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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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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The Dragon -10- 싸늘한 바다의 수평선 위로, 미르슈아의 성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전투대형을 갖춘 연합함대의 전함들의 포문이 일제히 열렸다. 핀타호 역시, 내 명령에 따라 포문을 열고 대포를 장전하고 성을 지키는 갤리들의 사정거리 안에 들기만을 기다렸다. 헌데 이상하였다. 260여척이라는 함대는 온데간데없이 20여척의 갤리만이 앞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나와 로페즈장군의 눈이 마주친 순간,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해적들은 병력 중 일부만 남기고 모두들 남하하여 도주해버린 것이다. 제길, 하지만 일은 돌이킬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발포명령을 내렸다. 일제히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포탄은 여지없이 갤리를 쳐부수었다. 갤리에서도 응사를 하였다. 그들의 포탄이 현측을 강타하였다. 몇 명의 사상자가 났다. 2개의 포문은 발포가 불가능 하였다. 우리함대에서도 다시 포격을 하였다. 두 번째 포격에 의해서 반 이상의 갤리들이 격침되었다. 그 때, 사슬탄이 미즌 마스트를 향해 날아왔다. 빠른 속도로 날아온 사슬탄은 순식간에 미즌 마스트의 허리를 박살내어 버렸다. 부러져버린 마스트는 좌현쪽으로 기울어 넘어졌다. 놈들은 집요하고 필사적으로 항전하였다. 그러나, 수에서 열세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격침되었다. 갤리에 탄 전원이 모두 전사하였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비참하게 격군노예가 된 포로들도 있었다. 여하튼 이제 본선에 남는 일부를 제외하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보트 세 척에 나누어 탔다. 핀타호와 버드호, 그리고 호위함 5척의 병사들이 나누어 탄 보트가 바다에 띄워졌다. 돛을 단 보트는 북풍을 타고 빠르게 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놈들의 외성을 지키는 적들 역시 100여 명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보트에서는 우리들의 몸을 숨길만한 엄폐물 따위는 없었다. 즉, 우리는 무방비의 상태로 적들에게 노출되어있다. 다만 보트가 상륙하기 까지 화살과 탄환이 우리를 알아서 비켜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성벽에, 꼬리를 말고 날개를 활짝 편 채 앞발로 말뚝을 움켜잡고 있는 용이 그려진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다. 12년 봤던 그 광란의 깃발이 문득 떠올랐다. 그래, 네놈들이 죽거나 아니면 우리들이 죽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 뱃고물에서 화승총을 든 채 앉아있는 나는 노를 젓는 병사들에게 고함쳤다. “등뼈가 부러지도록 저어라! 뭘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는가? 노를 젓는 놈들은 성 따위는 쳐다보지 말고 오로지 노를 젓는데 집중하라! 허둥대지 말고 힘껏 저어라! 뼛 속 까지 가득찬 분노로 계속 저어라! 저기 저 곳에 증오의 대상들 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 나머지는 모두들 화승총을 장전하라! 장전하 고 보이는 대로 냅다 쏴라!“ 후아니타는 다른 보트에 타고 있었다. 문득 어젯 밤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나, 전투가 한창인 지금은 그럴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결연한 얼굴을 띄고 화승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이제 노를 젓는 병사들은 제외하고, 나머지의 모든 병사들은 화승총을 쏴대었다. 적들 역시 우리에게 화승총을 쏴대었다. 그러나,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화승총이라는 것은 그 숙련도가 지극히 적어서 조준하고 쏜다고 그것이 명중할 가능성은 많지가 않았다. 그리고 불발탄도 많았다.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활이 더 적합하다. 화승총이라는 물건은 넓은 들판이나 평평한 갑판에서나 효력을 발휘하는 법일 뿐이다. 여하튼, 바다의 수심이 점점 얕아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노가 바닥에 닿았다. 12 척의 보트의 병사들은 일제히 보트에서 나와 상륙하였다. 탄환이 빗발치고, 결국 로페즈 장군의 병사 한 명이 쓰러졌다. 핀타호와 호위함의 병사들은 삽으로 땅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로페즈 장군 휘하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엄호를 해주었다. 웬만큼 참호가 완성되자, 나머지 병력이 모두 보트를 타고 상륙하기 시작하였다. 참호 속에서 화승총으로 엄호를 해주는 병사들을 뒤로하고, 나머지들은 모두 성을 향해 돌격하였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전사자들이 더욱더 많아졌다. 성벽에 사다리가 걸쳐졌다. 병사들은 사다리를 타고 기어올라갔다. 공격하는 자와 막는자의 피가 땅을 적셨다. 결국 승세는 우리에게 기울여졌다. 필사적으로 우리들을 막아낸 외성의 해적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전사되었다. 드디어 외성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우리를 기다린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말뚝에 박혀진 수백 명의 시체들이었다. |
이순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