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실패 보고에 여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네덜란드와의 비밀 동맹체결 후 네덜란드 지방의 독립을 은밀히 지원하면서 자신들 역시 북해에서 에스파냐의 세력을 몰아내려고 하고있었는데 에스파냐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걱정스러워하는 여왕을 뒤로하고 드레이크가 간곳은 해적함대 대장의 병실이었다. 바다를 건너 헤엄쳐 돌아온 해적들은 겨우 10명 뿐이었다. 그 중에서 폐렴이나 헤엄쳐오면서 먹어댄 바닷물 때문에 탈수가 일어나 죽은 사람이 8명. 해적함대인원중 살아남은 사람은 드레이크와 대장 둘뿐이었다. 그리고 대장마저도 폐렴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봐. 자네 끝까지 살아나네. 어디서 뱃사람으로 일해봤나?"
"하하. 제가 뭐랫습니까. 우습게보지 말라니까요."
"쿨럭. 나도 곧 죽을것 같고말이야. 우리함대중 자네만 유일하게 살아남겠군."
"해적이 그렇게 약한 소리해서 뭐에 씁니까? 살아날 생각을 하셔야지."
"시끄러워. 내몸은 내가 아는거야. 자네만 살아남았으니 말인데. 배도 없고 부하들도 없지만 자네가 대장을 맡아줘야하겠어."
고통과 폐렴때문에 흐리멍텅했던 선장의 눈빛이 갑자기 빛났다.
"우리 블랙드레이크 해적단은 에스파냐의 상선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자네는 그 명성까지 이어받는거야. 제대로 못하면 죽은다음에 두고보자고."

드레이크는 항구로 나가서 선원들을 모집했다. 사략해적들을 모집하는 것이지만 다른 상선들의 눈도 있으니 공개적으로 모집할 수는 없었다. 어딜가나 암흑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중개인들은 있는법. 드레이크가 간곳도 그런 일을 해주는 술집이었다. 선장이 말해줬던대로 주점주인에게 보드카를 주문하자 주점주인이 구석진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부하 모집하러오신건가? 못보던 얼굴인데."
"블랙드레이크 해적단을 알고있겠지요?"
"아? 그.. 그.. 아 이름이 생각안나는구만. 아무튼 그 험악한 녀석이 하던 그 해적단? 알지 알고말고. 대신 온건가?"
"선장님은 이제 거의 죽어가고 있소. 이젠 내가 그 자리를 이어받게될거요. 그런데 이번 기습에 너무 손실이 커서."
"안그래도 에스파냐호송함대에게 대패했다는 소식은 들었네. 음, 그 쪽 실력에 맞을 만한 녀석들이 몇명 있지. 어느정도 필요한가?"
"배 두척 분량."
"잉? 그렇게나 많이? 실력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
"실력자가 아니어도좋소. 어차피 새로시작하게 될터이니."
"흠..흠.. 좋아. 그럼 한 일주일정도 있다가 오라고."

일주일 후 주점주인이 정해준 시간에 주점으로 가보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최대한 모아본건데. 배 두척은 충분히 될거야."
"얼마요."
"4만 두캇. 신참들은 거의 돈이 안드는데 고참들이 신참들이랑 일하기 싫다는걸 억지로 하느라고 비용이 많이 들었어."
"지금은 패한지라 돈이 2만밖에 없소. 배도 다시 구입해야했으니까. 돈을 버는대로 갚을터이니 장부에 달아놔요."
"쳇. 좋아좋아. 하지만 이자도 있는거니까 얼른 갚으라고. 블랙드레이크하면 신용이 두터우니까 이정도 금액도 달아주는거야."
드레이크는 부하들을 데리고 항구로 나갔다. 고참들은 신참들이랑 일한다는게 불만인지 인상이 좀 찌푸러져있었다.

두척의 함선이 출발했다. 그들이 노린건 이번에 앤트워프에 있는 귀족에게 보내진다는 귀중품들을 실은 수송선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에스파냐 함대의 무력시위로 해적들이 주춤거리고있었기에 방심했는지 수송선에는 호위함도 없었다. 두척의 해적함에 4척의 수송선이 당해내질 못했다. 기습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포된 배중 한척으로 포로들을 끌고갔다.
"몸값이라면 얼마든지 불러라. 드러운놈들. 돈이나 받고 꺼져버려."
수송함대 함장인듯한 자가 욕설을 퍼부었다. 드레이크가 씩 웃었다. 그 웃음을 바라본 자들은 이상하게 무서움을 느꼈다.
"몸값이라니? 언제 풀어주겠다고 했던가?"
"대장 어떻게 할까요?"
실력이 가장 좋아서 부관으로 임명된 자가 드레이크에게 물었다.
"Slay them all."
그 말에 해적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모두 죽여라. 그 명령에 해적들이 칼을 빼들었다.
"이.. 이봐. 몸값을 지불하겠다잖아. 뭐하는거야."
"선장의 말을 못알아 들었나본데. 모두 죽이랍신다."
잠시 비명이 울려퍼지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해적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목이 떨어진 시체들만이 나뒹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