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검은사막의 신규 월드 우두머리인 미루목 주시자 오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신규 월드 우두머리는 일요일에만 출현하는 주간 보스로, 사전에 언제 출현하는지 비교적 정확한 시간이 예고되어 있어서 굉장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출현 20분 후부터 정령의 힘을 흡수해 더욱 강해진다는 소개가 무색하게, 모험가들의 하나 된 공격으로 각 서버의 1채널부터 빠르게 오핀이 쓰러져 나갔고 운이 좋았던 모험가들은 값진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기자도 신규 우두머리 사냥에 직접 참여해 플레이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 값진 아이템을 주고 장렬히 산화한, 아낌없이 주는 오핀


오핀이 등장하기 30분 전인 5시 정각에 월드 전체에 출현 메시지로 '오핀이 정령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가 안내되었으며, 그 울음소리 또한 검은사막 전역으로 울려 퍼졌다.

오핀의 출현 메시지를 접한 플레이어들은 검은사막 전역에서 카마실비아로 속속 모이기 시작했고, 누가 정하기라도 한 것처럼 탐험 거점 관리 NPC인 보라로 앞에 질서 있게 말을 세웠다. 그리고는 미루목 파괴자 오핀의 주변으로 이동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 순식간에 마시장으로 변해버린 미루목 유적지


▲ 많은 플레이어들이 오핀의 울음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미루목 파괴자 오핀의 근처에서는 다양한 모험가들을 볼 수 있었다. 길드 레이드를 통해 공략법이 익히 알려져 있던 만큼, 오핀 테트를 빠르게 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화승총으로 무장한 모험가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얼마 전 있었던 피크 사냥 이벤트에서 획득한 '[이벤트] 서리 내린 화승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핀이 출현하기를 기다리며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무료함을 달랬다. 야영지를 꺼내어 정비를 하는 모험가도 있었고, 다른 플레이어와 자웅을 겨루는 모험가도 있었다. 그중에는 기타를 닦는 이도 있었다.

▲ [이벤트] 서리 내린 화승총으로 무장한 모험가들, 물총처럼 보이지만 표정만큼은 결연하다


▲ 기타를 연주하며 오핀 사냥꾼들을 독려하는 요상한 산타


오핀 출현 안내로부터 약 30분 후, 길드 레이드 보스 중 하나인 미루목 파괴자 오핀의 자리에서 월드 우두머리 보스 오핀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리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플레이어들은 약속하기라도 한 듯 뿌리 중 하나에 달라붙어 집중적으로 공격을 펼쳤다.

없는 형편이라 공격력에만 집중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기자는, 나무 뿌리에 얻어맞고 한동안 정신이 멍해졌다. 오핀의 공격이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귄트와 무라카와는 달리 오핀과 전투시에는 사망 패널티가 존재했기 때문에, 검은 마력의 수정 중 하나가 깨졌을 때는 잠깐 기자로써의 본분을 놓을 뻔했다.

모험가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첫 번째 뿌리가 부서지자, 수렵용 화승총으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탑승부에 화력을 행사했다. 탑승부는 보호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 피해를 입혀 오핀 테트를 끌어낼 수 있다. 이윽고 보호막이 부서지고 오핀 테트가 오핀 밖으로 나왔다.

▲ 모험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깨어난 오핀, "정령의 힘을 흡수할 시간은 주지 않겠다!"


▲ 수렵용 화승총으로 무장한 플레이어들이 빛을 발할 때가 왔다


▲ "치사하게 다시 들어가다니!"


▲ 오핀 테트가 돌아갈 자리를 완전히 없애버린 플레이어들


오핀 테트는 금색으로 빛나는 나무줄기가 사람 모양으로 엮여있는 몬스터로 은색의 분신을 소환해서 같이 공격을 시전했다. 도합 세 명이 등장했으므로 일단 '한 놈만 팬다'는 전략을 고수하며 가까이에 있던 은색 분신을 마구 때렸지만 전혀 타격이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기자는 '아니, 쎈 놈은 피한다'로 전략 노선을 수정해 타격이 가능한 금색의 본체를 쫓아다녀야 했다.

오핀 테트와 분신들은 무대 위에 올라선 아이돌의 칼군무처럼, '오핀 테트의 빛나는 창(?)'을 열성적으로 달려드는 아이돌 팬덤에게 쏘아보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여기저기서 많은 모험가들이 실신했고. 기자 역시 폭발하는 멋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장렬하게 산화했다.

약 17여 분의 치열한 사투 끝에 오핀과 오핀 테트가 쓰러졌다. 새로운 보스 장비를 얻기 위해 분투하던 플레이어들 중에는 원하는 보상을 얻지 못해 아쉬운 탄식을 내보내는 플레이어도 있었고, 오핀 테트의 빛이 봉인된 무기 상자나 발타라의 숨은 빛 허리띠를 보상으로 얻어 기쁨의 탄성을 채팅창으로 흘려보내기도 했다. 무기 상자를 획득한 일부 플레이어는 직접 상자를 개봉해 오핀 테트의 빛 주무기를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 오핀 테트 본체, 풍성했던 머리는 무분별한 산림 개척으로 인해 황폐화되었다고 전해진다


▲ 오핀 테트의 빛 주무기와 함께 발타라의 숨은 빛 허리띠도 드랍되었다


▲ 무기를 보여달라는 요청에 신규 장비의 툴팁을 올려주는 플레이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