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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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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헤드헌터 주앙의 모험 vol.18 배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산 후안 항구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마리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돈을 쥐어주었지만 마리아는 극구 거절했다.
"저.. 저.. 일.. 잘.. 하니까.. 배... 남아.." 마리아는 아직 에스파냐어를 잘 못하는 지 말을 버벅거렸다. 주앙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안되. 우리는 일반 선박이 아냐. 여자는 위험해." "그.. 래.. 도.. 제발..." 마리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까지 비벼대자 주앙도 대책이 없어졌다. 부관이 옆에 있다가 불쑥 그녀에게 물었다. "무엇을 잘하지?" 마리아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부관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미인이었다. 주앙은 그녀에게 설명해 주기위해 여러가지 손동작과 몸동작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제서야 이해했는지 마리아가 다시 말했다. "요리.. 잘.. 해요.." 확실히 마리아의 요리는 몇 번 먹어본 적도 있어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전문적인 취사병이 요리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나 되는대로 그날 당번제로 돌려서 요리를 만들었는데, 거의 최악의 날도 가끔 있어서 선원들이 그때마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문적인 취사병이 있다면 확실히 선원들도 불만을 접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도 여자를 해적선에 태우는게 과연 옳은 일일까..' 망설이는 주앙을 보던 부관이 말했다. "어차피 죽고싶다는 거 말리지 말죠. 저희도 죽음따위 달관한지 오래 아닙니까?" 부관은 가끔씩 이렇게 모든 일을 아무것도 아닌 양 돌려버릴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앙은 그저 너털웃음을 지었다. "킥킥. 그런가. 좋아, 태우자고." "감..사합.. 니다.." 마리아는 애써 서툰 말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주앙은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는 옆에 있던 부관에게 말했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안되는 게 좀 불편한 부하군. 아무나 한 명한테 시켜서 말 좀 가르켜 놓도록 해." "확실히 실행해놓겠습니다." 주앙은 배에서 내려서 이번 약탈에서 얻은 물품들을 처분했다. 막대한 돈이 그의 손에 주어졌고 그중 일부는 산 후안의 총독부에 '돈 주앙'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여러가지로 볼 일을 마치고 배로 돌아와보니 몇 명의 당번병들만 술병을 잡고 배 안에서 조촐하게 술잔치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어디간거야?" "아 선장님!" 가장 나이가 많은 오스발드가 일어나 경례를 붙였다. "나머지 병사들은 지크문드 님의 통솔 하에 주점으로 갔습니다. 신병 신고식 겸 주연을 벌인다고 했습니다." "음 그래? 알았어, 편히들 마시라고." "옛!" 주앙은 다시 올려지는 경례를 받고는 선장실로 들어갔다. 가보니 막시밀리앙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여긴 왜 있는거냐. 주점에 따라가지 않았나?" "나 술 잘 못먹어.." 주앙은 피식 웃더니 럼주병을 하나 따서는 들이켰다. 주앙도 처음엔 술을 전혀 못했지만 마시다보니.. 어느새 고래가 되있었다. "그래 용건이 뭐냐?" 막시밀리앙은 자세를 고쳐앉고는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나도 이 배에 타고싶어." "뭐?" 주앙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 "나도 이 배에 타고싶다고!" 주앙은 그 말을 알아듣자마자 왠지 모르게 절대 태워주고 싶지 않아졌다. 부아가 치밀어오름을 느끼며 그가 물었다. "왜 타고싶지?" "왜.. 라니.. 그냥 형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 그때문에.." "닥쳐!!" 주앙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잔뜩 겁먹은 막시밀리앙은 어깨를 움츠린 채 벌벌 떨었다. 은연중에 주앙에게서 무서운 분위기 따위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너가 도대체 해적에 대해 무얼 알고 있다고 멋지게 산다느니 어쩐다느니 소리가 나오는거지?" "하.. 하지만.. 나도 각오는 되있고.." "닥쳐! 마리아가 좋아서 따라오려는 것 누가 모를 줄 알아? 너따위 필요없으니 꺼져버려! 여자에게 혹해서 꼬리치려는 개따위가 해적이 멋지고 어떻고 하는 소리따위 듣고싶지 않아! 상어밥으로 던져지기 싫으면 당장 내 배에서 꺼져!" 주앙은 고함을 쳐대다가 성이 안찼는지 직접 동생의 멱살을 쥐어잡고 선실 밖으로 나갔다. 선장실에서 터져나오는 고함소리에 놀라 일어나 있던 선원들이 그가 갑자기 막시밀리앙의 멱살을 쥐고 나타나니 무슨 일이 터진거라 생각하고는 그에게 달려왔다. 주앙은 그들을 제지시키면서 손에 불끈 힘을 주어 막시밀리앙을 냅다 집어던졌다.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막시밀리앙은 바다에 빠져버렸다. 수영을 칠 줄 모르는 동생에게 마구 빈 술병을 집어던지던 주앙은 막시밀리앙이 간신히 나무판자를 집고 저멀리로 도망치자 그제서야 숨을 헉헉대며 멈추었다. 멍하니 그를 보고있던 선원들을 뒤로한채 돌아서서 가던 주앙의 입에서 한이 담긴 한마디가 나왔다. "개자식.. 내가 뭐하는 놈인지 조금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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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현실 밖에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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