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의 2차 CBT가 20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오랜 시간 갈증을 호소했던 수많은 이들은 검은사막의 행보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공개한 티저 영상과 스크린샷을 통해 압도적인 퀄리티와 차별화를 어필해온 검은사막은 현 시각, 게임시장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자랑하는 기대작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하반기에 진행된 1차 CBT가 핵심 콘텐츠의 맛보기 선에서 그쳤다면, 2차 CBT는 본격적인 콘텐츠의 재미와 구성에 대한 검증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강화나 PK와 같이 논란을 몰고 왔던 콘텐츠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도 엿볼 수 있었다.





1차 CBT 이후 어렵다, 진입장벽이 높다, 불편하다, 심지어 '고집을 부린다'는 소리마저 듣던 검은사막이었지만, 이번 CBT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 홈페이지와 커뮤니티에 특정 주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 과감히 변화를 꾀했다.


이쯤 되자 유저들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버그를 발견하면 짜증을 내기보다 제보를 우선했고, 앞다투어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에 대한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주목할 만한 필요는 있었다.


2차 CBT가 진행된 20일에 걸쳐 1,158건의 업데이트가 적용된 검은사막. 아직 미흡한 점도 많았지만, 시스템이 수없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검은사막은 점차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고 유저들은 검은사막의 완성된 모습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 99점 짜리 그래픽! 10점 짜리 인터페이스?

검은사막의 뛰어난 그래픽은 시작 전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영상이나 스크린샷 등을 통해 게임을 체험하지 못한 이들도 충분히 감상과 평가가 가능한 부분인만큼 반박의 여지가 없다. 밤낮이 바뀌며 다채로운 색감을 선사함은 물론, 비가 오면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이거나 캐릭터의 옷이 젖는 등의 디테일까지 구현했다. 대화창 너머의 NPC조차 멋져 보였다.


날씨나 밤낮 효과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밤에는 사냥을 통한 경험치 획득량이 증가한다. 유저들에게 불편을 감수할 이유를 부여한 것이다. 여기에 캐릭터의 주변을 밝히는 랜턴 아이템이 등장하기도 했다. 랜턴 자체의 활용도는 썩 좋지 않았지만, 환경에 의해 시야가 변한다는 요소가 다양한 부분에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어둠은 캐릭터가 아닌 유저가 극복해야 할 요소다


CBT 말미에는 어둠을 보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Q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의 닉네임과 체력바가 사라지는 기존의 시스템에 더해 미니맵(레이더)에도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몬스터에게는 별 효과가 없지만, 상대가 사람이라면 그 효과는 탁월했다. PVP에서는 특히, 수풀이나 나무 뒤에 숨어버리면 코 앞에 있는 적도 인지하기 어려웠다. 지형과 밤낮을 이용한 잠입 액션이 가능한 것이었다.



기자들도 전투 현장을 취재할 때 애용했던 방법이다


반면, UI부분은 혹평을 면치 못했다. 레벨과 공헌도, 스킬 포인트와 같은 기본 정보를 비롯해 퀘스트와 액션 도움말이 출력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추가되었지만, 가독성이 떨어졌고 오히려 시야를 분산시켜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는 지적이다. UI의 커스터마이징이 지원되었지만 그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점, 재접속이나 캐릭터 부활시 UI 설정도 초기화 된다는 점도 문제였다.


1차 CBT와 비교해 다양한 방면에서 유저 편의에 신경쓴 검은사막이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어려움이 아닌 불편함을 호소했다.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되었던 유저 인터페이스



■ 검은사막 LIFE의 시작과 끝, 공헌도 시스템

검은사막만의 독특한 시스템 중 대표적인 것으로, 퀘스트와 연계되는 '공헌도' 시스템을 들 수 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인 공헌도는 거점에 투자해 무역로를 확보하거나 각 마을에서 집을 얻고 NPC에게서 아이템을 대여하는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생활 콘텐츠의 근간을 이루는 자원, 혹은 경험치로도 볼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다.


