠를 기다리더군요...."
"응....?"
"그전....부터.... 궁금했....었어요.... 우리 삼춘이..... 어떤.... 글을 썼었는지....." "........." 영원이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이야기.... 해줘요......."
영원이의 곁에 바싹 다가 앉는다.
"헤....헤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으응......."
...그리고 그 아저씨를 사랑했던 코스모스를 닮았던 꼬마가 있었단다.
"............"
진작부터 붉어진 눈동자로 눈물을 훔치며 이야기를 꺼낸다.
"........" "어떻게든 주말까지 버텨보겠다고... 그러니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니....
"응...? 갑자기 무슨 노래?"
".......별 걸 다 시켜, 정말. ㅠㅠ"
나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는 영원이의 모습.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척 노래를 시작한다.
병실에 울려퍼진다. 그리고 밤이 점점 깊어간다.
"흐흑... 흑....."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엉엉.... 오빠... 우리 연희 불쌍해서 어떡해요.... 엉엉..... 어떡해....."
심하게 조여온다. 코끝이 시려서 그대로 있을 수가 없다.
영원이의 언니를 다독여주기엔 내 슬픔이 너무도 크다.
"삼춘... 나 할말이.... 있어효...."
점점 잦아들어간다.
울음이 가득차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머릿속이 텅 빈듯 어떠한 말도 해줄 수가 없다.
"나.. 사실... 삼춘한테..... 거짓말 했어요......" ".........."
"내가..... 언제부터.... 삼춘을 좋아했는지.... 궁금.....하다고 했었죠......"
영원이의 입가에 스치는듯하다.
.....하늘에서... 불덩어리를 뿌리며... 내 앞으로.... 나타.....났던.... 그 날....."
타들어가는 것 같다. 목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숨소리를 들으며 속에서 오열이 솟는다.
울음이 새어나온다.
언제나처럼 내 얼굴을 어루만진다.
무엇으로도 막을수가 없다.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나도... 이 다음에.... 삼춘처럼..... 멋진..... 흑마가..... 되고..... 싶었는데....."
밖으로 나간 영원이의 언니가 다급하게 당직의사를 불러왔을때....
그토록 자신이 그리던 영원의나라로 떠난 다음이었다.
매미는 땅속에서 7년동안 유충으로 지내다가 여름이 오면 나무위로 올라가 탈피를 하고 성충이 된다고 한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와서 자유를 실컷 만끽하기도 전에 짧디 짧은 2주간의 수명을 마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화장을 한 연희의 뼛가루를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국도변 갓길에 차를 세우고 바람결에 조금씩 날려보낸다.
'이.연.희. 절대 잊으면 안돼요.ㅎㅎ'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런 내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연희의 부모님과 두 언니가 오열을 한다.
하지만 나는 울 수가 없다. 눈물이 차마 나오지가 않는다.
'그래. ㅎㅎ'
우리는 다시 이곳에 왔다.
연희는 이곳에 남고 또 나만 혼자 돌아가야 한다.
삼춘은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구나...
그리고, 너무도 일찍 세상을 떠난 한 여자아이의 죽음을 알기라도 하듯 매미가 운다.
24. 편지 슬픔이란 언제나 때론 기억이 한줄기 추억으로 넣어두기를...
영원이를 만나기 전에 언젠가 그런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장가고 뭐고, 삼촌을 자꾸 삼춘이라고 하는 이유가 뭔데..?'
난 그저 연희를 어린아이로만 대했었다.
'삼촌이 표준어야. 그러니까 그렇게 불러. -_-'
영원이는 한참을 쭈뼛거리더니 말을 꺼냈다.
'........-_-;;'
아.... 설마;;
'네... ;ㅂ;)/'
아들손이 대대로 귀한 집안이라고 했다.
잠시 할 말을 생각하고 있는데 영원이의 말이 이어진다.
'......-_-;' '삼춘이라고 부르면... 왠지 나만 부르는 이름 같기도 하구... ;ㅂ;)/...' '..................-_-;;;'
'와!!! 진짜효??!!! ;ㅂ;)/'
'......아쭈. -_-' '우리 삼춘, 최고!! 히히힛!! >ㅂ<'
. 영원이를 남겨두고 빈차로 혼자 돌아오는 길은 너무도 길었다.
담배를 하나 물어 본다.
약간의 담배냄새가 배어도 이해해 줄 것이다.
차를 빌려오지 않은 것이 이리도 후회될 줄은 몰랐다.
하다못해 렌트카를 가져오는 것 역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생각으로 나는 그러질 못했다.
.
에버랜드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영원이의 유해를 뿌리고 난 후
연희가 나에게 남겼다는 편지를 꺼내어 건내주었다.
