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스포트라이트는 지극히 소수의 몫입니다. 영화제나 연말 가요대전 등의 시상식에서 그것을 만든 다수의 사람을 대표해 무대 중앙에서 상을 직접 건네받는 건 단 한 사람, 혹은 몇 사람 뿐입니다. 그것은 게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일에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만 그들 모두가 주목 받지는 못합니다.

그 찬란한 조명 뒤에 선 무수한 땀방울들은 비록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을지라도, 대표자 못지 않은 열정을 바쳐온 사람들입니다. 다만 그걸 이해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죠. 그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또한 좋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펄어비스의 신작 '검은사막' 개발팀에서 캐릭터 아트를 총괄하고 있는 서용수 디렉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언론에 드러난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C9을 비롯해 굵직하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력이 있고, 사실상 게임 아티스트들 중에는 그를 '최고라 할만한 실력자'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를 만나보고자 평촌에 위치한 펄어비스를 찾은 그 날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검은사막의 배경 아트를 이끌고 있는 최힘찬 리드 아티스트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요. 최힘찬 아티스트는 김대일 대표의 이력 초창기를 장식했던 RYL과 R2 작업을 함께 했던 사람으로, 역시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유한 개발자입니다.

사실 그들을 만난 이 자리가 처음은 아닙니다. 김대일 대표의 신작 소식이 알려졌던 지난 9월 초에 펄어비스를 방문했을 때 이미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그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것은 기자의 짧은 배경지식이 가져온 분명한 실수였음을 인정합니다.

가상세계 속에 만들어낸 현실 같은 세계. 서용수 아트 디렉터와 최힘찬 리드 아티스트가 말하는 이상적인 게임 속 세계는 그랬습니다. 각각 12년, 10년의 짧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는 물론 게임 아티스트로서 저마다의 가치관과 철학이 있지만, 단 한 가지 '현실적인, 플레이하는 동안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에 대해서는 뚜렷한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검은사막'의 그래픽을 견인하고 있는 두 사람이 걸어왔던 길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게임 아티스트를 꿈꾸는 지망생들을 위해 빠짐없이 챙겨온 짤막하지만 알찬 조언도 함께 공개합니다.

▲ 펄어비스 검은사막 개발팀의 최힘찬 리드 아티스트(좌)와 서용수 아트 디렉터(우)


아트 디렉터란 무슨 일을 하는 직책인가요?

서용수 : 게임의 비주얼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을 합니다. 프로젝트 초반에 큰 그림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 나온 의견들을 들으며 게임 컨셉을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사실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직책은 무슨 일을 맡는다, 라는 식의 고정화된 가이드는 없습니다. 제 경우에는 지금 캐릭터 분야에 집중해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리드 아티스트로서 맡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최힘찬 : 전반적으로 보면 아트 디렉터의 역할을 분담해서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개발사들의 분업 체계에 비하면 사실 어느 정도 역할이 겹치는 면도 있죠. 지금 회사에서는 주로 배경 쪽에 중점을 두고 일하고 있습니다.


'디렉터'라든가 '리드'라는 말로 보면 이 분야에서 꽤 오래 일하신 것 같은데, 경력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서용수 : 게임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긴 했지만 정작 전공은 신문방송학과였습니다. 게임이라든지 그림 쪽과는 전혀 무관한 전공이었죠. 게임업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학 때 병역특례로 게임사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림 좀 그린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게 내 적성인가'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죠.

드래곤라자 개발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 가장 처음이고, 그 다음 병역특례로 일했던 곳은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그 다음으로 갔던 곳이 넥슨인데요. 그 곳에서 병역특례를 마친 것까지 총 4년 정도 일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갔던 엔씨소프트에서는 당시 개발 중이던 게임의 배경 파트장을 맡았다가 프로젝트가 무산됐습니다. 그 후에 김대일 대표님을 만났고, C9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경력을 따져보면 12년 정도 되겠네요.