무역이나 제작, 생산 등의 생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량의 공헌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을 시작하면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반사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퀘스트를 하나씩 완료해 나가며 일정량의 공헌도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공헌도의 존재나 사용법에 대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퀘스트 보상으로 꾸준하게 등장하는 공헌도가 도대체 어디에 쓰는 포인트인지, 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 것인지 쉽게 알아채기 어려웠다.



무역, 생산, 제작 등 생활 콘텐츠의 근간이 되는 공헌도 시스템



■ 쉽고 확실하게 돈 버는 방법? 무역에 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무역을 하라'는 말에, 사냥도 포기한 채 장사 노하우를 쌓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무역 시스템은 레벨과 무관하게 착실히 부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며,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로 다가왔다.


방법은 간단하다. 퀘스트를 수행해 모아놓은 공헌도로 각 거점의 '노드'에 투자한다. 큰 마을을 중심으로 중간 거점의 노드를 이으면 그 길이 '무역로'가 되는 것. 이제 연결된 거점의 무역상에게 구입한 무역품을 다른 마을에 가져다 팔면 된다. 각 무역품은 주기적으로 시세가 변하지만 일정한 주기마다 상한가와 하한가를 반복하기 때문에 시간만 충분하다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도 있다.



각 마을 사이에 거점(노드)을 이어 주황색 선을 연결하면 무역로가 확보된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다른 캐릭터에 의한 '약탈'이다. 캐릭터가 등짐을 지거나 말, 마차에 무역품을 실어 직접 거점을 오가야 하기에 이동중 다른 캐릭터가 PK를 걸어오면 가지고 있던 무역품을 빼앗기게 된다. 원산지에서 먼 지역에 팔수록 무역품의 가치는 높아지지만 그만큼 다른 캐릭터의 공격을 받을 위험도 높아지는 셈이다.


2차 CBT에서는 40레벨 이상, 혹은 특정 퀘스트를 완료한 캐릭터에 한해서만 PK가 가능했다. 때문에 PK의 위협에서 안전한 저레벨 캐릭터들이 초반 지역인 발레노스 지역과 하이델 지역만을 이용해 '안전 무역'을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기에 무역품 약탈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더 많은 지역이 공개되고 장거리 무역이 활성화 되면 약탈을 막기 위해 경호원을 고용하거나 길드 단위로 무역이 진행되는 등의 양상이 펼쳐지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을것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지만,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무역 시스템.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저간 분쟁과 해결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 생활 콘텐츠로 마을 최고의 장인을 꿈꾸다.

생산과 제작은 그 과정에서 레벨업이 불가능해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측면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 방대한 스케일은 사냥과 레벨업 외에도 MMORPG를 즐기는 방법은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타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생산이나 제작 시스템은 특정 아이템을 얻거나 부가적인 능력치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했다면, 검은사막은 생산과 제작만으로도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깊이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나무와 돌에서 직접 자원을 채집할 수 있다. 마을이나 거점과 가까운 곳이라면 일꾼을 보내 본격적인 생산활동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마을 내의 거의 모든 집은 실제 플레이어가 입주하여 일꾼의 숙소로 사용하거나 공방을 차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했다.


특히, 지난 1차 CBT에서 경매 방식으로 얻을 수 있었던 하우징은 인스턴스 존으로 변경되며 공헌도로 쉽게 얻을 수 있게 바뀌었다. '생산이나 제작 콘텐츠에까지 경쟁 요소를 추가하고 싶지 않다'는 개발사의 의도였다. 누구나 약간의 공헌도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고, 가구를 들여 버프를 받거나 가공 도구를 들여 다양한 생활 콘텐츠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집이 인스턴스 존으로 바뀌면서, 다른 캐릭터가 방문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무리 멋지게 꾸며놓은 집이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공간이기에 자기만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쉽게 접근이 가능해진 하우징 시스템