"........"
여전히 오열하고 있는 연희의 엄마와 큰언니.
나는 그렇게 도망치듯 차에 올랐다.
눈이 아파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
집앞에 차를 세우고 텅빈 집안으로 들어와 쓰러지듯 허물어진다.
너무도 믿어지지 않는다. 영원이가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어쩜 나는 긴 꿈을 꾼것이 아닐까...
저 만치에서 달려올 것만 같다.
조용히 컴을 켜본다. 그리고 영원이의 아이디로 접속을 시도해본다.
아무리 찾아봐도 영원이의 캐릭이 보이지가 않는다.
불과 지난주에만 해도 영원이의 캐릭은 분명히 존재했었다.
어쩌면 섭따등의 버그로 인해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원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영원의나라 캐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불현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어느구석엔가 영원히 묻어두고 새롭게 사제를 만든 이후로 그동안 나는 접속을 하지 않았었다.
나는 영원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영원이의 모습이 랩1짜리 작은 노움의 모습으로 변하여 나의 계정안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마치 수도꼭지처럼 울움도 나지 않는데 눈물만 흐른다.
굳이 내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달라고 때쓰던 이유를 나는 오늘에서야 알 수가 있었다.
. 눈이 보이질 않는다. 떨리는 손으로 양복주머니 안쪽을 더듬어 본다.
아직까지 뜯어보지 못한 영원이가 나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
내용물을 꺼내어 본다.
=============
-삼춘!!! 헤헤!! 연희에요. -이렇게 편지로 쓰자니 되게 어색하고 쑥쓰럽네요. ㅎㅎ -그래도 삼춘한테 꼭 남겨야 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써봐요.
-헤... 왠지 쪼끔 서글프다. ㅠ0ㅠ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더 이상 아플 일은 없을테니까요.
너는 그리도 밝고 명랑했었구나.
-그동안 찾아가질 못해서 많이 미안했어요. -삼춘이랑 에버랜드 갔다온 담에 며칠있다가 갑자기 되게 많이 아팠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는데.. 엄마랑 언니가 펑펑울면서 옆에 있었어요. -내가 정신을 잃은지 하도 오래되서 죽는줄 알았었대요.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나의 기다림.
-어제 병실로 옮기면서... 언니랑 엄마랑 막 우는 걸 보았어요. -내가 몸이 많이 좋아져서 옮기는데도 슬픈가봐요. -참 다행이에요. 삼춘한테 인사도 못하고 먼 곳으로 가는줄 알았었는데...
아마도 영원이도 그런 상태였으리라...
-그래서 언니 졸라서 병실에서 컴퓨터 할 수 있게 조르고 있어요. -아파서 안된다고는 하는데.. 조금만 더 조르면 될 것 같아요. -작은 언니는 내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거든요. 헤헤..
-삼춘 몰랐죠? 예전에 내가 얼마나 외로왔는지.... -일년, 이년 아파가면서...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져가고 -대학엘 가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마냥 부러워하곤 했어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책을 읽는 것 뿐...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도 하고, 차도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것이 -내게는 왜 이리도 힘든 것일까요....
-이렇게 힘들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그게 더 나을꺼란.. 그런 나쁜생각 한적도 있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것 따위는 절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게임이란 걸 할 수 있다는 거 알게 됐구.. -그러다가 삼춘을 만나게 됐었죠.
-괴물들한테 둘러쌓여서 어떻게 할수도 없는데.. -막 도망다니려고 해도 점점 더 늘어나서 이젠 끝인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삼춘이 내려왔어요.
코볼트들에게 둘러 쌓여 난감해하던, 영원이 네 모습을.
-나한테는 정말 꿈같은 모습이었어요. -투구에가려서 얼굴도 볼 수가 없고.. 빨간눈이 무섭긴 했지만... -분명히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어요.
그때의 내모습이 기억이 난다.
-에버랜드에서도 첨 봤을때.. 너무 좋았구요... -삼춘이랑 원숭이랑 곰들이랑 같이 놀때두 정말 잊지 못할꺼에요.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오래 전 글을 쓰다가 다 접었다는... 그 이야기. -그 언니가 삼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난 삼춘이 다시 글을 썼으면 좋겠어요. -사실은... 꿈을 버릴정도로 좋아했던 그 언니한테 왠지 질투도 생기구요. -_-)+ -나 때문에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면... 내가 언니를 이기는게 되는 거니까. 헤헤.. -꼭 들어줄꺼죠? 내 마지막 소원이니까.. 안들어주면 안되요.ㅎㅎ
내 마음은 영원이 너밖에 없어서.. 다른건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는 걸...