최힘찬 : 저는 10년 정도 이쪽 일을 했었는데요. 김대일 대표님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당시 만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김대일 대표님이 게임을 만드는데 그래픽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온 적이 있었죠. 이후 제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대표님은 가마소프트에서 RYL을 개발하고 있었고, 저도 제대하자마자 휴학을 하고 같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가마소프트에서 RYL, NHN에서 R2를 함께 했었고, 이후 FPS를 만들고 싶어서 따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배터리'였습니다. 김대일 대표님이 C9을 개발하고 있을 때 저는 배터리 팀에서 일하고 있었죠. 그 후에 다시 뜻을 모아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당시 병역특례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힘찬 : 그 시기에는 게임업계에서 병역특례 인력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공과 무관하게 일정한 조건만 갖춰지면 뽑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전공은 이쪽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기계공학과였거든요(웃음).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격이 됐던 상황이라고 할까요.


그렇다면 지금 주력으로 하고 계신 캐릭터나 배경 분야를 처음부터 집중적으로 해오신 건가요?

서용수 : 아닙니다. 초기의 게임업계는 업무가 명확하게 나눠져있지 않았거든요. 처음 일할 때는 원화 작업, 애니메이션 작업, 배경 작업 등 가리지 않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쌓아뒀던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힘찬 : 저 역시 처음 일할 때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을 했었습니다. 지금은 컨셉을 주로 맡아서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전체 아트 분야에 걸쳐 손을 댔었죠. '배터리' 프로젝트를 할 때도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 모델링, 컨셉 등 아트 분야의 전반적인 작업을 병행했었고, 때로는 홍보용 일러스트를 제가 그리기도 했습니다.



▲ 사실감을 강조한 캐릭터들이 서용수 아트 디렉터와 그 팀원들의 작품


모델링 툴도 다루신다고 들었습니다. 전공과도 전혀 무관한데 어떤 경로로 배우게 되셨나요.

서용수 : 필요한 것은 있었고, 배울 곳은 마땅치 않다보니 스스로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딱히 배울 만한 학원같은 곳도 없었고 그저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가면서 독학으로 익힌 거죠. 사실 스스로 재미있었기 때문에 취미생활처럼 했던 겁니다. 원화를 그리고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하는 것 자체가 취미생활처럼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엄연히 말하면 공부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민망하네요(웃음).

프로그래밍을 배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보니 이 부분을 알아두면 수월하겠다 하는 부분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이나 관련 서적을 찾아서 배운 수준입니다.


최힘찬 : 다들 '공부'라고 표현하시는데, 사실상 그리 적합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일이다보니 '취미'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저희같은 사람들은 어찌 보면 취미생활이 직업이 된 경우입니다만, 실제 직업 자체는 아트 부문이고 그와 관련된 다른 분야에 스스로 관심을 가진 것이니 취미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와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서용수 : 하드웨어 분야가 고도로 발달하다보니 그림만 잘 그리는 걸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생겼습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을 그래픽으로 온전히 표현하려면 아무래도 하드웨어를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하죠. 그러다보니 나오게 된 것이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는 직군입니다. 즉, 아트 분야와 테크니컬 분야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업무에 관련된 타 분야 지식을 꾸준히 익혀오셨는데, 지금 현재 추가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서용수 : 여러 가지에 관심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하나를 꼽으라면 '셰이더'라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림'을 프로그램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건 좀 심층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는 노멀 맵이나 스페큘러(Specular) 개념이 잘 쓰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그림을 잘 그리기만 해서는 되는 일이 아닙니다. 빛의 원리라든가 반사에 관련된 부분까지 보다 폭넓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죠. 사실 이런 추가적인 부분들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거라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탐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최힘찬 : 저는 지금 당장 집중적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딱히 없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작업을 보다 완성도 있게 뽑아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죠. 하나의 게임에서 높은 비주얼 퀄리티를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하드웨어 수준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검은사막'의 경우, 외부에서 전문적으로 개발된 엔진이 아닌 인하우스 엔진을 사용해 개발 중이다보니 상용화 엔진들에 비해 퀄리티가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서용수 디렉터께서는 아티스트로 시작하셨지만 현재 모델링과 엔진 개발 등 전방위적인 업무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평을 들은 바 있습니다.