집은 목공소나 대장간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도 있고
간단한 도구를 들여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NPC와의 대화, 탐험 등을 통해 작은 단서를 얻어 가공 지식을 찾아내고 재료의 조합법을 실험해 레시피를 완성하는 과정은 적잖은 성취감을 가져다 주는 제작 콘텐츠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숨겨진 조건을 직접 알아내는 과정이 문제였다. 제작 관련 기술을 알려주는 NPC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해당 지식을 얻기 위한 선행 조건도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부족했던 테스트 초기에는 막막함에 못이겨 방황하거나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자신이 숨겨진 조건을 못 찾은 것인지, 버그로 인해 입수 방법이 막혀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테스트가 진행되며 점차 정보가 공개되자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숙련도의 개념이 없었던 만큼, 선두주자가 수많은 시도 끝에 알아낸 노하우를 공개하면 후발주자는 너무도 쉽게 같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된 것. 지식 획득 위치나 가공 방법, 조합식과 같은 정보의 비중이 워낙 컸던 탓에 초반에는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가져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2차 CBT에서의 생활 콘텐츠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많은 이들이 정보의 공유와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막막함을 느끼고 포기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경매 방식의 하우징을 공헌도 투자 방식으로 바꾼 것 외에도 생산이나 제작 콘텐츠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는 좀 더 직관적인 가이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기술 교관과 같이 많은 이들이 거쳐가는 필수 NPC에게 기초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고급 지식일수록 획득 조건을 점차 어렵게 만드는 식의 난이도 변화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장작패기' 지식의 획득 방법을 찾기 위해 방황했던 많은 이들이
그동안 버그로 획득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울분(?)을 토하기도



■ 퀘스트, 더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

MMORPG의 퀘스트는 일반적으로 캐릭터의 성장 곡선과 맞물려 이 다음에 모험할 지역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를 위해 좋은 보상, 흥미로운 스토리가 더해지고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재미를 느끼며 새로운 탐험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검은사막의 퀘스트는 출발 지점부터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가이드의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른 지역을 모험하다 다시 시작 마을로 왔을 때 숨겨진 퀘스트가 보일 수도 있고, 레벨과 전혀 상관없는 퀘스트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퀘스트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수많은 퀘스트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은 사라졌지만, 그동안 캐릭터의 성장을 퀘스트에 의존해 왔던 이들이 보이는대로 퀘스트를 받았다가 중구난방 뒤엉킨 퀘스트 동선 앞에 좌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퀘스트에 '큰 줄기'가 없는 탓에 검은사막의 스토리나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지 못했다는 점은 특히 아쉬웠다. 어느 정도 플레이 시간이 누적되면 이름도 없는 마을 NPC의 부탁에는 전혀 눈길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메인 퀘스트격인 흑정령 퀘스트조차 자신이 왜 모험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흑정령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조금 더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의미심장한 등장인물과 대사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적어도 2차 CBT에서는 이 '떡밥'이 회수되는 일은 없었다. 정식 서비스 이후 레벨 구간이 얼마나 확장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캐릭터를 50까지 키우고서도 '나는 왜 여기 있는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퀘스트가 몬스터를 몇 마리 잡아오라는 등의 평범한 내용이었지만,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미니게임만큼은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초반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낚시나 피리불기 외에도 각 지역마다 새로운 미니게임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수는 개발자도 '너무 많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 방향키인 WASD나 마우스 클릭만으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미니게임은 금방 지루해질 수 있는 퀘스트 진행에 적잖은 활력소로 작용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미니게임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







■ 2차 CBT 최고의 핫 콘텐츠, 야생마 길들이기

단순한 '탈것 시스템'에서 그칠 수 있었던 말 포획은 미니게임에서 출발해 검은사막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은 예다. 상점에서 말 포획용 로프를 사서 미니게임을 통해 필드에 돌아다니는 야생마를 잡아 길들일 수 있다.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노하우를 쌓은 이들은 곧잘 잡는다. 물론 그만큼 돈은 들어가지만, 포획 성공율을 높이기 위해 설탕을 가공해 먹일 수도 있다. 잡은 말은 직접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다.