-나 없다고 해도 절대로 울거나 하지 말고... 밥도 잘먹고 회사도 빠지면 안되요. -그냥.. 삼춘을 많이 좋아했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면 되요. -만약 내가 없다고 해서 매일 울고, 모든걸 다 포기해 버리는 그런 삼춘이 된다면 -나는 하늘나라에서도 되게 많이 슬플꺼에요.
세상이 지금 끝난다고해도.. 어떻게 그 기억을 지우겠니.
-툭하면 우는 울보라... 옆에서 누가 항상 돌봐줘야하는데... -우리 삼춘... 불쌍해서 어떡해요. 그렇게 울 때마다 내가 눈물 닦아줘야 하는데. -이젠 그렇게 못해줘서.. 너무 미안해요. -나... 더 울게 만들지 않을꺼죠? 씩씩하고 멋지게 살아 갈 수 있죠??
- 해봐요. 나는 울지 않아. - 해봐요. 나는 흑마니까, 절대 울지 않아. -절대 울면 안되요.. 이젠.. 삼춘 울어두 눈물 닦아줄 사람 없으니까.. -삼춘이 울면 하늘나라에서도 나 너무 슬퍼서 편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앞으론 절대로 울지 않기!! 약속!!!
-쉽게 상처받고.. 쉽게 아물지 않아서.. 언제나 혼자 외롭게 다니던 우리 삼춘... -내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려구 했는데... 먼저 떠나서 미안해요.
알속에 틀어박힌 것 처럼.. 언제나 혼자였던 나.
-게임도 혼자 하지 말구 길드도 들고, 벙개라는 것도 나가고... -사람들하고 재밌게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길 바래요. -그리고... 주말엔 예쁜 언니 만나서 데이트도 좀 하구요. -그렇게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께요.
외롭게 사냥을 다니던 나..
-만약, 나 때문에 아무도 안만나고 -매일매일 슬픔에 빠져서 지내기만 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내내 가슴아플꺼에요.
-맨날 삼춘말 어기고 딴짓하는 못된 아이였으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어길께요.ㅎㅎ -오빠. 연희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현이 오빠. -처음봤을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어요. 그리고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께요.
-안녕...
============
한참을 울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흘렸던 모든 눈물보다 오늘 하루동안 쏟은 눈물이 훨씬 더 많다.
언제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돌보며 위로하려 애쓰던 아이.
'아..... 그게.... 삼춘이... 죽는줄 알고.... ㅠㅠ
내게 무한힐을 넣어주던 아이.
'이 물약을 사용하면 체력이 140~180만큼 회복됩니다.'
하급치유물약을 조심스럽게 건내주던 아이.
그리고 유일하게 내게만 키스를 보내고 부끄러워하던 아이.
마치 노움처럼 방방뛰면서 행동하던 아이..
나와 함께 영원히 같이 숨쉬는 아이...
내 곁에만 남아있는 아이.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그리고 새캐릭터 생성버튼을 눌러 예전의 영원이의 모습을 꼭 닮은 흑마를 하나 만들어 본다.
25. 나는 흑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오랜만이네요...." "누구시죠..?"
그리고 만랩을 찍고, 아이템 파밍도 어느정도 끝났다.
".........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조건은 그때와 같습니다. 이번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뵙죠." "............."
".....아뇨."
서로 죽고 죽이는 운명을 타고난 대륙.
나는 영원이를 보낸 그날 이후로 단 한번도 짜파게티를 먹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을 잊지말라는 영원이의 유언처럼 나는 나의 메신저며 인터넷상의 모든 이름을 '영원의나라'로 이어 나갔다.
"샤미형.... 미안해요. 저 이만 길드를 탈퇴해야 할 것 같아요..." "헉.. 왜 그래. 무슨일 있어?"
나의 갑작스런 이야기에 몇명 되지도 않는 길드원들이 많이들 놀란 모양이다.
"헉, 나라형님.. 가지 마세요. ㅠㅠ"
아직 정모며 벙개등에 참석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길드생활에 충실했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형이 주말은 되야 접속하시는데 제가 시간이 별로 없어요."
가지 말라고 붙잡는 묘견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네오님도 많이 섭섭해 할텐데....."
새로운 길드 서명을 받기위해서 권유했다가 길드 탈퇴 하는 법을 몰라서 자연스럽게 우리 길드가 된 사람.
그녀에게 100골드를 건넸다.
"선물이에요. 그거면 말 사실수 있을꺼에요. ^^; " "아... 이거 받아도 되는건지..;;;" "제가 워낙 돈이 많아서... 다른사람들에겐 끝까지 비밀지켜주세요.ㅎㅎ"
다른이에게 베풀수 있는 나를 위한 작은 위안이었다.
