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진짜. 세상에 이런 놈이 있나? 자신이 직접 하지 않고, 남의 것을 훔치고 있어. 젠장.”


“저, 선장님.”


“응? 왜요?”


“아까 그 녀석들 땜에 구스를 포함해서 대략 5명이 쓰러졌는데요. 어떡하죠? 이제 해가 저문 탓에 항해도 못하고요.”


“해가 졌다고요?”


원래 파루하고 리스본은 한자 코크나 상업용 캐러벨의 경우에는 반나절, 상업용 대형 클리퍼의 경우에는 고작 5시간 밖에 불과하지만, 밤에는 해적들로 인해 항해가 금지되어 있어서, 루시오와 선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아침 7시까지 항구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구스를 비롯해서 다친 선원들은 쉬게 하고 나머진 아까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불침번을 서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침 7시, 항해 금지가 풀리자마자 즉시 파루를 출발, 리스본에 도착하여 가지고 온 물품을 상디에게 전해 준 루시오.

어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역소 주인 말대로 아직 상하지 않았다.


“오, 부탁한 대로군. 수고했다. 여기 수고비 25,000두캇이다. 앞으로 학교 수업 이후에는 여기로 와서 이런 일만 하면 된다. 돌아와서 마르코에겐 내가 예기 할 것이 있다고 전해라. 그런데, 너 표정이 영 수상한데? 뭔 일 있니?”


“실은... 날이 저문데다가, 어떤 성가신 놈만 아니었으면 일찍 돌아와서 드리는 거였거든요.”


“엥? 도대체 어떤 성가신 놈이 이 어여쁜 아가씨를...”


루시오와 상디가 예기하고 있던 그 때,


“아버지~~~! 가지고 왔... 응? 앗! 저.. 저 년은 나에게 도료 통을 던진!”


“퍽!!!”


“뭐? 저 년?! 이놈아! 너 미쳤냐?”


“으... 아버진 대체 왜 이러세요?”


“뭐야? 인석아, 저 아리따운 숙녀 분을 화나게 만들고 세우타에서 사고 쳤다면서. 엉!!!”


“아니? 아버지가 어떻게 아세요?”


“주점의 마르코 영감이 예길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나중에 그 쪽에서 온 항해자들이 다 말했다는구나!”


“쳇, 고작 어육 몇 개 훔친 걸로... 나 원... 참.”


‘가만... 저 녀석 어디서 봤는데... 기억이 왜 안 나오는 거지?’


두 남자의 거친(?) 대화를 듣고 있던 루시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갑자기 젊은이를 향해 소리 지르기 시작하였다.


“아! 너!!! 그때 그... 파루 항구에서 우리 배 침입해서 선원 때려눕히고 물건 훔치려고 했던 놈!!! 그 일 때문에 얼마나 고생인지 알기나 해?”


“시끄러! 계집 주제에 바느질이나 하지 말은 많아가지고... 난 우리 아버지를 뛰어 넘을 사람이다. 어쩔래?”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젊은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잊었다.

이유인즉슨 상디의 발차기에 한없이 날아가 빈 상자더미에 깔린 것이다.


“인석아, 제발 정신 차려! 하라는 건 하지 않고, 그저 여자 꽁무니만 쫓아다니고, 도둑질이나 하고... 그러면서 뭐? 날 넘겠다고? 이 녀석아, 웃기지 마라!!!”


기분 나쁜 얼굴로 젊은이를 바라본 상디.

그도 그럴 것이 상디에 의해 날아가 상자 더미에 깔린 젊은이는 바로 상디의 아들인 상빈으로 늘 자신의 아버지를 뛰어 넘으려고 갖가지 방법을 쓰지만, 결과는 처참하게 끝나 결국에는 부친에 의해 아르바이트(상빈 본인은 강제 노동으로 생각한다.)로 배달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사실 스킬 랭 차이도 엄청나서 상디는 조리와 식료품 거래가 만 랭, 가축거래가 12랭인 반면, 상빈은 고작 조리 1랭과 식료품 2랭에 불과하다.)