서용수 : 처음 시작은 엔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오우거 엔진'이라는 공개 엔진이 있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분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의 지식이 생긴 거죠. 앞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관심이 있어 취미처럼 하다보니 알게 된 부분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현실감이 있으면서도 리소스를 적게 잡아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연구하다보니 꽤 많은 부분을 알아보게 되고 익히게 됐습니다.


아티스트 업무를 할 때 그림 분야에 있어서의 소질이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서용수 : 당연히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하겠죠. 이건 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반복해서 연습하다보면 익숙해질 수 있는 일종의 기술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리얼하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관찰력이라든가 미적인 감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각자 맡고 계신 분야에서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힘찬 : 배경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처음 만들 때부터 나름대로의 주관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어떤 배경 세계를 만들더라도 그것을 플레이하는 사람이 '내가 이 안에 존재한다'라는 느낌을 줘야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 세계만의 설득력과 몰입력이 있는 배경이 되야 한다는 거죠.

물론 온전히 상상만으로도 배경을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관은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개념에 대해 갖고 있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세계관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철학입니다.

예를 들어, 어쌔신 크리드2에 등장하는 베니스 지역을 표현한다고 하면, 가장 우선 유저가 베니스라는 도시를 상상할 때 떠올릴 법한 이미지를 고려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저가 실제 베니스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는 식입니다.


서용수 : 캐릭터를 작업할 때는 배경과 어우러지도록 하는게 가장 먼저입니다. 비주얼적인 방향 중 하나로 '어떻게 하면 더 리얼하게 보일까'를 고려하는데, 우선 배경과 잘 어울리는 것이 필요하죠.

또 하나 언급하자면, 미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염두에 두며 작업해야한다는 겁니다. 최대한 리얼하게 표현하는 것이 포인트이긴 하지만, 실제로 리얼함만 너무 추구하다보면 미적인 아름다움을 놓치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리얼함과 아름다움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입니다.


현실감을 강조하신다고 하니 '검은사막' 프로젝트의 그래픽이 긍정적인 평을 많이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작업 진행방식은 어떻게 되나요?

서용수 : 저희 팀의 경우에는 업무에 있어 서로 겹치는 부분이 꽤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철저하게 업무를 나눠서 전담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같은 부분을 보다 여러 사람의 눈으로 보다보니 좀 더 철저한 분석이 된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스스로 보다 완벽에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반복해서 하다보니 보다 자연스러운 모델링이 가능해지더군요.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팀은 '원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좀 다릅니다. 원화가를 따로 두지 않고 모델러들이 자체적으로 원화 작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최힘찬 : 우선 짚어두고 가야할 것은 배경은 하나씩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있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 작업에 여러 명이 달라붙어 하는 경우가 많죠.

저희 배경 작업에서는 가장 처음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는 원화만 존재합니다. 다른 개발사에서 하는 것처럼 보다 디테일한 부분까지 원화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죠.

초기의 레벨 디자인이나 더미 모델링 같은 부분은 모두 제가 맡고 있고요. 디테일에 대한 세부 지시를 각 파트에 전달하고 그에 대한 결과물을 취합한 뒤에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완성된 모습을 만들어가는 식입니다.



▲ 최힘찬 리드 아티스트의 목표는 실제 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을만큼 리얼한 배경


아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서용수 : 캐릭터를 전담하는 인력은 5명, 배경 쪽 전담은 11명 정도고, 모두 합치면 스무 명 정도 되는데, 게임 규모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정확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저 혼자 디자인한 캐릭터만 3~40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게임 그래픽 작업에서 보면 보통 사람들이 가볍게 지나치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작업하시곤 합니다. 저희는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고 잘 보이는 부분에 보다 집중해서 작업하는 편입니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서용수 : 대개 비슷합니다만, 영화도 많이 보고 사진도 많이 찾아봅니다. 그래픽이 좋다고 생각되는 게임도 다양하게 해보죠. 게임 하나를 오랫동안 플레이하지는 않고, 여러 게임을 해보면서 캐릭터들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편입니다.


