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오슬로

 필립은 자신의 서고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영국 상인들과의 회의에서 제법 머리를 썼지만 아무런 영향이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책을 읽는 게 그의 머리를 맑게 해 주는 듯 했다. 
 그런 그에게 옆에서 자기를 부르고 있는 제임스는 현실성 없는 인형에 불과했다. 제임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이 치켜들렸다가 내려가도 필립은 묵묵히 책에 집중했다. 마침내 제임스가 서고가 무너지도록 큰 소리를 질렀다.
 “발두르!!!”

 보통 사람이라면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아야 될 정도로 큰 목소리. 하지만 필립은 담담히 책을 덮더니 조용히 말했다.
 “서고에선 조용히 해야지. 그리고 그 이름 쉽게 부르지 말라니까. 기독교에서는 다 악마로 취급된다니까.”
 “쳇, 그럼 그렇게 불러야 겨우 알아듣는 건 뭐야? 그보다.”
 제임스는 전문을 하나 건냈다. 여왕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필립은 그것을 꼼꼼히 둘러보다가 다시 돌려주었다.
 “갈 거야?”
 “당연하지. 우리 이름이 여왕폐하의 귀에까지 들어갈 기회라구. 거기다 그 쪽 지리를 우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제임스의 얼굴에 자신감이 떠올랐다. 

 “그런가... 그래도 뇨르트까지 보낼 순 없어. 수리 중이니까. 예인예하르도 마찬가지. 알펜이라면 괜찮겠지만.”
 필립은 정색을 했다. 하필 멀리까지 원정을 갔다 온(어디까지나 잉글랜드 입장이었지만) 직후에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구호품 목록만 본다면 알펜 하나로도 충분해. 그리고 예인예하르 없이도 요르문간드가 있지? 그리고... 슬라이프니르. 그 세 척만 지원해줘.”
 “슬라이프니르를?”
 “그거면 충분해.”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의 수리는 끝났나?”
 “네. 탄약과 자재도 충분히 실었습니다.”
 “호오. 좋은 배로군.”
 오케아노스 갑판에 각종 면직물이 가득 쌓였다. 선원들은 물과 식량이 든 통들을 계속 굴리고 있었다. 꽤나 긴 항해가 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아깝긴 하네요. 영국에 팔아도 이익이 괜찮을 건데.”
 “한자동맹에 대한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돼. 아직은 그 정도 손해를 감당할 여력이 되니까.”
 “스칸디나비아라. 네덜란드인 중에 거기 가 본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 말이지.”
 네덜란드의 주 고객은 잉글랜드다. (잉글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이 없는 잉글랜드는 양모를 네덜란드에 팔고, 네덜란드는 그것을 가공해서 잉글랜드에 파는 것이다. 물론 잉글랜드에 많이 손해되는 장사였지만, 이 시기 잉글랜드의 상업으로는 그게 한계였다. 

 하지만 에이레네는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타겟으로 잡았다. 조금씩 약해져 가는 한자동맹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설마 리가까지 가진 않겠지? 스웨덴 사략함대는 무섭다구.”
 그리고 오늘 항해에는 특별한 손님이 하나 끼여 있었다. 잠자코 있던 에이레네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프레드릭 씨.”
 당연히 천연덕스러운 대답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에이레네 양.”
 “쫓기는 중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프레드릭은 부두에서 뻔히 보이는 갑판에 서 있었다.
 “뭐, 그렇죠. 배가 점거되는 걸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다니까요.”
 “그럼 좀 숨으려하는 느낌을... 에휴 아니예요.”
 출항을 뜻하는 뱃고동 소리가 울려퍼졌다. 닻이 올려지고 부두와 배를 연결하는 밧줄이 풀렸다. 기함 오케아노스. 보급함 헤스티아. 호위함 아킬레우스와 아이아스로 구성된 함대가 출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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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1월 2일까지는 올릴 틈이 없어서 올릴까말까 하다가 일단 하나 올리고 갑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_~

 쓰고 나니까 제가 아는 지식만으로도 (제가 모르는 것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지;; ) 역사와 다른 게 많이 드러나네요. 네덜란드 자체가 발트 해 무역으로 성장한 국가니...;