'/길드탈퇴' 채팅창에 내가 길드를 탈퇴했음이 나오는 메세지가 뜬다. 지나간 추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친다.
"왜요....?" "...스펠링이 틀렸더라구요. -_-"
".....o하고 e가 순서가 바뀌었어요. -_-;;"
슬픈 운명을 지녔던..... 내가 몸 담았던 두번 째 길드.
"........샤미형 작품이에요. -_-;"
녀석은 'Gundam'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를 원했었다.
진작에 나에게 길드라는 것이 있었다면 가시덤블에서 그렇게 영원이를 보내진 않았을것이다.
다시한번 숨을 가다듬어 본다.
캐릭터 정보창을 본다.
그리도 스칼로맨스를 많이 다녔음에도 구울방을 거치기란 타클래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가.
"음... 조금."
"나 휴먼 사제 24짜리 있는데.. 이번에 나엘 도적으로 새로 해보려구. 같이 할래?" "그럼, 난 노움 사제나 키워볼까...ㅎㅎ" "바보........ 노움이 사제가 어딨냐. -_-" "...응? 그게 왜 없어?"
".........!!!"
그리고 캐릭터 선택창을 본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왜 나는 그동안 당연히 사제라고 생각한 것일까.
일방적인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나와준 그에게 미안한 마음마져 생긴다.
직관력을 켠다. 그리고 마우스 우클릭을 하여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 안에 발견하기만을 바랄뿐이다.
재빨리 부패를 넣었다. 나의 심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1초간격으로 불화살을 날려댄다. 이 날을 위해 나는 임프에게 특성을 5포인트나 투자했었다.
그가 필사적으로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연속으로 '어둠의연소'를 넣었다.
곧바로 고통의저주를 넣는다. 이제 제물만 들어가면된다.
'실패'
연속되는 공격으로 나의 피도 벌써 절반가까이 빠져간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로 생명석을 쉼없이 클릭해 본다.
나를 등지고 반대편으로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도적의 모습.
천천히 방향을 잡고 제물을 시전한다.
그리고 공포가 풀린 그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남은 피는 30%정도... '점화'를 넣는다. 1300짜리 크리가 터진다.
어느새 쿨타임이 돌아와 있다.
그가 쓰러지듯 자리에 허물어지는 것을 보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 더 이상 가위에 눌리는 일도 아마.. 없을 것이다.
"........."
블리자드에서는 1.8패치때 '죽음의고리'를 상향시켰고 해제 불가능한 공포3초의 기능을 흑마의 스킬에 추가시켰다.
".........." "만약... 죽고가 패치 않됐으면 어쩔뻔 했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누울수도 있었겠죠."
우연같은 흑마스킬 패치로 나는 언데도적을 잡을 수 있었다.
"아니요.."
".......?"
"........?"
"둘째... 불가피하게 죽였을경우에는 2번이상 시체 지키기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전부입니다. 부디 지켜주시길...." "..........."
잠시의 침묵을 깨고 그가 묻는다.
"............"
그리고 언젠가는 그를 이기고 말해주어야 했던 이야기....
"나는.... 흑마니까요."
===========
- Epilogue
호드로 오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영원이 이후에 유일하게 나를 삼춘이라 부르는 사람.
'...저는 학력고사 세대라...;;;' '헉.. 삼춘이다. ;ㅂ;' '...........'
호드가 아니라 다른 서버라도 갔을 것이다. 단지, 삼춘이라는 호칭 하나 때문에 그랬던 나를.. 아마 지금껏 모르고 있었으리라. 나는 '토템의나라'를 만들었었다.
"죄송합니다... 한동안 호드는 접속을 못할 것 같네요..." "헉.. 왜요?"
친해지기도 전에 작별을 고하는 내가 당황스러웠으리라.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반쪽짜리 호드라는 것을 깨닳았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필드에서 호드에게 선공을 한적이 없다.
"가끔... 놀러오세요. 얼라로만 접하시지 말고....." "네에..."
여전히 내가 할 일은 없다. 잠시 앉아있다가 아라시 전장을 신청해본다.
금광 뒤편 집 지붕 끝으로 올라가 alt+z을 눌러 풀 스크린으로 풍경을 감상하곤 한다.
킬수를 늘리거나 명예를 올리는 것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나는 이 자리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저 나는 묵묵히 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근데!!! 삼춘!!!! 질문 하나 더요!!!" "응.....?" "삼춘은 왜 많고 많은 담배중에 Time만 피워요??"
나는 그때도 영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었다.
"나는.... 시간을 태우는 거야."
영원이가 웃는다. 그리고.. 나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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