“나, 참... 재수 없게... 루시오라고 했나? 이름이.”


“네, 그런데요?”


“이거 못난 아들 녀석 때문에 미안하구나. 여기 5000두캇 추가다.”


“네. 그럼... 가... 가보겠습니다.”


무려 30000두캇을 손에 쥔 채 주점으로 발길을 돌리는 루시오. 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저만 여자 밝히는 줄 알아요? 아버지는 더 심했잖아요! 지금도 그렇고요!!!”


“뭐야?! 이 녀석이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뭐가 어째? 이걸 그냥!!!!!”


...


두 부자의 발길질이 리스본의 고요함을 깨버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7시간이 지났을까.

오전 내내 아들과 싸우고 오늘따라 손님이 적은 탓에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오전 수업을 마친 루시오에겐 마데이라의 사탕수수와 설탕을 가지고 오라고 시킨 후에 상디는 아들과 함께 주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신가요? 크리스티나 양~.”


“나, 참. 상디씨도... 옆에 아들이 흉보겠어요.”


“하하하, 평소에 날 안 만나겠다던 자네가 어떻게 왔는가? 루시오 얘길 들으니 자네하고 상빈이 아침 내내 치고 박고 싸웠다면서.”


“쳇, 그 년이 또 잔소리 영감에게... 윽!!!”


“말조심해라. 인석아!!!”


또 한 번 상디의 발차기에 날아간 상빈은 본 체 만 체 상디와 마르코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오늘따라 자네 가게나 주점에 손님들이 없는 거 같은데... 아참, 오늘도 루시오에게 심부름을 시켰나?”


“응, 이번엔 좀 먼 마데이라로 보냈지. 사탕수수하고 설탕이 떨어져서 말이야.”


“그래? 뭐 잘됐군. 상업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지 않는가? 하하하.”


‘저 영감, 아직도 입은 살아있네. 하여튼 잔소리에 팔랑 귀에...’


“...”


“글쎄, 자넨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난 조금 뭔가 불안해서 말이지.”


“응? 뭔가?”


“그건...”


“(쾅!) 헉... 헉... 저 혹시 상디 씨 계십니까?”


“아니, 상업 지구의 항구 관리 아니세요? 무슨 일이신지...”


“아, 마르코 씨하고 크리스티나양도 계시네요. 실은...”


“뭔데요?”


“아까 루시오라는 항해자가 상디 씨의 심부름을 하려 간다고 교역소에서 물품을 산 후 수속을 밟고 마데이라로 갔는데요. 방금 들어온 정보이긴 한데, 지금 리스본과 마데이라 앞바다, 지브볼터 해협 전역이 폭풍상태이거든요. 따라서 지금 모든 선박들이 항구에 발이 묶였는데, 지금 그 항해자의 배만 출항한 상태라서 말이죠.”


“... (루시오?)!”


“네?! 뭐라고요?”


주점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란 가운데, 루시오는 지금...


“아, 날씨 좋다~~~ 안 그래. 와트?”


“그러게요. 선장님. 바람은 적당하고 시야는 탁 트인... 응?”


“선장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응? 구스, 무슨 일이... 앗!!!”


“폭풍으로 배가 전복 위기입니다!”


“돛을 오므리고 닻을 내리세요!”


“배 밑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빨리 수리하세요!! 뭐지? 이건...”


“선장님!”


“왜요?”


“수리할 자재가 모자라고, 키... 키가 부서졌습니다!!!”


“뭐라고요? 이게 대체... 으악!!!”


갑작스런 폭풍우로 인해 루시오의 배는 방향을 잃은 채, 목적지인 마데이라보다 더 북서쪽으로 떠내려갔고, 그야말로 멀고 더 먼 바다에 가까스로 표류하게 되었다.