검은사막에는 포탈이나 순간이동 시스템이 전혀 없다.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드넓은 맵을 가로질러 달리는 것 외에 이동 수단이 없었던 만큼 말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말 잡기 붐'은 CBT 내내 지속되었다. 말 포획 자체가 재미있다며 '마사장'을 꿈꾸는 이들도 있었던 반면, 몇 번의 실패 끝에 눈물을 훔치며 마시장 목록을 뒤적이던 이들도 있었다. 말에 따라 능력치와 보유 스킬이 모두 달랐기에 돈을 모아 더 좋은 말을 사려는 고레벨 유저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말의 능력치가 모두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 중에서도 붉은 색의 '적토마'의 능력치가 다른 말에 비해 뛰어났고, 일반적인 달리기보다 훨씬 빠른 이동이 가능한 '전력질주' 스킬이 압도적인 효율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인기를 끌었다. 포획과 교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말의 종류는 다양했지만 자연스럽게 전력 질주 스킬을 보유한 적토마가 최종 목표로 떠올랐고, 다른 말들은 대체품으로 쓰이며 쉽게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CBT기간 중에 검은사막의 생각지도 못한 메인 콘텐츠중 하나로 급부상 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있었던 부분이다. 말의 등록지를 변경할 수 없어 말이 죽으면 하이델로 뛰어야 했던 점, 말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결국 좋은 말은 정해져 있다는 점 등이다.


적토마만 골라 잡아야 하는 부분에 대한 조정부터 각 마을의 마굿간에 여러 마리의 말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 만큼, 말의 능력치를 장거리 이동, 무역, 마상 전투 등에 특화시켜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른 말을 이용하도록 하자는 방안도 그중 하나였다.



품종에 따라 기본 능력치가 고정되어 있고,
여기에 스킬이라는 랜덤 요소가 부여된다






■ 시원한 몰이사냥과 긴장감 넘치는 PVP! 캐릭터 액션은 호평

캐릭터 액션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후했다. 스킬의 종류가 많지는 않아도 연계기가 자연스러워졌고, 타격감도 칭찬받았다. 캐릭터간의 밸런스가 화두에 올랐지만, 제각각 장단점을 보이고 있는만큼 수정 방향에 따라 충분히 해결이 가능해 보였다. 일부 직업의 버그성 콤보와 군중제어 스킬의 효과가 수정되는 등, 몇 차례의 패치 끝에 PVP에서의 액션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개발사는 2차 CBT를 앞두고 본지와 진행했던 인터뷰를 통해 "액션의 묵직한 맛"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냥 과정에서는 그런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 허점을 노리기보단 물약을 꾸준히 소모하며 보이는 대로 양껏 몰아 잡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몰이사냥은 시원한 맛을 줄 수 있었던 반면, 스킬의 조합과 연계기 사용을 단순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정 기술의 반복 사용에 머물렀던 사냥에 비하면 PVP에서의 액션은 보다 다채로웠다. 사망 패널티를 전제로 한 긴장감은 논외로 치더라도, 보다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며 심리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던 것이다. 캐릭터의 직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순수하게 '컨트롤'로 장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PVP에 있어서는 아직도 물약 사용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같은 레벨의 캐릭터가 결투를 벌이면, 약 6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는 일반 물약만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싸울 수 있다. 스턴이나 넉백 등의 군중제어기를 걸어놓고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더라도 물약을 꾸준하게 사용하며 도망간다면 쉽사리 결판이 나질 않는다. 여기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없는 순간 회복 물약을 사용한다면 더더욱 긴 싸움이 지속된다. 적진 한가운데 1 : 10으로 난입하더라도 물약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 회복 물약은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공성전과 같은 PVP 콘텐츠를 즐기는 최상위 캐릭터에게 효과적으로 골드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과도한 물약 사용으로 인해 PVP의 긴장감이 반감되었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물약의 사용을 권장하는것 자체를 막기보다는 그 효율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필드 전쟁과 공성전이 한 번에, 점령전

검은사막의 '엔드 콘텐츠'라고도 볼 수 있는 점령전은 전투, 제작, 생산과 무역에 이르는 검은사막의 콘텐츠 전반에 걸친 치밀한 이해와 준비를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MMORPG의 공성전이 PVP 요소에 집중되어 캐릭터의 레벨과 장비에만 영향을 받았던 것과 차별화를 이루는 부분이다.


