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이름은 에르메스 데 꼬레아노..                                      

포르투에서 가장 허름한 집 중에 한군데에서 살았었다.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내 출신은 외지인이다.
어렸을적부터 사람들은 항상 성이 특이하다고 쑤군거렸다. 그 덕에 동네아이들로부터도 나는 항상 스트레스 해소용 심심풀이 장난감이었다.
칫..! 아버지같지도 않은 놈..이상한 성만 붙여줘가지고..
뭐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건너온 몰락귀족이라는데 알게 뭐람..쓸데없이 'de'는 붙어가지고..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를 소개한다.
지금은 술에 찌들어 살지만, 한때는 잘나가던 항해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적과 결탁한 동료덕에 모든걸 잃고 심지어는 내 어머니였다는 여자마저 빼앗기고 겨우 갓난이였던 나를 데리고 이곳까지 와서는 그 뒤로는 저렇게 되었다고 한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나오는 저 바다 건너에 있다는 얼굴도 본적없는 어머니타령..그럴때는 가끔 불쌍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그를 사람으로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은 그사람 때문에 꼬여왔었고, 어릴때의 기억은 죽도록 맞았던 거와 외상술값 갚느라 
무보수로 온갖 동네 잡일을 도맡았었으니까..

지금도 그를 미워해야 하는가? 글쎄다..이건 좀더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같다.
지금 이자리에 서 있는 게 그 때문인지도 모르니까...
돛대 위로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바람은 순풍이다. 배의 속도로 봐서 말라가에서 출발한지 3일정도 지났으니 곧 팔마일 것이다.

문득 처음 바다를 나설 때가 생각난다..
내 25번째 생일에 아버지는 결국 술독안에서 돌아가셨다. 사람들 말로는 주점 테이블 위에서 널부러져 있다가 갑자기 미친듯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음날 아침, 일반 시장에 파는 싸구려 와인통 속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술속에서 익사했으니 행복했을까.. 그렇게 미워하고 저주하던 사람인데 그날은 하루종일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날 하루만은, 가끔 바다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내게 했던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넌 나처럼 바다에 휩쓸리지 말거라..하지만, 두려워하지도 말아라..내 아들이라면 말이다.'
그 땐 뭔 개소리하나 싶었는데..어쩌면 우리 집안의 피는 이미 반 이상이 바닷물로 채워져 전해 내려왔는지도 모른다. 결국 혼자가 되었지만..그 때 이미 난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바다, 날 고생하게 만든 근원인 바다..그곳으로 나 홀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집안을 정리하다가 두꺼운 양피지책 한권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그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글씨였다. 거기에는 그의 평생의 항해기록이 담겨있었고, 항해와 관련된 각종 정보 또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실 난 바다에 나가기엔 부족한게 너무 많았으니까..하지만, 그게 날 위해 남긴건지 어쩐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뭐..
그 뒤로 다른 특별한 의미는 모른 채 바쁜 나날들이 지나갔다. 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전혀 아무런 여유도 없었기에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냈지만, 일도 이제는 많이 익혔을 무렵 나도 아버지처럼 작은 기록이라도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해서..지금부터는 생각날 때마다 소소한일부터 하나하나 새겨나가려고 한다. 누군가 읽게 될 무렵 나는 이미 이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표시를..
글솜씨도 없는 나이기에 남들처럼 미사여구는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단지 나와의 대화라는 기분으로..
또, 누군가 내 멋없는 글을 맘에 들어한다면 그와 나와의 대화라는 느낌으로..
편한하게 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