루시오와 선원들의 필사의 노력으로 교역품들은 간신히 전부 챙기긴 했지만, 문제는 앙상하게 남은 배와 얼마 없는 식량 그리고 선장인 루시오와 구스, 와트 외 1명밖에 없는 선원들이다.

어지간히 지치고 힘든 상황, 결국 이들은 지친 나머지 쓰러지고야 말았다.

특히나 루시오는 자신의 방안에서 꿈쩍도 나오지 않았다. 거의 탈진 수준으로 봐야 하나?

어찌됐든 이들은 지금 해군도 수색하기 어려운 아주 먼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이 일이 후에 어떤 상황으로 만들어내는지 전혀 모르는 채...



여기는 북대서양의 아조레스.

북대서양은 영국, 네덜란드에서 카리브나 인도로 갈 때 자주 이용하는 항로 가운데 하나이면서 동시에 지중해의 수많은 불법 해적이나 아프리카나 이 해역에서 비정상적으로 노예를 갈취(?)해 이득을 보려는 노예상이나 악덕 상인들이 많이 모여서 활동하는 곳이기도 한다.(이들은 해군이 토벌해야 하나 워낙 멀고 파도가 센 탓에 쉽지 않다.)

그리고 여기, 그런 자들을 잡는 해적단이 하나 있는데, 이미 그 해적단의 명성은 북대서양은 물론이고 유럽 전역과 카리브, 아프리카까지 알려져 있다.

바로 그 해적단의 본부가 있는(사실 해적단이 있는 곳이 아조레스 한 곳 뿐) 아조레스의 한 건물 안에서 루시오는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 어지러워. 아까 폭풍에 정신이... 응? 여긴...”


잠시 주변을 둘려보던 루시오.

정신을 잃기 전, 배 선실 안에 있었는데,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풍경과 소박한 가구가 있는 어느 방 안.

푹신한 침대에 눕다가 일어선 루시오는 창가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수많은 전함들과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비슷한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해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해골 깃발.


‘이게 뭐야? 폭풍을 피한 줄 알았더니, 이젠... 해... 해적?!’


“으악!!!”


갑작스런 루시오의 비명은 온 섬 안을 울려 퍼지게 했는데,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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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루시오 일행이 폭풍으로 인해 북대서양에 표류한 지 이틀째로 접어든다.

그 동안 루시오와 선원 3명은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했고, 배는 흉물스럽게 변했으나, 교역품은 전부 부서지지 않은 선원들 방에 있었고 물은 약간 있었지만 빵은 다 쓸려 내려가 버렸다.

바로 그 때, 그 동안의 정적을 깨는 소리가 다가왔으니, 바로 아까 루시오가 봤던 깃발과 같은 깃발을 단 전투용 카락과 전투용 갤리온이 오고야 말았다.


“어, 캡틴! 저기 배 한 척이 보입니다. 해치울까요?”


“응? 어떤 배인가?”


“한눈에 보면 한자코크인거 같은데... 완전히 부서졌는데요?”


“...”


“저... 캡틴, 어떻게 할까요? 대포로 밀어버릴까요? 선장의 그 일칼 12문으로 말이에요.”


“아니다. 마샤! 일단 너하고 선원 5명으로 하여금 탐색하라고 일러라. 일내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모피코트에 긴 화승총을 맨 마샤라고 불리는 부함장 급의 사람은 명이 떨어지자마자 즉시 다섯 명의 선원들을 이끌고 루시오의 배를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그로부터 30분이나 지났을까?

‘캡틴’의 배에 루시오와 3명의 선원, 그리고 배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갑판 위로 쏟아져 나왔다.

아직까지도 선원들과 루시오는 깨어나지 않은 상태.


“음... 이 자가 선장인가?”


“저, 캡틴... 다름이 아니라, 보통 한자코크라면 정원이 8명에 필수 인원이 5명인데, 지금 이 배엔 선장을 제외한다해도 겨우 3명밖에 안되거든요?”


“그러니?”