이번 2차 CBT에서는 총 두번의 점령전이 6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개발사의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제법 많은 길드가 점령전을 위해 준비했지만 첫 번째 점령전은 전 지역 무혈 입성이라는 웃지 못할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각 영지의 점령전에 참가한 길드가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총력을 기울여 전투를 준비했다던 길드 관계자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테스트가 종료되면 초기화 되는 마당에, 2차 점령전만큼은 원없이 싸워보겠다'며 더욱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 지역 무혈 입성이라는 헤프닝을 보여준 1차 점령전 결과
하지만 이 날의 실망감은 2차 점령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계기가 되었다.


점령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점령전 시작 시간 전까지 일정 범위 내의 영지에 지휘소나 성채를 건설해야 한다. 자원 공급과 건설 능력이 점령전 참여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뜻이다. 때문에 점령전을 준비하는 길드에게는 고레벨 캐릭터 위주의 병력 모집은 물론, 자원 공급과 진지 건설, 무역을 통한 자금 확보를 위한 별도의 생활 콘텐츠 육성이 필수적인 과제로 떠올랐고, 실제로도 많은 길드가 생활 콘텐츠에 집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길드의 자본력은 전투 결과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물약값'이다. 사용 여하에 따라 일당백의 맷집을 보여줄 수도 있는 순간 회복 물약을 전투원에게 보급할 수 있는 길드는 그만큼 주요 교전에서 전투력 손실 없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길드원 개인이 일주일을 사냥해야 벌 수 있는 돈이 몇 분만에 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이상 개인이 충당할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난 셈이기에 자연스레 길드의 지원이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지휘소와 성채를 건설하기 위한 자원의 공급과 건설 능력을 확보하는 것,
점령전에 참가하려는 길드에 요구되는 기본적인 자격 조건이다.


위치가 고정된 성을 두고 싸우는 공성전과는 달리, 드넓은 필드 어딘가에 지휘소와 성채를 세우고 이를 지켜내는 점령전은 한층 진일보한 '필드 쟁'을 보여주었다. 특정 거점에서의 대치전 위주로 전개되는 공성전은 길드원의 수와 장비의 수준 등에 큰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점령전은 여기에 상대 거점과 병력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의 정보전 비중을 크게 높여, 더욱 다양한 전략을 요구했다.


점령전에 어떤 길드가 참가했는지 시스템 메세지로 알려주지 않는다. 때문에, 안개와 나무 등의 환경을 이용해 성채를 숨기면 최소한의 정찰 병력만을 남겨둔 채 주 병력을 모두 타 진지를 습격하는데 활용할 수도 있었다. 대부분의 길드가 적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성채를 건설하기 위해, 혹시 숨어있을지 모를 적의 성채를 찾아내기 위해 영지 곳곳을 수색하는데 열을 올렸다.



제대로 숨겨놓은 성채는 바로 앞까지 다가가야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


2차 점령전에서는 칼페온을 점령하고 있던 길드의 지휘소가 성 내부에 위치한 탓에, 계획에 없던 '공성전'이 연출되기도 했다. 1차 점령전이 종료되는 시점, 칼페온 지역을 점령한 길드의 지휘소가 성 내부로 이동해 버린 것이다. 결국 성 내부의 수호석이 아닌 지휘소를 공략해야 하는 공성전 아닌 공성전이 열렸고, 칼페온 지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9개 길드가 하나의 성을 공략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다수의 인원이 작전을 짜고 합동 공격을 하는 대규모 전투는 모든 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진행 및 종료 과정에서 등장했던 특정 위치 진입 및 접속 불가 등의 오류였다. 영지의 패권이 달려 있기에 모든 길드가 총력전으로 달려든만큼 사소한 문제점도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깔끔한 점령전은 다음으로 기약해야 했지만 테스트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 이를 수정할 자료를 남길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성문 공략을 위해 등장한 공성병기, 대포