최힘찬 : 그래픽 좋은 최신 게임들, 영화, 책, 인터넷 검색 등 역시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구글 어스와 같은 리얼 맵핑 서비스가 가장 많은 도움이 됩니다. 외출할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가상으로라도 여행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죠(웃음).


그래픽이 좋다고 생각되는 게임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아니면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게임이 있다면요.

서용수 : 굉장히 많지만 그 중에서도 '레드데드리뎀션'을 꼽고 싶습니다. 생태계라든가 쫙 펼쳐진 필드가 마치 이 세계 위에 바로 MMORPG를 구현해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생각될 정도였거든요. 지금 프로젝트에서도 그처럼 넓게 펼쳐진 오픈필드를 구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힘찬 : 개인적으로 FPS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고, 최신작들은 거의 다 해보는 편입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처럼 주로 콘솔류 FPS 게임들을 많이 보고, 또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 GTA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오픈월드 방식으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는 느낌을 주는 게임이라면 다 좋아합니다.

또, 아트워크 부분을 놓고 본다면 '바이오쇼크'를 꼽고 싶습니다.


게임 개발 외에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것들이 있으십니까?

서용수 : 요즘은 주로 아기를 돌봅니다. 이제 7개월쯤 됐는데 힘들긴 하지만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최힘찬 : 아기 보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웃음). 그 외에 시간날 때 틈틈이 즐기는 취미로는 산악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있습니다. 주로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신입 아티스트가 들어왔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덕목은 무엇인가요?

서용수 : 끈기와 근성, 실력 모든 분야를 고려하긴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미적인 센스를 가장 우선시합니다. 본래부터 미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은 딱히 피드백이 없어도 업무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거든요.


최힘찬 : 배경 작업은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배워야할 부분이 좀 더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열린 마음가짐입니다. 모든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부족하다고 언급된 부분을 겸허히 수용해 스스로 채워나가려고 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는 편입니다.


아트 쪽 일을 하다가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서용수 : 아트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공통된 의견이겠지만, 저는 의견 취합 과정에서 누군가의 의견을 추려내야할 때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일종의 미안한 감정이 들어서요. 그 사람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이 곳에 왔고, 그래서 의견을 내는 것인데 그것들을 밀어내는 일이 달갑지는 않습니다.


최힘찬 : 아트 쪽 일이라기보다는 게임을 개발하는 일 자체에 대해 힘들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프로젝트 자체가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을 때입니다. 프로젝트 초기에 잡아뒀던 방향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는데, 그렇게 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가장 힘듭니다.

또, 완성해서 내놓은 프로젝트가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도 스트레스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그만큼의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니까요.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서용수 : 아무래도 연봉이 올랐을 때가 가장 좋죠(웃음). 농담이고요. 작업하던 프로젝트가 오픈하는 순간이 가장 보람차고 기쁩니다. 대개 오픈하기 바로 전날에는 마지막 오류까지 잡아내기 위해 밤샘작업을 하는 편인데, 공개된 후에 모든 것을 싹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최힘찬 :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경우의 딱 반대가 되겠네요. 오픈 이후에 그만큼 인정을 받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오픈하고 나서 동시접속자 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냥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아티스트 혹은 궁극적으로 아트 디렉터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힘찬 :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아트 디렉터가 정확히 무엇을 하는 직책인지는 저희도 모릅니다(웃음).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나 해서 검색을 해봤는데, 대체로 업계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맡는다고 나와있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특정 분야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디렉터'라는 직책은 보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하죠. 그것의 바탕이 되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 걸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대우가 좋지 않더라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업계에서 전반적인 총괄 업무를 맡고 계신 분들을 보면 다들 폭넓은 경험을 갖고 계신 경우가 많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배웠고 얼마나 쌓아왔는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그 일을 하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아티스트의 길을 걷고자 하신다면 진정 이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을 품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 이하 이미지는 검은사막 엘프 캐릭터의 헤어 스타일 초기 디자인입니다. 펄어비스 측에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특별히 제공해주신 이미지로, 현재는 보다 세부적으로 다듬어지고 있으며 더 다양한 스타일로 작업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