“네, 그리고 교역품하고 이 종이로 미루어 볼 때, 리스본에서 마데이라로 가던 중에 폭풍을 만나 여기로 표류한 거 같습니다.”


“마데이라? 미샤, 그 종이 좀 줘 봐.”


미샤에게 종이를 받은 ‘캡틴’, 그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마데이라 교역소 주인에게, 지금 종이를 들고 온 항해자에게 사탕수수 15다발과 설탕 10통을 부탁합니다. 1518년 5월 23일 상디-


“5월 23일이라면, 나흘 전이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그 때 리스본과 마데이라 앞바다하고 지브볼터 해협 전역이 이틀 동안 폭풍 상태였다고 합니다.”


“어? 이 사람들, 정신을 잃은 것에 괴혈병에 영양 실조인거 같은데요?”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데미안.”


‘캡틴’과 미샤의 대화를 방해한 채 루시오 근처로 온 데미안, 그는 이 해적단의 선의로 각종 약 제조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두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찰하기 시작한 데미안은 이윽고 '캡틴'을 바라보고 말하게 시작한다.


“우선 선장의 경우에는 정신을 잃은 것뿐만이 아니라 빈혈 증세까지 있고요. 저 쪽의 선원들 중에 하나는 갈비뼈 쪽에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흔적이 있어서 치료가 필요하고요. 나머지 하나는 괴혈병도 있거든요. 그리고 전부 영양실조고요. 저들의 배 안에 빵이나 약품들이 전혀 없는 거 같으니... 일단 여기서 임시로 해결해야겠어요. 누군가 제 방에서 라임쥬스 또는 누에콩 스프를 가지고 오세요.”


“네, 데미안 씨.”


“그리고 이들을 안정시켜야 해요. 일단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 자는 제 방으로 옮기고, 나머진 넓은 방으로 옮겨야 해요.”


“음. 그래야 하겠네. 지금 즉시 데미안의 말대로 하고, 교역품과 이들의 배하고 그 안에 있던 것까지 가지고 아조레스로 간다. 알겠냐?”


“네! 캡틴!”


결국 루시오와 그 일행들은 배와 교역품들과 함께 해적단의 본거지인 아조레스로 가게 되었다.

가면서 ‘캡틴’은 넌지시 생각하면서 혼잣말을 했다.


“상디... 마데이라... 아직도 그 놈이 살아있나? 그리고 저 자하고 상디는 무슨 관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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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거야? 선원들은? 배는? 교역품은? 아... 난 이제 끝났구나.’


거의 절망에 가까운 루시오의 한숨이 가까워질 그 때, 루시오가 있는 방으로 누군가가 오고 있었다.


“응? 이건... !!!”


거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루시오. 침대 옆에 밧줄을 가지고 창문을 넘어 탈출하려던 찰나,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어떤 여성의 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겨우 정신을 차렸네. 괜찮니?”


“네?”


“너, 일주일 만에 정신을 차렸다고! 어디 괜찮니?”


“네? 일... 일주일이라고요?”


“그래. 어찌되었든 그렇다 치고. 너 이름이 뭐니?”


“네? 저요?”


“그럼, 너지. 여기 누구 더 있니?”


“네... 저... 전... 루시오라고 하는데요. 그 쪽은... 누구시죠? 여긴 어디고요?”


“루시오라... 난 마샤라고 해. 우선 날 따라와!”


“네? 네...”


마샤의 안내를 받고 지기가 묵고 있던(?) 건물에서 나온 루시오. 한참을 걷던 루시오는 슬쩍 주변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덧 자신의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 정말이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가 드디어 도착한 한 건물에 도착한 루시오와 마샤. 한 눈에 봐도 좀 낡긴 했지만, 그래도 안은 크고 넓었다.


“여기서 기다려. 알겠니?”


“네? 음... 네.”


“캡틴! 여기 데리고 왔어요!”


마샤의 대답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캡틴’, 그런 ‘캡틴’을 바라본 루시오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