칼페온 성 외에도 필드 곳곳에서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점령전을 통해 영주가 된 길드는 해당 영지의 세율을 조정해 세금을 거두어 길드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세율은 소비세, 소득세, 관세로 구분되어 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유저들이 NPC를 통해 구입하는 물약과 소모품 등, 거의 모든 거래에 적용되기에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일반 유저들의 몫으로 다가온다. 1000골드 짜리 물약에 소득세 10%가 붙으면 1100골드를 지불해야만 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영주의 착취가 장려되는 것은 아니다. 영주는 세율을 조정할 때 주민 행복지수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는데, 과도한 세율로 행복지수가 떨어지면 주민들이 시위를 시작하고 결국 세금을 약탈당하기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물약을 구매해야 하는 유저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 외에는 전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영주 측도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원의 생산이나 마을의 운영 등, 보다 다양한 요소에 개입이 가능하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소비세가 10% 적용되어 아이템의 가격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도한 세금으로 주민 행복지수가 떨어지면 세금의 일부를 약탈당한다



■ 복불복은 없다! '소모성' 강화 시스템의 등장

강화 시스템은 사실, 검은사막의 1차 CBT 이후 가장 뜨거웠던 논란거리중 하나였다. 지금도 강화가 존재한다는 소식만으로 검은사막을 평가하는 이들이 심심치않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검은사막의 강화는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장비 강화 시스템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일정 확률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고, 강화 실패 시 일정한 패널티가 부여된다는 기본 맥락은 같다. 하지만 100% 성공률로 강화를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캐릭터 사망 시 강화 수치 하락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성전을 예로 들어보자. 무기와 방어구를 모두 10단계 이상 강화한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압도적인 강력함을 보인다. 적의 대열 속으로 혼자 뛰어들어 무쌍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타겟이 집중되어 일단 한 번 죽기 시작하면 장비의 강화 수치가 무섭게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몇 번만 반복되면 장비의 강화 수치는 크게 하락하고 별 볼 일 없는 '일개 병사'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강화에 사용되는 '블랙스톤'을 더 많이 투자하면 실패 없이 무조건 강화 단계를 올릴 수도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필요한 블랙스톤의 수는 많아지지만, 극한까지 캐릭터의 스펙을 올리고 싶다면 충분히 투자할 법 하다.


강화의 무조건 성공과 사망 시 수치 하락이라는 개념은 검은사막의 강화 시스템을 '소모성'으로 만들었다. 자금력만 확보된다면 확률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고 원하는 만큼 수치를 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떨어질 수 있는 가벼운 요소로 설정한 것이다. 개발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확률성 강화 시스템에서) 복불복을 어떻게든 줄이고 싶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어렵게 성공한 강화 수치가 한 번의 사망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태연할 대인배는 그리 많지 않다. 좋은 장비를 착용한 유저일수록 위협을 피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강화 시스템 고유의 확률적 요소를 일정 부분 유지한 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만 하다. 실제로도 강화 논란은 다소 사그러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소모성 강화 시스템에 대한 모든 부분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최상위 유저들의 전유물이었던 강화 시스템을 보다 대중적인 위치까지 끌어내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강화 실패시의 리스크가 사망 리스크로 옮겨졌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PVP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장비 파괴에 견줄 정도로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개념의 강화 시스템이 어떻게 자리잡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직 CBT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사막은 각각의 콘텐츠 면에서는 상당한 완성도와 깊이를 보여주었다. 그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더라도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이 가득했다. 뿐만 아니라 테스트 기간 중에도 상당히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랐다. 유저들이 우려하는 바를 확실히 알고 있었고 나름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는 점도 검은사막의 기대치를 더욱 높이는데 일조했다.


물론 유저들의 요구사항에만 귀를 기울이다 검은사막만의 정체성을 잃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개성을 잃어버린 MMORPG에 지쳐있던 유저들의 갈증을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CBT가 종료된 뒤, 검은사막은 2014년 하반기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다. 왕도를 벗어나 모험을 떠났던 검은사막은 이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조금은 찾아낸 모양이다. 게임이 점차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함께 우려도 커지는 법이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검은사막의 모험을 응원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신대륙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